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나무에 앵두가 열리듯
리얼 지음, 김순진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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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나무엔 앵두가 열리 수 없다.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은 사실이 될 수 없는 일이 사실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쿵판화는 관좡 마을의 촌장이다.
그것도 여성 촌장.
곧 있으면 촌장 선거가 시작되고, 판화는 연임이 될 것을 의심치 않고 있다.
그녀가 촌장직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가족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외자유치에 성공하면 재임은 따 놓은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쉐어가 초과 임신을 한 사실이 발견되면서 그녀의 입지가 불안해진다.
덩달아 판화가 그 사실을 알아채자 쉐어는 도망가 버리고 판화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녀를 찾기 위해 애쓴다.

표면적으로 별문제 없어 보이는 관좡 마을
판화를 중심으로 마을은 잘 꾸려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디에나 곪아 터지는 곳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어디에나 권력에 대한 노림수 역시 있게 마련이다.
쉐어의 문제와 미국에서 오는 외국인 시찰을 따내기만 하면 재임이 무난하리라는 판화는 예상은 초반부터 삐거덕 거린다.

산아제한.
우리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가 낯설지 않다.
쉐어는 이미 두 딸의 엄마이지만 아들을 낳기 바라는 남편 때문에 아이를 임신한다.
아들 선호 사상은 산아제한이 있는 중국에서 극심하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조직적으로 나라에서 관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책에는 중국정부가 각 가정에 아이를 둘만 허용하고, 그 이상이 되지 않게 남자에게 정관수술을 하거나 여자에게 루프를 끼게 한다는 사실이 나와 있다.
그리고 가임기 여성은 따로 관리를 한다는 것도.
그럼에도 쉐어는 임신한 사실을 용케 숨겼다.
누군가의 비리가 연루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젊은 사람이 정말 패기가 있어. 판화는 샤오홍이 일하는 요령이 있고 세세한 것까지 세밀하게 구분해서 '구체적인 문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줄 안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거대하게 말하자면 그런 게 바로 마르크스주의의 정수라고 추켜세웠다.

판화는 선거가 끝나면 샤오홍에게 가족계획 업무를 맡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샤오홍에게 먼저 일부를 맡겨 위신을 세워주고, 몇 년이 지난 뒤에 전면적인 업무를 맡겨야겠다. 난 두 번만 더하고 그만두자. 그리고 그때 반드시 자리를 멍샤오홍에게 넘겨줄 방법을 생각해야겠어. 멍샤오홍은 내 그림자야. 우리 둘은 어쨌든 똑같잖아. 내가 하는 거나 샤오홍이 하는 거나 같은 것 아닌가?

판화의 비서처럼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예상치 못한 대처로 일이 술술 풀리게 하는 재주가 있는 샤오홍

판화는 선거가 끝나면 샤오홍에게 가족계획 업무를 맡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샤오홍에게 먼저 일부를 맡겨 위신을 세워주고, 몇 년이 지난 뒤에 전면적인 업무를 맡겨야겠다. 난 두 번만 더하고 그만두자. 그리고 그때 반드시 자리를 멍샤오홍에게 넘겨줄 방법을 생각해야겠어. 멍샤오홍은 내 그림자야. 우리 둘은 어쨌든 똑같잖아. 내가 하는 거나 샤오홍이 하는 거나 같은 것 아닌가?

믿고 있던 샤오홍이 호랑이 새끼였다는 걸 판화는 뒤늦게야 알게 된다.
그녀의 그늘 밑에서 그녀를 추켜세우며 그녀가 지시를 내리기 전에 미리미리 알아서 처신하던 믿음직한 샤오홍
판화가 자신의 후임으로 생각했던 샤오홍은 판화에게 어떻게 뒤통수를 치게 될까?

공산주의 중국이란 나라가 자유 무역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중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석류나무에 앵두가 열리듯은 그 시기의 중국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로 과도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보여준다.
미국인을 하찮게 여기면서도 그들의 투자를 받기 원하고
가족계획을 지켜야 하지만 아들에 대한 욕심은 버릴 수 없는 사람들
그 틈에서 나랏일과 마을 일을 잘 관장해야 하는 촌장 판화의 술수
그리고 그녀로 인해 알게 모르게 배신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복수를 그리고 있다.

중국문학에 대해서는 삼국지와 무협지 정도만 알고 있던 내게 이 현대 소설은 색다름을 준다.
공산국가이지만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중국의 현대사는 우리의 5~60년대를 닮아 있는 거 같다.
이 책은 작가의 이름처럼 리얼하지만 리얼하지 않다.
뭔가 에둘러 표현한 것들이 그래서 사실처럼 명확해지면서 느껴지는 충격이 크다.
산아제한을 위한 정부의 방침이 그렇다.
단순한 표어와 홍보로 끝나지 않는다.
판화가 쉐어를 찾으려 하는 이유는 낙태를 위해서다.
판화가 낙태를 생각했을 때 샤오홍은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판화가 구시대적인 마지막 인물이라면 샤오홍은 신세대의 첫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어떤 문제든
그 해결법엔 다양함이 존재한다.
판화는 오직 공적인 해결법만을 생각했고
샤오홍은 공과 사를 적절히 분배해서 해결법을 제시했다.
과도기에 들어서면 과도기적 발상을 하게 되는 법이다.
샤오홍은 그래서 살아남았다.

뭔가 매끄럽게 이어지는 문체가 아니어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다름에 대해서 공부한 느낌이 든다.
같은 줄기인 줄 알았는데 확연히 다른 그 무엇.
독일 메르켈 총리가 원자바오 총리에게 독일어판 석류나무에 앵두가 열리듯을 선물한 뜻이 짐작된다.

겉으로 그들은 자유시장경제를 내세우지만
그 속은 늘 통제되고 있는 공산국가라는 점
우리가 중국을 상대하면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석류나무에도 앵두가 열리게 만드는 그들의 솜씨도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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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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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국제 도서전에서 문학동네 샘플북을 읽고서 출간을 기다렸던 책이다.
더 걸 비포.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
완벽한 그 집은 입주 조건이 까다롭다
집주인이 직접 설계하고 지은 그 집엔 금지 조항만 이백 가지가 넘는다
그럼에도 그 집은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과거의 에마
현재의 제인
두 여자에게 벌어지는 일과
배경인 집 자체의 매력이 어우러져 궁금증을 자아낸다

언뜻  아멜리 노통브 의 푸른 수염이 생각나기도 한다.

두 여자의 접점은 어디일까?
집주인의 정체는 뭘까?
그 집은 무엇을 위해 지어진 걸까?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
최첨단 시설이 가미된 미니멀리즘의 선두주자.
서류 심사를 거쳐 최종 면접에 합격해야만 이 집에서 살 수 있다.
200가지가 넘는 조항들을 지키며 한 달에 한 번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은 기능을 멈춘다.

건축가이자 집주인 에드워드 멍크퍼드.
세입자를 꼼꼼히 고르고, 면접까지 본다.
그의 눈에 든 세입자들은 입주를 하고 얼마 후 그와 데이트를 하게 된다.
그는 그녀들을 같은 곳에 데려가고, 같은 선물을 하고, 같은 대사를 날린다.
비슷비슷한 외모의 그녀들은 죽은 그의 부인 엘리자베스와 닮았다.

과거의 에마
현재의 제인
두 여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번갈아 이어진다.
에마와 제인 에드워드의 관계의 구심점은 바로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이다.
이 모든 관계와 의심과, 사건이 이 집에서 이루어진다.

그저 평범한 스릴러 일 거라 생각했던 이야기는 중간을 넘어가면서 반전을 만난다.
뒤통수를 한방 제대로 맞았다.
"이건 뭐지? 말도 안 돼!"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또 한 번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것 역시나 강하게 뒤통수를 후려친다.
"헉!" 소리가 절로 난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소름이 나도 모르게 쫘~악 끼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했던가?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결코 끝이 없는 네버엔딩스토리라는 것을!

당신이 무엇을 예상하며 읽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예상은 항상 빗나간다.
그리고 알게 된다.
그 집은 항상 그곳에 그렇게 있을 거라는걸.

2018년 최고의 스릴러를 뽑으라고 하면 나는 단연 더 걸 비포를 뽑을 것이다.
이야기의 구성도 색다르고, 등장인물들의 변화도 감각적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 이 집이 궁금하다.
다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에마와 제인 에드워드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라고 말하고 싶다.
말 한마디 없이, 배경으로만 존재함에도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는 스며들듯이 존재하는 이
그가 바로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 이다.

이 무더운 더위 속에서 휴가 대신 북캉스를 고려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새로운 느낌의 이야기
주인공이 주인공이 아닌 이야기
반전에 반전을 가지고 결코 끝나지 않는 이야기.

더 걸 비포 이자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

론 하워드 감독이 영화화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나는 원 폴게이트 스트리트가 어떻게 형상화될지 그것이 제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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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책세상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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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톰 행크스가 소설을 썼다!!!



매번 영화 속에서 감동과 따뜻함, 유머와 여운을 남겨주었던 말이 필요 없는 배우 톰 행크스

그의 책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가 연기뿐 아니라 시나리오도 쓰고 영화제작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타자기를 사랑하는 배우이자 작가.
그는 1978년부터 타자기를 수집했다.  현재 100대의 타자기를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단편집의 마지막엔 늘 타자기의 사진이 곁들여 있다.

 

 

 

 

이 사진들 때문에 이 이야기는 이 타자기로 친 글입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 같다.


책속에 담긴 많은 사람들의 서평이 이 책의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고 있다.
17편의 이야기는 다양한 형식으로 쓰여 있다.
소설처럼, 에세이처럼, 신문기사처럼, 시나리오처럼
다양한 장르를 오고 가며 쓰여진 각각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곳곳에 톰 행크스의 모습이 담겨있다.
내가 영화 속에서 보아왔던 그의 표정이나, 말투, 행동 등이 이야기 속 인물들에 겹쳐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왠지 언젠가 보았던 영화 속의 한 장면 같다.
그의 연기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그가 내레이션을 하는 것처럼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책 읽는 내내 톰 행크스가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게 이 책의 묘미다.



배우이자 감독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가 감독한 영화들은 연기와 연출이 완벽한 짝을 이루어 군더더기 없는 감동을 주었다.
그의 영화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그가 연기를 직접 했었기 때문에 실제 하는 연기와 상상 속의 연기의 차이를 알 수 있었고, 그래서 그의 연출이 깔끔하면서도 진한 감동을 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배우이자 작가인 톰 행크스
그의 이야기는 배우로서 현장에서 행해지는 모든 것의 내레이션 같은 느낌이다.
모든 미국인의 삶이 여기에 담겨 있다.라는 멀리사 캐출리스의 말처럼
가장 미국적인 삶과 유머, 감동, 생각, 행동 등이 담겨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는 그는
배우로서의 이미지에 편승해서 끄적이는 글쓰기가 아닌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야기를 제대로 써 내려갔다.

책 읽는 내내
그가 타자기 앞에서 골똘한 표정으로 한 타 한 타 타자기를 치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이 이야기들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의 유머 코드나 감동 코드도 나랑 잘 안 맞는 부분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매일 열심히 글을 쓰고 다듬었을 그의 노력이 이 책에 온전히 담겨 있음을 안다.
그의 상상들이 언젠간 멋진 시나리오로 영화화 될지도 모르겠다.
몇몇 이야기에서 그 조짐이 보인다.

아직도 타자기로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신선해 보인다.
그리고 이토록 다양한 타자기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가 소장하고 있는 타자기를 구경하고 싶어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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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나케아의 어떤 밤 - 밤의 시작과 끝, 우주 속 나와 세상에 대한 사유
트린 주안 투안 지음, 이재형 옮김, 이영웅 감수 / 파우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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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정말 이쁘다.
마치 우주를 책에 담은 느낌이랄까.
표지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안의 내용도 꽉 차 있다.
판형도 커서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별과 우주에 관한 얘기일 거라 생각하고 어려운 얘기로만 이루어진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책을 받자 표지에서부터 정성을 많이 들인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펼쳐보는데 사진과 그림들이 화보처럼 펼쳐진다
이 그림들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궁금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쉽게 이야기해줄 거 같아서 좋다

[밤의 시작과 끝. 우주 속 나와 세상에 대한 사유]

표지에 쓰인 글처럼 이 책은
밤과 우주 속에서 느낀 작가의 단상을 적은 글이다.
트린 주안 투안
천체 학자라기 보다는 에세이스트 같다.
우주에 대해, 별에 대해, 하늘에 대해 전문적인 이야기를 에세이처럼 가볍게 풀어 놓아
마치 밤하늘의 별을 보며 누워 있는데 별에 대해 빠삭한 친구가 같이 누워서
저 별은 이렇고
이 별은 저렇고
그 별은 그래
라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 거 같다.

마우나케아나

나는 지금 태평양 한가운데의 하와이 섬에 와 있다.
이곳은 하늘을 관측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인 마우나케아산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5천 년 전쯤 마지막으로 폭발한 이 휴화산의 해발 4,207미터에서 보는 하늘은 정말 맑고 깨끗하다. 이 높이에서의 공기는 건조하고 안정적이며, 인공광을 비롯한 도시 공해로부터 오염될 일이 없다.  

 

 

 

 

 

 

 

펼쳐보는데 사진과 그림들이 화보처럼 펼쳐진다.
그림들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궁금하고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쉽게 이야기해줄 거 같아서 좋다.

집에 이런 책 한 권은 있어야 할 거 같은 느낌이다.
아이들이 있다면 더더욱

폭염으로 시달리는 잠 못 이루는 친구들에게 시원한 밤을 선물하는 센스를 발휘해도 좋을 거 같다.
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전문가의 적절한 해석과 밤에 대한 단상으로 전해 들으며 무수하게 많은 별들로 이루어진 우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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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9 - 용들의 연합 판타 빌리지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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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시절에 공군이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이야기다.
나폴레옹이 침략의 야욕을 불태우던 시절에 공군이 있었다니!
게다가 그 공군들은 용을 타고 전장을 누볐다~
용과 인간의 만남은 여러 이야기에서 다루고 있지만 테메레르는 여타의 이야기에서 보이는 용의 이야기와는 달랐다.
그 시리즈의 마지막이 드디어 나왔다!

테메레르
이름에서 알 수 없는 친근감과 함께 묵직한 느낌이 든다

영국 해군 얼리전스호의 함장 로렌스는 프랑스 함선을 격퇴시키고 용알을 획득한다
그 용알에서 태어난 용이 테메레르이다
청국의 셀레스티얼 품종으로 귀한 몸인 테메레르는 로렌스를 선택하고 그로써 해군 함장에서 용 비행사가 된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총 9권에 담겨 펼쳐진다.

용을 타고 활약하는 공군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실제 역사 속에 교묘히 스며든 이야기는 마치 실존하는 이야기처럼 생생하다.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나폴레옹과 마지막 전투를 벌인다.
그리고 인간들이 인간보다 우수한 두뇌의 용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버리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용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테메레르
명예와 신념을 우선시하는 로렌스
용과 인간의 캐미가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진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테메레르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던 건
인간과 다른 생물과의 공존의 방법이다.

용들의 힘과 지혜는 인간을 능가하지만
어떤 인간들은 그들을 짐승으로 밖에 대하지 않는다.
필요하면 이용하고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내친다.
그들을 길들여 이용할 생각만 하는 인간들은 결국 그들을 적으로 만들고 그에 합당한 결과를 얻는다.
반면 그들과 공존을 꾀한 인간들은 문명을 이루고 평화를 누린다.

나폴레옹은 그 두 가지를 다 사용할 줄 알았다.

하지만 진정성이 없는 약속은 결국 패망의 지름길이 된다.

실제로 용이 존재한다면
그 용이 인간보다 월등한 힘과 지혜를 가졌다면
우리는 그들과 어떤 공존을 해야 할까?


시리즈의 뒤끝은 우직함이다.
답답할 정도로 정도를 지키는 주인공들이지만
그래서 그들이 더 기억에 남을 거 같다.
지금 세상은 그러한 우직함이 더 많이 필요하니까.
시리즈가  끝난 기념으로 테메레르를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점을 짚어 본다.




용에 의해 선택받는 비행사 

공군은 용의 선택에 의해서 비행사가 정해진다. 인간이 용을 선택해 길들이는 게 아니다!
육군과 해군은 귀족 출신의 자제들이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장교로 진급하지만 공군비행사는 순전히 용의 선택으로 이루어지기에 출신에 상관이 없다.
용은 자신과 가장 잘 맞는 인간을 선택할 수 있고, 선택을 받은 자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용의 비행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공군은 비교적 자유롭지만 그만큼 대접을 받지 못한다.
테메레르의 선택을 받은 로렌스는 해군 함장이었지만 공군에 편입되어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엔 여성 비행사도 있었다.
나폴레옹 시절의 여군이라니!
이런 상상력이 테메레르를 다른 이야기와 차별화 시키는 점이다.


명예와 신념

용들은 인간보다 우수한 두뇌와 함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을 다스리려 하지 않는다.
그런 용들을 짐승 다루듯 다루는 인간들의 포악함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나폴레옹과의 전쟁에서 고전을 겪을 때 영국이 프랑스 용들에게 전염병을 퍼뜨려서 몰살시키려는 계획을 반대한다.
치료약을 가지고 나폴레옹에게 전달한 일로 테메레르와 로렌스는 반역자로 몰려 재산을 몰수 당하고 유배를 당한다.
로렌스와 테메레르는 자신들의 안위보다는 대의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명예를 지키려 노력하고, 신의를 지키려 노력한다.
그것이 조국에 반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옳지 않은 일에는 과감하게 반기도 들 줄 안다.
보물과 재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본능을 지닌 용
테메레르 역시 그렇지만 로렌스와 긴 여정을 함에 있어서 테메레르는 물욕보다는 모두를 위한 일에 더 마음을 쓰게 된다.
테메레르와 대조적으로 자신의 이익은 무엇 하나 놓치지 않는 이스키에르카는 잘난체하고, 뽐내는 용이지만 우직한 테메레르한테는 그런 이스키에르카의 계산적인 행동이 가끔은 보완 작용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둘 사이에 태어난 용 닝은 두 사람의 장점을 고루 갖춘 매우 실리적이고 현명한 용이 된다.
이기는 것에만 눈이 멀어 자신들을 위해 싸우는 용들을 필요에 따라서 모으기도 하고, 해체하기도 하는 인간의 술수를 볼 때마다 분노하게 되는데 그건 시답잖은 이유로 번번이 명예와 신념을 가진 이들이 희생을 치러야 함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 어렵게 복직해서 러시아에서 싸우게 된 로렌스와 테메레르에게 영국은 지위를 돌려주지만 로렌스 휘하에 새로 부임한 장교들은 로렌스를 적대시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로렌스가 말 한마디 못하는 것도 그로 인해 꼬투리를 잡아서 로렌스를 파면시키려는 윗자리들의 술수임을 그가 알기 때문이었다.
오랜 세월 세파에 시달려서 그런지 로렌스에게도 꼼수가 생겼다.
로렌스가 그를 지지하지 않는 부하들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양과 동양의 차이

테메레르에서 용과 공존하고, 용과의 조화를 이룸으로써 더 많은 풍요로움을 누리는 곳은 청국과 일본 그리고 잉카제국이다.
서로의 존중을 통해 서로가 가진 것들을 나누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이룬 나라들은 풍요로움을 누린다.
반면 유럽의 용들은 전투용으로서의 자질만 강요될 뿐이다.
용들을 길들이기 위해 족쇄를 묶어 놓고, 그들이 하는 말엔 귀 기울이지 않고, 그저 인간의 명령에 따르게만 하는 유럽 국가들에게 용은 하나의 도구일 뿐 그들과 공존하는 생물이 아닌 것이다.
일부러 그런 설정을 했는지 몰라도 테메레르 역시 청국 황실의 용으로 청국과 프랑스의 우의를 다지기 위한 청나라의 선물이었다.

독립적인 여성상

제인은 영국 공군의 비행사다.
그녀의 딸 에밀리도 테메레르의 승무원으로 복무한다.
그리고 제인과 로렌스의 관계 역시 쿨하다.
이야기 속 시대의 여성들에 비해  여자 공군들은 훨씬 많은 자유를 누리며 남성들과 동등하게 지위를 누린다.
물론 그만큼의 실력이 따라야 하지만.
남자에 메이지 않고, 결혼에 메이지 않고, 관습에 메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피터 잭슨 감독이 영화의 판권을 가졌다던데
언제쯤 영화로 테메레를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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