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할 수 없는 이유로 마사야는 그의 흔적을 쫓는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흔적을 쫓는 마사야는 사람들이 모두 하이무라를 끔찍한 살인마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마주친다.
모두들 그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왤까?
이 이야기는 마사야의 이야기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여자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작업한 결과물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악의를 가진 자가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세뇌시켜 왔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
읽고 나서도 그 악의가 자꾸 되새겨져서 더 질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하이무라는 연쇄 살인마이기도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사람들 마음속에 하이무라라는 사람에 대한 사랑과, 이해와, 굳건한 믿음을 각인시켰다.
그래서 모두가 그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를 대하고도 그를 두둔하고, 그를 이해하고, 그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다. 라고 믿고 있다.
마치 최근에 알게 된 화성연쇄살인범처럼 하이무라도 그렇게 작은 동네에 숨어 자신의 범죄를 감추며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착하고 성실한 가면을 쓰고 살았다.
마사야 역시 그에게 받은 온정을 잊지 못해 그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그 한 건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그의 조종대로 움직인다.
그러면서 점점 자신과 하이무라 사이의 연결의 끈을 찾게 된다.
참 무서운 이야기다.
사람의 정신에 심어진 이 바이러스는 자신의 의지대로 조정할 수 없음이.
스스로 조정당하고 있다는 의식도 못한 채로 꼭두각시처럼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잔인한 살인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진다.
하이무라의 마수에 걸려든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
마사야의 눈을 통해 하이무라의 삶을 되짚어가면서 그가 받은 어린 시절의 학대와 방치가 드러난다.
머리가 좋았던 아이가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었을 때 그 아이의 지능은 자신이 받은 만큼 보다 더 많은 걸 되풀이하는데 쓰이게 된다.
그렇게 사람을 조종하고, 이용하고, 자신에게 복종하게 만들었던 하이무라가 비단 이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인물일까?
겉으로 드러나는 가면엔 호의와 온정과 믿음을 담아 놓고
안으로 숨겨진 얼굴엔 증오와 살인의 본능을 담아 놓고 이중적 생활을 해온 하이무라는 어디에도 있는 사람일 수 있다.
연약한 사람의 심성을 파고들어 악의를 심어두고 그것이 꽃 피기를 기다리는 저의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