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애트우드의 눈먼 암살자는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는 특별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초반에 가닥을 잡기가 조금 힘들었다.
80대의 아이리스가 회상하는 이야기는 현재이면서 과거를 이야기하고
로라의 이름으로 발표된 눈먼 암살자라는 소설의 이야기 속에서는 의문의 남자가 로라에게 들려주는 SF 소설이 담겨있다.
세 가지 이야기가 전혀 상관없는 거 같으면서도 상관을 맺는 구성을 가진 눈먼 암살자는 마거릿 애트우드에게 부커 상과 해미트 상을 안겼다.
로라가 탄 자동차가 사고로 전소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첫 문단부터 범상치 않은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로라와 아이리스 그리고 눈먼 암살자라는 소설의 내용 사이사이 훌쩍 흘러가 버린 시간과 또 다른 죽음이 이어지면서 아이리스는 80대의 노인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심장병을 지닌 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이리스의 발걸음엔 아직 과거의 영광들이 남아 있다.
가족묘가 그렇고 단추공장이 그렇다.
단추공장은 새롭게 단장해서 부티크로 전화되었고 그곳엔 과거 체이스 가문의 남자들 사진이 걸려있다.
한때 그곳에서 제일 잘나가던 가문의 남자들.
그러나 자신의 짐을 어린 두 자매에게 떠넘긴 그녀의 아버지의 모습도 영웅처럼 남아있다.
1권에서는 많은 떡밥들이 흩어져 있다.
소설 속 연인들은 사랑 아닌 사랑을 한다.
시대가 그랬던 걸까? 아님 자신들의 이야기를 교묘하게 숨겨 놓은 걸까?
2편에서 회수될 복선들이 어떤 대단원의 막을 준비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이야기 속 여인들은 모두 특별한 삶을 살아낸 거 같다.
행복했던 여인들의 이야기 보다 불행했던 여자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에도 여자들은 존중받는 인격체가 아니다.
이 이야기의 끝에서 어떤 결과를 만나게 되든 애트우드 여사가 그리는 세상은 언제나 불편하지만 뭔가 뜨거운 응어리를 녹여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남성들의 세상이라는 겉보기에서 결국은 여성들의 세상일 수밖에 없는 그 무엇.
마거릿 애트우드가 그려내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