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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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순간들.

책을 읽고 나서야 제목의 의미가 와닿았다.

내가 읽은 이 한 권의 책엔 모든 소설의 순간들이 담겨 있었으니까.

 

발단. 전개. 절정. 결말.

국어 시간에 배운 형식이지만 이 형식을 곱씹으며 책을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의 기발함은 여기에 있다.

 

 

발단.

 

이야기의 시작이며 왜 이야기가 시작되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5편의 짧은 이야기는 이야기의 시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하지?

첫 문장을 어떻게 쓰지?

이런 고민들은 소설뿐 아니라 일기를 쓸 때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이 책의 발단은 정말 아무렇지 않게 무심하게 시작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궁금증을 남겨둔다.

 

시작은 궁금증을 남겨야 한다.

다음에 어떤 전개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것. 그것이 발단의 몫이다.

 

 

전개.

 

하나의 이야기가 풀리는 시점이다.

이 전개가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야기의 모든 사건들이 풀려나기 때문이다.

절정으로 치닫기 전 가파름의 중간 단계라고 말하고 싶다.

 

9편의 이야기는 마치 쓰다 만 이야기 같지만

그 뒤에 어떤 결정적인 이야기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남긴다.

 

                            

좋은 절정은 다른 클라이맥스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절정.

 

이야기의 최고조.

사건이 터지고, 해결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목이다.

이 절정이 절정스럽지 못하면 김빠진 사이다와 같다.

그만큼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6편의 이야기는 절정들만 모아놨는데 그래서 앞뒤의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래서 그다음은?이라는 물음표가 생기지 않으면 이것 역시 뻔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결말.

 

이야기의 끝.

열린 결말들은 아쉬움을 남기고.

꽉 찬 결말은 작가가 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에게 잘 전달해 준다.

 

무엇보다 열린 결말에서 독자들은 더 많은 흥분을 하게 된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고, 그 해석에 따라서 여태껏 읽었던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금산의 소설의 순간들은

전개 방식에 따른 이야기의 순간들을 담아냈다.

 

웰컴 투 플래시 픽션 가이드 북!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집은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작가가 직접 써 보이며 알려주는 책이다.

소설 한 번 써볼까?

나도 글을 써보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가이드북 삼아서 이야기를 한 번 만들어 보면 어떨까?

 

각각의 전개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써놓고 그것을 한데 모아서 수정해 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뭔가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을 톡톡 건드려 주는 느낌의 책이다.

막연함을 눈앞에서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 이렇게 쓰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따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각각의 궁금증으로 독자로 하여금 나머지 이야기를 만들어 보게 하는 재주를 가진 책이다.

 

이 책의 각 단계의 이야기를 읽고, 앞부분과 뒷부분의 이야기를 독자가 직접 써보는 것도 재밌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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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7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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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바라건대, 모든 여행자가 자신의 여행기를 출판하기 전에 책 안의 내용이 자신이 아는 한 절대적으로 진실이라고 대법관 앞에서 맹세하는 법이 재정되었으면 한다. 그러면 세상은 더이상 과거처럼 기만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며, 몇몇 작가가 부주의한 독자에게 지극히 역겨운 거짓을 전하면서 책을 더 많이 파는 일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걸리버 여행기를 가볍게 생각했던 나는 어릴 때 스치듯 읽었던 책 내용만으로 그저 흥미로운 여행기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저 거인국 소인국에서의 걸리버 모습을 생각하며 나도 어느 날 걸리버처럼 그런 곳에 떨어지게 되면 어떻게 할까?라는 호기심만 생겼을 뿐이다.

 

어른이 되어 제대로 읽게 된 걸리버 여행기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당시의 시대 상황을 교묘하게 비꼬아서 인간들의 탐욕을 질책하는 모양새는 그가 이 이야기를 꾸며내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소인국에서 산악 인간으로 불리며 그곳에 적응해나가는 걸리버는 왕국과 왕에게 나름의 충성을 보이지만

늘 그렇듯 주위엔 걸리버를 질투하고, 그를 인정하지 않고, 그를 없애버리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

뭔가 대단한 능력이나 힘을 가졌다 싶으면 인간의 세 치 혀 안에서 생사가 결정되는 것은 이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변함없는 것인가 보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로 인해 걸리버는 자신을 구할 수 있었다.

 

걸리버는 어디를 가던 그곳 사람들의 성향을 살피며 그곳에 최대한 빠르게 적응하는 재능이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인간이 가진 최대의 무기가 아닌가 싶다.

걸리버에게 이런 대처 능력이 없었다면 그는 분명 소인국에서 죽어 거인국도, 라퓨타도, 일본도, 후이늠국도 가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디에서든 재빠른 적응력을 보이는 걸리버의 생존력은 이 시대에 우리가 이 책을 읽고 배워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글로벌화되어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때에 이 뛰어난 적응력은 상대를 알아가려는 노력만큼 자신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당시의 정치사회와 인간 문명을 통렬하게 비판한다고 했다고 하는데

글쎄.

지금 시각으로 이 정도는 양반급이지 않나 싶다.

스위프트가 살았을 당시보다 지금은 더 복잡해졌지만 정치는 발전하는 사회의 반에 반도 못 따라가 가고 있고

인간의 본성은 그때보다 훨씬 다양하게 더 많은 것을 탐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세상에 많은 걸리버들이 생겨도 스위프트가 생각하던 세상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뒤집기의 달인이니까.

좋았다 나빠지고, 나쁘다가 조금 더 좋아지는 형식이 되돌이표처럼 되풀이될 뿐이다.

 

작가들의 이상적 세상은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고

인간의 본성적인 세상은 현존하는 미래다.

고전을 통해서 우리가 아무리 배운다 해도 실천이 안되면 소용없는 짓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늘 하는 일을 제외한 다른 모든 면에서 우리 중에서 가장 무지하고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대화할 때도 가장 비열하며 모든 지식과 학문에 대해 공적 노릇을 합니다. 그들은 자기 직업에서 익숙하게 왜곡을 일삼았던 것처럼, 모든 다른 화제에서도 인류의 보편적 이성을 왜곡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글에서 지칭하는 직업이 그때도 그렇게 술수나 부리는 믿지 못할 인간들의 집합체라니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아마도 작가가 변호사에게 된통 당한 기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래저래

뭔가 절박하면서도 맹렬한 기분이 드는 이때에

걸리버 여행기는 인간종에 대한 탐구를 하게 만든 이야기였다.

 

걸리버를 따라 나는 인간세계를 탐험했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전혀 몰랐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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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깊이의 바다
최민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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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의 일도 아니고 유령의일도 아닌 것을 다룹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가능한 한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내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겁니다.

 

 

대실종.

어느 날부터 사라지기 시작한 사람들. 752명의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벽에 그려진 문으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카페에 들어갔다가, 편의점에 갔다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세상은 그들을 실종됐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그냥 그 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경해의 아내도 벽에 그려진 문을 열고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단법인 도서정리협회.

이곳에선 수수께끼를 다룬다.

세상에서 실제 일어나지만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룬다.

 

어느 날 그곳으로 소년이 찾아온다.

사라진 엄마를 찾아 달라고 말하며 아이가 내민 명함에는 갑자기 사라진 전 파트너 노아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노아의 명함을 들고 엄마를 찾아달라고 찾아온 소년.

이상하리만치 조숙한 소년의 의뢰를 떨치지 못하고 나는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곳저곳에서 인골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 인골들은 저마다의 인식표를 가지고 있었다. 유족들이 보면 대번에 알만한.

경해도 아내의 반지를 알아봤다.

그의 아내도 인골로 그에게 돌아왔다.

새들은 날지 않고 땅으로 모이고 사람들은 그런 새들을 무자비하게 죽인다.

 

 

 

어딘가에 쐐기가 박힌 거였어. 쐐기가 잘못 박히면 벽이 뒤틀리면서 금이 가잖아. 마찬가지로 이 세계의 어딘가가 어긋나고 뒤틀리면서 틈이 생겨난 거지. 사람들이 그 틈으로 빨려 들어간 거야.

 

 

 

 

작가는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만들어냈을까?

존재해선 안되는 존재가 존재하는 바람에 생긴 기이한 현상.

그 존재를 존재케한 일을 역사에서 찾아내어 그 아픔을 낱낱이 써 내려간 필력.

묘하게 뒤엉킨 이야기들이 기묘함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들의 활약 때문에 이 이야기는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 계속될 이야기 같다.

기묘한 탐정들의 시리즈처럼.

 

아픈 역사가 이렇게도 판타스틱스러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구나!

 

역사는 어리석음과 끔찍함으로 가득한 피바다라는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공포 미스터리 즈음에서 역사 강의를 들은 기분이다.

 

세상 어딘가에서 기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 언저리에 노아 같은 인물이 있어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 방법을 찾아내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내는 거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그렇게 이 소설의 인물들은 어느새 현실의 인물들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 읽는 작가인데 왠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예상을 불허하는 이야기의 세계를 가진 사람 같다.

그의 또 다른 다음 세계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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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한 뉴에디트 완역판, 책 읽어드립니다
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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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남편 사이에서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어려운 처신을 했던 한 여자의 생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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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식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8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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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독서카페 리딩 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M.C. 비턴의 죽음 시리즈 08번째 이야기는

대식가의 죽음이다.

 

만으로 갑작스러운 돌풍이 몰려와 배들을 거칠게 흔들었다. 돌풍은 경찰서 문 주위에 어지러이 피어 있는 장미들 사이를 헤집고 지나가더니 양철 쓰레기통 뚜껑을 뒤집어 놓고는 로흐두를 달려 내려가 왔던 때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졌다.

바람은 토멜성 호텔로 쏜살같이 날아간 것 같았다. 그는 미신 비슷한 생각에 몸을 떨었다.

 

 

로흐두의 토멜 성에 결혼 정보 회사에 가입한 남녀들이 인솔자와 함께 도착한다.

한동안 조용했던 마을은 각자의 짝을 찾기 위한 남녀들이 도착함으로써 활기를 띤다.

프리실라는 모자란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스스로 웨이트리스가 되고, 그렇게 평화롭고 달콤한 시간을 보낼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불청객이 찾아온다.

 

피타 고어.

체크메이트의 사장 마리아의 동업자인 그녀는 엄청난 대식가다.

그런 그녀가 아름다운 조카와 함께 토멜성에 도착한다.

엄청나게 먹어대고, 아무 남자에게나 껄떡대는 모습이 보기 싫어서 마리아가 일부러 떼어 놓고 온 피타였다.

 

그녀의 도착과 동시에 사람들은 불편해하고, 엄청나게 먹어대는 모습에 사람들은 음식 먹을 생각도 못 한다.

거대한 여자의 먹는 모습은 그곳에 모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요리사인 숀에게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리아가 짝지어 놓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고 다들 주어진 짝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짝에게 관심을 보인다.

대식가의 죽음.

제목에서 피타의 죽음은 예견되고

이번에도 역시나 해미시에게 추파를 던지는 여자가 있다.

프리실라는 호텔일에 지쳐 스트레스가 넘치고, 해미시가 여자들에게 헤프게 구는 모습에 짜증이 난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 바야흐로 뭔가 진전이 있을 거 같은 찰나에 피타가 시체로 발견되고, 해미시는 블레어를 제치고 사건에 뛰어든다.

 

여태껏과는 다르게 해미시는 블레어에게 공을 돌리지 않는다.

갑자기 야망이 생긴 건가?

덕분에 총경은 해미시를 승진시킬 기회를 잡고 그를 경사로 승진시키고 그의 수발(?)을 들 초짜 경찰을 보내준다.

 

세상에 살해당하기를 구걸하는 여자가 있다면, 그 여자는 피타 고어일 것이다!

 

 

모두가 용의자처럼 보이지만 알리바이가 있다.

피타에 대한 혐오감은 그녀를 아는 모두에게 있었다.

매번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잡아내는 해미시를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번에도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하는데 아무래도 해미시에겐 살인범을 잡는 행운이 깃든 모양새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불법도 저지를 수 있는 해미시의 매력은 어디까지인가!

 

당신은 전문가라고 보기에는 어렵잖아요.

.

당신은 고작 시골 마을 경찰이에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재미있어요. 아마추어 살인이 오로지 또 다른 아마추어에 의해서야 해결될 수 있었다는 거 말이죠.

 

 

해미시에게 충격 발언을 남긴 귀족 부인의 말은 해미시에게 어떤 타격을 주었을까?

영국 귀족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뭔가 고상하고 우아한 척을 하는 속물들을 보는 재미가 이 시리즈의 또 다른 매력이다.

고지의 남자 해미시 맥베스.

또 한 건의 살인을 해결하고 승진에 부하직원까지 생긴 해미시의 다음 이야기는 어떤 것이 될까?

 

이 대식가의 죽음에는 다음 편 미리 보기가 담겨있다.

그래서 꽤 신박한 느낌을 남기고 끝난다.

다음 편에 대한 미끼로 미리 보기를 넣다니 꽤 재밌는 발상이었다.

헤미시 맥베스 시리즈가 점점 더 좋아지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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