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따뜻한 위로
최경란 지음 / 오렌지연필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문장들이 매일 내게 생각할거리를 줄 거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눈물샘을 자극한다.


5가지 기적을 만나면 자기 별로 돌아갈 거라고 말하는 소녀가 있다.

온몸에 멍이 들고 더러운 옷을 입고 맨발로 숲에서 나타난 별빛을 머금은 아이 얼사.

유방암으로 유방을 제거하고 난소까지 제거 한 조류학자 조.

신경쇠약으로 세상과 단절하고 병든 엄마를 돌보며 농장 일을 하는 달걀 장수 게이브.

만날 일이 없을 거 같은 이들이 만났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읽으면서 감동을 받은 이야기는 리뷰를 쓰기가 어렵다.

내 느낌이 꼭 사족 같아서.

한동안 내 감정이 메마르고 메말라서 사막처럼 버석버석 거린다고 표현하고 다녔다.

그 사막같이 버석한 가슴에 단비가 내렸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정확히 알지는 못했어. 그냥 그렇게 된거야. 헤트라예에서 온 사람들은 쿼크랑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를 내보내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지구인을 만나면 그걸 이용해서 좋은 일이 일어나게 만드는 거야.


상처는 상처를 알아보는 법이다.


서로의 상처에 끌려 서로를 보듬어 준 사람들 앞에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자신들조차도.

그래서 얼사가 외계인처럼 느껴졌다.

아니, 어린 왕자가 B612 소행성에서 왔다면 얼사는 메시에 101 즉 바람개비 은하에서 온 어린 공주였다.


아이큐 160의 이 어린 소녀는 어쩌다 외계인이 되었을까?

조는 숲에서 새 둥지를 관찰하며 논문 준비를 하고 있다.

얼사는 자신이 머물 둥지를 스스로 찾고 있었다.

평범한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얼사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믿어가는 조와 게이브는 얼사의 둥지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이런 조마조마 한 감정으로 읽고 있다가 갑자기 총성이 울리는 범죄현장이 나타난다.

세 주인공의 과거는 현재와 미래에 걸쳐있다.

스스로 해결해야만 그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인생의 문제들.

그것이 나만의 문제이든, 가족 때문에 생긴 일이든 극복하지 않으면 나아가지 못하는 장애물.


책을 읽기 전 이 책을 표현하는 화려한 찬사들 앞에서 J.K 롤링의 해리 포터를 능가할 수 있는 이야기가 과연 있을까? 했었다.

그리고 나는 어린 왕자를 능가하는 21세기 버전의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발견했다.

그 어떤 어른들 보다 똑똑하고, 그 어떤 어른들 보다 기적을 믿었던 작은 소녀의 이야기 때문에 내 마음이 촉촉해졌다.


어떤 이야기는 읽고 나면 마음이 단단해진다.

좀 더 세상사에 단도리가 되어진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마음을 말랑말랑한 마시멜로처럼 만들어 놓는다.


요란하게 천둥이 치고 비가 창문을 때렸다. 조는 얼사를 자신의 안전한 둥지에 품었고, 그 모습을 운명이 지켜보았다.


첫 데뷔작이라는 말이 무색한 아름다운 문장들이 건조하게 굳어 있던 마음을 헤집어 놓는다.

그래서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멍 때리고 앉아 있었다.


가족의 의미

우정의 의미

사랑의 의미

믿음의 의미

이 모든 의미를 다시 점검해보게 해주는 이야기다.


좋은 이야기가 주는 따뜻한 에너지가 이 책엔 별빛처럼 담겨 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시는 마음챙김의 소중한 도구이다.

류시화 시인의 시에 대한 마음이 엿보이는 글이다.

이 시집은 류시화 님이 여러 시인들의 시들을 모아 엮은 시집이다.

30년간 인도 여행을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로 인도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낮에는 육체 노동을 하고 밤에는 제주도 바다의 파도 소리를 들으며 시들을 골랐다.

서로의 마을을 다독일 수 있는 그런 시들을...

새는 날갯짓한다는 것

바다는 아우성친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당신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다니카와 슌타로

내 스스로 나가지 않는 것과 나다니지 말라고 해서 못 나가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나 역식 집순이를 자청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외출을 삼가라는 뉴스를 듣고, 안전 문자를 받을 때마다 갑갑함을 느낀다.

코로나는 인류의 역사에 분명 획을 그었다.

강이 흐르듯이

살고 싶다.

자신이 펼쳐 나가는

놀라움에 이끌려

흘러가는.

존 오도나휴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시간이었다.

몸은 비록 자유롭지 못하나 마음과 정신은 어디든 갈 수 있다.

류시화 님이 이 시들을 고른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가슴은 문이 되어야 한다. 때로는 그 문 앞에서 서서 '왜?'를 물을지라도 모든 순간을 기꺼이 초대할 수 있도록.

멋진 글이다.

류시인이 고른 시들이 우리의 가슴에 문이 되어 시에서 느껴지는 모든 순간들을 내 마음으로 초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 보다는 소설을 주로 읽는 나로서는 가을 문턱에서 받아 본 이 시집이 생각이 멈춘 생각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함축적인 문장 앞에서 생각하지 못할 것은 없으니...


시를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시를 읽으며 꼭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는 그저 느끼면 된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글귀 하나


내 마음에 들어와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 하나를 놓고 사라진다 해도

그것만으로 시가 나에게 주려는 느낌은 분명하다.


시가 내 마음으로 들어왔다 뇌리로 사라진다 해도

그래서 그것을 기억할 수 없다 해도

시어가 지나간 그 길에는 반드시 자국이 남을 터.

그 자국이 많아질수록 나는 더 많은 문을 열게 될 테니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내가 일일이 고르지 않아도 한 권의 시에서 다양한 문화의 다양한 시이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음에

그것만으로 충만해지는 시집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먼 암살자 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는 내게서 손을 뗀 것이다. 우리 모두로부터.



마거릿 애트우드의 눈먼 암살자는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는 특별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초반에 가닥을 잡기가 조금 힘들었다.


80대의 아이리스가 회상하는 이야기는 현재이면서 과거를 이야기하고

로라의 이름으로 발표된 눈먼 암살자라는 소설의 이야기 속에서는 의문의 남자가 로라에게 들려주는 SF 소설이 담겨있다.

세 가지 이야기가 전혀 상관없는 거 같으면서도 상관을 맺는 구성을 가진 눈먼 암살자는 마거릿 애트우드에게 부커 상과 해미트 상을 안겼다.


로라가 탄 자동차가 사고로 전소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첫 문단부터 범상치 않은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로라와 아이리스 그리고 눈먼 암살자라는 소설의 내용 사이사이 훌쩍 흘러가 버린 시간과 또 다른 죽음이 이어지면서 아이리스는 80대의 노인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심장병을 지닌 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이리스의 발걸음엔 아직 과거의 영광들이 남아 있다.

가족묘가 그렇고 단추공장이 그렇다.

단추공장은 새롭게 단장해서 부티크로 전화되었고 그곳엔 과거 체이스 가문의 남자들 사진이 걸려있다.

한때 그곳에서 제일 잘나가던 가문의 남자들.

그러나 자신의 짐을 어린 두 자매에게 떠넘긴 그녀의 아버지의 모습도 영웅처럼 남아있다.


1권에서는 많은 떡밥들이 흩어져 있다.

소설 속 연인들은 사랑 아닌 사랑을 한다.

시대가 그랬던 걸까? 아님 자신들의 이야기를 교묘하게 숨겨 놓은 걸까?


2편에서 회수될 복선들이 어떤 대단원의 막을 준비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이야기 속 여인들은 모두 특별한 삶을 살아낸 거 같다.

행복했던 여인들의 이야기 보다 불행했던 여자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에도 여자들은 존중받는 인격체가 아니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어떤 결과를 만나게 되든 애트우드 여사가 그리는 세상은 언제나 불편하지만 뭔가 뜨거운 응어리를 녹여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남성들의 세상이라는 겉보기에서 결국은 여성들의 세상일 수밖에 없는 그 무엇.

마거릿 애트우드가 그려내는 세상이다.



내 방에는 바닥이 없었다. 나는 허공에 매달려 있었고 이제 막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내 추락은 끝이 없었다. 아래쪽으로 끝없이.

그러나 그런 끔찍한 기분은 아님의 청명한 햇빛이 비치면 대부분 사라져 버린다. 젊을 때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모두 인정해야 한다. 왜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노력만하고, 덜 가진 것에 만족하는 법은 배우려고 하지 않는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의 월든이라는 책은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받은 책 중에 한 권이다.

그리고 이제야 읽어보게 되었다.


소로는 1845년 3월부터 월든 호숫가에 자기 손으로 직접 집을 짓는다.

1847년 9월까지 소로는 월든 호숫가의 직접 지은 집에서 홀로 살아간다.

그곳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글이 바로 월든이다.


자연주의자이자 자연철학자로 자신을 이야기한 사람답게 그는 자연과 벗하면서 자급자족의 생활을 영위한다.

비어있는 땅에 텃밭을 만들고 곡식을 심어서 수확하고, 그것으로 얻은 수입을 정리한 기록들을 보며 소로의 꼼꼼함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세상은 거짓과 망상이 건전한 진리로 여겨지고 진실은 거짓으로 여겨진다. 만약 인간이 진실만을 추구하고 쓸데없는 허상에 빠져들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기존에 아는 것과 다르게 동화나(아라비안나이트)처럼 흥미진진하게 느껴질 것이다.


월든을 읽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에 깊이 공감할 때가 많다.

1800년대의 삶에서 고찰한 삶의 흔적은 2020년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도 세상은 거짓과 망상이 건전한 진리로 여겨지고 있으니까.


책을 읽으며 월든 호수를 가보고 싶어졌다.

그곳에 서서 소로가 느꼈던 감정들의 끄트머리라도 느껴보고 싶다.

그곳에 살면서 호수 주변을 거닐면서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기록을 남긴 헨리 데이비드 소로.

그의 글이 시간을 지나도 사람들에게 자주 읽히는 이유는 아마도 모두의 가슴에 담겨 있는 자연인에 대한 본능을 실천한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혼자만의 삶이 평화롭기도 하지만 고독하기도 하다.

소로는 글쓰기와 독서와 작은 숲속 친구들로 그 고독을 메워보지만 간간이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관찰하는 것도 그의 소소한 즐거움이었으리라.

월든 호수 주변의 은둔스러운 이웃들과 마을 사람들의 오지랖 넓은 참견에도 꼬장꼬장 자신만의 방식을 포기하지 않는 소로의 모습에 미소 짓고, 소박한 음식에 만족하고, 작은 것에서도 만족감을 찾는 모습들에서 지금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람이 가진 게 적을 때는 욕심 없이 가진 것만으로 행복함을 느끼지만, 가진 게 점점 많아지면 더 많은 것을 올려다 보기에 만족할 수 없다는 당연한 진실을 늘 잊고 사는 나에게 이 책은 곁에 두고 종종 현재의 삶을 점검하는데 쓰일 거 같다.


외딴곳에 살았기에 의미 없는 방문객들이 어느 정도는 걸러졌다고 볼 수 있다.

나는 타인과의 교제라는 강물이 흐르는 고독의 바다로 저만치 떨어져 있었고, 제일 고운 침전물만이 주변에 차곡차곡 쌓였다.


호숫가의 풍경은 그 어느 곳의 것보다 아름답고 풍부한 감성을 자극한다. 호수는 대지의 눈과 같다. 우리는 그 눈을 바라보면서 내 안의 본성의 깊이를 헤아려본다.

맑고, 차갑고, 깊이 있는 월든 호수를 바라보며 본성의 깊이를 헤아린 소로의 글은 그래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양이다.

자연과 공존하기보다는 자연을 이용하려는 인간계에서 소로의 월든은 마음에 품고 살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자연인의 삶을 글로써 충족시켜주는 처방전이다.


현실이 허락하지 못해서 도시의 숲을 벗어나지 못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소로의 월든은 시간을 건너 온 명약이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아마도 모두가 꿈꾸는 자연인의 삶을 직접 실천하고 꼼꼼하게 기록으로 남긴 소로의 월든은 그래서 모두의 마음에 치유력을 높이는 글로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