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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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약해지는 게 정말 짜증 난다. 칼릴은 인생을 잃어버렸는지 모르지만 나도 무언가를 잃었다. 그것이 날 열 받게 한다.

 

스타.

열여섯 흑인 소녀다.

흑인 빈민가 가든 하이츠에 살지만, 학교는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다.

 

열여섯 소녀의 인생은 순탄치 않다.

10살 때 길에서 그냥 지나가는 차에서 무작위로 쏜 총에 친구 나타샤를 잃었다.

그리고 6년 후 스타는 어느 파티에서 삼총사 중에 한 명이었던 칼릴을 만난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를 하던 중 총격전이 벌어지고 칼릴은 스타를 데리고 파티장에서 빠져나온다.

스타를 집에 데려다주려던 칼릴의 차를 경찰이 세우고 이유 없는 수색이 시작된다.

 

경찰을 만나면, 절대 움직이지 마. 대꾸도 하지 마. 시키는 대로 해. 두 손은 보이는 곳에 둬.

아빠에게 어려서부터 훈련을 받은 스타는 시키는 대로 한다.

그런 스타가 걱정스러워 안부를 묻던 칼릴에게 경찰이 총을 쏜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움직였다는 이유로.

 

그날 스타가 들은 두 번째 총소리는 그녀의 어릴 적 삼총사 중에 한 명을 또다시 데려갔다.

아주 멀리로.

 

이건 비단 나와 칼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 관한 거다. 우리 모두.

우리와 같은 모습의 사람들, 우리처럼 느끼는 사람들, 나와 칼릴을 모르지만 우리의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들 말이다. 내 침묵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목격자가 된 스타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그 아이를 흠집 내기를 바라는 사람들,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흘릴까 봐 죽이려 하는 사람들 틈에서 스타는 열여섯 살이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스타는 결정한다.

 

침묵을 지키기 보다 목소리를 내기로.

 

아름다운 이야기다.

증오와 편견을 이야기하면서도 증오스럽거나 편견스럽지 않다.

등장인물들이 내는 목소리는 모두 '이해'를 위한 목소리였다.

 

작가의 데뷔작인데 글이 아주 매력적이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모든 것이 살아있다.

흑인 소녀 스타와 사립학교에 다니는 스타는 같지만 다른 스타다.

하지만 이 서로 다른 스타가 합쳐지는 순간 진정한 스타가 된다.

 

스타의 친구 헤일리와 남자친구 크리스는 편견에 빠진 백인과 그 편견과 증오를 넘어서는 이해를 가진 인물로 대표된다.

제목 당신이 남긴 증오는 투팍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그게 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증오란다. 우리에게 맞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둔 것. 그게 터그 라이프야.

스타의 부모가 스타를 지키기 위해 보인 그 모든 것들은 부모로서 증오와 편견에 맞서 아이들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정말 잘 보여준다.

만약 당신의 아이가 스타처럼 백인 경찰이 쏜 총에 흑인 친구가 죽은 걸 목격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스타의 부모는 도망치지 않았다.

그들은 스타에게 강요하지도 않았다. 스타가 올바른 길을 스스로 찾도록 도왔다.

그것이 어떤 길이 될지 충분히 예상하고서도 스타가 결정한 길이었기에 그 길을 가도록 지지해 준다.

 

이 작은 소녀의 목소리는 그렇게 울려 퍼진다.

목격자로서 그날 있었던 일들과 칼릴을 둘러싼 무수한 이야기들을 스타는 친구로서, 목격자로서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한다.

그것이 이 이야기가 가진 힘이다.

 

슬프고, 억울하고,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또 그만큼 재밌고, 유쾌한 이야기였다.

당신이 남긴 증오는.

이야기 곳곳에 스민 유머감각이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였다.

 

책을 읽고 한동안 리뷰를 쓸 수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내가 느낀 이 모든 감정들이 녹아들어 어떤 말로 표현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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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맨스 북클럽 브로맨스 북클럽 1
리사 케이 애덤스 지음, 최설희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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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는 대부분은 언젠가 부인이나, 여자 친구, 약혼 상대를 잃을 뻔했던 남자들이야.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인 개빈 스콧.

9회 말 만루 홈런으로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냈던 그 밤.

그는 아내에게서 충격적인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는 아내에게 이혼하자는 말을 듣고 집을 나와 고주망태가 되어 널브러져 있다.

그런 그에게 동료들이 찾아와 그가 잃어버린 것들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들이 제시한 방법은 바로 책 한 권.

[백작 부인 사로잡기] 라는 제목의 로맨스 소설이다.

세상에서 가장 은밀한 북클럽의 연애고수 만들기 프로젝트가 바로 로맨스 소설이라니!

 

개빈은 친구들의 설득으로 반신반의하며 책을 읽어 나간다.

그리고 친구들의 코치를 받으며 아내 세아의 마음을 얻기 위한 작전을 실시한다.

 

너를 만나기 전에 그녀가 겪은 일들이 지금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하는 바탕이 된다는 뜻이야.

 

 

북클럽 회원들의 현실적인 조언이 개빈이 결혼생활 동안 놓치고 살았던 게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짧은 연애 기간 동안 임신한 세아와 곧바로 결혼해서 메이저 리그에 직행한 개빈은 세아가 쌍둥이를 낳아 기르는 동안 부재 중일 때가 많았다. 운동선수의 부인은 시즌 중엔 남편을 곁에 둘 수 없다.

아무것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세아에게 프로 선수들의 아내와 약혼자와 여자친구들로 이루어진 모임은 그녀를 더 고립되게 만들었다.

그녀들은 세아가 일부러 임신을 해서 개빈을 잡았다고 생각했으니까.

 

 

도대체 그날 밤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현실 부부문제를 다룬 이 로맨스 소설은 정말이지 읽는 걸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소싯적(?) 읽었던 할리퀸 로맨스의 하이 버전이라고나 할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 버금가는 높은 수위를 가진 이 이야기는 연애를 건너뛰고 바로 결혼으로 골인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던 부부가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이야기와 감추고 살았던 은근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위태위태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두 사람이 원하는 건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개빈과 세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개빈과 세아의 1차적인 문제는 바로 세아가 "연기"를 한 것에 있었다.

그걸 알게 된 개빈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과연 문제가 그것뿐이었을까?

 

모든 일엔 다 배경이 있는 거야, 세아. 당신의 배경을 파고들어 봐. 그러고 나면 우리에게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지.

 

 

부모의 결혼 생활은 자식들 인생에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다.

아무리 부인해도 우리의 모든 생활 방식엔 그들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모든 사건이 그림자처럼 남아있다.

세아에게는 개빈을 믿지 못하게 하는 그늘이 있었다.

그녀 자신조차도 알지 못했던 그늘이 그녀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잃어버릴 거 같은 사랑을 되찾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하는 개빈의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그리고 그런 개빈 옆에서 훈수를 두며 그를 격려해 주는 북클럽 동료들의 훈훈함도 이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아마존 에디터 선정, 2019년 로맨스 소설 1위의 타이틀을 걸머 쥔 브로맨스 북클럽!

 

남편에게 이 책 좀 보라고 건네주고 싶다!

정말이지 여자들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나고, 무엇 때문에 헤어지자고 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 보세요!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그녀들을 잃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해 본 멋진 남자들입니다.

그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주세요.

그러면 여러분의 연애, 사랑, 결혼 생활에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여기서 퀴즈 하나~ 브로맨스 북클럽 이름을 지어 준 사람은?

퀴즈 둘~ 세아는 무슨 "연기"를 했을까~~~요?

 

궁금하시면 책 속으로~

 

어머, 환장하겠네. 그의 몸통은 대충 물기를 닦아낸 탓에 흘러내리는 물방울로 반짝거렸다. 개빈은 샤워를 한 뒤에 제대로 물기를 닦는 법이 없었고, 지금 이 순간, 그녀는 그것이 원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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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한 뉴에디트 완역판, 책 읽어드립니다
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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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간택 이후로 매우 슬퍼하였으니, 그것은 장차 궁궐에 들어와 억만 가지 변화를 겪으려고 마음이 스스로 그러하였던가. 한편 이상한 생각도 들고 한편으론 나의 예견이 흐리지 않았던 것 같다.

 

 

한중록은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대왕의 생모인 혜경궁 홍씨가 직접 쓴 궁중 비사다.

1735년 홍봉한의 차녀로 태어나 10살에 세자빈이 되어 아들 둘, 딸 둘을 두었으나 큰 아들은 세 살 때 여의었다.

 

조선 왕조 역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인 사도세자의 죽음은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이 한중록에 적힌 글들이야말로 곁에서 직접 보고 쓴 글이니 좀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글이 혜경궁 홍씨가 자신의 친정식구에게 가해졌던 정치적 박해를 가리기 위한 변명의 여지도 있는 것이기에 정확한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가 어째서 극도로 나빠졌는지에 대한 혜경궁 홍씨의 견해는 사도세자를 너무 어릴 때부터 떨어뜨려 놓고 천박한 궁인들 손에서만 자라게 했고, 너무 외진 곳에 머물러 웃전들과 멀리 떨어져서 한창 놀기 좋아하는 나이에 궁인들이 칼과 화살 등을 가지고 놀게 하여 성심을 흐렸으니 거기서부터 어긋났다고 생각했다.

 

한 가지 일만 생각해도 지극히 서러운데, 영조께서는 어찌된 생각이신지 그 아드님을 조용한 때에 친근히 앉히시고 진정으로 교훈하시는 일은 없고, 멋대로 내버려두어 아는 체도 않으시다가, 늘 남들이 모인 때에 흉을 보시는 듯 말씀하셨다.

아버지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대신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일이 계속되자 세자는 마음에 화가 많아지게 되고 그것을 풀길이 없으니 점점 포악해져 결국 내관들이고 궁녀고 할 것 없이 죽이는 사태까지 되었다.

영조는 자신이 애정 하는 이들은 무척이나 아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애정 하는 이들 근처에도 못 오게 하고 그들이 지나는 길에도 다니지 못하게 했으니 한 나라의 세자로서 아비에게 그렇게 모질게 푸대접을 받은 사도세자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짐작하기도 힘들다.

 

어째서 영조는 세자에게 그렇게 모질게 굴었을까?

그 이유를 지금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죽음을 넘나들던 자신의 삶이 매우 치열했기에 자신의 아들에게 약간의 질투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이 왕이 되기까지 치열한 시련을 겪어내고 왕이 되었으니 아들은 자신의 그런 심정을 헤아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보여주기 원했을지도 모른다.

요즘으로 치면 무릇 자수성가 한 사람들이 자기 자식이 자신과 같은 기개가 없다고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없지 않을까?

내가 저 나이엔 이랬는데. 라는 생각이 사사건건 세자의 행동을 마땅치 않아 하고, 세자의 모든 것이 못마땅한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이 부모님께 속으로는 본래 정성이 지극하시지만, 민첩하지 못하여 품고 계신 정성을 100분의 1도 못 드러내셨다. 부왕은 그 사정을 모르시고 미안하신 빛은 있어도 한 번도 관용을 베풀지 않으시니, 경모궁께서는 점점 두렵고 무서운 것이 병환이 되어 화가 나시면 푸실 데가 없었다. 그래서 그 화를 내시와 궁녀에게 푸시고 심지에 내게까지 푸시는 일이 몇 번이나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도세자는 자신의 죽음을 미리 예견하고 있었던 거 같다.

언젠가는 아버지의 손에 죽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생각이 두려운 마음을 더 두렵게 했을 것이다.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어릴 때의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거 같다.

영조는 어째서 귀하게 얻은 아들을 갓난 아기 때부터 궁인들에게만 맡겨 두었을까?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골이 깊어지고 임오년의 그 일이 생기기까지 혜경궁 홍씨는 아마도 무수한 생각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이미 정신이 나가버린 남편은 더 이상 왕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아들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했을 것이다.

 

한중록엔 그런 이야기는 안 나온다.

자신의 한스러운 처지와 정조의 효심과 친정 식구들의 충성심만을 나열했을 뿐이다.

사도세자가 어떻게 뒤주에서 죽게 되었는지도 그때의 정치 상황이 어떠했는지도 나와있지 않다.

화완옹주가 영조의 사랑을 독차지함으로써 욕심이 생겨 자신의 친정을 음해하고, 세손이 외가를 등지게 했으며 세손이 아들을 낳지 못하게 세자빈과의 사이도 안 좋게 만들었다고 한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자 살아남은 자의 기록이다.

혜경궁 홍씨가 그 살벌한 상황에서 아들을 지켜내고 자신의 목숨도 지켜낸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나는 그녀가 아주 정치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랬기에 뒤주에 갇혀 남편이 죽었음에도 자신의 아들을 보위에 올렸으니 그것이 보통 아녀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영조의 사랑으로 버무려놨으니 그것 또한 굉장한 정치력이다.

 

자신은 몇 번이고 죽으려 했지만 세자 때문에 모진 목숨을 이어왔다고 썼다.

자신의 친정은 모두 나라에 충성했고 한 치의 욕심도 없었다고 썼다.

영조의 사랑이 넘쳐서 과분하다고도 썼다.

 

하지만 사도세자를 구하기 위해 무엇을 했다는 내용은 없다.

남편이 병들어 감을 지켜보면서 무슨 일이 있을지 예감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를 먼저 포기한 건 그녀였다.

 

한중록을 예전부터 읽고 싶었다.

진실을 알고 싶었기에.

혜경궁 홍씨의 기록은 긴 목숨을 이어온 사람의 변명 같은 거였다.

 

그날의 진실은

그날 사라졌다.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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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 가족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당신을 위한 생존 심리학
유드 세메리아 지음, 이선민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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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심리학계는 이처럼 정서적 의존도가 높은 사람에게 주목하면서도 이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가진 이들의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지나치게 밀접하여 '숨 막히는' 관계 속에서 '꼼짝 못 하게'된 것 같은 감정을 반복적으로 느낍니다. 모든 정서적 의존이 발생하는 인간관계에서는 예외 없이 심각한 괴롭힘이 존재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지요. 제가 이 책을 쓴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정신적인 괴롭힘을 진단하고 분석해 가족이란 이름으로 고통스러웠던 사람들의 짐을 덜어 주려는 것입니다.

 

 

심리학과 심리 치료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주로 관계 맺기에 대한 글들이 주류인데 이 책은 그 관계 맺기의 가장 기초 단계인 가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가족은 모든 사람에게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관계인지도 모른다.

상담의 예를 들고 치유 과정을 이야기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의 문제를 알아가면서 내 문제도 알게 된다.

이 책의 작가는 프랑스 사람이고, 그러니 이 책에 담긴 많은 사례는 프랑스인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프랑스가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개인적인 사생활을 중요시 여기는 민족이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이니까 아주 당연시했던 것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주었다.

우리에겐 가족이니까. 라는 말로 문제라는 생각을 못 해 보고 그저 우리 집안사람들이 좀 그래.

우리 아빠 성격이 유별나. 우리 엄마 참견이 좀 심하지. 남편은 큰 아들이야. 우리 애는 아직 어려.

우리 언니는 착해빠졌어. 내 동생은 성격이 지랄맞아. 우리 애는 마냥 착해서 큰일이야~ 라는 말들로 얼버무리고 마는 경향이 많았다.

그것을 문제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닐 뿐 아니라 가족의 문제는 가족 범위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무의식이 자리하고 있기에 가족 때문에 겪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의존적 괴롭힘이 벌어지는 모든 상황의 중심에는 '도와달라'는 호소와 '극적인 과장'이 놓여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심기학에서 말하는 '가족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작용을 이끌어내며, 의존적 괴롭힘의 상황을 지속시킵니다.

 

 

내 주변의 상황에서 보자면 가족의 문제를 짊어진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가족의 문제임을 몰랐던 사람도 있다.

한 사람은 자신이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부모님이 자기에게 의존한다고 생각하며 독립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달고 살았다.

한 사람은 가족의 모든 경제적 책임을 혼자 감당한다. 그는 그냥 자기 가족을 포기했다.

부모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삶을 포기했다.

형제들과 상의하는 것도 포기했다. 요리조리 핑계 대면서 빠져나가는 형제들과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자기 하나 희생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웃픈 건 가족 중 아무도 그의 미래를 걱정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가족 관계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는 옛 속담도 있듯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받아 주는 사람에게 치대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니 스스로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게 선을 지키는 것도 결국 내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나부터 구했을 때 시작되는 변화

 

가족이기 때문에 라는 이유를 들어 스스로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불쌍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만 대하다 보니 결국 모두가 감정적으로 휘말리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다.

가족도 각자의 인생이 있고, 각자도생 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인생을 잘 살아갈 때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이다.

무언가를 대신해주고, 항상 마음을 써주고, 항상 곁에 있어 주고,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의존적 관계를 유지하는 건 서로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그 관계에 선을 긋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해줄 건 해주돼 안 되는 것은 안된다고 해야 한다는 말이다.

무조건적인 사랑만이 그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 책을 통해서 깨달았다.

상대방이 던진 그물에 걸려든 나에게도 일정 부분의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 지금 가족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면

그 고통의 사슬을 잘라 내야 하는 사람은 나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것이 나를 모진 사람으로 만드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남들은 모른다.

내 가족의 문제를.

 

모든 책임을 단호하게 내던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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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30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5-16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 매일 흔들리지만 그래도
오리여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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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냥 내버려두는 게 좋을지도 몰라.

 

 

 

 

오리여인이라는 필명으로 그림과 글이 담긴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오리여인의 이름은 예전에 들어 봤는데 글이 좋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나도 읽어 봐야지. 하고서 잊고 있다가 이렇게 연이 닿아 그녀의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짧은 글과 연관된 그림 컷이 담긴 에세이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가롭고, 포근하고, 다정하다.

앉은 자리에서 한꺼번에 다 읽기가 싫어서 아껴 읽었다.

 

 

 

 

 

 

 

 

 

단순한 그림에서 느껴지는 담담함이 마음을 다정하게 감싸주는 거 같다.

잔잔한 글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진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그 이유로 피곤해지기도 한다.

좋아서 읽지만 그 좋음에도 피곤은 묻어있다.

내가 모르는 세계를 알게 되어 좋은 것도 있지만 몰랐던 때가 더 좋다는 걸 깨닫게 될 때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이렇게 내 마음을 한적하게 해주는 에세이들이 좋아진다.

오리여인의 글과 그림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한시름을 덜어낸 기분이 들어 좋다.

누군가 내 고민과 갈등을 덜어 간 기분이다.

 

 

과거의 그 일은 내 잘못이 아니다. 내가 떳떳하다면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 모두가 완벽한 가정에서 자랄 수도 없고 완벽한 연애만 할 수도 없다. 이렇게 비슷한 삶에서 오늘도 위로받는다. 그리고 알아간다. 내 잘못이 아니었다는걸.

필요할 때만 SNS에 들어간 지 5개월 정도 지난 요즘. 그 사이 마음이 건강해진 건지 이제 다른 작가의 작품에 '좋아요'도 곧잘 누른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났던 시간만큼 그 어떤 따뜻함과 동그란 마음이 내 안을 채운 기분이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고민과 갈등은 모두 다른 듯 비슷하다.

그래서 이 글에서 받는 위로가 그만큼 내 마음의 짐을 덜어준다.

나도 SNS를 하면서 비슷한 기분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게 내 욕심이라는 걸 시간이 지나서 깨달았지만 이것을 이렇게 다른 이의 시선으로 다시 깨닫게 되니 내 마음도 덩달아 동글동글 해지는 거 같다.

 

진짜 나. 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며 나도 진짜 내 모습이 어떤지 되돌아봤다.

나 역시 편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편한 장소, 그렇지 않은 장소. 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

그렇다고 어느 쪽이 진짜 나라고 말할 수 없다.

그 모든 게 나니까.

가끔 나 역시 내가 보고 싶은 내 모습만 나라고 인정하고 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 싫은 나도 나인데 말이다.

 

몇 년간 일밖에 몰랐던 작가는 자신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남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차츰 그 시간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글은 어딘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쥐어 짜낸 글이 아니라 저절로 우러나온 글이다.

 

차분한 글에 생각이 더해지는 에세이다.

나를 고매하거나 높은 인격에서가 아닌 비슷한 시선에서 다시 바라본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오랜만에 만난 좋은 친구가

작은 목소리로 나에게 세상사를 들려주는 거 같았다.

 

나는 이렇게 살았어.

너도 그랬니?

 

멀리 사는 친구가 그리워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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