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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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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었지.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건 없다. 거짓말은 절대 검은색 아니면 희색이 아니다. 전부 회색이다. 진실을 가리는 안개다. 가끔은 그 안개가 너무 짙어서 우리 자신조차 진실을 볼 수가 없다.

 

 


조는 예전에 떠났던 고향 안힐로 돌아왔다.

 

고향은 전혀 변한 것이 없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닫힌 기억의 문. 앞에 발을 디디고 선 조에게 벌어질 일들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일까?

 

폐광.

구멍.

호기심.

아이들.

쇠지렛대.

해골.

딱정벌레.

그리고

애니.

 

조가 둥지를 튼 그곳은 자신의 전임 교사가 아들을 죽이고 자살한 집이다.

피로 쓰여진 글자.

- 내 아들이 아니야.

 

그 느낌을 조는 안다.

애니도 애니가 아니었으니까.

 

 

 


스티븐 허스트 - 가학적이고 도덕관념이 없지만 영리한 아이. 위험한 조합이죠. 닉 플래처 - 똑똑하지는 않지만 분노가 지나쳤던 아이. 그걸 좀 더 좋은 쪽으로 발산할 방법을 찾지 못했으니 안타까운 일이죠. 크리스 매닝 - 머리가 좋고 상처가 있고 길을 잃고 헤맸던 아이. 항상 찾을 수 없는 걸 찾아다녔죠. 그리고 선생님 - 다크호스. 말로 공격을 튕겨내는. 스티븐에게 진정한 친구와 가장 가까웠던 존재. 그에게는 선생님이 필요했어요. 선생님이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누군가 아주 어릴 때부터 그들을 지켜보아왔고, 그들이 저지른 일들을 알고 있으며, 조를 이곳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그들이 겪은 일들이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마을 안힐로.

 

폐광촌 안힐의 땅속 깊은 곳엔 해골들의 무덤이 존재한다.

그곳은 아무나 찾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곳이 누군가를 찾아내지 않는 이상.

오래된 마을의 전설 속에서 사라진 많은 영혼들의 안식처이자 딱정벌레의 서식처.

그곳이 그들을 찾아냈다. 그들을 불러들였고, 그들은 그곳에서 끔찍한 일을 겪었다.

 

 

 


"오빠를 따라왔어."

 

 

 

 


쇠지렛대에 묻은 피는 애니의 피다.

그날 애니는 죽었었다.

사라졌고, 48시간 후에 나타났다.

어른들은 애니가 가출했다 돌아온 줄로 이해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그 아이들은 알았다.

 

애니가 달라진 걸 아는 건 조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애니와 아빠는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이중 어느 하나도 사실이 아닌 건 없다.

발견되지 않은 거짓이 있었을 뿐.

 

초크맨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튜더는 전작에서 끝 모를 오싹함을 남긴 채 퇴장했다.

그리고 일년 후 애니가 돌아왔다. 라는 제목으로 다시 돌아왔다.

제목과 살짝 흘린 줄거리 때문에 이 이야기는 공포 이야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그것 역시 섣부른 판단이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아마도 마무리가 되지 않고 열려있는 결론 때문이다.

마치 쥬만지의 게임판이 어딘가에 묻혀서 다시 둥~둥~ 소리 내기만을 기다리는 기분처럼.

 

공포로 시작했지만 스릴러였고, 스릴러로 알았는데 심리 소설이었으며 심리 소설인 줄 알았는데 복수혈전이었고, 복수인 줄 알았는데 거짓 투성이였다.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치며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운데 안힐의 전설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상황에서 끝이 났다.

이놈의 전설이 파헤쳐 졌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엄청나게 공포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찝찝함은 덤이고.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때문에 이 되풀이되는 역사의 연결고리는 아마도 튜더의 이야기가 무르익을 즈음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준다.

 

뭔가 더 근사하고

뭔가 더 확실하고

뭔가 더 쪼이는 그런 이야기로 돌아오지 않을까?

 

제목에 속았다고 울지 말길.

애니와 처키 같은 인형은 속임수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화내지 말길.

누가 사이코인지 알아내려 하지 말길.

사이코들의 세상에선 사이코가 보이지 않으니.

 

 

 

이 곳은 누가 소유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이곳은 그렇게 착각하도록 내버려 둘지 몰랐다. 심지어 그렇게 착각해주길 바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이곳의 수법이었다. 이곳은 그런 식으로 사람을 끌어들였다. 그런 식으로 소유했다.

 

 

 


튜더는 그런 식으로 우리를 끌어당겼다.

덜 익은 풋사과처럼 풋풋한 여운을 남기며 다음을 기약한다.

저 안힐의 구덩이 속에서 무르익어 언젠가 킹다운 킹을 능가하는 필력으로 되돌아오길 기다릴밖에.

 

애니가 돌아왔다.

제목에 한몫한 애니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마지막에 홀연 나타나 사람들의 마음에 의문점만 남긴다.

그게 그녀가 돌아온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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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히 나답게 - 인생은 느슨하게 매일은 성실하게, 개정판
한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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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나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사고가 아니라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자기 삶의 진실을 드러낸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그런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잔뜩 썼다. 내가 쓰고 싶은 것들과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것들에 대해 썼다. 진심을 가득 담아 썼다.

 

 

 

 

2016년 첫 출간된 책의 개정판이다.

30대였던 저자의 일상에 대한 글.

정확하게는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 이야기를 적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객관화해서 글을 쓰는 게 쉽지는 않다.

자기 자신을 분석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니까.

이 책엔 그러한 이야기들이 가감 없이 담겼다.

그래서 읽는 즐거움이 있다.

나도 그런 적 있는데.

나도 같은 걸 느꼈는데.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와 같은 공감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같은 시대를 관통해 오면서 저마다의 위치와, 상황과, 형편이 달랐음에도 지나온 과정들은 엇비슷한 우리의 삶.

그 평범한 이야기들을 토해내며서 대리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글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우리의 인생이지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별로 없다. 그래서 반대로 우리는 나답게, 자신답게 살기를 그토록 바라는 것이리라.

 

 

 

 

두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누군가의 딸로 살면서도 나 자신을 찾는 것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은 사람의 글 자취.

온전히 나답게란 제목엔 그런 뜻이 담겨 있는 거 같다.

스스로를 아무 생각 없이 산 사람이라 말하지만 그렇기에 지금의 그녀가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이 많았다면 여행 한 번 못해보고 생각만 하다 말았겠지.

생각이 많았다면 카페 같은 거 해보지도 못하고 생각만 하다 말았겠지.

생각이 많았다면 저지르지 않고 갈망만 하다 말았을 테지.

생각이 많았다면 이런 글도 쓰지 못했겠지.

그녀가 남들 눈엔 무모해 보이는 일을 벌인 것이 고스란히 누군가에겐 간접 경험이 되고, 공감이 되고, 느껴지는 바가 되었다.

그러니 그녀의 생각 없음은 그녀를 위해서도, 그녀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좋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내 가방 속 물건들은 해결하지 못한 내 문제들 같다.

언젠가는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그런 문제들말이다. 아마 나는 그 문제들을 다 해결하지 못한 채로 죽게 될 것이다. 죽을 때는 짐을 꾸릴 수 없을 테니 그때는 좀 가볍게 떠날 수 있으려나.

 

냉철한 현실감각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에 환상의 색채를 더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30대의 나는 그녀와는 다른 삶을 살았다.

아마도 결혼의 유무와 아이의 유무가 가장 컸겠지만 나는 현실감각이 전혀 없이 살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결국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그 나이 때에 하지 않은 것은 나이가 들어도 꼭 통과의례를 겪는다는 것.

내가 30대를 지나면서 느꼈던 것이다.

그녀는 나보다 더 다채로운 삶을 살았지만 현실적으로만 살지 않았다.

아마도 환상의 색채를 더할 줄 알았던 그녀의 능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모든 사람이 가슴속에 가난을 품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다정해지고 좀 더 담백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좀 더 인간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웠던 사람이 어려운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상황을 비슷하게라도 겪어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

아마 저 말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가난을 품는다는 건 누군가의 고단함을 근본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와 마주쳤을 때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이라고 꺼낼 수 있는 것이다.

마음에 가난을 품지 않은 사람의 말들은 그저 공허할 뿐이니...

다시 말해 완벽한 장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해나가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인지도 모른다.

 

 

완벽한 장소와 완벽한 시간은 현실에 거의 동시에 존재하기가 어렵다.

어느 하나가 꼭 비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둘 중 하나만 가지고도 맞춰가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비결인 거 같다.

옆 사람이 뒤처졌을 때는 같이 걸음을 좀 늦추면서 손을 잡아줘야 살 수 있다.

 

이 문장에서 잠시 생각해본다.

뒤처진 사람을 그냥 두고 앞서갔던 시간들에 대해...

오지랖 떨고 싶지 않아서 외면했던 것들이 결국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부메랑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계속 그렇게 외면한 채로 살 수 있을까?

곁을 주지 않을 거 같은 작가의 글엔 곁을 내어준 흔적들이 있다.

날카롭게 잘라 낼 거 같은 작가의 글엔 어느새 보듬어 주는 느낌이 있다.

이기적일 거 같은 작가의 글엔 받는 지도 모르게 받게 되는 배려가 있다.

무엇보다

치장이 없어서 좋다.

그때도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월이라는 무게를 지나왔을 뿐.

온전히 나답게를 읽는 시간 동안 나 역시 나다움에 깊이 빠져 있었다.

내가 원했던 나다움은. 아직 내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어딘가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나는 나를 갈고닦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그 시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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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마스터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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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방, 유의미한 살인으로 이름을 읽힌 카린 지에벨.

이름은 알고 있었으나 작품으로 만난 건 이 게임 마스터가 처음이다.

게임 마스터엔 두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이미 전작들로 스릴러와 공포를 버무린 이야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지에벨의 단편은 어떤 느낌일까?

 

죽음 뒤에

 

 

인기 스타 모르간 아고스티니.

그녀의 팬이라는 남자가 그녀에게 작은 집 한 채를 유산으로 남긴다.

일면식도 없는 남자의 유산상속.

그의 형제는 그녀가 유산을 상속받는 걸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간곡한 그의 편지는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녀는 남편과 함께 집을 둘러보러 떠난다.

게임은 그 집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시작된다.

오벵 메닐.

죽은 남자의 이름이다.

그는 모르간 앞으로 집을 남겼고, 그 집에 그녀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해 놓았다.

아무도 알 수 없고.

아무도 알아챌 수 없는 완전범죄.

 

 

우리는 한 번 만났지만 당신은 아마 기억도 못 할 거야. 당신은 당신 자신을 챙기기 바빴거든. 성공에 눈이 멀었다고 해야겠지.

.

.

지옥에 당신 자리를 하나 예약해 둘게. 거기 오면 내 상대역으로 열연을 펼쳐야 할 거야.

 

 


이 짧은 이야기에 두 번의 반전이 들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한 번의 반전으로 뒤통수를 맞고 아찔해져 있을 즈음

마지막 반전에서 맥컬리 컬킨처럼 양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소리를 치게 될 것이다.

캬아아아아아악~~~~~~~

그건 미처 모르간이 지르지 못한 비명을 내가 대신 지르는 셈이다.

마치 스릴러인 줄 알고 열심히 달려오다 공포소설과 마주치며 끝나는 거 같다.

이 한 편을 읽고 나서 설레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이렇게 멋진 반전을 두 번씩이나 준비하다니!!!

이것이 단편이라 더 압축되어 미처 독자들이 추리를 하기도 전에 결말이 난다는 점이 바로 이 이야기의 가장 큰 압권이다.

모르간과 오벵은 어떤 인연이 있었던 걸까?

아름답고 인기를 거머쥔 스타 모르간의 실제 삶은 행복한 삶이었을까?

모르는 사람의 유산을 덜컥 상속받은 자의 끝은 어찌되는 것일까?

얼마나 복수심에 불탔으면 이런 계략을 꾸밀 수 있을까?

읽어 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이 이야기의 묘미.

공포와 스릴과 짧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얻고 싶다면 강추!

 

 

먼저 당신 마음속에 죄책감이 들기 시작할 거야. 슬그머니.

그리고 그 감정이 당신 속을 갉아먹기 시작할 거야. 서서히.

그러다 벌을 받는 순간이 찾아올 거야.

내가 내리는 벌....

 

 

 

 

 

 

 

 

 

 

사랑스러운 공포

 

 

연쇄살인범이 정신병원에서 탈출한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무력해진 남편이 보는 앞에서 그 사람의 아내를 욕보이는 것이었다. 간혹, 그 자리에 불행히도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들까지 범죄의 대상으로 삼았다. 막심 에노는 어린아이를 살해한 전력이 있다.

 

 

 


그야말로 물불 안 가리는 살인마가 아이들이 탄 버스에 잠입해 검문소를 유유히 빠져나간다.

그를 잡아넣은 경력이 있는 형사 얀은 막심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자인지를 알고 있기에 불안하다.

마치 자신에게 칼날이 겨눠지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 그를 초조하게 만든다.

여섯에서 여덟 살 사이의 아이들은 감각기관에 장애가 있거나 지능 발달이 더딘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을 인솔하는 교사 소니아와 학생의 부모 둘, 레크리에이션 강사 등이 그 차에 타고 있었다.

아이들의 캠핑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때부터 난 인간인 '누군가'가 될 수는 없었지만 괴물 같은 '무언가'가 될 수 있었어.

내가 바로 공포라는 존재란다.

 

 


6년간 정신 병동에 갇혀 있던 사형수 막심은 틈틈이 약을 줄여서 결국 탈출에 성공한다.

아이들과 인솔자들을 인질로 삼은 그는 그동안 감추고 있던 발톱을 잔뜩 세운 채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고,

조용한 캠핑장에서 벌어질 끔찍한 사건들을 상상하는 막심은 슬며시 발동을 거는 흥분을 만끽한다.

한편 얀은 막심이 아이들을 태운 버스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막심과의 최후 결전을 위해 아내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막심의 손길이 아내에게로 닿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소니아는 운전사 질과 레크리에이션 강사 뤽 두 사람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그 둘의 관심을 즐긴다.

둘 다 매력적인 남자들이었고, 소니아는 아이들의 시선보다 자신을 매력적으로 바라봐 줄 남자들의 시선이 그리웠다.

과연 소니아의 매력을 거머쥘 남자는 누구일까?

난 남자가 아니거든. 난 신이야, 신. 너희 인간들이 얌전히 굴면 영생을 보장해 주는 그런 신 말고.... 너희 인간들이 말을 잘 듣거나 말거나 오직 죽음을 보장하는 그런 신! 죽음, 진짜 죽음. 유일하고 결정적인 죽음.

 


 


연쇄살인범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상황들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들

인질로 잡힌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

예쁘다는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됐던 아이는 그 말을 한 어른을 사랑하게 된다.

그 작은 사랑이 어루만질 수 있는 감정의 깊이는 어디까지 일까?

보통스러웠던 나날들에 찬물을 끼얹은 거 같은 이야기였다.

단편의 묘미를 제대로 살린 이야기에 반전까지.

지에벨의 작품들을 다 읽어보고 싶어졌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단편집을 잊지 마시길.

사랑스러운 공포보다는 죽음 뒤에에 점수를 담뿍 주고 싶다.

작지만 영특하고, 스릴 만점에 반전의 묘미까지 잔뜩 멋을 부린 단편소설집.

무더운 휴가길에 함께 가기 좋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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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 스토리콜렉터 74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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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4번째 이야기

폴른 : 저주받은 자들의 도시가 출간되었다.

휴가를 내고 재미슨과 함께 그녀의 언니네 집을 방문한 데커는 그곳에 도착한지 몇 시간도 안 되어 뒷집에서 시체 두 구를 발견한다.

 

 

당신이 또 살인 사건 조사에 휘말리다니 믿어지지가 않네요. 워싱턴디시에서는 목격자였죠.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 펜실베이니아주에와서는 시신을 두 구나 발견했고요.

 

 

 

 

사건에 휘말리기 싫어하는 재미슨과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데커.

목매단 시체와 지하실 입구에서 죽어있었던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

흥건한 피가 누전을 일으킬 정도로 바닥에 흘려 있지만 시체엔 피를 흘릴만한 상처가 없다~

과연 이곳은 사건 현장이 맞는 것인가?

이들이 오기 전 몇 건의 살인사건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데커.

하지만 담당 형사들은 두 사람을 탐탁지 않아 하고 경계한다.

 

 

 

 


나는 카산드라와 몰리의 살인자를 몇 번이고 다시 잡으려 하고 있어. 이 일은 절대 끝나지 않을 거야. 세상에는 늘 살인자들이 있을 테니까. 그러니 이게 내 세상이다. 내 세상에 온 걸 환영한다.

 

 

 

 

사건이 데커를 따르는 것이냐.

데커가 사건을 따르는 것이냐.

어느 곳에 있던 불가피한 사건을 맡게 되는 데커.

이곳은 재미슨의 언니 엠버가 새로 이사 온 배런빌이다.

배런빌에 새로 지은 물류창고로 승진된 남편을  따라온 엠버와 조이.

이곳은 버려진 도시와 다름없었다. 한때는 찬란했던 역사를 가진 곳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자네는 여기 있는 동안 그걸 배우게 될지도 모르겠군. 어쩌면 못 배울 수도 있지만."

"그게 뭐죠?"

"배런빌에 불법인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한때는 석탄과 제조업으로 번성했으나 지금은 마약 소굴로 번성한 배런빌.

그곳엔 높다란 언덕에서 이 도시를 내려다보는 배런 가문의 저택이 우뚝 솟아있다.

도시는 배런 1세의 이름을 따서 배런빌이 되었지만 지독한 구두쇠였던 배런 1세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가 일궈놓았던 산업들은 모조리 망했고, 배런이란 이름은 이 도시에서 저주와도 같은 이름이 되었다.

사람들의 경멸과 멸시와 조롱을 한 몸에 받으며 이곳에서 홀로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존 배런.

그가 있는 저택의 땅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과거부터 유령처럼 떠돌고 있었다.

데커가 발견한 시신이 모두 위장 경찰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DEA가 파견된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단서는 존 배런에게로 향하고, 데커와 재미슨은 하마터면 불에 타버릴 뻔한다.

그때의 사고로 데커는 머리에 충격을 받고 그의 공감각과 기억력에 미세한 손상이 생긴다.

저주받은 기억력의 소유자 데커에게 어떤 변화가 생기는 걸까?

데커 자신도 자기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엠버의 남편이 사고로 죽는다.

과연 그의 죽음은 사고일까? 또 다른 살인일까?

이 배런빌에서 과연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나 한걸까?

 

 

 

 


"그러니까 보험 사기, 마약 판매, 그리고 보물을 차지하려고 엉뚱한 사람한테 누명을 씌우기까지. 손바닥만 한 도시에서 이렇게 많은 빌어먹을 일들이 제각기 벌어지고 있을 줄이야. 아,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누군가 데커와 재미슨을 노리고 있고,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감을 잡을 수 없고, 마을은 보험금을 탄 가족들에 의해 조금씩 재건되어 가고 있는 배런빌.

이곳에서 데커는 꼬마 조이를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시간을 갖는다.

딸을 잃은 데커와 아빠를 잃은 조이는 서로의 의지처가 된다.

아마도 데커에게 절대 부족했던 공감능력이 이 배런빌에서 받은 부상으로 조금씩 부활하는 거 같다.

대신 사진처럼 명확했던 기억력에 조금 문제가 생겼고, 공감각도 예전처럼 발휘되지 않는다.

그것이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다.

 

 

 

 

배런빌은 다른 시골, 교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일굴 수 있었다.데커가 믿는 게 있다면, 바로 인간 영혼의 회복력이었다.

실제로 내가 살아 있는 본보기니까.

 

 

 

 

발다치가 멋진 이야기꾼이라는 건 이 책의 말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말 믿을 놈 하나 없다! 라는 말이 확인되는 순간 이 배런빌이라는 도시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된다.

한 도시에 오래 묵은 증오와 갈등과 비밀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그리고 그들을 어디까지 몰고 갈 수 있는지.

중요한 건.

어느 곳이든, 어느 시간대든, 어느 상황이든, 그 모든 걸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마련인 것이다.

고여서 썩고 있던 웅덩이를 코 막고, 고개 돌리고 외면했던 사람들 사이로

저 웅덩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고약한 냄새를 없앨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그 고민을 끝으로 스스로 자정하기 위해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데커는 인간 영혼의 회복력을 믿는다고 말했던 것이다.

아무리 범죄에 찌들어 있고, 부정부패와 비리에 녹아든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도

어딘가에서 그들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마련이고

언젠가는 그들에게도 기회와 같은 힘이 생기는 시간이 오게 마련이다.

발다치는 데커를 통해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했던가.

이 무너질 대로 무너진 배런빌에서 조차 스스로 살아내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야기 속이지만 제2의 배런빌로 거듭날 그 도시의 앞날을 응원하게 된다.

우리에게도 있을 배런빌에도 이런 상처를 극복해내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조금 더 새로워질 데커를 만나게 될 다음번 이야기를 또다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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