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프라이데이.
최대의 쇼핑 기간이지만 이곳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쇼핑 좀비들의 천국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누가 죽어나가도 상관없는 시간.
나는 최고의 판매 실적을 올리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최고의 판매 실적을 올려 가장 멋진 코트를 상품으로 받아서 엄마에게 선물하려 마음먹고 있다.
이 쇼핑몰에서 나만큼 잘 하는 사람은 없다.
왜? 나는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블랙 프라이데이의 쇼핑 상황을 블랙 코미디처럼 묘사한 이 신세계는 정말 끔찍하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이 4편의 단편들은 흑인으로서 차별과 편견과 오해를 몸에 장착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힘겨운 분투기를 매번 연상시킨다.
다인종이,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 미국.
그곳에서 흑인들은 최하층민의 타이틀을 달고 살아내고, 버텨내고, 인내하고, 끈질겼다.
최근 들어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추세다.
올해 처음 읽은 롱 웨이 다운의 그 감각적인 이야기가 아직도 촉촉하게 가슴에 남아있다면
나나 크와메의 프라이데이 블랙의 단편들은 초현실적인 이야기에 자신들의 역사와 감정과 분노와 억울함을 강도 있게 담아냈다.
판타지처럼, SF처럼 읽어지는 이야기들은 굉장한 은유를 품고 있다.
현실에서 다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현실과 동떨어진 시대를 배경으로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이야기들 앞에서 색다른 감정이 생긴다.
백인들에 의해 그려진 흑인들의 모습에만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흑인들에 의해 그려진 흑인들의 모습은 수류탄을 잔뜩 짊어지고도 안전핀이 빠지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하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비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비웃으며 자꾸 성가시게 건드려서 그 어떤 하나라도 터지기를 유도하는 비열한 백인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읽고 나면 어딘가 짠하고
왠지 서글프고, 토닥여주고 싶고, 멍 때리고 싶고, 한없이 걷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이야기들을 자꾸 곱씹게 만든다.
단순한 생각으로 읽었다가 엉덩이를 세게 걷어 차인 기분이다.
문학에서 그들의 역습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