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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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두들 다른 사람의 기억에 남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뭐가 좋을까? 모두들 잊고 두 번 다시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아야 할 일들도 있는 법이다.

 

 

그레이스 마크스는 실존 인물이다.

1840년대 열여섯의 나이로 살인범으로 기소된 캐나다에서 악명 놓은 여성 범죄자다.

그레이스는 마거릿 애트우드가 그레이스 마크스의 이야기를 작가로서 재구성한 이야기다.

실재와 상상이 혼합된 이야기인 만큼 이 책을 이해하는 마음도 복잡하다.

 

주인공 그레이스와 그녀를 연구했던 사이먼 조던 박사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레이스에 몰두하다가도 사이먼의 이야기에서 그레이스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마치 내가 사이먼처럼 생각하는 거 같다.

그녀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가 내 말을 받아 적으면 마치 나를 그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니, 나를 그린다기보다 내 위에(내 살갗 위에) 지금 쓰고 있는 연필이 아니라 옛날식 거위 깃펜으로, 그것도 펜촉이 아니라 깃털로 뭔가를 그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내 얼굴을 덮고 날개를 부드럽게 폈다 접었다 하는 것 같다.

 

 

몽롱한 이야기 너머로 의심스러운 여자가 보인다.

어딘지 모르게 광기 어린 모습이 진짜인지 꾸면 낸 것인지, 편견 때문에 그리 보이는 건지 알 수 없다.

열여섯의 나이에 두 사람을 죽인 살인죄로 잡혀서 사형을 구형 받았다가 구사일생으로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인 여죄수.

그녀에게 동정심을 갖고 그녀를 석방시키려는 사람들과 그녀를 살인자로 믿는 사람들의 관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속에서 정신병원을 설립하고자 하는 젊은 사이먼의 패기는 어쩜 그레이스가 석방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록 알아내는 것보다는 잃는 게 많은 사이먼.

그는 조금씩 그레이스의 비밀을 캔다고 생각했지만 도리어 그녀의 이야기에 먹히고 있었다.

그녀를 갈망하는 수준은 다른 대행품을 찾고, 그것은 그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거 같다.

 

그레이스가 그랬든 사이먼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곳을 빠져나온다.

자칫 한 발만 늦었어도 푹~ 빠져서 헤어 나올 수 없었을 그 진창에서 용케 도망친다.

어쩜 사이먼은 그레이스에게 한 수 배웠는지도 모른다.

안 좋은 기억을 잊는 방법을.

 

사람들은 이미 저를 유죄로 단정짓고 있었어요. 범죄를 저지른 게 분명하다고 일단 결론을 내리면 제가 뭘 하든 범죄의 증거로 해석하잖아요.

 

 

정말 그럴까?

그레이스는 정말 무죄일까?

읽어가는 동안 나는 그레이스가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에 많은 여자들이 그렇게 희생되었듯이.

하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무엇이 사실인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진실은 그레이스와 함께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

그레이스는 무죄였을까? 명백한 유죄였을까?

 

내가 어떤 짓을 저질렀느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유죄나 무죄가 결정된다는 것을 그는 아직 모른다.

 

 

한때 순진했을지도 모를 그녀는

이제 닳고 닳은 모습으로 세상을 관망하고 있다.

아무도 그녀에게서 진실을 빼내지 못할 것이다.

 

그날의 진실은 그날 사라졌다.

떠돌아다니는 이야기도,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정말 범죄일까?

30년이란 세월을 감방에서 보내면서 그녀는 도대체 무엇이 되었을까?

 

편의에 의해 사라지는 기억.

그것은 과연 정신병인가, 빙의인가, 다중인격인가.

 

입증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반증된 것 역시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출옥한 그레이스도 사라졌다.

우리에겐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역사만 존재한다.

 

아무도

그 일이 무엇 때문에, 왜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그레이스는 어떤 면에서 완벽했다.

완벽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완벽하게 자신을 감췄다.

그 장단에 놀아난 사람은 그 시대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도 그레이스에게서 빠져나올 수 없다.

 

계속 궁금할 것이다.

그레이스가 가지고 사라진 그날의 진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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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장파트리크 망셰트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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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죄악에 찬 생각만이 떠올랐다.

으스러뜨려, 저 빌어먹을 놈들의 눈깔을 터뜨려버려, 널 죽이려 하는 저 새끼들의 불알을 뿌리째 뽑아버리라고!

 

 

어딘지 모르게 끈적하면서도 시크한 느낌들이 머릿속에 달라붙어 있는 이야기.

범죄소설가들의 범죄소설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장파트리크 망셰트의 대표작.

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생각보다 얇은 책을 받고 읽어 가다 보면 쉽게 생각하게 된다.

가볍고, 스피드한 이야기겠군.

 

스피드한 이야기는 맞지만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70년대 배경의 프랑스는 지금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임원인 주인공 제르포.

살짝 갱년기가 왔나? 싶은 이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남자는 고속도로를 달리다 사고를 당한 차를 발견한다.

그냥 쌩~ 지나가고 싶었지만 혹시나 사고 차에서 자신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강박에 차를 세우고 운전자를 태워 병원 응급실에 내려놓는다.

딱히 일반적이지 않은 제르포의 무심한 행동들이 그에게 살인 청부업자들을 불러올 줄이야!

 

응급실에 사고 차량 운전자를 내려놓고 시크하게 사라진 제르포는 그 운전자가 총상을 입은 것을 몰랐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 이후 제르포는 두 딸과 아내와 함께 휴가를 간다.

휴가지 바닷가에서 그는 무지막지하게 그의 목을 눌러대는 2인조에 의해 익사할뻔한다.

겨우 벗어난 그는 아무 말 없이 휴가지를 떠나 파리로 돌아온다.

그를 추격하는 덤앤더머 청부업자들도 제르포를 따라온다.

그리고 그들은 제르포를 공격하다 한 명이 불타는 주유소와 함께 사라지고 한 명만 간신히 탈출한다.

제르포는 사력을 다해 도망치지만 그는 운이 없었다. 아니 운이 좋았나?

 

제르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아직도 고리타분한 동양의 전통적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그 자유분방함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런 상황이면 보통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할 텐데.

가족에게 먼저 연락해서 대피시킬 텐데.

어떻게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텐데.

 

우리의 주인공 제르포는 다른 길을 걷는다.

그게 바로 망셰트의 매력인가 보다.

모두의 예상을 깨는 전개.

곳곳에 심어 놓은 살벌한 표현들.

아무런 해도 끼친 적 없는 보통 사람에게 가해지는 알수없는 폭력.

 

보통은 기승전결식으로 누가? 왜? 어째서?누구를? 어떻게?라는 이야기가 있다.

제르포가 어떤 이유로 쫓기는 상황인지, 범인은 왜 제르포를 쫓는지.

이 이야기엔 그런 친절이 없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는 어떻게 마무리되는지가 걱정될 정도였다.

예기치 못하게 마주하게 되는 폭력.

제임스 본드도 아니면서 사람 죽이는 일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주인공.

개성만점인 캐릭터들.

그 와중에 제르포의 아내 베아는 어째서 그리 조신하게 기다렸던 걸까?

 

한 여름밤

뜨겁게 달구어진 도로가 식어질 무렵

최고 속도로 마구 달려가는 고속도로가 떠오르는 이야기.

웨스트코스트 블루스.

 

처음 맛보는 프랑스 누아르.

이런 것이구나.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이 기막힌 이야기라니!

 

조르주가 올해 최소 두 명을 죽였다는 사실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 현재진행형의 일은 때로는 과거의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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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크 YOOK Issue No.1 캠핑한끼 - 국내 최초 유튜브 큐레이션 매거진
YOOK 편집부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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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에서 잡지가 출간되었다.

유크 -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모든 것.

방대한 유튜브의 세계에서 능동적인 탐험을 원하는 당신을 위한 길잡이. 라는 모토가 유크의 매력이다.

실로 신박한 기획이라 생각한다.

 

 

양질의 유튜브를 시청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길잡이를 해주는 잡지라니~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하게 엮은 잡지가 아니라

한 명의 크리에이터의 모든 것을 잡지 한 권에 담아냈다.

그 첫 번째의 주인공은 유튜브 캠핑한끼.

 

 

 

 

캠핑 가서는 되도록이면 간단한 음식들만 해먹는 걸로 알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이 캠핑한끼는 신세계를 보여주는 거 같다.

집에서도 해먹기 귀찮은 요리들을 캠핑 가서 아무렇지 않게, 더 폼 나게, 더 맛깔나게 해먹는 이 캠핑한끼.

게다가 별다른 말없이 자연의 소리와 음식이 익어가는 소리들로 채워 넣은 이 채널은 사람이 좋아하고 원하는 모든 걸 만족시켜 주는 채널인 거 같다.

 

 

 

 

간단한 레시피, 자연주의 재료, 제한된 장비로 만들어지는 캠핑한끼.

보고 있음 그 매력에 빨려 들어갈 기세다.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엔 보는 사람도 없었고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고 구독자 수를 의식해 요리를 시작한 건 아니다. 두세 편을 촬영해보며 배워가던 시점에 자연스레 요리로 넘어간 것이다. 나는 요리를 좋아하니까 요리를 주제로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캠핑한끼 분석과 댓글로 캠핑한끼를 분석하는 부분이 재밌었다.

요리와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탐험에 보면 좋을 유튜브 소개와 10~15분 내외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과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어서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자료가 될 수 있는 잡지의 탄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짧은 영상 안에서 편안함과 포만감을 누릴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 잠깐의 틈에서 현실을 벗어 날 수 있다.

나도 이 잡지를 통해서 캠핑한끼를 알게 되어 그의 영상을 보았는데 유려한 영상 때문에 내가 그곳에 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포토그래퍼인 직업이 빛을 발하는 영상이었다.

일반인들이 잡아내는 앵글과 전문가가 잡아내는 앵글의 차이는 캠핑한끼의 매력을 더해준다.

 

 

인기와 함께 표절 시비도 있지만

후발주자로 캠핑한끼 보다 구독자 수가 많고, 해외 채널이라는 이유로 전후 사정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캠핑한끼를 표절로 모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 김종훈 씨는 그에 대해 쿨하게 대처한다.

언제나 오리지널은 카피가 따라갈 수 없는 깊이가 있는 법.

 

 

캠핑을 해본 지 하도 오래라 그 맛을 잊고 있었는데 이 기회에 캠핑에 대한 꿈을 꾸게 되었다.

잡지라면 잡다한 이야기들의 총합과 광고로 도배된 책이라는 인식이 전부였던 나인데

이렇게 정성스럽고 전문적으로 하나의 이슈를 낱낱이 분석한 잡지를 읽어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

 

 

유튜브가 TV를 앞지를 기세다.

유크가 그 망망대해에서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등대 같은 잡지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좋은 크리에이터들을 많이 발굴해내어 오래도록 사람들에게 그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란다.

그래야 유튜브도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사람들이 많아질 테고, 그건 그대로 유튜브를 보는 사람들에게 좋은 결과물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 말이다.

 

 

캠핑에 관심 있는 분들과 캠핑한끼를 재밌게 보고 계셨던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캠핑한끼의 모든 것이 들어 있으니 평소 궁금했던 궁금증들을 풀어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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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은 제시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5
존 보인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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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은 없어요!

우리 형 이름은 제시카예요.

 

 

열세 살 샘에겐 제이슨이라는 멋진 형이 있다.

어린 동생을 지키기 위해 이마에 상처를 입은, 축구를 잘하고, 마음 따뜻한 세상에서 가장 멋진 형.

제이슨.

 

어느 날

제이슨은 가족 앞에서 자신은 더 이상 남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장관인 엄마와 보좌관인 아빠는 없었던 일로 치부한다.

나랏일 하느라 자식들에게 신경 쓰지 못하는 엄마 아빠.

형 때문에 거의 존재감 없이 살던 학교에서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된 샘은 형이 원망스럽다.

누구보다 멋진 형인 왜 여자가 되려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샘의 시선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곳곳이 지뢰밭이다.

웃음의 지뢰밭.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작가 존 보인의 글엔 재치가 넘친다.

엄마와 아빠 역시 코미디 콤비처럼 보인다.

자식들에게 무관심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욕망만을 키우는 그렇고 그런 부모라고만 생각된다.

 

심각하고 진지한 이야기였다면 감동이 덜했을 거 같다.

시종일관 웃기지만 또 그만큼 찡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 우리 형은 제시카.

 

난독증이 있는 샘에게 형은 늘 바쁜 부모 대신이었다.

그런 형이 자신을 여자라고 믿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샘은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다.

형을 이해하고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샘.

열세 살의 나이에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샘은 샘스럽게 이겨낸다.

 

엄마는 내 얘기를 귀담아들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로즈 이모는 내 말을 잘 들어 줘요! 게다가 나를 무슨 병에 걸린 사람처럼 대하지도 않는다고요!

 

 

그들에겐 엄마와는 딴판인 로즈 이모가 있었다.

제이슨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로즈 이모네로 간다.

형이 없는 집에서 점점 지워져 가는 형의 자리가 샘은 불편하다.

그러던 중 로즈 이모의 초대장이 도착하고, 샘은 형을 만나러 이모네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샘은 제이슨이 아닌 제시카를 만나게 된다.

 

"물론 네 감정도 중요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야. 하지만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진 않아. 너도 화나고 혼란스럽겠지. 당연해, 너는 겨우 열세 살이니까. 하지만 네 누나는 너보다 훨씬 심각하고 혼란스러운 일을 겪고 있어. 네가 누나를 정말 사랑한다면 누나 편을 들어 줘야지."

 

 

제이슨을 제시카로 불러주는 유일한 사람.

샘의 마음을 헤아리며 제시카의 입지를 제대로 알려주는 어른.

로즈 이모.

나는 이 남매에게 로즈 이모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속물처럼 보이는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한 아이가 떠돌지 않게 보듬어 주는 어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끝까지 읽지 않으면 나처럼 오해하기 쉽다.

어떤 부모라서 이 문제를 쿨하게 인정할 수 있을까?

엄마와 아빠는 무관심한 거처럼 보였지만 그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아이들을 걱정했는지 알게 되었음에 안도하게 된다.

 

정말 중요한 건 가족이다.

가족의 이해와 사랑이 많은 난관을 헤쳐가는 힘이 되니까.

제이슨이 제시카로 살면서 바란 건 그 힘이었다.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나는 어떨까?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열세 살 아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기우였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유연함으로 어른들 보다 더 잘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었다.

거기에 올바른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어른이 있었기에 더 가능한 일이었다.

 

언제나 주변엔 남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걸 알지 못할 뿐이다.

이 이야기가 청소년뿐 아니라 많은 어른들에게도 읽혔으면 좋겠다.

제이슨과 같은 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같은 이야기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생각의 차이에 따라 심각한 일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고

대수롭지 않은 일도 심각한 일이 된다.

 

이 유쾌한 영국 가족 이야기는 읽고 나서 그럴 수가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다.

내 마음이 저절로 쿨해지는 이야기였다.

우리에겐 낯선 반응일지도 모른다. 우린 아직 더 전통적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가진 한 가지 전통에서 벗어나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이 책이 조금은 도움을 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존중의 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선택을 지지하고 존중하는 선.

 

유쾌하지만 찡한 이야기를 읽었다.

심각하게만 생각했던 이야기를 이렇게 가볍게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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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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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가 독과점체제가 되어 있기 때문에 불평등성이 내재돼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시대 희망 찾기 프로젝트 사법 분야.

이 책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 대해 1년여간 많은 사례들을 접하고 연구하면서 쓰인 책이다.

법조계 출신의 김두식 교수의 맛깔나는 문장 덕에 왠지 고리타분하고 어려울 거 같은 느낌의 책이 마치 소설처럼 읽혔다.

 

사법권은 독립된 권력이다.

법은 그 해석에 따라, 즉 판사의 해석 능력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판사의 성향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판사도 사람이니까.

 

하지만 고정된 틀을 만들어 놓고 유연성 없이 고압 된 자세로 마치 염라대왕인 양 자신의 권위만을 내세우는 판사라면 과연 공정한 판결을 내릴 수 있을까?

뇌물을 먹고, 그것을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한 사법권은 스스로 불신을 만들어 내는 집단일 뿐이다.

내가 막연하게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들어온 얘기들이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이었다. 불멸의 신성가족을 읽는 시간은.

 

법조계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깨끗하다고 믿는 일부 전현직 판검사들은 '사건과 관련하여' 돈을 받았는지를 부패의 핵심 요건으로 생각합니다. 사건과 관련하여 돈을 받은 게 아닌 이상, 실비, 휴가비, 전별금이나 술대접 등은 부패의 범주에 넣지 않습니다.

 

 

 

저런 방패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뇌물죄나 비리를 판결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니 없던 불신이 생기는 거 같다.

저들은 어째서 저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

 

엘리트 코스 체계를 밟은 '원만한 천재'들에게 암묵적으로 용인된 잘못된 관례들은 그들에게만 있는 특권으로 자리 잡았다.

윗세대들의 그런 관행이 아무런 제지도, 질문도, 따짐도 받지 않고 그대로 승계되어 버린 셈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은 그들에겐 통용되지 않는 말 같다.

변호사들조차 판검사들에게 하대를 당하는 상황에서 일반인들은 그들 앞에서 어떤 위치에 있게 될까?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조직에서나 권위만을 내세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권위의식 따위는 내려놓고 사람이 우선인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철옹성 같은 법조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을 거라 믿는다.

 

 

 

 

구시대의 유물은 구시대의 인물과 함께 묻혀야 한다.

 

새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저 희망적인 내용이 앞으로의 법조계의 바탕이 될 거라 생각된다.

풍요로운 세대와 궁핍했던 세대 사이엔 분명 간극이 존재한다.

부당함을 부당하다 말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이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조직이 될 것이다.

 

법이 진화하듯이 그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도 진화해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힘에 의해서라도 진화되는 것이 바로 역사다.

 

정권과 국민의 싸움에서 이제는 법과 국민의 싸움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현대사다.

법조계가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그것을 그대로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공수처 설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주인을 대리하는 대리인이 주인을 무시하고 대리권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다 보면 결국 그 멋대로 휘두른 칼날에 언젠간 자신이 베인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아는 게 힘이라고,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널리 퍼져서 '원만한 천재'들 보다 '질문할 수 있는' 사람들로 법조계가 꽉꽉 채워지길 바란다.

누구나 법에 호소할 수 있고, 공정하게 재판받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조만간 올 거라 믿는다.

그 힘은 바로 스스로를 가둬 놓은 구시대 유물로 자리 잡은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 넣는 사람에게서 시작될 것이다.

새 시대의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질 법조계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법조계의 그들.

법조계의 라떼~들이 스스로 물러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이 남들에게 가하는 준엄한 잣대를 자신에게도 가하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볼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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