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에게 버려진 아이는 걸었다. 배가 멀어지는 반대쪽으로.
매서운 바람과 추위가 몰아쳤지만 아이는 묵묵히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눈밭에서 죽어가던 어린 생명을 구해냈다. 혼자서도 힘든 길을 아이가 아이를 안고 걷는다.
그들은 인간이 싫어서 늑대 호모와 함께 사는 우르수스를 만난다.
거칠기 짝이 없는 말투를 뿌려대지만 행동은 따스한 음식과 잠자리를 내어주는 우르수스.
그는 그날 두 생명체를 보듬었다.
입이 찢어져서 늘 웃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와 눈이 멀어버린 아이를.
그윈플렌과 데아, 우르수스 그리고 호모는 그렇게 만나 가족이 되었다.
1편과 2편으로 나뉜 이야기의 1편은 이렇게 끝나고, 중요한 인물들이 거론되는 2편의 절반은 인물들의 서사에 할당된다.
서사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위고의 문장력은 곳곳에서 호흡을 가다듬게 만든다.
가족이 된 그들은 유랑극단이 되고, 웃는 남자라는 별칭이 붙은 그윈플렌의 인기는 나날이 상승한다.
그리고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비극적 반전이 펼쳐진다.
다 가진 자들은 풍족하고 여유로우니 시기할 것도 빼앗을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순진한 생각인 걸까?
앤 여왕은 자신의 사생아 여동생이 누리는 모든 것들에 질투가 난다.
조시안은 태어날 때부터의 금수저인지라 모든 걸 누리며 살지만 그 당시 귀족들의 유희가 그런 것이라 음침하고, 기형이며, 어딘지 비정상적인 것을 탐한다.
더리모이어경은 귀족으로서 갖출 것을 다 갖추었지만 위장을 하고 천민들과 어울리는 취미를 가졌다.
그는 천민 사이에서도 귀족 사이에서도 모두 자신의 자리를 확보 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비밀을 거머쥔 남자. 비뚤어지고, 괜한 복수심에 들끊는 남자 바킬페드로.
이 남자가 이 모두의 운명을 손에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