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그래픽 노블) 비룡소 그래픽노블
로이스 로리 지음, P. 크레이그 러셀 그림,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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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는 영화로 먼저 보았다.

영화 내용이 참으로 신선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원작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청소년 도서로 뉴베리 상 수상작이기도 한 로리스 로이의 기억 전달자가 이번에 크레이그 러셀의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했다.

좋은 기회에 원작과 그래픽 노블을 같이 읽을 기회가 생겼다.

 

 

철저하게 통제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열두 살 조너스는 곧 있을 12살 기념식에서 자신이 맡을 임무가 무엇일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 조너스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하나 있다.

가끔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로 조너스는 열두 살 기념식을 맞이한다.

 

 

친구들이 모두 불려나가 임무를 맡았지만 조너스는 남았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불려나간 조너스는 자신이 기억 보유자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너스는 이제와는 다른 삶을 살 것이다.

 

 

 

 

 

 

9살이면 공동체로부터 자전거를 부여받고, 12살엔 임무를 부여받으면서 어른이 되는 세상.

자원봉사를 통해 아이들의 적성을 판가름해서 위원회는 결정을 내린다. 그 아이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를.

공동체의 구성원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

성욕조차도 알약으로 치료하며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기계적인 삶.

아이를 낳는 사람으로 정해지면 아이를 셋을 낳고 나서 노동자로 평생 살아야 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함께 살기로 승인받은 커플에게 분양되고, 그렇게 이루어진 가족은 그 어떤 감정을 갖지 않고 틀안에서 인조인간처럼 살아갈 뿐이다.

 

 

그런 삶을 살던 조너스에게 기억 보유자라는 직책이 주어진다.

모든 사람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권리.

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권리.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권리.

그러나 조너스는 임무 해제를 신청할 수 없다.

 

 

이 세계에서의 임무 해제는 곧 죽음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하지만 모든 사람이 기억을 품을 수는 없나요? 모두 조금씩 기억을 함께 나눈다면 일이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이 일에 참여한다면 기억 전달자님과 제가 그렇게나 많은 고통을 떠맡을 필요가 없잖아요.

 

 

 

아주 먼 과거 세상의 기억을 전달받는다는 것은 고통이 따른다.

이제까지 가져 보지 못한 감정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전쟁, 굶주림, 충격, 상처 등의 고통 보다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은 죽음이었다.

이전의 세상은 그런 세상이었다.

고통으로 가득한. 그러나 기쁨과 사랑이 존재하는 세상.

 

 

 

소설과 그래픽 노블을 함께 읽는 시너지가 최대인 이야기는 바로 기억 전달자이다.

 

이 이야기 속 세상엔 감정과 색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로 임명되기 전부터 색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너스가 기억을 전달받을수록 감정과 색들을 더 많이 느끼고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조너스가 탈출한 세상 밖은 온통 색으로 가득하다.

 

 

원작을 읽으면서 상상해야 했던 느낌을 그래픽 노블로 보면 그 이미지가 확실하게 전달된다.

게다가 이 그래픽 노블은 원작에 가장 가깝게 그려졌다.

그래서 책과 그래픽을 같이 보는 재미가 가장 큰 책이었다.

그리고 그래픽 노블의 표지는 원작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감동은 두고두고 전율하게 된다.

영화를 봤을 때도 그 여운이 오래갔었다.

책과 그래픽에서의 느낌은 자꾸 그 마지막을 곱씹게 한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이야기다.

가사의 세상은 완벽한 듯 보이지만 결격 사유가 많은 곳이다.

감정을 통제하고 행동을 통제당하는 세상.

그 안에 안주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통제 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세상.

조금의 이상이라도 보이면 임무 해제되는 세상.

 

 

이 건조한 세상을 창조한 로이스 로리가 존경스럽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름다와질 것이다.

이 온갖 것들을 이고 지고 사는 지금 이 세상이 가장 행복한 세상임을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그래픽 노블엔 원작자 로이스 로리와 그래픽 노블의 작가 크레이그 러셀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원작자와 각색자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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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바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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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 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6 번째 이야기는

리어왕을 개작한 던바.

패트릭 멜로즈의 작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글로 현대판 리어왕을 만났다.

                            

그는 플로렌스를 징벌적으로 대했다. 독자적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녀와 접촉을 끊고, 그녀를 거부하고 괴롭혔다. 그가 저지른 수치스러운 짓은 닥터 밥은 말할 것도 없고 메건이나 애비게일보다 훨씬 더 저질이었다. 그는 그가 사랑한 사람들을 배반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딸들은 그런 그를 미워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했다고 할 수 있고, 닥터 밥은 기회를 포착한 기회주의자일 뿐이었다.

던바.

세계적인 미디어 총수였던 그는 외딴곳의 요양원에 갇힌 신세다.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가장 사랑하는 딸 플로렌스가 모든 걸 버리고 자연을 벗 삼아 자신의 가족과 살기 위한 결정을 내렸을 때 그는 플로렌스에게서 모든 걸 빼앗고 나머지 두 딸에게 플로렌스의 모든 지분을 나눠줘 버렸다.

플로렌스가 던바를 떠나자마자 나머지 두 딸들은 그에게서 모든 걸 빼앗고, 그의 주치의 닥터 밥과 합세하여 그를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오락가락하는 정신 속에서도 던바는 탈출을 꿈꾼다.

그의 요양원 동료 피터와 함께.

페트릭 멜로즈로 인기를 얻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글은 처음이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아주 멋지게 개작했다.

던바는 무적이었고, 거칠 것이 없었으며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가 말련에 가장 사랑하던 딸을 잃고 나머지 딸들에게 내쳐진 모습은 처량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불굴의 의지를 잃지 않고 탈출한다.

탈출한 던바는 피터와 헤어져 홀로 낯선 땅을 헤맨다.

뒤늦게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자 아버지를 추적하는 플로렌스와 던바의 변호사이자 그의 측근인 윌슨과 던바를 더 깊숙한 곳으로 보내버리기 위해 출동하는 두 자매 메건과 애비게일의 던바 찾기는 두 자매의 악역 덕에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두 자매 사이에서 서서히 망가져 가는 닥터 밥의 배신행위도 조마조마하다.

가족.

그러나 돈 앞에서 가족의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던바는 스스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자신의 사랑을 갈구하는 딸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은 두 딸을 괴물로 만들었다.

아니. 어쩜 메건과 애비게일은 던바의 모든 것을 물려받은 자식일지도 모른다.

리어왕과 던바를 통해 가족이 가장 많은 상처를 주는 존재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플로렌스의 죽음은 왜? 누가? 어떻게? 가 빠졌지만 던바의 고통과 고뇌를 가증 시키는 일이었다.

뭔가가 더 있을 거 같은 느낌을 남기고 끝나버린 던바.

던바가 이룩한 제국은 어디로 갈까?

이것이 제일 궁금한 거 보니 나 역시 속물임을 감추지 못하겠다.

자식 교육은 돈으로 쥐어바른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올바로 살아가는 모습을 부모가 보여주어야 함을.

높은 곳에 오를수록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을 잘 해야 함을.

입에 발린 말보다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사람임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을 존중해 줘야 함을.

사랑은 소유가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달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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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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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순간들.

책을 읽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가 와닿았다.

내가 읽은 이 한 권의 책엔 모든 소설의 순간들이 담겨 있었으니까.

 

발단. 전개. 절정. 결말.

국어 시간에 배운 형식이지만 이 형식을 곱씹으며 책을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의 기발함은 여기에 있다.

 

 

발단.

 

이야기의 시작이며 왜 이야기가 시작되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5편의 짧은 이야기는 이야기의 시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지?

첫 문장을 어떻게 쓰지?

이런 고민들은 소설뿐 아니라 일기를 쓸 때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이 책의 발단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무심하게 시작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남겨둔다.

 

시작은 궁금증을 남겨야 한다.

다음에 어떤 전개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것. 그것이 발단의 몫이다.

 

 

전개.

 

하나의 이야기가 풀리는 시점이다.

이 전개가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야기의 모든 사건들이 풀려나기 때문이다.

절정으로 치닫기 전 가파름의 중간 단계라고 말하고 싶다.

 

9편의 이야기는 마치 쓰다 만 이야기 같지만

그 뒤에 어떤 결정적인 이야기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남긴다.

 

                            

좋은 절정은 다른 클라이맥스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절정.

 

이야기의 최고조.

사건이 터지고, 해결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목이다.

이 절정이 절정스럽지 못하면 김빠진 사이다와 같다.

그만큼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6편의 이야기는 절정들만 모아놨는데 그래서 앞뒤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래서 그다음은?이라는 물음표가 생기지 않으면 이것 역시 뻔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결말.

 

이야기의 끝.

열린 결말들은 아쉬움을 남기고.

꽉 찬 결말은 작가가 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에게 잘 전달해 준다.

 

무엇보다 열린 결말에서 독자들은 더 많은 흥분을 하게 된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고, 그 해석에 따라서 여태껏 읽었던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금산의 소설의 순간들은

전개 방식에 따른 이야기의 순간들을 담아냈다.

 

웰컴 투 플래시 픽션 가이드 북!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집은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작가가 직접 써 보이며 알려주는 책이다.

소설 한 번 써볼까?

나도 글을 써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가이드북 삼아서 이야기를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각각의 전개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써놓고 그것을 한데 모아서 수정해 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뭔가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톡톡 건드려 주는 느낌의 책이다.

막연함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 이렇게 쓰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따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각각의 궁금증으로 독자로 하여금 나머지 이야기를 만들어 보게 하는 재주를 가진 책이다.

 

이 책의 각 단계의 이야기를 읽고, 앞부분과 뒷부분의 이야기를 독자가 직접 써보는 것도 재밌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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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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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바라건대, 모든 여행자가 자신의 여행기를 출판하기 전에 책 안의 내용이 자신이 아는 한 절대적으로 진실이라고 대법관 앞에서 맹세하는 법이 재정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세상은 더이상 과거처럼 기만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며, 몇몇 작가가 부주의한 독자에게 지극히 역겨운 거짓을 전하면서 책을 더 많이 파는 일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걸리버 여행기를 가볍게 생각했던 나는 어릴 때 스치듯 읽었던 책 내용만으로 그저 흥미로운 여행기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저 거인국 소인국에서의 걸리버 모습을 생각하며 나도 어느 날 걸리버처럼 그런 곳에 떨어지게 되면 어떻게 할까?라는 호기심만 생겼을 뿐이다.

 

어른이 되어 제대로 읽게 된 걸리버 여행기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교묘하게 비꼬아서 인간들의 탐욕을 질책하는 모양새는 그가 이 이야기를 꾸며내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소인국에서 산악 인간으로 불리며 그곳에 적응해나가는 걸리버는 왕국과 왕에게 나름의 충성을 보이지만

늘 그렇듯 주위엔 걸리버를 질투하고, 그를 인정하지 않고, 그를 없애버리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뭔가 대단한 능력이나 힘을 가졌다 싶으면 인간의 세 치 혀 안에서 생사가 결정되는 것은 이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변함없는 것인가 보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로 인해 걸리버는 자신을 구할 수 있었다.

 

걸리버는 어디를 가던 그곳 사람들의 성향을 살피며 그곳에 최대한 빠르게 적응하는 재능이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인간이 가진 최대의 무기가 아닌가 싶다.

걸리버에게 이런 대처 능력이 없었다면 그는 분명 소인국에서 죽어 거인국도, 라퓨타도, 일본도, 후이늠국도 가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디에서든 재빠른 적응력을 보이는 걸리버의 생존력은 이 시대에 우리가 이 책을 읽고 배워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글로벌화되어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때에 이 뛰어난 적응력은 상대를 알아가려는 노력만큼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당시의 정치사회와 인간 문명을 통렬하게 비판한다고 했다고 하는데

글쎄.

지금 시각으로 이 정도는 양반급이지 않나 싶다.

스위프트가 살았을 당시보다 지금은 더 복잡해졌지만 정치는 발전하는 사회의 반에 반도 못 따라가 가고 있고

인간의 본성은 그때보다 훨씬 다양하게 더 많은 것을 탐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세상에 많은 걸리버들이 생겨도 스위프트가 생각하던 세상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뒤집기의 달인이니까.

좋았다 나빠지고, 나쁘다가 조금 더 좋아지는 형식이 되돌이표처럼 되풀이될 뿐이다.

 

작가들의 이상적 세상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고

인간의 본성적인 세상은 현존하는 미래다.

고전을 통해서 우리가 아무리 배운다 해도 실천이 안되면 소용없는 짓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늘 하는 일을 제외한 다른 모든 면에서 우리 중에서 가장 무지하고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대화할 때도 가장 비열하며 모든 지식과 학문에 대해 공적 노릇을 합니다. 그들은 자기 직업에서 익숙하게 왜곡을 일삼았던 것처럼, 모든 다른 화제에서도 인류의 보편적 이성을 왜곡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글에서 지칭하는 직업이 그때도 그렇게 술수나 부리는 믿지 못할 인간들의 집합체라니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아마도 작가가 변호사에게 된통 당한 기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래저래

뭔가 절박하면서도 맹렬한 기분이 드는 이때에

걸리버 여행기는 인간종에 대한 탐구를 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걸리버를 따라 나는 인간세계를 탐험했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전혀 몰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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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깊이의 바다
최민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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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의 일도 아니고 유령의일도 아닌 것을 다룹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가능한 한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내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겁니다.

 

 

대실종.

어느 날부터 사라지기 시작한 사람들. 752명의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벽에 그려진 문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카페에 들어갔다가, 편의점에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세상은 그들을 실종됐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그냥 그 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경해의 아내도 벽에 그려진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단법인 도서정리협회.

이곳에선 수수께끼를 다룬다.

세상에서 실제 일어나지만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룬다.

 

어느 날 그곳으로 소년이 찾아온다.

사라진 엄마를 찾아 달라고 말하며 아이가 내민 명함에는 갑자기 사라진 전 파트너 노아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노아의 명함을 들고 엄마를 찾아달라고 찾아온 소년.

이상하리만치 조숙한 소년의 의뢰를 떨치지 못하고 나는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인골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 인골들은 저마다의 인식표를 가지고 있었다. 유족들이 보면 대번에 알만한.

경해도 아내의 반지를 알아봤다.

그의 아내도 인골로 그에게 돌아왔다.

새들은 날지 않고 땅으로 모이고 사람들은 그런 새들을 무자비하게 죽인다.

 

 

 

어딘가에 쐐기가 박힌 거였어. 쐐기가 잘못 박히면 벽이 뒤틀리면서 금이 가잖아. 마찬가지로 이 세계의 어딘가가 어긋나고 뒤틀리면서 틈이 생겨난 거지. 사람들이 그 틈으로 빨려 들어간 거야.

 

 

 

 

작가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냈을까?

존재해선 안되는 존재가 존재하는 바람에 생긴 기이한 현상.

그 존재를 존재케한 일을 역사에서 찾아내어 그 아픔을 낱낱이 써 내려간 필력.

묘하게 뒤엉킨 이야기들이 기묘함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들의 활약 때문에 이 이야기는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 계속될 이야기 같다.

기묘한 탐정들의 시리즈처럼.

 

아픈 역사가 이렇게도 판타스틱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구나!

 

역사는 어리석음과 끔찍함으로 가득한 피바다라는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공포 미스터리 즈음에서 역사 강의를 들은 기분이다.

 

세상 어딘가에서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 언저리에 노아 같은 인물이 있어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 방법을 찾아내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내는 거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렇게 이 소설의 인물들은 어느새 현실의 인물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 읽는 작가인데 왠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예상을 불허하는 이야기의 세계를 가진 사람 같다.

그의 또 다른 다음 세계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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