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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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의외로 양쪽 모두에게 이로운 결합이었다. 식물과 한 몸이 된 인간은 밤이면 영양이 풍부한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잠을 자고 해가 뜨면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했다. 그러므로 더 이상 음식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한편 식물은 인간의 팔과 다리를 얻었으므로 환경이 적합지 않으면 쉽사리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너의 유토피아>를 읽으며 나는 미래를 여행했다.

번역서들의 SF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현실의 문제들과 감정들을 유독 우리나라 작가들의 SF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그건 정말이지 우리의 미래가 암울함과 동시에 어떤 희망을 자꾸 내포하는 기분이었다.

마치 나무들이 어떻게든 꽃가루를 날려서 암울한 미래를 숨 쉬지 못하게 만들면서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정보라 작가의 작품은 세 번째다.

<저주 토끼>에서는 온갖 환상특급을 맛보았고, <지구 생명체는 항복하라>에서는 평소 와닿지 않았던 현실의 문제를 요모조모 이해하게 되었는데 <너의 유토피아>에서는 그저 또다시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정보라 작가의 이야기엔 현실이 담뿍 담겨있다.

나와 상관없어 보이는 현실의 문제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경각심을 일깨운다.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마음은 <영생불사 연구소>를 읽고 나면 그렇게 오래 살 것도 못 되는구나 싶고,

이동하는 존재의 <너의 유토피아>를 읽으면서 먼 미래 인간이 놓쳐버린 인간적인 마음이 기계에 머물고 있음을 깨닫고,

<여행의 끝>에서 인육 바이러스로 인간이 살지 않은 지구에 홀로 남은 존재의 모습에 진저리를 치게 되고,

사랑스런 아내가 매일 나 모르게 알지 못하는 언어로 전화를 하는 <아주 보통의 결혼>을 읽으며 오만가지 상상의 끝을 보게 되고,

인간의 로맨스보다 더 진하게 느껴지는 기계의 짝사랑에 가슴이 시려 <One More Kiss, Dear>를 찾아 듣게 되고,

<그녀를 만나다>를 읽으며 잊었던 그녀의 죽음을 되새겨 보게 되고,

기억을 축출당하며 죽어가는 그녀를 위해 나도 같이 <Maria, Gratia, Plena>를 읊어보며,

<씨앗>을 읽으며 식물들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테러(?) 행위를 정보가 작가가 눈치 없게 글로 쓴 거 아닐까란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누군가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정보라 작가는 현장에서 직접 온몸으로 체험하는 작가다.

이미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에서 알아챘지만 <너의 유토피아>를 보면서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들을 SF 속에 녹여내는 탁월함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을 다시 확인했다.

8편의 짧은 이야기엔

우리 현실의 불편함이 담겼다.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가 곧 나와 상관있는 일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저런 종류의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저 모양이었던 걸까? 이제는 모두 생명공학을 통해 유전자 조작된 상태로 태어나는 걸 보면 아마 수정란 상태에서부터 저런 사람들로 엔지니어링되는 모양이다.



상식이 더 이상 상식이 아닌 세상의 맛을 보고 나니 이 문장 앞에서 그냥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야기를 읽어가며 하나씩 떠오르는 어떤 사실들이 가끔 발목을 잡고, 가슴을 두드리게 한다.

그래서 잊혔던 이야기들이 다시 소환된다.

우리가 사는 게 바빠서 신경 쓰지 않았던 우리의 모든 것들에 시선을 닿게 하는 힘을 지닌 <너의 유토피아>속 이야기들...

나는 다시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걸까? 란 생각을 곰곰이 해본다.

미래를 보여주면서 현실의 문제를 제기해 주는 정보라 작가님이 있어서 우리는 복받은 독자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대를 살면서 내 삶에 닿지 않은 문제들을 비슷한 시선에서 바라보게 해주는 작가님이 있어서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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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이야기 빛소굴 세계문학전집 1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빛소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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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질 듀크 리.

<바질 이야기>의 주인공 이름이다.

피츠제럴드는 1928년 4월부터 1929년 4월까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연작 소설로 바질 이야기를 써냈다.

이 책엔 9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10~11세의 아이들이 키스 게임을 하는 [그런 파티]에서 바질의 이름은 테렌스로 변경되어 나온다.

설정이 맘에 들지 않았던 잡지사가 거절하자 피츠제럴드는 바질의 이름을 테렌스로 바꿔서 단독으로 팔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인지 이름은 수정되지 않고 테렌스로 적혔지만 여전히 바질의 이야기다.



서로 가까운 세대들도 있지만, 어떤 세대들 사이에는 메워지지 않는 무한의 간극이 존재한다.



[스캔들 탐정단]에서 바질은 동네 사람들의 비밀을 적어놓는 노트를 가지고 있다.

아무나 읽을 수 없도록 레몬즙으로 글을 써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빈 노트지만 거기엔 바질과 리플리가 수집한 비밀이 가득 적혀있다.

1920년대의 미국 중서부 아이들이 어떤 시절을 보냈는지 <바질 이야기>를 읽으며 간접 경험을 했다.

이성에게 호기심이 생길 즈음 바질에겐 넘사벽 연적이 생기는데 바로 몸놀림이 환상인 휴버트다.

그를 골려줄 방안을 마련한 바질은 그를 겁주려다 되려 그를 영웅으로 만들고 만다.

이 약한 듯 강단 있고, 부드러운 듯 날카롭고, 순수한 듯 발랑까진 바질의 매력을 내가 알던 소년들 중에 찾아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우리 시대 소년들도 바질 같았을까?





그렇다고 바질이 비열한 아이는 아니었다. 남자라는 종이 불운한 자를 향해 품는 자연스러운 잔인함이 아직 위선의 탈을 쓰지 않았을 뿐이다.



바질은 인기 있는 요소를 갖췄음에도 아직은 어리고, 잘난 척을 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자기 생각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를 잘한다.

어색함을 메꾸려는 그의 노력은 다른 사람 눈에 잘난 척으로 비치고 기숙학교에 들어간 첫해에 그는 왕따가 된다.

'독재자'라는 별명이 붙은 바질에게 손을 내밀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기숙사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득의 양양했던 바질의 모습을 떠올리면 안타까웠지만 바질은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다른 수를 쓰지 않는다. 그곳에서 자신의 평가를 재조명하기 위해 애쓰는 바질의 모습이 바질이라는 아이가 어떻게 성장할지를 보여준다.


15년을 응석받이 아들로 지낸 벌인지 학교에서 '풋내기' 취급을 받은 후 그는 쓸데없이 생각이 많은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했고, 그 탓에 남들을 관찰하며 지혜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제대로 세상을 마주하려면 자신이 힘겹게 싸우고 있었음을 먼저 깨달아야 한다.


피츠제럴드의 모습이 담긴 바질을 보면서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남자아이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면들을 발견할 때마다 사는 곳과 시대는 달라도 그 나이에 하는 생각들과 판단은 비슷한 점이 있다는 걸 느꼈다.

예일을 목표로 삼고 있었던 바질에게 뜻밖의 일이 생기지만 바질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래서 바질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일이 생겨도 바질은 바질은 포기를 모른다.

바질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은 그가 가진 초연함이다.

바질은 분노로 자신을 망치지 않는다.

사랑, 우정, 학교생활에서 만만치 않은 인생 역경을 거치지만 쓰러지거나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감당해 내며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간다.

어떤 핑계로 자신을 보이지 않는 구멍 속으로 내던지지 않는다.

그 모습이 참 신선했다.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어른의 마음을 품고 있었던 바질 듀크 리.

봄의 풋풋함과 여름의 열정과 가을의 낭만을 지녔지만 겨울의 냉기는 멀리 미뤄놓은 바질.

이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나는 어느새 바질의 팬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내가 세상에 없었던 그 시대에 바질은 멋진 남자가 되어 좋은 인생을 살았을 거 같다.

위대한 개츠비처럼 첫사랑의 순정을 잊지 못하지도 않았을 테고, 피츠제럴드처럼 술에 탐닉한 방탕한 생활로 위태로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소년이 좋은 남자가 되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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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9
윌리엄 골딩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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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명작. 영화로 보고, 그래픽노블도 봤으니 원작을 봐야지~ 완역본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읽을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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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스트레칭 365 퀴즈 일력 (스프링) - 집중력 순발력이 좋아지는 1분 습관
최은경 외 지음 / 어썸그레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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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일력을 소개합니다.



저에게 정말 필요한 일력이랍니다.


날짜와 요일 감각을 잃어버린 저라서 아주 중대한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었어요.


그때 이후로는 날짜와 요일 체크를 하려고 하지만 그게 매일 외출을 하거나 출퇴근을 하지 않는 집순이로서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일력도 써봤지만 매일 체크하는 걸 못해서 결국 한꺼번에 여러 장을 떼어내기 일쑤였죠.






<두뇌 스트레칭 364 퀴즈 일력>은 매일이 퀴즈의 연속입니다^^

어렵지 않은 사자성어, 초성퀴즈, 속담 등을 맞추는 겁니다.

매일 일어나서 잠깐의 시간을 통해 날짜도 확인하고, 그 날짜에 적혀있는 간단한 퀴즈를 풀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이 루틴이 참 맘에 드네요.


치매를 예방하고 뇌를 건강하게 하는 이 간단 퀴즈들을 매일 꾸준히 6개월을 지속하면 전두엽 기능이 개선된다고 합니다.

TV프로그램 <아침 마당> 작가진이 만든 일력은 한 해로 끝나는 일력과는 다르게 계속 사용할 수 있어요.





자주 깜빡깜빡하는 분


어제 뭐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 분


대화중에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분


오늘 뭐 해야지~ 했다가 잊어버리는 분



이런 경험 있으시죠?



저도 이젠 두뇌 스트레칭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는데 이렇게 알맞은 일력을 만나게 되었네요.


어렵지 않고, 간단하면서도 즐겁게 풀 수 있는 퀴즈, 초성 맞추기, 끝말잇기, 사칙연산 등이 담겨 있는 일력으로 매일 새로운 하루를 시작해 보렵니다.



온 가족이 이 간단한 퀴즈로 하루를 시작해 보면 좋을 거 같아요.


너무 간단해서 실망하실지도 모른다고요?


두뇌 스트레칭은 어려운 걸로 골치를 썩는 게 아니라 간단한 걸로 말 그대로 두뇌를 움직이게 하는 게 목적입니다.


그리고 꾸준하게 루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하네요.


그러니 매일 일력 넘기고, 퀴즈 푸는 1분의 루틴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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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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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핫한 책.
표지 색감도 사진도 핫핫.
훑어본 줄거리도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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