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해빙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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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 그게 Having의 첫걸음이에요.

 

이서윤.

서양인들은 그녀에게 구루(guru)라는 칭호를 붙여 부른다.

존경하는 정신적 지도자라는 의미를 가진 구루로 불리는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아이.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운명.

그녀에게 따라다니는 이야기다.

 

예전에 읽었던 시크릿이라는 책과 비슷할 거란 생각으로 읽어갔다.

읽다가 보니 그것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마음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믿지 않는 이야기.

그리고 실천 또한 하지 못하는 이야기였다.

 

Having을 한다는 건 어떤 걸까?

 

Having은 부를 끌어당기는 힘이에요. 같은 노력을 하더라도 더 많은 물을 쉽게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죠. 이 모든 것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감정만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어요.

 

 

나에게 '없는 것' 이 아닌 나에게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Having이다.

'없음'을 '있음'으로 만드는 것.

알쏭달쏭 한 이 이야기들을 음미하며 이해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어쩜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여태껏 내가 생각했던 나의 불행이 결국 내 안에 도사리고 있었던 내가 자초한 것이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내가 나도 모르게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의 틀에서 갇혀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동안 내가 누릴 행운이 고스란히 빠져나갔다.

막연하게 느끼고 있는 것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다르다.

이 책은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만들어 준다.

 

보통 자기 계발서에 해당하는 이 책이 내게 특별한 무언가를 하게 했느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특별나게 달라지게 한 게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바로 해빙 노트를 적었다는 사실이다.

거의 글자를 손으로 직접 쓰는 일이 없는 요즘 나는 해빙 노트에 손글씨로 나의 감정을 적는다.

별것 아닌 거 같은데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것보다 글로 써서 읽으니 다르게 느껴진다.

 

 

 

 

 

멀리 사는 친구에게 커피 한 잔을 보내고

토종 입맛의 랑님 때문에 집에서는 거의 구경도 못하는 피자 한 판을 집에서 시켜 먹고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의 책을 몇 권 사서 책장에 꽂아 둔 기분은 소소하지만 나를 뿌듯하게 하는 것들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서 사람들과의 접촉을 덜하게 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나중으로 미루고, 경제가 부활되기까지 절제해야 하는 생활을 당분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해빙할 수 있는 것들은 큰 것이 아니었다.

 

행운은 우리의 노력에 곱셈이 되는 것이지 덧셈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옛날보다 자수성가하기 힘들다는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옛날보다 자수성가하기가 훨씬 쉬워졌고 한다면 내가 잘 못 생각한 걸까?

 

"문제는 고정관념이에요. 이십 대여도 고정관념에 붙잡혀 있다면 Having의 효과를 보기 힘들죠. 반대로 칠팔십 대라도 고정관념에서 자유롭다면 언제든 Having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어요."

 

 

내가 만들어 놓은 고정된 틀에서만 세상을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거 같다.

하지만 그 틀을 벗어나면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 계속 실천해가자고 생각하는 것 하나가 바로 고정되어 있지 말자! 이다.

 

내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행운은 들어오지 못한다.

내가 두려웠던 건 나이도, 세상도, 성별도, 스펙도 아니었다.

그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이었다.

 

이 책은 읽는 사람마다 다른 관점과 다른 느낌을 가지게 해줄 것이다.

각자가 자기에게 맞게 해석하고, 자신에게 맞는 해빙을 한다면 분명 크고 작은 좋은 결과들을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젊은 나이에 많은 공부를 하고, 세계 각지의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구루 이서윤.

그 사람의 선한 기운이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나 역시도 이 책을 통해 안 하던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음으로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비록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쓴 내 글을 본 사람이라면 이 마지막 사진에 담긴 말의 의미를 눈치채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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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숲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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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우연이 아닌 거 같은데요."

"이봐, 불길한 소리 좀 하지 마."




다카야나기 발레단 사무실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사무실에 무단 침입한 남자를 꽃병으로 머리를 쳐서 숨지게 한 발레리나 하루코.

그녀의 룸메이트이자 친구인 미오는 연락을 받고 사무실에 도착해서 젊은 경찰의 안내를 받는다.

 

 

 

1년 전 가가는 선을 본 여자와 함게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을 감상했다.

그리고 흑조로 변신해 춤을 추던 미오를 보고 감동을 받는다.

그렇게 미오와 가가는 살인사건을 통해 실제적 만남을 갖는다.

 

 

 

신원 파악이 힘든 강도는 왜 발레 사무실에 침입했을까?

 

 

 

신원 파악에 애를 먹던 침입자의 애인에게 연락이 오고 경찰은 그가 사건이 나기 전에 이미 뉴욕으로 가려고 비행기 표와 여행 준비를 끝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죽은 남자와 뉴욕과 발레단은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좋아했다기보다 그게 세련된 육체의 상징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여성 본래의 곡선을 가진 통통한 몸은 그에게는 게으름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었어요. 가느다란 몸이 좀 더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는 이론도 신봉했던 것 같고.




발레를 하기 위해서, 아름다운 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감독이 원하는 몸매를 만들어 내기 위해

수없이 굶고, 다이어트를 해야 했던 무용수들.

변변치 않은 수입에도 오로지 춤을 위한 열정만으로 젊음을 불사르는 영혼들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소수의 몇 명만 받을 수 있는 화려한 조명이 그들이 꾸는 꿈이었으니까.

 

 

 

단순한 강도 침입으로 생각했던 사건은 발레단 감독 가지타가 무대 총연습 중에 사망하고, 뒤를 이어 발레리나가 자살을 하는 사건이 연달아 터진다.

그 와중에 가가는 사건도 해결하면서 미오와의 연애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행운을 누린다.

 

 

 

아직까지 가가의 매력은 뿜어 나오지 않고, 미오에게 한때 교사였다는 말을 흘림으로써 가가에게 많은 변화가 있다는 사실만을 알려 줄 뿐이다.

이 가가 형사 액션미 넘치는 형사는 아니다. 오히려 차분하고 냉철하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편이다.

모든 사건의 단서들을 머릿속에 담아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번득이는' 영감을 얻는 캐릭터다.

이 사건에서도 흩어져 있던 단서들을 한데 그러모아 퍼즐을 맞춘 덕에 사건을 풀어낼 수 있었다.

 

 

 

그래, 당신만을 위해, 나는 얼마든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사랑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무용수의 꿈은 이루어졌으나 이루지 못한 꿈이 되었다.

발레리나의 모습은 겉만 아름다울 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투는 전쟁보다 더한 전쟁이다.

무대 위 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그들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랑한 게 죄가 되는 일이었다.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그래서 얻는 건 뭐가 있지?

사랑을 갈라놓은 그들은 자신들이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겠지...

 

 

 

우아함의 탈을 뒤집어쓰고 인생의 모든 것을 저당 잡혔던 영혼의 부르짖음이라고 느꼈다.

너무나 고요하게 마무리를 지어서 아직 게이고의 글맛이 영글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지금 게이고가 이 작품을 다시 쓴다면 더 풍부한 감정들을 담아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건조미가 어울리는 가가와 미오 커플에게 희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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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 센스 - 지식의 경계를 누비는 경이로운 비행 인문학
김동현 지음 / 웨일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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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의 역량은 항공사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다. 조종사들의 숨은 역량의 차이는 비상상황에서 드러나며 그 비상상황을 다루는 핵심은 조종사의 침착한 자세다.

 

 

비행 인문학.

이 생소한 말이 이 책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고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다.

나에겐 흥미를 유발했다.

 

인간이 하늘을 날 수는 없지만 이 불가능을 가능함으로 실현시킬 수 있었던 건 비행기의 발명과 비행의 기술 때문이다.

항공 산업의 발전은 두 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발전했고, 전쟁이 끝난 시점에서 항공 산업은 군용이 아닌 민간 항공기의 역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인간을 먼 거리를 빠른 속도로 왕래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큰 희생이 따라야 했다.

 

이 역사소설 같은 책에서는 비행기 사고를 통해 세계의 흐름과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 이야기들이 배경으로 스며있다.

그래서 비행사와 현대사를 한 번에 공부한 느낌이다.

이 많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저자는 얼마나 많은 비행기 사건 사고의 자료를 모아 온 걸까?

 

나는 지난 20여 년간 에어라인 역사에서 이슈가 된 사건들의 공식 사고 조사보고서를 꼼꼼히 읽어 왔다. 그리고 관련 지역을 비행할 때마다 다양한 소스를 통해 각각의 이슈와 관련된 인무들과 그 사회의 문하적, 시대적 배경까지 탐구해 들어갔다. 비행에 일생을 바친 사람들의 꿈과 좌절, 열정과 경쟁, 도전과 노력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경이로운 감동이었다.

 

 

하이재킹이 비행기 납치를 의미하기 전에 서부시대에 도둑들이 달리는 마차를 좇아가며 마부에게 던진 말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비행기가 납치되었을 때 조종사는 영웅 노릇을 하지 말아야 한다.

승객과 비행기의 안전을 위해 조종사가 명심해야 할 가장 기본 원칙이다.

 

랜딩기어베이에 기어 올라가 밀항을 시도하는 행위는 자살행위이다.

 

 

 

 

 

기내에서 가장 위험한 사고는 화재이다.

예전엔 담배 때문에 종종 기내 화재가 났었고 결국 큰 희생을 치르고서야 기내 흡연은 금지되었다.

화재가 발생하면 비행기는 가장 가까운 곳에 비상착륙해야 한다. 그 긴박한 결정은 17분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산소마스크가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무조건 빨리 마스크를 잡아당겨 코와 입에 대야 한다. 승무원이 산소마스크를 벗고 객식을 돌아다니며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할 때까지 반드시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대부분 위급상황에서는 우왕좌왕하게 마련이다.

혹시 비행기를 타고 여행 중에 비상 마스크가 떨어진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쓰고 보자!

 

 

 

 

 

비행기 사고는 거의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비행 중 사고를 감지했을 때 조종사의 판단이 비행기와 승객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요즘처럼 '돈'이 우선시 되는 세상에서 항공사의 이익을 생각해서 머뭇거리거나 잘못된 판단을 한다면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실수를 범한다. 조종사는 항상 자신의 행위를 돌아보고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실수는 감추는 것이 아니라 수정하는 것이다.

 

 

에어버스 매뉴얼에 실린 이 말은 로저 베테유의 말이다.

보잉이 조종사가 명령하는 그대로 반응하는 비행기를 추구했다면 에어버스는 어떻게 하면 조종석에서 조종사의 실수를 줄일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 차이는 많은 걸 담고 있다.

어떤 것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느냐는 저마다의 성향이겠지만 이것이 기업의 가치가 되면 실제적으로 따라오는 모든 문제는 곧 사회와 국가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더 많이 생각한 에어버스의 방침에 점수를 주고 싶다.

플레인 센스.

비행 인문학.

이 책을 받았을 때 단순하게 비행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비행 전반에 대한 조종사로서 갖는 생각 같은 단순한 이야기를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책의 깊이에 빠져들게 되었다.

 

 

비행기의 역사와 비행기 사건 사고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였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러내고 얻은 것들은 결코 비행기의 역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 사회의 변화, 세계 흐름의 변화에 따라 항공산업은 개편되어 왔다.

이제까지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현대사회를 이해하게 만드는 책을 만나 본 기억이 없기에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은 걸 배운 느낌이 든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진실은 누군가가 처음으로 넌지시 얘기해 준 기분이랄까?

색다른 책에서 지식을 쌓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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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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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미치광이 짓을 한 거야. 어느 누구도 아이들을 납치해 사랑해달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어.

사람은 누군가를 억지로 사랑할 수는 없는 거야.

 

 

영국 북부의 항구 도시 스카보로.

3년 전 아버지가 살해되고, 그 후 집을 세 놨지만 세입자들은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사라졌다.

케이트는 휴가를 내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집을 치우고, 수리를 해서 팔아버릴 계획으로.

 

케이트는 전작 [속삭임]에서 나왔던 케이트 린빌이다.

런던 경찰국 소속인 그녀는 인근 숙박업소를 빌려 고향집이 수리될 때까지 머물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민박집 부부의 딸 아멜리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이진다. 그리고 그날 공교롭게도 실종되었던 다른 여자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한나 캐스웰, 사스키아 모리스, 아멜리 골즈비는 비슷한 나이에 납치됐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직감력이 뛰어난 케이트는 일련의 납치 사건을 한 명의 범인 소행으로 보지만 스카보로 경찰 반장 케일럽은 생각이 다르다.

과연 이 아이들은 각각 다른 사람에게 납치된 걸까? 아니면 한 사람에게 납치된 걸까?

 

사춘기 호르몬이 들끓는 시절의 10대 아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를 탁구공 같다.

오로지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기만을 우선에 두기 쉬운 아이들에게 주변 어른들의 모습은 본받고 싶지 않은 삶이다.

설사 그것이 자기를 사랑해 주는 부모라고 하더라도.

 

이야기의 중간중간 범인의 독백이 나온다.

링크 여사의 오래된 수법이다.

범인은 자신의 생각을 말할 뿐 독자에게 단서를 주지 않는다.

그래서 범인의 독백은 긴장감만 고조시킬 뿐이다.

 

고원지대 살인마라는 별명이 붙은 범인은 단서 하나 없고, 실종 일주일 만에 아멜리는 극적으로 탈출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물론 아멜리의 목숨을 구해준 남자는 영웅으로 거듭나고 그걸 미끼로 진드기처럼 아멜리의 부모에게 들러붙어 버린다.

케일럽은 아멜리의 목숨을 구해준 알렉스를 의심하고 수사를 진행하지만 그의 알리바이는 확고하고 아멜리는 납치되었던 상황에 대한 기억을 잃었는지 입을 열지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 엄마와 문제가 있던 맨디는 엄마가 화가 나서 끓는 물을 팔에 부어버리자 집을 뛰쳐나와 방황한다.

그리고 타서는 안되는 차에 올라타고 만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링크 여사의 솜씨는 치밀하게 발전했다.

서로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모양새를 엮어 가는 솜씨가 탁월하다.

이 작품에서 링크는 십 대 여자아이의 반항심을 그려냈다.

누가 아이들을 순진하다고 했던가!

 

무모하다는 말에 딱 어울리는 아이들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다.

어른들은 몰라주는 아이들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어른이라고, 다 컸다고, 세상을 안다고 생각한다.

품을 벗어나서야 비로소 겁을 먹고, 발버둥을 치지만 결코 소용없는 짓이다.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무심한 눈동자. 케이트는 이전에도 감정이 부재한 범죄자를 체포한 적이 있었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공감능력이 부재해 타인과의 소통이 전혀 불가능한 존재. 그는 타인의 슬픔이나 고통에 무감했다.

 

 

갇혀 있어야 할 사람들이 사회에 나오게 됐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많은 일들 가운데 하나였다.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에게 사랑은 채울 수 없는 갈증과 같다.

사랑을 강요하는 사람은 남의 사랑도 아무렇지 않게 뺏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더 이상 자신에게 기회가 없다고 생각되면 가장 쉬운 방법은 잊는 것이다.

오직 자신에게 돌봐 달라고 애걸하는 사람에게만 신경 쓰면 될 일이니까.

그렇게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아이들은 굶어 죽었다.

외딴곳에 갇혀서 살기 위해 변기 속 물과 자신의 오줌까지 마셔가며 버티다 결국 맞이 한 건 죽음이었다.

 

근무지가 달라 사건에 개입할 수 없었던 케이트는 프리랜서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사건을 혼자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발품은 자그마한 단서로 연결되고 케이트는 범인에서 성큼 다가간다.

이 부분에서 케이트가 너무 어이없이 당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하긴. 모든 주인공이 완벽하게 똑똑할 순 없지!

 

정작 범인은 활개치고 다니게 놔두고 나처럼 힘없는 사람만 줄기차게 따라다녔으니 실패할 수 밖에요. 반장님은 완벽하게 범인을 헛짚었어요. 만약 내가 당신이라면 당장 술을 한잔 따라 마실 거예요. 당신은 술을 마셔야 기적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요. 수사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술에서 모두 나온다고요.

 

 

케일럽은 알코올 문제가 있고, 케이트는 매사 자신감 부족이다.

게다가 연애 전선에도 빨간 불이 켜진 이 두 사람.

서로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두 사람이 스카보로에 둥지를 틀고 서로를 아끼며 사건을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이 수사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링크 여사의 큰 그림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두 사람의 캐미가 다음 편에서는 더 진하게 발휘되기를 기대해본다.

 

꽤 두께를 자랑하는 책이지만 읽기 시작하면 시간 순삭의 힘을 가지고 있다.

은근한 스릴을 즐기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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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 7년간 100여 명의 치매 환자를 떠나보내며 생의 끝에서 배운 것들
고재욱 지음, 박정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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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의 밤은 낮과 다르다. 낮이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한 혼란스러운 시간이라면, 밤은 뒤죽박죽이 된 어지러운 기억을 달래는 위로의 시간이다.

 

 

저자 고재욱은 강원도 한 요양원에서 치매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곳에서 만난 기억을 잃은 분들과의 기억을 모아 놓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박정은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이 곳곳에 사진처럼 담긴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부처님께 108배를 무사히 마친 할머니의 얼굴이 한결 평온해졌다. 노신부님의 말처럼 '그거면 됐다' 싶다. 할머니께서 뭘 비셨는지 짐작은 가지만 나 역시 말하지 않겠다. 부정 타면 안 되니까.

 

 

 

기억을 잃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어르신들과 겪는 하루는 조용한 듯 보여도 호수 위에 떠 있는 백조와 같다.

홀연 사라져서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되시기도 하고, 늘 같은 이야기를 매일 새롭게 하시는 분들도 있다.

자기 자식들은 못 알아봐도 과거의 기억은 또렷하기만 하다.

 

따스한 온기가 베어 있는 글이 읽을수록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이므로.

하지만 언제나 그것을 잊어버리고 산다.

요양원이라는 말의 의미도 치매라는 병명도 늙는다는 것도 알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그 감정들을 이 책을 읽는 동안 느껴봤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삶이 어떤 건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몇 년 전 어머님이 계셨던 요양원 병동엔 치매에 걸린 어르신이 계셨다.

매일 새롭게 그곳에 있는 동안 계속 나를 알려드려야 했다.

그래도 아들과 딸들은 알아보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분 생각이 났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매번 "넌 누구냐?" 하시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죽음에 대해 겉모습만 알고 있던 사람과 죽음의 과정을 깊이 이해하고자 노력했던 사람의 마지막 태도는 너무나 달랐다. 전자가 자기 죽음을 부정하고 외면하며 두려움에 떨었다면, 후자에 속하는 이들은 때가 되자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고 삶이 향하는 마지막 걸음을 신뢰하는 눈빛이었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노인이라고 해서 죽음에 초연해지지 않는다.

나는 몇 번의 죽음 앞에서 그것을 깨달았다.

죽음은 이제부터 내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끝없는 숙제라는걸.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나 자신도 그렇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 많은 상처를 준다는 걸 깨달았다.

이 이야기엔 많은 분들의 추억이 담겼다.

그분들은 기억하지 못해도 글쓴이는 기억하는 추억들.

웃음 짓다가 뭉클하고, 간혹 숭고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전쟁세대의 기억은 많이 아프다.

치매는 현재의 기억은 지우고 과거는 또렷이 되살려 놓는 못된 버릇이 있다.

그래서 언제나 달력이 6월에 멈춰진 분도 계신다. 

 

 

 

 

 

 

전쟁을 끝없이 소환하는 할아버지의 치매는 악몽 같은 기억을 끝없이 반복하게 하는 도돌이표였다.

짐승도 아는 도리를 인간은 알지 못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역사의 기록 같았다.

 

 

상대방의 의견은 묻지 않고 으레 그러려니 판단하는 독단적인 이해가 이들에게만은 유독 당연시된다. 기억을 잃었다고 감정까지 잃은 것이 아닌데,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하고 싶은 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데.

 

 

일선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분의 글을 통해 내가 가진 편견을 벗겨낸다.

그들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들을 대충 대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내가 그 자리에 선다면 나는 어떤 대우를 받고 싶을까?

말귀를 못 알아듣고, 고집을 부리고, 같은 말을 계속하고, 별안간 화를 내는 그 모든 것에 한 인간의 자존감이 담겨 있는 거라면?

 

미래를 여행하고 온 기분이다.

내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그 순간이 올 때 내 곁에도 이런 분이 계셔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음식을 먹여주고, 몸을 씻겨주고, 자리를 봐주는 일도 중요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마음을 읽어주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면

자신을 잃어가는 분들에게 더 많은 의지가 되지 않을까...

끝으로 어느 할머니의 말씀을 잘 새기며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

 

30년도 금방이야. 허투루 살지 말어. 그래야 잘 죽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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