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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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순진하다니, 대체 어느 시절 이야기일까요.

 

 

책을 읽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나는 중간중간 손을 놓았다.
숨을 쉬어야 했고, 감정을 추슬러야 했고, 고백들을 이해해야 했다.

ㅡ 내 소설에서는 나쁜 사람이 마지막에 웃는 경우는 결코 없어요.

작가의 말이다
.
근데 왠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힘들 거 같았다.


저는 두 사람이 생명의 무게와 소중함을 알았으면 합니다. 그것을 안 후에 자신이 저지른 죄의 무게를 깨닫고, 그 죄를 지고 살아가길 원합니다.

 

자식을 잃은 엄마는 죽은 자식만 생각할 수 없었다.
엄마이자 교사이기도 했기에 그녀에겐 사랑하는 딸 마나미 말고도 그녀가 사랑을 주어야 할 자기가 맡은 반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아이는 그 반 아이에게 살해당했다...

저마다의 고백 앞에서 나는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었다.
이 책이 나온 지 10년이 되었다는데 나는 이제야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금 읽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0년 전 이 이야기를 읽었다면 나는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했을 테니까...
조금 더 나이 들고, 조금 더 삶을 살아내고 난 지금은 모두의 상황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벌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죄 앞에서 쉽게 벌을 말하지만
이 고백을 읽고 나면 그 어떤 것도 쉽게 말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결국은 가정에서 발단이 되었다는 사실이 잔인하게 각인되어 온다.

사춘기 아이들의 감정선에서 애정과 관심과 칭찬은 가장 중요한 자양분이다.
어른들이 아무리 감추려 해도 아이들은 본능으로 어른들의 생각을 잡아낸다.
거짓인지 진심인지...
그저 자신을 이해해 줄 그런 어른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미즈호도, 슈야도, 나오키도


'존속 살인'이라는 사건이 다른 사건에 비해 다소 흥미를 유발하기 쉬운 이유는 다른 가정의 일그러진 모습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일그러진 애정, 일그러진 교양, 일그러진 교육, 그리고 일그러진 신뢰 관계. 사건 당초에는 '설마 이 가정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일그러진 요소가 나오고, 사건은 필연적으로 일어났다는 결론을 내린다.

모든 게 일그러졌다.
그 일그러짐 가운데서 작은 균열이 일어났고, 그 균열이 점점 퍼져나가서 결국은 깨져버리고 말았다.
장난처럼, 순간의 미숙함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는 그 어린 감정들이 만들어 낸 건 죽음이었다.

읽고 나서도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내가 좋아하는 스릴러 장르를 읽었을 때처럼 반전 앞에서 통쾌하지도 개운하지도 않았다.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었다.
모두 범인이었고
모두 희생자였다...

10년 전보다는
지금 더 많은 부분이 책과 닮아 있는 거 같다.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학교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지
아이들이 생각하는 죄와 벌은 무엇인지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하는 도덕적 기준의 잣대를 아이들은 배우지 못하고 있다.
어른들은 부모든, 선생님이든, 주위 어른들이든 모두가 성적에 대한 이야기 아니면 성공에 대한 이야기뿐이니까.
아이들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어째서 어른이 되면서 잊어가는 걸까?
우리도 그런 때가 있었는데
그런 시절에 우리가 바라보던 어른들의 모습이 지금 나에게도 있을 거 같아서 부끄러웠다.

가슴에 묵직한 물음표가 찍혀버렸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값"을 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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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여가 2
명효계 지음, 손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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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과 2권을 단숨에 읽었다
판타지 무협로맨스 소설답다
잠시 딴 세상에 있다 온 느낌이 든다

무협지 특유의 현란한 묘사로 아직까지 정신이 아득하다

열여가가 정말 사랑한 남자는 누구일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도 자꾸 되짚어보게 되는 미스터리

그래서
당신... 누구야?

작가가 정말 리얼하게 독자를 괴롭힌다
끝까지 미끼를 풀어 놓고 사라지네.. .
읽고도 믿어지지 않는 이 기분
읽어 본 사람들만 알게 되는 이 당황스러움은 온전한 독자의 몫


난 널 죽일거야. 그 목소리는 마치 여가의 몸속에서 배어나오는듯 비정한 느낌을 풍겼다. 자신의 목소리에 여가 자신도 깜짝 놀랐다. 자신의 입에서 이토록 냉정한 말이 튀어나오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전풍은 피식 웃는가 싶더니 잠시 후 자리를 떴다. 황량한 연못만이 남았다. 먼지가 묻지 않은 깨끗한 신발이 묻힌 곳이다. 흰 밑창위로 푸른색 천을 대어 베실로 튼튼하게 겸바느질한 신발.


사랑이 뭐라고
뒤돌아 보지 않는 사람에겐 어째서 더 목매는 걸까
갖지 못하면 망가트려야 하는 암야라도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게 뭔지 알아? 평생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는 걸까? 아니, 모든 걸 가져서 행복을 맛본 사람이 그 모든 걸 잃는 거야."

출생의 비밀에 속은 전풍도

"산장을 떠나지마 마 .... 바깥세상은 위험해...."
전풍의 두 눈에는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깊은 고통이 담겨 있었다. 전풍은 알고 있었다. 여가가 열화사장을 떠나는 순간 그와 여가는 적대적인 관계에서 다시는 헤어날 수 없으며, 겉으로나마 평온하게 지내온 이 생활도 깨질 수밖에 없으리라.

눈꽃처럼 사라질 운명인 설도

"지난번에 사라졌을 때 다시 혼을 끌어 모아 지금의 꼴을 갖추는데 아마 백 년은 족히 걸렸을 거야. 하지만 무리하게 얼음을 깨고 나오면서 껍데기가 말할 수 없이 약해져버렸어. 만약 다시 '죽어'버리면, 내 혼백은 이제 여기저기 흩어지게 돼."


몸은 장애를 가졌으나 천하를 호령하는 옥자한도

옥자한은 공중에서 영혼을 읽고 추락하는 여가를 받으려 했다. 여가가 차가운 바닥에 떨어지도록 둘 수 없었다. 그때, 그는 몸의 장애가 증오스러웠다. 그는 어째서 온전한 두 다리를 가지지 못한 것인가. 어째서 그녀의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여가를 위해 자신들을 내던지는 순정파들이다

그간 내가 너무 현실적으로 살아버린 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열화여가를 읽는 내내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현실을 벗어나 환상 속에 묻힐 수 있어서

예전에 밤샘하면서 읽었던 영웅문 생각도 나고
수업시간에 몰래몰래 읽었던 할리퀸 생각도 나고
한때 공상소녀였던 나도 생각났다

누군가를 이유 없이 조건 없이 좋아할 수 있었던 순수함이
열화여가를 읽으며 그리워졌다

드라마는 보는 재미
소설은 읽는 재미

매력 있는 캐릭터들인데 시리즈물로 만들어서 좀 더 깊이 있게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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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여가 1
명효계 지음, 손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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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설하면 무협지 정도만 생각나는 편독 습관을 가진 나로서는 이번 기회에 두 권의 중국 소설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한 권은 현대 중국 소설이고 한 권은 무협지와 로맨스를 접목시킨 무협로맨스라고나 할까?
그 책이 바로 열화여가.

이 열화여가는 책뿐 아니라 대만과 중국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져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요즘 우리나라 케이블에서도 열화여가 드라마를 하고 있다.
책을 받아 들고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들의 이미지를 접목시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가.
열화산장 맹주의 외동딸.
열화산장의 수제자 전풍과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면서 연정을 품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차가워진 전풍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게 되고
남자의 마음을 얻는 법을 알기 위해 집을 나서 품화루에 기녀들의 시녀로 취직을 한다.
과연 여가는 전풍의 마음을 휘어잡을 방법을 배우게 될까?

무협로맨스답게 여러 신공을 가진 인물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절대 강호 무림을 지배하는 열화산장에 도전하는 무림 세가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그 와중에 여가를 둘러싼 애정관계도도 얼기설기 설켜있어서 간만에 시원함과 달달함을 맛보는 중이다.

절세가인 설
신선이 된 설의 비밀이 절반만 밝혀지고 끝난 1권.
여가가 태어나기 전부터 여가를 기다려온 설은 오직 여가의 사랑만을 갈구하지만
결코 여가의 사랑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저주에 걸려있다.

전풍의 마음이 떠난 것을 알고 마음을 접은 여가는 자신의 몸에 결계가 쳐 있는 느낌을 받지만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어릴 때부터 열화산장에서 같이 자란 귀먹고, 목소리도 잃고, 다리마저 못쓰게 된 옥자한에게 연민을 갖는 여가
그의 정체는 황제의 아들.
옥자한을 살리기 위해 설에게 매달리지만 결코 설을 사랑할 수 없는 여가.

1권은 여가가 집을 나와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의 복잡한 애정도와 열화산장의 독식을 막기 위한 다른 무림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시작되는 단계에서 끝난다.
그리고 여가와 설의 관계에 대한 떡밥을 던져놓고 슬며시  끝나버려서 2권에 대한 궁금증만 증폭시키고 있다.

"꼬마 아가씨. 그러니까 우린 어쩌면 좋을까? 난 당신 사랑만 받을 수 있다면 이 세상에서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 그런데 당신은 도망치려고만 하잖아."
설은 여가가 손을 뿌리치지 못하도록 단단히 힘을 주고 있었다.
"설.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 단지, 당신에 대한 내 감정은 그런 게 아니야. 아마 영원히 그럴 거야."

 

 

설에게 내린 저주는 정말 풀리지 않는 걸까?
여가는 과연 누구와 사랑의 결실을 맺을까?
열화산장은 무림의 절대강호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여가는 사랑과 가문을 잘 지켜낼까?

아직은 떡밥만 잔뜩 뿌려놓은 1권만으로는 이 이야기가 가려는 방향을 종잡을 수 없다.
아마도 더 많은 비밀과, 사연과, 복수가 남아 있을 테니.

여가를 사랑하는 전풍이 갑자기 왜 여가에게 차갑게 구는지
설은 여가와 어떤 인연이 있는지
옥자한은 몸을 회복할 수 있는지
옥자한과 여가에게는 어떤 시련이 닥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무협판타지로맨스.
간만에 단순하게 편하게 잡생각없이 푹~ 빠져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나서 재밌다.
치밀하거나 세세한 묘사가 없고 다소 황당하리만치 허풍스러운 장면들이 있으나
무협소설의 특성상의 묘미이니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드라마와 비교해서 보는 열화여가.
드라마의 등장인물이 조금은 책의 묘사에 못 미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실시간으로 책의 내용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설.
처음엔 그다지 존재감이 덜했는데 1권 끝으로 갈수록 설의 존재가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가 깊은 잠에 빠지지 않고 회생하기를 바랄뿐이다.

사랑의 감정이 대륙의 기질을 받은 것인지
질질 끌지 않고 정리가 되어서 가볍고 신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복잡한 현실 탈피를 위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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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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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탕.탕

열다섯 소녀의 손에 들린 산탄총에서 총알이 튕겨 나간다
덩달아 소녀의 상처도 튕겨 나갔다

탕.탕.탕

베어타운의 새벽을 알리는 소리
하키팀 케빈이 365일 빠지지 않고 하기 퍽을 날리는 소리다
그에게 시합의 명운이 걸려있고
그에게 베어타운의 흥망이 걸려있다

탕.탕.탕

아맛은 아픈 엄마를 돕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하키장으로 향한다
관리인을 도와 아이스링크의 하루를 열 준비를 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젤 먼저 아이스링크를 독차지한다
노력하는 자에겐 늘 기회가 온다
아맛은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다
실력도 인정받고 싶었고
하지만 정직하지 않은 건 싫었다

목격자는 갈등했다
난생처음 받는 인정과 소속감과
멀어져 가는 우정과 올바른 일 사이에서

탕.탕.탕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때가 있다

그런 때는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베어타운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왕년에 잘 나가던 때가

탕.탕.탕

아이스하키단 청소년팀이 전국 대회 우승을 하면 베어타운은 예전의 영광을 다시 누릴 기회를 얻게 된다

모두가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열망을 담아
희망을 담아

탕.탕.탕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은 침묵했다
그보다 더 인간 답지 못한 어른들은 소녀에게 그리고 그녀의 가족에게 책임을 돌렸다
소녀의 아버지는 하키팀 단장이고 엄마는 변호사였다
수많은 사람을 위해 변호를 했지만 딸을 위해서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숲속에서 목놓아 우는 것이었다

탕.탕.탕

잃을게 많은 사람들은 비겁해지기 쉽다
보고도, 알고도 외면할 수 있다
자기의 것을 지켜야 하니까

탕.탕.탕

스러져가는 마을이지만 용기 있고, 옳은 결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다수에 맞서서 정의를 깨우쳐주는 사람들
세상은 그런 사람들 때문에 정화된다

탕.탕.탕

어른들은 갈팡질팡했지만
소녀는 모든 상황이 어찌 돌아갈지 알았다
입다물고 없었던 일로 하면 모두가 편할 거라는 걸
하지만 동생뻘의 여자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고 소녀는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의 침묵이 언젠가 저 아이들을 먹어치울지도 모르니까

탕.탕.탕

총소리였고
하키 소리였으며
정의를 가르는 심판의 소리였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베어타운은 어디에도 있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갈 테니... .



오랫동안 리뷰를 쓸 수 없는 이야기였다
지금도 그렇다
나도 내가 어떤 어른이 될지 알 수 없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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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선택한 남자 스토리콜렉터 6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한이 옮김 / 북로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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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의 남자 시리즈 3탄


죽음을 선택한 남자!!

그는 왜 그녀를 쏘았을까?
그는 왜 자신을 쏘았을까?
그는 왜? 이 모든 일을 FBI 빌딩 앞에서 벌였을까?

목격자이자 수사관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
그의 사진 같은 기억력도 그날의 사건을 수사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무런 징조도 없었고
아무런 단서도 없는 이 사건
데커와 그의 동료들은 어떻게 돌파구를 찾게 될까?

전작의 주인공 마스의 등장이 오래가는 걸 보니 아마도 데커와 함께 아웃사이더 팀을 꾸리는 게 아닐까?
재미슨의 마음을 모르는 건지 모르는척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들이받혔던 일로, 그는 완벽한 기억과 공감각 능력을 지니게 되었지만,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그건 그를 그 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마치 낯선 사람의 인격 같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일들이 그 자신의 인력으로 쌓여갔다.
하지만 이제 그 낯선 사람의 흔적이 데커였다.



난 지금 낯선 사람이야. 나 자신의 육체에 깃든 낯선 사람.




이번 편에선 데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의 설명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
그가 점차 적응해가는 단계임을 보여주는 거 같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건
그 어떤 것도 잊지 못한 다는 말이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인 건 괴롭고, 슬픈고 안 좋은 기억들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살아가는 하나의 방편이다.
하지만 데커에겐 망각이 없다.
모든 기억이 또렷하게 차곡차곡 쌓일 뿐.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상상이상의 고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만 가질 뿐 우리는 알 수 없다.
게다가 그는 가장  끔찍한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해야 하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것이 이 에어머스 데커라는 캐릭터를 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아무 연관성 없는 사람들의 연관성을 찾기 위한 탐문수사가 진행되고 데커는 의문의 공격을 받는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또 벌어지고 데커 일행은 중무장한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해 위험에 빠진다

시리즈 중 제일 수사가 오리무중이고
시리즈 중 제일 위험한 고비를 넘기는 데커와 그의 친구들

사건도 사건이지만 이 시리즈에서 이 이야기엔 앞으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새로운 등장인물 하퍼 브라운이 마스와 엮이고
마스가 재등장하면서 데커의 터전을 마련해준 걸 보면 앞으로 전개될 시리즈의 방향을 위한 포석이 아닌가 싶다

좀처럼 연관성을 찾지 못했던 사건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시대에 고전적 방법으로 자신들의 신분을 숨긴 스파이들의 이야기가 소름 돋게 한다
중반이 지날 때까지 지지부진한 수사와 닿을 듯 닿지 않는 결정적 단서
그래서 도대체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로 갈지 몰라서 애가 탔다.
설마 흐지부지 끝나는 건 아니겠지?
그럼 발다치가 아니지!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더니
냉전시대의 스파이들이 잔존하는 이 시대
그들을 신경 쓰지 못했던 신기술의 허점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계에 그와 맞설 수 있는 게 바로 아날로그의 힘이다.
기계적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오래된 고전적 수법.

돈이면 다 되는 시대에
그래도 애국자는 존재하는 법임을 알게 해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시리즈의 초석을 다져가는 모습을 보여준 죽음을 선택한 남자




명확하지 않은 적이 가장 무서운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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