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메이킹 스토리 & 대본집
마진원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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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장르 드라마의 열풍을 몰고 온 OCN.

많은 인상적인 드라마가 많지만 그중 보이스는 시즌제 드라마를 안착시킨 드라마로 평가된다.

아쉽게도 나는 이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드라마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니 드라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인 메이킹필름을 몇 번 본 적은 있는데 그것을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는 기회는 많이 색달랐다.

그냥 휙~ 지나가 버리고 마는 촬영장의 모습들과 편집된 감독과 스태프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가진 드라마에 대한 애정과 고생과 고뇌들을 알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어쩜 나는 백지상태에서 이 책을 받고 보이스라는 드라마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는 작가 마진원이 5년에 걸쳐 집필을 했고, 앞으로도 시즌이 계속되는 한 계속 이어져 나갈 거 같다.

작가는 112 신고 센터를 방문했을 때 이 드라마의 플롯을 만들었다고 한다.

주로 형사와 범인의 밀당 위주였던 이야기에서 피해자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는 드라마라는 것이 이 보이스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준다.

 

 

강권주, 무진혁은 1시즌을 담당했고.

강권주와 도강우는 2시즌과 3시즌을 함께 한다.

 

시즌 1은 112 신고센터 팀장 강권주와 무진혁이 중심으로 범죄율이 젤 많이 일어나는 도시에 특별팀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최초의 신고가 들어오는 112 신고 센터.

'3분 출동, 5분 도착, 10분 검거' 라는 골든타임내 초등 대처만 잘해도 우리나라 범죄율의 반 이상이 근절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매회 다른 에피소드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감독과 스태프들의 애정도 또한 특별하다.

현재 3시즌까지 마무리가 되었고 시청자들이 4시즌을 궁금해하는 이 상황에서 이 드라마가 한국 최초로 시즌제 드라마로 미국 드라마들처럼 10년 20년 가까이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많다고 한다.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지만 대본집으로 드라마를 음미하는 맛이 각별했다.

가끔 대사들이 뭉그러져서 잘 안 들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대본집으로 지문까지 확인하며 읽는 것은 드라마를 또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소품부터 배경까지 어느 한 곳 스태프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다.

보통은 드라마나 메이킹필름을 보더라도 집중하지 않는 이상 이런 부분은 소홀히 넘기고 만다.

메이킹필름조차 주연 배우 중심으로 보게 되는 상황에서 이렇게 작가와 감독과 그 외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글로 만날 수 있어서 그분들의 노고를 직접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 이 책의 최고 매력이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작가의 좋은 글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열정이 무엇보다 많이 필요하다.

특히나 이런 범죄 드라마는 분장이나 배경에 훨씬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이 보이스라는 드라마는 우리에게 미국 드라마에 맞설 수 있는 한국형 범죄 드라마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을 거 같다.

책으로 먼저 만나고 드라마로 보는 보이스.

내게 보이스는 그래서 더 특별한 드라마로 남게 될 거 같다.

 

집 밖은 위험한 겨울.

보이스를 몰아 보는 것도 좋은 계획일 거 같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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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틈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지넷 윈터슨 지음, 허진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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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 투데이의 함께 읽는 책.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1탄 시간의 틈.

 

 

잃어버린 것과 되찾은 것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

역사 전체가 거대한 분실물 센터인 듯이.

어쩌면 그것은 창백하고, 외롭고, 조심스럽고, 항상 존재하고, 수줍음 많고, 탁월한 달이 지구에서 떨어져 나갔을 때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구의 자폐증 쌍둥이.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를 지넷 윈터스가 다시 쓴 시간의 틈은

질투와 오해가 삶을 망가뜨리고, 소중한 것을 잃게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잃어버린 그 소중함이 세월을 지나 그들 앞에 나타나서 서로를 용서하게 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너무 뻔해서 그래서 너무 와닿는 이야기다.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는 읽어 보지 못했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각색한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하지만 친절하게도 이 이야기가 시작하기 전 오래전 과거 그들의 인연이 결코 지금 새롭게 이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다. 원작이라는 이름으로.


 

 

리오와 지노는 기숙학교에서 만났다.

둘 다 집에서 관심 밖이었다. 그 공통점이 그 둘을 이어지게 했고, 그들은 서로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것은 우정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호기심이었을까? 그냥 한때의 열정이 퍼진 것일까?


 

성인이 된 리오는 남자 내음을 풍기는 어린애였고, 지노는 게이였다.

둘도 없는 친구 사이.

그러나 리오는 아내 미미와 지노 사이를 의심하게 된다.

의심은 걷잡을 수없이 자라나고 임신한 아내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지노의 아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옛 시칠리아의 왕 레온테스처럼 아내 헤르미오네와 폴릭세네스를 의심한다.


 

그들은 긴 세월을 통과해 과거에서 현재로 시간을 바꿨을 뿐 아주 오래전 과거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미미가 낳은 아이는 리오의 손에 의해 납치된다.

지노에게 보내지기로 했던 아이는 결국 베이비 박스에 넣어기게 되었다.

운명은 그렇게 시간을 건너 뛰어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할 뿐이다.

더 복잡하고, 더 현란하고, 더 꼬이게.


  

이야기에는 항상 역사가 있지 않은가?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거가 바로 뒤를 그림자처럼 쫓아오고 있다.


 

 

세월이 흐른다.

솁이라는 흑인 남자의 손에 자라게 된 리오와 미미의 딸 퍼디타.

그런 퍼디타를 사랑하는 지노의 아들 젤.


 

부모 세대의 과오가 자식세대로 이어지는 인연의 끈.

저자 지넷 윈터스는 자신이 업둥이였고, 자신이 동성애자이다.

지노와 퍼디타를 통해 자신을 덜어냈다.

멋지지 않은가.

 

 

 

 

 

지노가 만든 가상현실의 게임 속에서 지노와 미미와 리오는 만난다.

매일 같이 미미의 창가에서 그들은 만난다.

미미는 미동 없이 그대로다.


 

현실에서 그들은 마주치지 않는다.

리오와 미미는 이혼했고, 지노에겐 술이 있었다.

자신의 과오를 되돌리지 못한 리오가 있었고.

친구이자 한때 연인이었던 리오를 말리지 못한 지노가 있었고.

그들 사이에서 덧없어진 미미가 있었다.


 

세월은 퍼디타가 자라나는 동안 그들을 격리 시켰다.

상처는 곪아서 터져 나올 때까지는 계속해서 냄새를 풍기고 욱신거리고 열을 내게 만들 뿐이었다.

자라는 아이들 대신 자라지 못한 어른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질투의 씨앗이 어딘가에서 자라나 자신들을 찾아내기를.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되찾을 수는 있다. 그렇지 않은가?



 

사랑의 감정은

사람의 감정은

어쩌면 온전치 못한 감정인지도 모른다.

성숙한 사랑은 애초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지.


 

어쩜 리오는 지노와 미미 둘 다를 사랑했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둘을 연결하고 그 광기에 사로잡혀서 저지르면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행복한 결말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비극은 그 지난한 세월로 갈무리되었으니.


 

현실도 이렇게 행복한 결말만 남았으면 좋겠다.


 

의심이란 씨앗은 영양분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자란다.

그러니 그 씨앗을 품에 품고 다니지 말자.

의심과 질투는 쌍둥이라 떨어져도 서로를 알아낸다.

그러니 마음에 심지 말자.


 

어린이 다운 어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 건 책 속에만 있는 일이 아님을.

감정적 성숙을 키워내야 할 겨울이 왔다.

마음에도 따뜻한 코트를 입혀주자.

추울 때 의심과 질투는 활활 타오르는 법이니.

마른 장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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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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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지하실에서 실수로 악독한 지박령이라는 원혼을 불러내고 말았다. 지박령을 둘러싸고 있던 어떤 금기를 깨뜨린 바람에 노퍽관은 지금 사람들의 혼을 농락하고 끌어가는 사냥터가 되고 말았다....

 

 

신입생, 기숙사, 7대 불가사의 괴담, 악마 소환, 초혼 의식.

안 궁금할래야 안 궁금할 수 없는 소재로 무장한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맨 앞장을 장식하는 이야기는 과거의 사건과 기숙사에 전해내려오는 괴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과 연관된 사건이 신입생들에게 벌어진다.

 

다른 학생들 보다 일찍 기숙사에 도착한 신입생들 중

아화, 버스, 위키, 칼리, 아묘, 산산, 샤오완, 즈메이는 서로 친구가 된다.

그들의 기숙사 노펵관은 100여 년 전에 전소된 성 위에 세워졌다.

그들이 휴게실에서 신나게 기숙사의 괴담을 이야기하고 있을 때 학교 선배 아량이 다가온다.

100여 년 전 화재로 성이 전소된 뒤에도 이상한 의식을 했던 지하실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구경해보지 않겠냐고.

 

기숙사 첫날.

한껏 괴담에 고무된 이들은 아량을 따라 지하실로 내려간다.

성 전체가 전소했음에도 지하실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인 이곳에서 버스는 친구들에게 게임을 하자고 청한다.

 

초혼 게임.

그때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이 한 게임이 끔찍한 무언가를 불러냈다는걸.

 

그리고 그것이 차례차례 그들을 잡아갈 거라는 사실을.

 

 

 

 

 

 

 

기숙사 전체가 뭔가에 지배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장기판의 말이 되어 '공포'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대국은 불공평하다. 우리는 오로지 잡아먹히는 쪽에 놓여 있다.

 

  

찬호께이의 작품은 처음이다.

왜 다들 찬호께이에게 엄지 척을 하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거 같다.

호러를 표방한 추리소설은 그야말로 첫 장부터 흥미진진했다.

기숙사에서 벌어지는 이 끔찍한 사건에 가담하게 되는 친구들이 만나게 되는 과정부터 그들의 호기심과 장난이 그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과정과 괴담과 전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친구들이 하나씩 눈앞에서 거울 속으로, 땅속으로, 원혼의 손아귀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되는 끔찍한 설정 때문에 조마조마하게 읽어 가게 된다.

 

정말 보통 사람 아화는 친구들을 구할 수 있을까?

 

과장이 심하고 시끄러운 버스.

인터넷 정보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위키.

천문학을 좋아하는 칼리.

그런 칼리를 보호하는 의대생 아묘.

단연코 눈에 띄는 미모의 산산.

총천연색 컬러플한 옷으로 시선을 끄는 여자 버스 샤오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한 즈메이.

기숙사의 괴담에 대해서는 줄줄 꿰고 있는 선배 아량.

그리고 더 이상 보통일 수 없는 평범한 아화.

 

이 9명이 펼치는 괴담과의 사투는 곳곳에 설치된 복선을 깨닫지도 못하게 재빨리 진행된다.

시간의 틈으로 빠지고, 거울 속으로 공간이동을 하며, 즐비한 시체들이 나무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책상이 친구를 잡아먹기도 한다.

이 공포스러운 상황을 그들은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니.

그들은 노펵관에 갇혔다.

모두 죽을 운명이었다.

 

교묘하게 숨겨진 트릭은 책을 다 읽어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따라다니는 염소의 미소 때문에 염소에 대한 편견이 생겨버릴 거 같다.

염소를 이렇게 사악하고 섬뜩하게 그리다니.

염소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이 이야기가 생각날 거다.

 

이 이야기 한 편으로 마치 이상한 나라에 다녀온 기분이다.

심령 현상이 이토록이나 무서운 줄 처음 알았다.

암튼 친구는 잘 사귀고 봐야 한다.

소외된 이웃과 친구를 잘 돌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이야기.

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의 세계로 들어왔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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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 독재부터 촛불까지,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8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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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고,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우리 정치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정치에 대해서는 할 말도 많지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친한 사람끼리도 싸움이 일기 때문이다.

가족은 더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살아오면서 세상 그 어디에서도 정치 아닌 것을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리고 정치에 무관심하면 할수록 내 삶이 피폐해진다는 것을 어른이 되고도 한참이나 지나서야 깨닫고 있다.

서가명강 시리즈 8번째 이야기는 한국 정치를 말한다.

대통령, 선거, 정당, 민주화 이 4가지 키워드로 이야기하는 한국 정치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역사의 기록이었다.

 

대통령

대통령의 키워드로 해방 이후 최근까지의 대통령이 만들어진 과정을 담고 있는 부분을 읽는 동안은

내리 고구마 100개쯤 먹은 것처럼 속이 답답했다.

 

한국에서 대통령제가 도입되고, 복원되고, 유지되어온 배경에는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강력한 정치인들이 있었다.

 

 

해방 이후의 대통령직에 오른 이들은 하나같이 독재자였다.

그리고 그들의 승승장구는 모두 시민들의 힘으로 발목이 잡혔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한들 시민의 힘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선거

 

한국에서 선거는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된 일 없이 주기적으로 실시되어 왔으며 선거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권위주의 체제하에서도 국민의 뜻이 표출되는 공간으로 작동해왔다.

 

 

꽤 중요한 이야기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설사 그것이 불법으로 점철된 선거였다 하더라도 선거가 중단된 일은 없었다는 것은.

그리고 우리는 그때그때 우리가 원하는 바를 선거에서 표심으로 정치인들에게 알렸다.

그걸 못 알아먹은 정치인들 때문에 여러모로 괴로운 상황에 처했긴 했지만.

 

선거는 민심의 향방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선거는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곧 다가올 큰 정치적 변혁을 알리는 시그널로 작동해왔다.

 

 

 

정당

정당정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정치인을 배출해야 하는 데 우리에겐 그러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정치인보다는 신선하고 반듯한 인물이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사람들이 하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정치인들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인기 있고 신뢰받는 외부 인사를 자기네들 얼굴로 내세울 궁리를 하는 시간에 올바른 역량을 키울 수 있게 정치 꿈나무들을 잘 길러내는 것도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나는 정당이 많은 것을 별로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바로 나의 무지였음을 이번에 깨달았다.

 

정당정치의 경쟁성, 책임성, 반응성을 강화시켜 새로운 변화의 동력이 정치권 내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양당적 구도에서 다당적 구도로의 전환을 통해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정당 체제에서 벗어나 정치적 경쟁성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정치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민주화

매일매일이 시위의 나날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늘 최루탄 가스에 콜록이며 다니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조용히 촛불을 들고 자신의 뜻을 조용히 불태우지만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무서움 그 자체였었다.

내게 80년대는 데모의 시대로 기억되니까.

우리는 민주주의를 고수하기 위해 수많은 피를 흘렸다.

그때 그분들의 용기와 피 위에서 지금 조용히 촛불을 들고 서 있는 기분은 묘하다.

아직도 우리는 거리로 나서야 한다.

그것은 정치가 아직도 제 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국가가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면 시민 각자가 제 역할을 하면서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 교육이 중요하다. 나 혼자 편하거나 잘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삶, 남을 배려하는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에 대해 외면하고 귀담아듣지 않고, 늘 시끄러운 것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권력에 눈먼 자들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이라는 이름을 팔아먹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회의원 수를 팍! 줄여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일도 안 하고 맨날 싸움박질이나 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는 그들의 행태가 꼴 보기도 싫고,

일도 안 하고 매달 받아먹는 국회의원 월급도 너무 아까왔었다.

이 책에 말하기를 국회의원 수가 많아져야 감시하는 눈이 많아지고 그만큼 서로를 견제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이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한다.

해방 이후부터 지금까지 현 정치사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렇게 한 번은 정리를 하고 넘어가면 조금이라도 정치를 보는 안목이 생길 거라 생각한다.

 

여태껏 정치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각이 달라졌다.

정치는 외면할수록

내 삶을 짓밟는 짐승 같은 존재다.

그 짐승을

내 삶을 밝혀줄 동반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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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거짓말 - 페미니즘이 발견한 그림 속 진실
조이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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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금기를 어긴 행동도 프로메테우스가 하면 영웅적 행위이자 주체적 자존감의 표출이 되지만, 판도라와 이브가 하면 파라다이스를 잃게 만든 어리석고 멍청한 행동이 된다. 의지도 없이 자의식도 없이,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했거나 사탄의 꾐에 빠져 어쩌다 신을 거스른 바보들. 애초에 신은 그들을 복수의 '미끼'로, 또는 남자의 외로움을 덜어줄 '배필'로 삼기 위해 만들었다. 그들의 호기심이나 지적 모험심은 인류에게 죽음과 재앙을 불러올 뿐인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그런데. 그 아는 것들이 모두 잘 못 된 지식이거나 오랫동안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무력화시키고, 복종시키기 위해 지어내고 만들어낸 허상이라면?

그리고 그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이 책.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거짓말. 을 읽어가는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주입된 이 잘못된 정보 때문에 내가 스스로를 억제하고, 자학하고, 괴롭히고, 병들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여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그러면 안 돼.

여자는 여자니까.

여자가 감히.

여자가 돼서는.

나는 이 말에서 '여자'를 빼고 '사람'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다.

 

이 말들에 길들여져서 스스로의 가치를 하락시키고, 스스로 하면 안 되는 것들을 머릿속에서 되뇌며 살았던

나와 같은 여자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자의 적은 여자. 라는 말로 여자들 사이를 이간질 시키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 남성우월주의 세상에 맞서려는 수많은 여자들의 행동을 평가절하하고, 외면하고, 무시하고, 손가락질했던, 하고 있는, 모든 여자들에게 이 책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작품 속에서 우리는 '다른 것'을 읽어내야 한다.

여지껏 남성의 의식으로 이루어져 전해내려 오는 무.수.히. 많은 그림, 신화, 역사, 예술에 대해

여자의 의식으로, 여자의 시선으로, 여자의 감각으로 다시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최근 들어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보는 그림에 대한 에세이를 몇 권 읽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숨겨져 왔던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을 겪었다면

이 책은 그 발견의 심화 과정에 해당된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어릴 때부터 세뇌되었던 '여자' 라는 관념이 얼마나 잘못 이해되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었다.

 

여성의 성과 성기에 부여된 과도한 의미를 제거하고 벗겨내야 한다는 것. 여성이 곧 자신의 몸과 성기로 환원되는 문화 속에서 부끄러움과 수치를 학습하는 한 여성들은 계속해서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요즘 젊은 여성들은 화장실에서 그렇게 '쫄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예전 남자들은 백일 사진에서 대부분 '그것'을 드러내고 사진을 찍었다.

그것은 자랑이다. 하지만 여자들은 그런 사진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여자는 자랑거리가 아니니까.

성장하면서 2차 상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가슴이 커지고, 생리를 하게 되면 그것을 감추어야 했다.

되도록이면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으니까.

 

질의응답이라는 책이 나왔을 때.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는 뜻으로 이해했지만 그 책의 내용은 정말 "질" 에 대한 응답이었다.

페미 다이어리라는 책을 받아 펼쳐보고서야 나는 이 나이를 먹도록 내 몸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항상 감추어야 하고 드러내 놓지 못하는 내 몸의 모든 것들.

그런 나와 다른 성의 남자들은 한 여름이 되면 반바지 한 장만 입고도 거리를 활개치고 다닌다.

나는 더워도 브래지어는 필수로 해야 하고 팔뚝살 때문에 나시는 입지도 못하는 데 말이다.

 

그러나 한 번도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최근까지는.

이제야 겨우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여자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대화가 절실해졌다.

같이 읽고, 같이 이해하고, 같이 성토하고, 같이 발전해 나아가고 싶은 생각들이 어지럽게 머릿속을 휘젓는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서 지금 자라나고 있는 여자들에게 많이 읽히기를 바랄 뿐이다.

그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는 조금 더 자유롭고, 더 당당해지길 바란다.

아이들의 시선부터 조금씩 개선해 나아가야 밝은 미래가 올 거 같다.

 

무의식중에 전달되는 어른들의 무식한(?) 차별과 편견이 아이들에게 그릇되게 오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남자들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들은 이 글을 별로 좋아하기 않을 것이다.

자신들의 오랜 그릇된 역사를 알아 버리는 것은 원치 않을 테니까.

 

악마나 구원자 둘 다 남성들이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당신들이 지은 죄는 당신들이 알아서 처리하면 될 일. 그러니 제발, 구원은 셀프!

 

 

폭력이 사랑으로 변하는 이야기를 미화시켜 듣고 자란 아이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자행하는 어른으로 자란다.

그래서 그것이 잘. 못.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 현재 대한민국은 강간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에 처한 많은 여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렸고, 내몰리고 있다.

아는 것은 힘이라고 했다.

우리는 우리의 잘못이 아닌 것을 잘못으로 배웠고, 그것 때문에 스스로 수치심을 느끼며 살아야 했다.

여지껏. 수많은 세월을 그렇게 살았다면, 그래서 그것이 DNA로 전승되어 왔다면.

이제부터 우리는 우리 정신과 몸에 각인되어 있는 그 잘 못 인식된 DNA를 갈아치울 준비를 해야 한다.

 

쉽지도, 평탄하지도, 평화롭지도 않을 길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세상의 여자들과 앞으로 태어날 여자들을 위해서

여태껏 남자들이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에 그래왔듯이

우리도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삶을 되찾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자라는 아이들에게 남자. 여자.라는 인식보다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먼저 채워주어야 할 것이다.

역할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연스레 나누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남자여서, 여자여서라는 제목을 달지 않게 하는 것.

그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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