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9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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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

 

그리고 해리 홀레.

작년 한 해는 해리 홀레 시리즈로 시간들을 버텼다.

비채 출판사의 해리 홀레 시리즈중 1편인 박쥐 리커버 출시 기념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처음 접하게된 해리 홀레.


 

북유럽 수사물은 어떤걸까?

헐리웃 수사물과 수사관들의 너스레에 절여져있던 감성을 북유럽의 차디찬 이미지가 과연 얼마나 새롭게 만들어줄까?

내가 기대한건 이런것들이었다.

영화든, 소설이든 미국식 싸구려 감정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고나 할까?

지명. 이름. 고유명사들에서 턱턱 막혀버리면서 내가 너무나 편향적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무시 할 수 없었다.

영미권에 익숙해져 버려서 그 이외의것들에 적응하지 못하는 뇌의 흐름에 절망스러웠던 기분도 느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해리 홀레에 대한 탐닉은 끝을 몰랐다.

요 네스뵈의 책 목록을 보면서 몇해전 내가 우연찮게 보게되어 열광했던 영화 헤드헌터가 바로 그의 작품이었다! 는걸 알고는 더 맹신하게되었다.

 

풋풋하면서 반항적인 해리.

형사라기 보다는 밴드의 리드싱어가 더 어울릴거 같은 해리에게는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알콜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매권 해리는 상처받고, 물어 뜯기고, 상실하고, 외롭고 고독해져갔다.

그리고 가장 최근 번역된 팬텀.

나는 간절하게 팬텀에서만은 그가 뭔가 하나라도 얻기를 간절하게 바랬다.


 

스노우맨 사건으로 인해 사랑하는 라켈과 올레그와 헤어진 해리.

얼굴에 훈장을 달고 홍콩에서 사채업자의 빌려준 돈을 받으러 다니던 해리가 다시 오슬로로 돌아오면서 팬텀은 시작한다.

 

해리는 이제 형사도 아니고, 알콜에 쩔어 있지도 않았다.

해리는 왜 떠났던 도시로 되돌아 왔을까?

왜 아무도 그를 인정해주지 않는 상처뿐인 이곳으로 되돌아 왔을까?


 

훌쩍 커버린 올레그는 더이상 해리와 어떤 소통도 하려하지 않는다.

살인 혐의로 감옥에 있는 올레그

해리는 올레그의 무죄를 위해 다시 그만의 감을 발동시킨다.


 

아마도

 

모든 시리즈중에 이 팬텀에서 해리는 가장 망가지고, 가장 상처입고, 가장 불행해진거 같다.

해리의 믿음을 따라 가던 내가 한숨 돌리던 차에 그 믿음이 추락하는 느낌을 받으며 책을 집어 던지고 싶어졌다.

해리의 우울이 고스란히 내게 와 닿는 느낌.

해리의 고통이 그대로 가슴을 쥐어짜고

해리의 실망이 확 와 닿으면서도 그래도 믿고 싶고, 그래도 손을 뻗고 싶은 마음에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올레그와 구스토.

둘다 아버지와의 교감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몰랐던 소년들.

아버지의 부재는 소년들을 남자로 성장시키지 못했다.

그저 그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조금도 옳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마약으로 물든 도시는 범죄자들 보다 더한 범죄자들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은 도시의 새로운 발전을 기약하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였다. 이곳은 오슬로에서 마약 주사를 놓는 곳, 약쟁이들의 소굴이었다. 이 도시의 버림받은 아이들이 몸을 다 숨겨주지도 못하는 막사 뒤에서 제 몸에 주사를 놓고 약에 취해 날뛰던 곳이었다. 그 아이들과 멋모르고 선의를 베푸는 그들의 사회민주주의자 부모들을 가르는 엉성한 칸막이. 장족의 발전이야. 아이들은 더 아름다워진 경관에 둘러싸여 지옥행 여행길에 올랐다.

 남자가 마지막으로 이곳에 선 지 3년이 흘렀다. 모든 게 새로웠다. 모든 게 그대로였다. ] 26p



사람사는 곳은 선진국이던 후진국이던 똑같다.

똑같은 범죄들이 있고, 똑같은 인간군상들이 있고, 똑같은 해결책들이 있다.

더 높은 곳에 포진해 있는 범죄자들의 우두머리들을 해리가 파헤치는 그날이 올까?

 

죽어가는 구스토의 나레이션이 중간중간 현실에서 과거를 이어주는 끈이되어 해리가 없던 시간속의 올레그를 보여준다.

 

해리가 올레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사건을 파들어 갈 수록 올레그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이 아마도 이 팬텀에서 해리를 구원하는 계기가 될거라 믿었다.

더불어 라켈과의 싱그러운 미래를 생각하며 고생끝. 행복시작이라는 설레발을 쳤었다.


모든 작품이 그랬지만.

팬텀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미칠듯한 궁금증만 남기로 끝나버렸다.


그리고 오히려

믿음에 대한 실망

사람에 대한 실망

정의에 대한 실망

사랑에 대한 실망

이것들만 가득 남기고 끝났다.


앞으로 더 나이는 들었지만 더이상 받을 상처는 없을거 같은 해리... 그만 남았다.

11권의 해리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 나는 아직 팬텀 이후 두 번 더 해리를 만날 기회가 있다.

그 두번의 기회에서는 더이상 망가지지 않은 해리를 보고 싶다는 바램을 가질 밖에...


 

시리즈의 정점이라는 말 답게 제기랄스러운 마무리로 끝맺은 팬텀.

잔상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서 가슴만 묵직해졌다.

이렇게 주인공에게 매료되기는 해리가 처음이다.

해리는 그냥 책으로만 남았으면 좋겠다.

 

괜하게 영화로 만들어져서 내가 가지고 있는 해리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는건 싫으니까!




... 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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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00만부 돌파 기념 양장 특별판)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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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내가 나에게 한 생일 선물.

가끔 먼거리를 가게되면 가방에 넣어서 다닌다.

그냥 이 책이 손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가 되기 때문에.


짧은 글들이 다정하게 마음 언저리를 다독인다.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감정선을 움직이는 이야기.

그건 작가의 시선이 그만큼 다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저렇게 세상을 바라보던 시간속에 살았었는데..

나도 이렇게 끄적거렸더랬는데..

 

멈춰버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때문에 이 책의 온도는 미지근하다.



 

세상을 보는 다정함이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다독인다는걸 새삼 느낀 책.

문득 아무에게나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다.

가끔 내가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가지고 싶을 때 선택하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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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이었던 소녀 스토리콜렉터 41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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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산산이 부서진 남자 이후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건으로 조는 줄리안과 별거중이다.

그의 큰딸 찰리는 상처를 극복해가는 사춘기 소녀로 성장했다.

 

조 올로클린.

그는 파킨스씨와의 동거에 익숙해지는 중이고, 줄리안과의 틈을 메워보려 노력중이다.

그런 찰라에 찰리의 친구 시에나가 피범벅이 된채로 집앞에 나타나고 줄리안의 연락을 받고 달려간 조는

강가에서 시에나를 구출해서 데려오지만 시에나는 이미 친아버지를 죽인 범인으로 용의자가 되어있었다.

자신의 집에서 가끔 자고 다니던 시에나.

찰리의 둘도 없는 친구.

10대 소녀지만 묘하게 어른티가 났었던 시에나.

그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내것이었던 소녀.

이 이야기에서 로보텀은 많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묶어 놓았다.

세가지 다른 사건이 묘하게 맞물리면서 가장 잔혹한 범죄는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부터 저질러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할 뿐이다.

 

어리고 상처받은 영혼을 밝은 길로 안내해줘야 하는 길잡이가 그들을 어떻게 길들이고 조정하고 내치는지

정말 상상하기 싫은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느낌이 마음을 졸이게 한다.

 

 

[나는 당신과 함께 살 만큼 강하지 못해, 조. 나는 당신 없이 겨우 살 수 있을 만큼만 강해.] - 207p

 

줄리안의 이 말은 조와 줄리안의 관계를 정의한 말이다.

아주 섬뜩한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 남편을 보는 마음.

그의 병이 그를 좀먹어가는걸 보는 마음.

그가 사건에 개입할때마다 가족들에 닥치는 불행을 이겨내려는 마음.

줄리안은 그와 이혼하지 않은채 그를 살짝 떨어뜨려 놓는걸로 그들의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쪽을 택한것이다.

 

 

인종차별과 아동성폭력과 가정폭력을 한가지 사건에서 유추해서 풀어나가는 올로클린 교수의 대활약.

물론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전직 형사빈센트 루이츠와 로니 크레이 경감을 빼놓을 순 없다.

올로클린과는 악연이 인연으로 이어진 루이츠는 매 사건마다 조의 손발이 되어 결정적인 증거들을 수집해준다.

그리고 로니 크레이 경감은 남자 바지와 구두를 신고 무뚝뚝하고 신뢰감 없이 그를 대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조를 믿어준다. 이 두사람의 도움이 올로클린의 힘이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잡아내어 단서를 찾아가는 올로클린의 활약은 다른 범죄소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그건 아마도 이 이야기에서 다뤄지는 일들이 범죄중심이 아니라 조의 이야기에 사건들이 결부되는 형태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소설이지만

어쩜 현실에서는 더 끔찍하고 더 잔인하고 더 상처받은 사실인 이야기들인거 같아서 보는내내 가슴이 서늘했다.

이 조 올로클린 시리즈는 이야기가 거듭될 수록 내용이 더욱 탄탄해져 가는거 같고

주인공이 더 멋져지는거 같고

더욱더 험악한 범죄가 그를 따라다니는거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와 줄리안은 다시 합칠 수 있을까?

조에게 다음엔 어떤 사건이 따라 올까?

평범한듯 평범함을 넘어서는 올로클린의 다음 활약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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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이 부서진 남자 스토리콜렉터 36
마이클 로보텀 지음, 김지현 옮김 / 북로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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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보텀.

범죄소설을 읽기 시작해서 이렇게 몰입되는 작가를 만나는건 흥분되는 일이다.

게다가 그의 소설의 주인공은 그닥 유명하지 않은 임상 심리학자이고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주인공으로서의 강력함이나 빼어난 매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점점 빠지게 되는 이유가 뭘까?

 

조 올로클린.

대학에서 첫 강의를 시작하는날 하루종일 쏟아지는 빗방울이 앞으로 험난할거 같은 그의 시작을 알리는 장치라는걸 시리즈를 읽다보면 알게된다.

런던을 떠나 한적한 시골로 이사온 조와 그의 가족.

아내 줄리안. 두 딸. 찰리와 엠마.

그가 용의자로 지목됐던 사건이후 그들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조용한 시골마을로 이사를 온다.

그곳에서 그들은 모든걸 새로 시작하려했다.

 

강의 첫날.

그가 얼떨결에 떠맡게된 사건을 도리질하며 끝내 사양했다면 그들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을까?

 

산산이 부서진 남자.

조의 시선과 범인의 시선이 오고가며 그들의 심리를 그려간다.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나라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금지된것들을 섭렵하며 서서히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범인은 그의 모든것이었던 딸과 아내를 잃는다.

그들의 죽음이 그를 복수의 화신으로 만들어간다.

 

첫번째 사건이후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한 경찰

두번째 사건이 일어나고 두 사건의 단서를 찾아가는 조의 활약이 왠지 위태스럽다.

 

범죄를 끌어들이는 타입이랄까.

조의 호기심은 결국 그의 가족들이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악몽이 된다.

 

산산이 부서진 남자가 범인인지 올로클린인지 알 수가 없다.

마음이 망가진 사람

몸이 망가져가는 사람

서서히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사람

 

단순한 범죄소설로 생각했는데 읽고 나면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이 병들지 않았음에 감사하게 된다.

 

범인도 올로클린도 자신의 직업에 충실해서 생긴 직업병처럼 느껴진다.

나는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올로클린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거에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다.

아마도 해피엔딩은 아닐거 같다.

 

모처럼

특별한 주인공을 알게되어 기쁘다.

그를 응원할 수 있어서 더더욱 즐겁다.

고난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너무 고달프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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