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 오프라 윈프리, 세기의 지성에게 삶의 길을 묻다
오프라 윈프리 지음, 노혜숙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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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나 나나, 우리는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간다.

당신이 걸어가는 길을 똑같이 걸으면서 당신이 경험하는 것을 똑같이 경험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고통은 다 같다.

 

 

 

오프라 윈프리가 만난 명사들

그들의 지혜를 이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

넓은 판형에

양장본이다.

사진들과 글들이 어우러진 책으로

생각보다 가볍다.

총 10장으로 이루어진 인터뷰집.

다양한 인물들과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 있는 소중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사진도 내게는 의미가 깊다. 대부분 산타바바라에 있는 내 집에서 찍은 것으로 나는 이곳에서 신이 지금 여기에 존재하며 나 자신보다 거대한 모든 것들에 내가 연결되어 있음을 가장 깊이 느낀다.

 

 

 

 

 

 

 

 

9년간 방영되고

에미상 7회 수상에 빛나는 오프라의 최고 토크쇼

슈퍼 소울 선데이를 책으로 엮었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지혜를 알아갈 시간이 알차게 느껴진다.

 

그렇군요, 영성이란 더 중요한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이고, 우리의 마음과 몸보다 더 숭고한 무언가를 추구하는 열망이라는 거군요.

 

 

 

 

 

 

 

이 책은 무엇이다. 라고 정의 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그저 한 장씩 읽어가며 내적인 성숙을 다지는데 필요한 말들이 담겨있다고 말 할 수 있을 뿐.

전 세계 현존하는 현인들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읽음으로써 중심을 잡기 힘든 이 세상에서 "나" 라는 자아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읽힐 수 있다.

그건 아마도 오프라 자신이 수 많은 명사들과의 만남에서, 자기 자신의 성찰에서 알아낸 것들을 서로 나누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미리 앞서가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정신력을 읽으며 내 자신을 추려볼 수 있다.

 

 

나 역시 직접 경험해봐서 잘 알고 있다. 뭔가가 가슴에 깊이 와닿으면 그게 마치 진리를 비추는 등불처럼 느껴진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위대한 영성 지도자들이 내게 가르쳐준 것처럼 이제 당신도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영성은 영성을 알아보고 공명한다.

그것이 궁극적인 '아하'의 순간이다.

 

 

 

영성이란 단어의 뜻을 알고자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했다.

영성은 깨달음의 집합체이니까.

삶, 자연, 세상, 이치등을 깨달아 가다 보면 자연 영성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깨달음엔 나이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얻는 사람도 있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뭐래?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쩜 이 책에 있는 모든 이야기가 사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치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사골국같은 책이다.

오래오래 두고 읽으며,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으며, 자신이 살아낸 인생에서 터득한 경험치 만큼만 알아챌 수 있고, 깊이있게 읽어야 하며, 무언가를 깨닫기 위한 전초전으로 읽어가야 하는 책이다.

무릇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아는 자들이다.

이 책을 한 번 읽고 나면 마치 내가 잘 정제되어진 느낌이 든다.

읽는 동안에도 내 안에 어떤 맑은 기운이 솟아나는 느낌도 든다.

지식을 주입시키는 책이 아니다.

건전한 세상살이를 강요하는 책도 아니다.

그저 세상의 이치와

그저 나 자신의 자아를 깨달아가기 위한 여정에 관한 글이다.

그래서 긴 호흡으로 꾸준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복잡한 마음이 산란할 때 어쩌면 이 책이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다.

고통스러운 일속에서 허우적거릴때 어쩌면 이 책이 다른 생각을 심어 줄 수 있다.

마음의 갈피를 하나씩 잡아 주는 책이기도 하다.

나를 성숙시킬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있어 읽어가면서 내 마음가짐이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눈에 보이지 않고, 스스로 얼만큼 달라졌다고 말 할 수 없고, 남들도 나의 달라진 점을 눈치 채지 못하겠지만

내 자신은 알게 된다.

아주 조금 내가 달라졌다는 것을.

나만 아는 비밀로 나의 달라진 점을 갈고 닦아 간다면 어느날 주위 사람들도 나를 다르게 대할 거 같다.

오프라를 믿는 이유는

그녀 자체가 고통과 슬픔과 분노를 이겨낸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런것들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음에 품고 성공한 사람들에게선 절대 볼 수 없는 것들을 그녀는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오프라를 더 좋아하게 됐다.

끊임없이 자신을 나아가게 하는 힘. 을 지닌 몇 안되는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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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나의 집 모중석 스릴러 클럽 46
정 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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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재미 한국인 정 윤의 첫 장편소설. 안전한 나의 집.

2016년. 굿리스 '올해의 소설'

집이 안전을 보장하지 않으며, 핏줄이 사랑을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소설 ㅡ 뉴욕 타임스


저기, 저 여자분....... 알몸인 것 같은데요.


경과 질리안은 아들 이선과 단란하게 살아가고 싶었으나, 현실은 빛 더미에 올라앉아 가지고 있던 집을 팔아야 할 참이다.

부동산 중개인이 그들의 집을 보러 온 날 숲 쪽에서 알몸인 채로 그들에게 다가오는 여자가 있었다.


 

"아는 분이에요?" 거티가 묻는다.

"경의 어머니인 것 같아요."

여자는 한 손으로 가슴을, 다른 한 손으로는 음부를 가렸다. 경은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이 착시 현상이나 거리와 빛이 빚어낸 오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의 어머니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잔잔할 거 같았던 글은 마치 범죄 스릴러를 능가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릴 때 아버지의 진의 폭력에 맞서지 못했던 어머니 매와 아들 경.

불안에 떨던 아들은 아버지의 폭력이 어머니를 통해 자신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겪으며 어른이 된다.

일찌감치 부모 곁을 떠나 선을 긋고 살았던 경은 부모님과 이웃하게 살면서도 왕래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가 알몸으로 자신에게 오고 있었다.

아버지 짓이라는 사실에 경은 분노로 치를 떤다.

자신이 아버지의 폭력에 맞서 했던 한 마디가 그의 귀에 울린다.


 

 

 

두 번 다시 어머니를 때렸다간 가는 자기 손에 죽을 줄 알라고 아버지 진을 협박했던 게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그의 협박은 꽤 효과적이었다. 진은 매주 한 차례씩 상담 치료를 받았고, 기도 모임과 성경 공부에도 열심히 매달렸다. 지난 십팔년간 그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살아왔다.

 

 

경찰인 장인과 처남이 지역 경찰과 함께 찾아오고, 경은 그들과 함께 부모님의 집으로 간다.

자신의 아버지를 처단하기 위해서.

경의 예상과는 다르게 부모님의 집은 강도가 들어서 처참하게 짓이겨져 있었고, 아버지 진도 그들에게 맞아 부상이 심했다.

경은 그곳에서 어머니 매와 가정부 마리나가 강도들에게 무차별한 폭력과 함께 강간을 당했다는 걸 알게 된다.

가정 내 폭력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로 인해 경은 부모님과 그동안 거리를 두고 살았으나 이 범죄로 인해 갑자기 모두가 한 집에서 모여 살게 되었다.

매는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아가려 한다.

진은 여전히 무뚝뚝하지만 손자 이선에게는 한없는 애정을 드러낸다.

경은 이 모든 상황을 견딜 수 없다.

아버지 진에 대한 감정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들은 극복해내게 될까?

그랬다면 이 소설은 가정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범죄 심리 소설이라는 딱지가 붙은 건 다른 것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부터 긴장감을 갖게 만든 이 이야기를 중간에 덮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잡은 순간 끝장을 보지 않고서는 책을 덮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무엇보다 아내와 아이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것, 지극히 미국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그를 속박하고 있는 지구 반대편에서는 무조건 부모가 우선이다. 아이는 두 번째, 그리고 아내는 맨 마지막. 매와 진은 그를 그렇게 키웠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온 경은 미국식 교육을 받고 자랐으나 가정 내 교육은 그를 완전한 미국인으로 만들지 못했다.

 

경은 한국인과 미국인의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아웃 사이더였다.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았지만 아버지가 된다는 것을 배우지 못한 경은 아이에게조차도 거리를 두려 한다.

어쩌면 자신의 유전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잔인한 폭력이 언젠가 아들 이선에게 내비칠지 모르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경이지만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잘 버티고 있던 참이었다.

그렇게 같이 있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있게 되었다.

팽팽한 긴장감에 읽고 있는 내 신경줄도 덩달아 팽팽해진다. 어디에서 일촉즉발의 사건이 터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아버지를 믿지 못하는 경은 어머니에게 사실을 묻지만 매는 아들에게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늘 그렇듯 그들은 완벽하게 자신들의 가정을 아무 일도 없는 듯이 꾸며놓고 있었다.

경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경멸한다.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아들도 지키지 못한 어머니 매.

하지만 남들 눈에 매는 자상하고, 사려 깊고, 안목 높고, 상냥한 사람이고, 아버지 진은 특허권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부자이며 유명 대학의 정교수이다.

아무도 그들 가정의 그늘을 알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당한 만큼 부모에게 되돌려주고 싶었다. 결코 이런 결과를 원했던 게 아니다. 단지 그들이 자신에게 입힌 상처를 똑똑히 봐주기 바랐을 분이다. 무의미한 연극을 더 이어가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들에게 일어난 불행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손에서 놓기가 힘들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가는 동안.


 

당신은 절대 변하지 않아. 당신도 알지? 누구도 당신을 막지 않아. 당신이 불행하길 바라는 사람도 없고, 나도, 이선도, 당신 부모도. 원한다면 우리 탓을 해도 좋아.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도 깨닫게 될 거야.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었다는 것을. 불행했던 과거에 대한 당신의 집착이 이렇게 만들어버렸다는걸!

 


경은 자신의 어린 시절의 불행을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 망령과 같은 존재였다. 늘 경의 감정을 조금씩 조금씩 갉아먹었다. 행복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그 두려움. 자기 안에 부모님과 같은 모습이 담겨 있을 거 같은 두려움.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불안감.

 

어쩜 경은 아직도 부모의 품을 못 벗어난 어린 어른이 아니었을까?

 

세상에 ,어떡하면 그렇게 미련할 수가 있지? 자네가 백인이든 아시아인이든,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네. 난 자네가 흑인이었다 해도 상관 없었을 걸세. 자네가 내 딸과 사귀는 게 싫었던 이유는 자네의 더러운 성질 때문이었어. 딸 가진 아버지의 눈엔 다 보이거든. 난 자네를 보자마자 아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바로 알았지. 이 세상 그 무엇도 자네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없다는 걸 말일세. 아무리 좋은 아내를 품고 있어도, 예쁜 자식과 좋은 집과 좋은 직장이 있다 해도! 남들은 그런 것들을 누리지 못해 안달인데 자네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


가정 내 폭력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무리 사과를 받아도 절대로 회복될 수 없는 기억을 지니게 만든다.

그것이 경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나는 경을 이해하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의 그늘을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진정 벗어나지 못한 경이었다.

부모를 닮고 싶지 않은 자식은 닮고 싶지 않아서 더 닮아가는 자식이 될 수도 있고,

부모를 닮고 싶지 않아서 더욱더 노력해서 부모보다 훨씬 나은 부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걸 믿는 사람이다.

자신이 어떤 인생을 살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다.

경은 어른이었지만 덜 자란 어른이었다.

경은 벗어나려고 했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

자신의 모든 것은 부모 탓을 하며 살아낸 결과였을 뿐이었다.

불행만이 나의 몫인 것처럼...

진은

1970년대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미국에 왔다.

그가 교수로 재직했던 대학에서 아시아인은 그 한 명뿐이었다.

인종차별과 언어 장벽의 틈바구니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했던 진.

그에게 가정은 휴식처이자 스트레스 해소처였다.

잘못된 것 모두를 아내 탓으로 돌렸다.

진 역시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이었다.

아이가 투정 부리듯 떼쓰듯. 그렇게 매에게 매질을 했던 것이다.

매는

의지했던 남편의 돌발적인 행동에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처음엔.

영어를 모르고, 아들과 낯선 곳에 팽개쳐진 그녀에게 날아온 매질은 자신을 산산이 부셔 놓았을 것이다.

그녀에게도 분풀이가 필요했고, 때마침 아들 경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이 달라진 그 18년의 시간 동안 자신을 갈고닦았다.

자신의 안목을 높이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새로운 인생을 위해 막 첫 발을 내디디려고 마음먹었다.

슬프고.

치열하고.

부끄럽고.

고통스럽고.

잔인했고.

안타까웠다.

이토록 궁금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남겨두고 끝나버리는 이야기라니.

첫 소설의 위력이 이 정도라면 이후의 이야기들은 어떤 내공을 지닐 것인지 심히 궁금한 작가다.

아마도

범죄소설을 쓴다면 제대로 뭔가를 보여줄 것만 같은 그런 작가를 만났다.

이보게, 행복이 뭔지 모르는데 어떻게 행복 할 수 있겠나? 하지만 내 말 믿어. 상황은 언제든 변하기 마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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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사람의 속마음 비채×마스다 미리 컬렉션 2
마스다 미리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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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가 자신의 고향 오사카에 대한 단상을 적은 글이다.

고향인 오사카를 떠나 도쿄에 살면서 느끼는 고향.

오사카 사람은~ 이라는 사람들의 편견이나 선입견들을 대하게 되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담겼다.

이럴 때 오사카 사투리를 구사할 줄 알면 편리하다. 오사카 사투리라는 필터를 거치면 어쩐지 관대하게 봐줄 것 같아서다.

할 수 없지, 오사카 사람이잖아... .

 

 

 

 

 

 

 

 

애바르고, 웃음 코드가 특별하고, 친절하고, 스스럼없는 오사카 사람들.

 

아마도 그곳에서 살았을 땐 느끼지 못했던 지역적 특성을 대도시에 살게 됨으로써 느끼게 되고,

그 대도시 사람들이 오사카 사람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막연하게 아는 바와 부딪혔을 때 느껴지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세간의 기대를 헤아리고 우쭐해져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때때로 손해 보는 한이 있어도 결국 웃음 쪽을 택하는 시원한 일면이 있는 터다.

재미있다, 웃기다, 웃음이 먹힌다, 이게 이토록 중대사인 곳은 일곤 아니 세계 어디를 뒤져도 여기뿐 아닐까.

 

 

다코야키, 한신 타이거즈가 오사카의 명물이란 걸 이 책을 읽고 알았다.

일본어를 몰라서 그 언어유희를 제대로 알 수 없는 게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오사카의 언어적 특성을 설명하는 부분에선 사투리가 익숙한 전라도나 경상도로 설정해서 읽어 보았다.

그래야 이 책의 느낌을 조금이라도 잘 느낄 수 있어서^^ 아마도 지방에서 태어나 대도시로 이사 와 살게 된 사람들 중에 자신의 고향에 대해 느끼는 자부심이나 그리움 또는 도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터무니없는 편견이나 선입견을 대해 본 사람들이라면 마스다 미리와 같은 심정으로 이 책을 읽을지도 모르겠다.

엄마, 여탕, 오사카

이응 삼부작 중 두 권을 읽었다.

소소한 일상을 꾸밈없이 간결하게 풀어낸 글.

이것이 마스다 미리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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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의 방 - 2019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진유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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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는다는 건 시간 감각을 잃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시간과 함께했던 그 모든 사건을 잃는다. 잊는 게 아니라 잃는다. 마치 검은 구멍 속으로 시간이 쑥 빠져서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처럼, 잃는다. 점점 시간에 대한 감각이 둔해지다가, 앞뒤가 없는 시간속을 떠돌게 되고, 그러다 영원히 시간 속의 미아가 되는 것이 치매 환자들이었다.

 

 

 

탈북자 무해에겐 4년 전 위암으로 죽은 남편과 하나뿐인 딸 모래.

그리고 친구 영주가 있다.

탈북자란 신분을 숨기고 살았던 무해에게 어느 날 병이 찾아온다.

초로기 치매라는 이름으로.

 

 

무해의 병은 매일 조금씩 구체적인 얼굴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집요했고, 은밀했으며, 야만스러웠다.

 

 

 

 

알 수 없는 길에 대한 이야기이자.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이야기다.

치매라는 병도

탈북자라는 신분도

아무나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늙음과 죽음을 배운 자만이 인생의 절정을 배울 수 있다.

 

 

 

점점 기억을 읽어갈 무해는 모래를 위해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에 대한 기록.

혜산.

무해의 고향 압록강 어귀에서 바라보던 창바이는 빛의 도시였다.

그곳에서 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냄새는 굶주린 혜산 사람들을 강으로 이끌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는 사람들 속에 무해도 있었다.

대기근으로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가는 혜산의 풍경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져 있다.

가보지 못한 곳.

가볼 수 없는 곳에 대한 묘사가 소름 돋게 한다.

무사히 강을 건넜지만 무해에게 무해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혜산 보다 더 깡촌으로 팔려간 무해는 다리 없는 남편 대신 고달픈 농사일을 떠맡아야 했다.

아들이 아닌 딸을 낳은 무해는 그 아이의 앞날에 자신이 설자리가 없다는 걸 깨닫고 탈출한다.

카스테라의 달콤한 내음을 담고 있는 아이를 남겨두고.

 

늙기도 전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어버린 그녀는 누구나 쉽고 당연하게 노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인들과는 달리, 노인이 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무사히 행운이 지속되어야만 노인이 된다고 생각했다.

 

치매는 무해를 급격히 늙게 만들었다.

기억의 어귀에서 멀건 눈으로 헤메이는 무해를 보며 이제 갓 대학생이 된 모래는 두려워진다.

무해의 방.

이곳엔 우리가 가보지 않은 곳과 갈 수 없는 곳이 존재한다.

환영처럼.

무해를 통해 나는 그 길을 미리 가 보았다.

해맑은 정신으로 온전히 나이 들어간다는 자체를 당연시 여기고 있었는데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해처럼 갑자기. 한순간에. 인지하지도 못한 채로. 그렇게.

2019년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 당선작이다.

가까지만 절대 갈 수 없는 나라의 사람이었던 그녀 무해.

언제든 코밑으로 은밀하게 스며들어 기억을 갉아먹을 수 있는 기생충 같은 치매.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조합이었는데 마치 잘 알고 있는 이야기처럼 써 내려간 글들이 사무치게 절절하다.

무심한듯한 글 속에 담긴 무심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읽고 있을 때 보다 읽고 나서 더욱 마음에 스며든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무해는 이제 살아온 인생과 전혀 다른 인생 계획을 세워야 했다. 상상하지 않았던 삶. 기정사실화된 삶. 순식간에 모든 것이 정해져버렸다.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을 사라졌다. 나를 지킬 수 있을까?

아무것도 지킬 수 없는 삶을 살아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무해는 잊어 가겠지만

모래는 고스란히 기억하게 될 시간들.

 

병은.

남겨진 사람들에게 요란한 파편을 남겨두고 사라진다.

삶을 살면서 가장 잘 준비해야 하는 일이 죽음인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노인이 된다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운 거라는 걸 여지껏 생각해 보지 못했다.

무해와 함께 미리 체험한 것들을 깊이 되새기며 살아야겠다.

결국 삶에 대해 겸손한 마음만이 행복한 죽음을 가져올 테니 말이다.

 

 

여운이 남아서 자꾸 뒤돌아 보는 이별처럼

나는

무해의 방에서 걸어 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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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개념어사전 - 키워드로 읽는 문화.예술의 세계 마리서사 지혜의 숲 1
나카가와 유스케 지음, 이동인 옮김 / 마리서사(마리書舍)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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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말이라도 미술 용어인가 음악 용어인가에 따라 각각 미묘하게 그 용어가 해당되는 시대나 의미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신문에도 나오는 수준의 문화예술 관련 인문학 개념어를 모아 해설해 놓은 것이 이 책입니다.

 

 

키워드로 읽는 문화.예술의 세계. 라는 부재가 있는 예술 개념어 사전.

작가의 설명처럼 문화예술 관련 인문학 개념어를 모아 해설해 놓은 책이다.

사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거나 그쪽 공부를 하지 않는 이상은 그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은 게 사실이다.

뜻도 모르고 누구나 사용하니까 나도 그저 사용하는 용어들이었다.

누구도 일삼아 그 용어들의 개념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지 않았고, 설명을 들었다 해도 관심이 없었던 시절엔 흘려듣고 말았기에 익히 아는 용어인데도 누군가가 그 뜻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무 대답도 못할 용어들이 많다.

 

 

 

 

 

 

이 개념어 사전은 전문가가 깊이 있게 들어가서 설명한 게 아니다.

정말 나처럼 용어는 알아도 그 용어가 무얼 뜻하는지 그 용어의 개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사전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잡지사 편집장이었는데 클래식 저널 편집장으로서 아마도 이런 용어들을 많이 접했을 거라 생각된다.

저자도 어쩜 나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늘 쓰는 말이기는 한데 누가 물어보면 대답할 수 없는 용어들에 대해서 정리된 게 없을까? 하는.

그래서인지 이 책에 담긴 용어들은 복잡한 말없이 담백하게 일반인들이 딱 알아야 할 것들만 적혀있다.

제목 그대로 개념어 사전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책이다.

 

 

제가 가진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전문 분야를 침해하거나 망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미술 업계나 음악 업계, 연극 업계, 영화 업계 그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것에 신경 쓰지 않고 용감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알기는 아는데 제대로 알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었는데 그 답답함을 딱 적당한 수준에서 헤아려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딕이 고트족을 일컫는 말에서 유래되었고, 바로크가 '일그러진 진주'를 뜻하는 포르투갈어가 어원이라니 내가 아는 바로크는 뭔가 있어 보이는 느낌이었는데 알고 보니 불균형과 변칙성, 별난 것을 뜻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다니 의외의 발견이다.

몽타주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몽타주도 있지만(범인의 인상착의를 그린 것이나, 얼굴의 부분 사진을 모아 하나의 얼굴로 만든 사진)

영화에서는 편집과 동의어로 쓰인다고 한다.

어느 분야에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용어라도 다르게 쓰이기도 한다.

음악과 미술에서 바로크가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 것처럼.

집에 한 권 두고

용어들의 뜻이 궁금하거나 누군가에게 알려줘야 할 때 꺼내보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다.

다음엔 우리나라 저자의 우리느낌이 담뿍 담긴 예술 개념어 사전도 나와주길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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