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고, 무심하며, 시간이나 때울 거 같은 모습의 해미시는 의외로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다.
그의 직감처럼 낚시 교실이 4일째 되는 날 레이디 제인이 낚싯줄에 걸린 시체로 등장한다.
모두의 비밀을 아는 것처럼 굴던 레이디 제인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부유한 미국인 로스 부부
이름있는 가문의 딸 대프니
정계 진출을 노리는 있는 집 아들 제러미
런던에서 온 비서 엘리스
12살짜리 남자아이 찰리
은퇴한 소령 피터
이들 중 누가 레이디 제인을 죽일 만큼 치명적인 과거를 가지고 있을까?
레이디 제인의 죽음으로 그녀가 미망인이 아닌 유명한 칼럼니스트라는 게 밝혀지면서 기자들이 대거 이 작은 마을로
찾아온다.
런던에서 온 경감은 대놓고 해미시를 무시하며 그를 사건 수사에서 제외 시킨다.
원래부터 귀찮은 걸 싫어했던 해미시에겐 잘 된 일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화가 난다.
해미시는 어떻게 이 사건에 접근하고 해결할까?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 로흐두
뭔가 사연 있어 보이는 해미시는 왜 그렇게 작은 마을의 순경으로 만족해야 할까?
어째서 밀렵을 하고, 어떻게 이 작은 마을에 자신의 집과 경찰서를 지었을까?
그리고 마을 지주의 딸 프리실라와는 어떤 관계를 이루어 갈까?
궁금한 거 투성이인 이 시리즈의 첫 번째에서 해미시의 특별난 활약은 없었다.
다른 시리즈의 경찰들이나 탐정들 같이 특별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지 않은데.
바로 그 점이 해미시의 매력 같다.
엉뚱한 일을 벌이거나, 깊게 숙고하는 모습도 아니면서, 뭔가를 위한 액션을 취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에겐 사람들이 말을 터놓게 하는 느슨함이 있다.
경계심을 갖게 하지 않는 순경이다.
위압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날카로운 것도 않고, 그저 어슬렁거리면서 커피나 얻어 마시는 그에게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하게 된다.
그것이 해미시의 매력이자 비장의 무기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사람.
그 와중에 마을 지주의 딸 프리실라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어쩌면 엘리스처럼 상처만 받고 끝날지도 모른다.
묘하게 경계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의 이 불타는 머리의 사나이 해미시 맥베스.
나는 이 해미시가 우리나라로 치면 충청도 산골의 하나밖에 없는 말단 경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왠지 그는 느릿느릿한 충청도 사투리 같은 말로 사람들을 편안하게 만들어 놓고 예리하게 파고드는 습성을
가졌다.
그래서 거들먹거리던 도시의 경감들이 허탕치는 사이에 그는 사람들의 비밀을 캐내면서 범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마을에 남기 위해 자신의 공을 경감에게 돌린다.
가족을 위한 희생일까?
아니면 프리실라에 대한 사랑 때문에?
젊은 해미시를 로흐두에 묶어 놓는 끈은 무엇일까?
아마도 시리즈를 거듭 읽어 가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다음번엔 어떤 사건이 그를 일하게 만들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