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9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게으름에 관한 한은 저 숀 거레이가 해미시를 능가하고도 남을 거야.

 

 

 

 

경감으로 승진한 해미시는 부하직원 윌리가 끊임없이 쓸고 닦고 하는 데 질려버린다.

게다가 마을에 여행용 주택으로 개조한 버스 한 대가 들어왔는데 그 소유주 숀이 왠지 꺼림직하다.

빛나는 미모를 자랑하는 숀은 자신을 여행자라 칭하며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뭔가 께름직한 느낌을 가진 해미시가 경고해도 마을 사람들은 그런 해미시를 더 조롱하며 숀을 감싼다.

 

 

조용하고 잔잔한 로흐두 마을.

어찌 보면 그동안의 살인 사건으로 보건대 로흐두는 조용한 마을이라는 별명이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여인네들이 숀에게 친절하게 굴고, 숀과 함께 여행하는 입에 걸레를 물고 있는 욕쟁이 셰릴은 해미시에게 듣보잡 욕의 세리머니를 연출한다.

 

 

한가한 마을에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 여행자인 척 굴며 마을 사람들을 사로잡고, 프리실라에게까지 마수를 뻗치고,

경찰서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쓸고 닦기를 반복하는 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해미시.

게다가 마을에 하나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주인의 조카가 왔는데 엄청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 아름다움에 빠진 윌리가 하라는 경찰 일은 뒷전에 두고 레스토랑 청소를 도맡아 하는 걸 보는 해미시의 짜증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게다가 목사님까지 자신의 믿음을 잃어버리고 교회에서 광적인 연설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던 그때.

숀이 자시의 버스에서 얼굴이 뭉개진 채 시체로 발견된다.

과연 이 잘생긴 인기남은 누구의 손에 죽었을까?

 

 

목가적인 날씨가 도래함과 동시에, 해미시는 이상하게 자신이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쩐 일인지 해미시는 그것이 숀 거레이와 관련 있다고 느꼈다.

 

 

 

바람 잘 날 없는(?) 로흐두 마을을 지키는 해미시.

그동안에 보여준 해미시의 능력을 보고도 마을 사람들은 그를 게으르고, 쓸모없는 경찰로 치부한다.

이상한 마을이다.

게다가 저마다의 독특한 캐릭터들 앞에서 나는 점점 이 시리즈의 매력이 증가되는 걸 느낀다.

이 마을의 여성들은 도무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게다가 해미시에게 알게 모르게 은혜(?)를 입고 있지만 다들 어쩜 그렇게 해미시를 개무시 하는지!

 

 

잘생기고, 입만 살아있는 남자가

순진한 마을 여성들을 농락하고, 어떻게 그들을 착취했는지가 드러남에 따라 해미시는 갈등하게 된다.

마을 사람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과 살인자를 잡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면서 해미시는 살인사건의 기본 원칙을 어겨가며 홀로 수사에 임한다.

물론 이 홀로 수사하기는 이미 해미시의 특허이긴 하지만.

 

 

이 모든 난장판의 배후에는 뭔가 있어요. 제가 그걸 찾아내고 말 겁니다.

 

 

 

게다가 블레어가 병원에 입원한 뒤로 자신에게 그 자리가 넘어올 거라 지레짐작한 지미 앤더슨의 행태는 아주 단적으로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그동안 술 한 잔으로 물심양면 해미시를 도와주던 그가 거들먹거리며 해미시를 막 대하는 걸 보니 읽는 나조차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더 놀라운 일은

해미시에게 눈엣가시 같았던 윌리의 오보로 인해 프리실라와 해미시는 약혼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는 것!

그리고 두 사람은 이제껏 해왔던 밀당을 집어치우고 본격적인 사랑의 가도를 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살인 같은 사건이 일어나면, 그제야 우리가 그들에 관해 전혀 모르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엎치락뒤치락 거리거나

화려한 액션이 없더라도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를 자꾸 보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아주 오지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살인 사건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집합체인 로흐두 마을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축소판 같기 때문이다.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새로운 이야기로 거듭되면서 점점 로흐두가 실제 있는 곳처럼 여겨지고

거기 가면 해미시와 마을 사람들과 프리실라를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여행자의 죽음에서

서로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이 결국 다른 사건에서 또 다른 희생자나 가해자로 둔갑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는 해미시와 프리실라의 시작이 앞으로 이 시리즈에 어떤 재미를 줄지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받을 권리 - 이유 없이 상처받지 않는 삶
일레인 N. 아론 지음, 고빛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레인 N. 아론은 미국 최고의 심리 치료사이다.

그가 수십 년간 내담자를 상담해오면서 심리적 상 속에 공통적으로 작용하는 프레임, 스스로를 가치 없다고 평가하는 '못난 나'가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 책은 '못난 나'에 대한 10여 년의 연구 성과를 담은 책으로 올해 개정판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총 8장으로 나누어진 책의 내용은 무엇보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사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건 스스로를 들여다 보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내 안의 나를 직시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책엔 많은 질문지가 있다.

그 질문들을 대하다 보면 평소 내가 알던 나와 진짜 숨어 있던 나를 알아 가게 된다.

그것이 당혹스러울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나 자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 역시 내 스스로 이 책의 내용을 얼마나 솔직하고 가감 없이 받아들이냐에 있다.

이 책은 그저 읽어 나가는 것이 아니다.

심리 치료사와 마주 앉지 않고도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남 앞이 아니라서 내가 감추고 있었거나, 나 몰래 숨어 있던 나를 불러내기가 쉬울 수 있다.

인간은 주어진 상황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따라서 내면의 '못난 나'라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은 순위 매기기와 관계 맺기의 차이를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순위 매기기 보다 관계 맺기에 집중한다면 삶이 더 행복해질 거라는 의미에서 내가 그동안 어디에 더 비중을 두는 사람이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순위 매기기에 치중하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관계 맺기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고, 못난 나보다는 보다 나은 나를 찾아가는 길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정서적 도식이 유발되는지 감지할 수 있게 되면, 무의식의 영향력에 의식적으로 맞설 수 있다. 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것은 우리에게 힘을 준다.

 

 

트라우마가 나 자신을 평가절하하게 놔두지 않으려면 그 트라우마가 생긴 원인을 알아내야 한다.

하지만 모두 그것과 마주할 용기를 내기 어렵다.

그러니 기억 깊숙한 곳에 숨겨서 아무렇지 않은 척, 상처받지 않은 척, 아무 일도 없는 척할 뿐이다.

내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면 나는 그것에 지배당하고, 그것에 계속 상처받으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순위 매기기에서 관계 맺기로 스위치를 전환하면 '못난 나'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내면의 '못난 나'는 우리가 자신의 가치를 타인과 비교해 낮게 평가하기 때문에 생겨났다. 그런데 '관계 맺기'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우리는 상호 동등하게 서로를 신경 쓰고 보살피게 된다.

 

 

내게 가장 도움이 되었던 부분은 5장 숨어 있는 나와 친해지기이다.

나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면서 예전에 곧잘 해왔던 나와의 대화가 언제부터 사라졌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내 안의 나와 대화하기를 멈추면서 나는 더 딱딱해지고, 스스로를 외면하고, 나를 부정하게 되었던 거 같다.

나와의 대화가 이 책을 읽었다고 바로 시작되지는 않는다.

깊이 숨어버린 나를 다시 만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

가끔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것이 바로 나 자신과의 대화를 멈춘 후였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이 책을 한 번 읽어서 다 안다고 할 수 없을 거 같다.

곁에 두고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꺼내 읽으면서 나를 다독거려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바로 나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내가 나를 마주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름 없는 여자들 스토리콜렉터 82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부분의 문명국가에서 그렇게 해요. 정부는 법대로 하는 거죠.

끔찍한 건 사람들이 전부 다, 진짜 정치인들까지도 그 불쌍한 여성들이 집으로 끌려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다는 거죠.

 

 

 

광고쟁이 단 소메르달.

수사관 플레밍 토르프.

공통점이 있을 거 같지 않은 두 사람의 공통점은 고교 동창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점이다.

 

 

플레밍이 먼저 마리아네와 사귀고 있었지만 그녀와 결혼해서 살고 있는 사람은 단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이웃해 살면서 부부동반으로 자주 모였다.

그러다 플레밍이 아내와 별거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단은 우울증에 걸려서 무기력해졌다.

그러던 차에 단의 회사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신원확인을 위해 플레밍과 함께 회사에 간 단은 자신에게 광고 말고 또 다른 재능이 있음을 깨닫는다.

 

 

처음엔 플레밍을 위해 회사 사람들의 인적 사항을 알려주고, 오랜만에 회사를 찾은 자신을 반겨주던 동료들과 함께 수다를 떨다가 본의 아니게 수사에 관련된 정보를 얻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단의 탐정놀이는 주변인들에게 알려지고, 살인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는 단을 앞세워 경찰의 위신을 깎아내린다.

 

 

대머리 탐정으로 불리는 단과 단보다 추리력이 형편없다는 오명을 쓴 플레밍.

서먹서먹해진 그들은 서로가 가진 정보를 나누지 못하고 그러는 사이에 살해된 청소부 릴리아나와 함께 살던 샐리가 시체가 되어 발견된다.

이 두건의 사건은 어떻게 벌어지게 됐을까?

 

 

 

 

 

 

 

 

 

 

 

흘려들었던 이야기들이 사실이 되는 순간.

 

 

덴마크의 소도시 크리스티안순을 배경으로 고교 동창이자 사랑의 라이벌이었던 단과 플레밍의 우정 어린 수사물은 코지 미스터리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단순하게 즐기지 못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알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못하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 이름 없는 여자들에 담긴 그들의 삶은 어느 한 부분도 그들의 의지를 담은 삶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의해 짓밟히고, 망가진 인생이 처참하게 전개된다.

살해당한 청소부 릴리아나의 감쪽같은 죽음을 파헤쳐 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인신매매범들과 그들이 평범한 소녀들을 일자리를 준다고 꼬셔서 폭행과 강간을 일삼으며 그들의 의지력을 박살 내버리고 매춘을 하게 만드는 과정들은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다. 그렇게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하고 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그 문제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노력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희생자 릴리아나와 샐리를 통해 이름 없이 살아가야 하는 여자들의 삶을 보여줬다면

자신의 안위를 위해 거짓말을 한 사람으로 인해 어떻게 무고한 목숨이 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이 한 편에 무수한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처음 읽는 작가인데도 필력이 상당하다.

 

약간 어설픈 단과 그다지 예리하지는 못하지만 성실한 플레밍의 이야기는 이 이야기의 재미와 편안함을 이끌고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두 사람만의 방식은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준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일의 전체가 드러나게 하는 작가의 솜씨는 읽고 나서 독자로 하여금 더 큰 그림을 보게 해주기에 더 경탄하게 된다.

 

인신매매로 인해 고통받은 여성들을 도와주고자 비밀리에 만들어진 단체는

그 안에서 새로운 독버섯이 자라고, 과거를 숨긴 망령과 비뚤어진 가치관을 가진 자들 때문에 여전히 착취의 그늘을 못 벗어나게 된다.

좋은 취지를 망치는 사람은 늘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도 가져야 함을 이 이야기를 통해서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외면하고 있었던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 멀리 북유럽에서 존재하는 일은 바로 우리 근처에서도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폭력과 강간으로 여성들을 짓밟고 그녀들을 사창가로 내모는 인간들은 다른 겉모습으로 잘 살아가고 있다.

주변에서 폭력을 목격하고도 자신의 동료이자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침묵하고, 공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옳은 일을 하고,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죄책감을 지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 사라지길 바란다.

겨우 탈출해서 새 삶을 살기 위해 고국에 돌아간 수많은 피해자가 그곳에서조차 외면당하고, 다시 끌려 나오게 되는 상황이 되풀이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단 소메르달의 이야기가 시리즈로 계속된다니 앞으로 기다릴 새 시리즈가 생겨서 즐겁다.

아나 그루에의 탁월한 필력으로 전개될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문제점들이 나에게 또 어떤 생각거리를 남겨줄지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 전달자 (그래픽 노블) 비룡소 그래픽노블
로이스 로리 지음, P. 크레이그 러셀 그림,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 전달자는 영화로 먼저 보았다.

영화 내용이 참으로 신선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원작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청소년 도서로 뉴베리 상 수상작이기도 한 로리스 로이의 기억 전달자가 이번에 크레이그 러셀의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했다.

좋은 기회에 원작과 그래픽 노블을 같이 읽을 기회가 생겼다.

 

 

철저하게 통제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열두 살 조너스는 곧 있을 12살 기념식에서 자신이 맡을 임무가 무엇일지가 최대 관심사다.

그런 조너스에게는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하나 있다.

가끔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로 조너스는 열두 살 기념식을 맞이한다.

 

 

친구들이 모두 불려나가 임무를 맡았지만 조너스는 남았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불려나간 조너스는 자신이 기억 보유자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너스는 이제와는 다른 삶을 살 것이다.

 

 

 

 

 

 

9살이면 공동체로부터 자전거를 부여받고, 12살엔 임무를 부여받으면서 어른이 되는 세상.

자원봉사를 통해 아이들의 적성을 판가름해서 위원회는 결정을 내린다. 그 아이가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하는지를.

공동체의 구성원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다.

성욕조차도 알약으로 치료하며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기계적인 삶.

아이를 낳는 사람으로 정해지면 아이를 셋을 낳고 나서 노동자로 평생 살아야 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함께 살기로 승인받은 커플에게 분양되고, 그렇게 이루어진 가족은 그 어떤 감정을 갖지 않고 틀안에서 인조인간처럼 살아갈 뿐이다.

 

 

그런 삶을 살던 조너스에게 기억 보유자라는 직책이 주어진다.

모든 사람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권리.

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는 권리.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권리.

그러나 조너스는 임무 해제를 신청할 수 없다.

 

 

이 세계에서의 임무 해제는 곧 죽음이다.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하지만 모든 사람이 기억을 품을 수는 없나요? 모두 조금씩 기억을 함께 나눈다면 일이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이 일에 참여한다면 기억 전달자님과 제가 그렇게나 많은 고통을 떠맡을 필요가 없잖아요.

 

 

 

아주 먼 과거 세상의 기억을 전달받는다는 것은 고통이 따른다.

이제까지 가져 보지 못한 감정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전쟁, 굶주림, 충격, 상처 등의 고통 보다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은 죽음이었다.

이전의 세상은 그런 세상이었다.

고통으로 가득한. 그러나 기쁨과 사랑이 존재하는 세상.

 

 

 

소설과 그래픽 노블을 함께 읽는 시너지가 최대인 이야기는 바로 기억 전달자이다.

 

이 이야기 속 세상엔 감정과 색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로 임명되기 전부터 색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조너스가 기억을 전달받을수록 감정과 색들을 더 많이 느끼고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조너스가 탈출한 세상 밖은 온통 색으로 가득하다.

 

 

원작을 읽으면서 상상해야 했던 느낌을 그래픽 노블로 보면 그 이미지가 확실하게 전달된다.

게다가 이 그래픽 노블은 원작에 가장 가깝게 그려졌다.

그래서 책과 그래픽을 같이 보는 재미가 가장 큰 책이었다.

그리고 그래픽 노블의 표지는 원작의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감동은 두고두고 전율하게 된다.

영화를 봤을 때도 그 여운이 오래갔었다.

책과 그래픽에서의 느낌은 자꾸 그 마지막을 곱씹게 한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이야기다.

가사의 세상은 완벽한 듯 보이지만 결격 사유가 많은 곳이다.

감정을 통제하고 행동을 통제당하는 세상.

그 안에 안주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통제 당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세상.

조금의 이상이라도 보이면 임무 해제되는 세상.

 

 

이 건조한 세상을 창조한 로이스 로리가 존경스럽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름다와질 것이다.

이 온갖 것들을 이고 지고 사는 지금 이 세상이 가장 행복한 세상임을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그래픽 노블엔 원작자 로이스 로리와 그래픽 노블의 작가 크레이그 러셀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원작자와 각색자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던바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 투데이에서 함께 읽는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6 번째 이야기는

리어왕을 개작한 던바.

패트릭 멜로즈의 작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글로 현대판 리어왕을 만났다.

                            

그는 플로렌스를 징벌적으로 대했다. 독자적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녀와 접촉을 끊고, 그녀를 거부하고 괴롭혔다. 그가 저지른 수치스러운 짓은 닥터 밥은 말할 것도 없고 메건이나 애비게일보다 훨씬 더 저질이었다. 그는 그가 사랑한 사람들을 배반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딸들은 그런 그를 미워한다는 점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했다고 할 수 있고, 닥터 밥은 기회를 포착한 기회주의자일 뿐이었다.

던바.

세계적인 미디어 총수였던 그는 외딴곳의 요양원에 갇힌 신세다.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가장 사랑하는 딸 플로렌스가 모든 걸 버리고 자연을 벗 삼아 자신의 가족과 살기 위한 결정을 내렸을 때 그는 플로렌스에게서 모든 걸 빼앗고 나머지 두 딸에게 플로렌스의 모든 지분을 나눠줘 버렸다.

플로렌스가 던바를 떠나자마자 나머지 두 딸들은 그에게서 모든 걸 빼앗고, 그의 주치의 닥터 밥과 합세하여 그를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오락가락하는 정신 속에서도 던바는 탈출을 꿈꾼다.

그의 요양원 동료 피터와 함께.

페트릭 멜로즈로 인기를 얻은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의 글은 처음이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아주 멋지게 개작했다.

던바는 무적이었고, 거칠 것이 없었으며 강인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그런 그가 말련에 가장 사랑하던 딸을 잃고 나머지 딸들에게 내쳐진 모습은 처량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는 불굴의 의지를 잃지 않고 탈출한다.

탈출한 던바는 피터와 헤어져 홀로 낯선 땅을 헤맨다.

뒤늦게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자 아버지를 추적하는 플로렌스와 던바의 변호사이자 그의 측근인 윌슨과 던바를 더 깊숙한 곳으로 보내버리기 위해 출동하는 두 자매 메건과 애비게일의 던바 찾기는 두 자매의 악역 덕에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두 자매 사이에서 서서히 망가져 가는 닥터 밥의 배신행위도 조마조마하다.

가족.

그러나 돈 앞에서 가족의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던바는 스스로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자신의 사랑을 갈구하는 딸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은 두 딸을 괴물로 만들었다.

아니. 어쩜 메건과 애비게일은 던바의 모든 것을 물려받은 자식일지도 모른다.

리어왕과 던바를 통해 가족이 가장 많은 상처를 주는 존재라는 걸 확인하게 된다.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플로렌스의 죽음은 왜? 누가? 어떻게? 가 빠졌지만 던바의 고통과 고뇌를 가증 시키는 일이었다.

뭔가가 더 있을 거 같은 느낌을 남기고 끝나버린 던바.

던바가 이룩한 제국은 어디로 갈까?

이것이 제일 궁금한 거 보니 나 역시 속물임을 감추지 못하겠다.

자식 교육은 돈으로 쥐어바른다고 되는 것이 아님을.

올바로 살아가는 모습을 부모가 보여주어야 함을.

높은 곳에 오를수록 곁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을 잘 해야 함을.

입에 발린 말보다 쓴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진정으로 나를 위하는 사람임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생각이나 삶의 방식을 존중해 줘야 함을.

사랑은 소유가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달은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