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 어스 드림 -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
프란치스코 교황.오스틴 아이버레이 지음, 강주헌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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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1년 동안 전 세계가 힘든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 조치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 인류가 누렸던 모든 생활이 달라졌네요.

이런 시국에 종교를 떠나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분.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이 담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거 같습니다.


천주교인도 아니고 별다른 종교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 교황이라는 분에 대해서 어떤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저에게 남다른 느낌을 주는 분입니다.

그분 자체가 밑에서부터 최고의 자리에 오른 분이라 교황이라는 이름이 주는 동떨어짐을 많이 떨궈내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사람을 억누르던 전통적인 경계둑이 무너지고 터집니다. 아울러 우리의 역할과 사고방식도 흔들리며 개편됩니다. 이번 위기로 우리의 고통도 '범람'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위기에 대응하며 보여준 창의력에서도 '범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염수경 추기경과 이해인 수녀님의 추천사가 포함되어 있는 글들은 읽는 동안 경건한 기분을 갖게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글은 마치 그분이 우리를 향해 연설을 하시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글마다 마음과 생각을 쓰다듬어 주신 거 같다.


1부 직시할 시간

2부 선택할 시간

3부 행동할 시간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지금 현재를 바라보는 그분의 눈길은 냉정하고 신랄하면서도 다정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바뀌어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잃었던 인간성과 믿음을 회복해서 다시 나아가자는 메시지가 담긴 글들 앞에서

흥분하고, 결연해지면서, 다시 희망스러워진다.





중심에 있으면 주변을 바라보기 힘들다.

어려울수록 주변부를 바라 보라는 말을 우리 모두가 새겼으면 한다.

주변부에서 중심에 서신 분의 날카로움이 글에서도 번득인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들이다.


지금은 순례의 시간입니다.

앞을 향해 걷지만 여러분의 내면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뿐인 경우가 있습니다.

.

.

미로는 삶이 '정상'으로 되돌아갈 것이란 우리의 추정일 수 있습니다. 이런 추정은 우리의 자기중심주의와 개인주의를 반영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세상을 직시하지 않고, 우리가 과거에도 그다지 정의롭지 않았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당면한 상황이 과거의 상태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심을 벗어나 초월하는 능력을 탑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세상은 나아지지 못하고 퇴보할지도 모르기에.

우리가 미로를 탈출하려면 아리아드네의 기지가 있어야 한다.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이웃을 돌아보는 눈과 마음을 키워야 할 때라는 말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종교를 떠나 전 세계의 모든 이에게 어른으로서 들려주신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이 중심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그 중심에서 주변을 바라보며 나아가기 위해 한 발자국 내 딛기 전의 내 모습.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저 무게만 잡는 분이 아니었다.

재치 있고, 희망적이며 냉철하면서도 다감하신 분이다.

이 책에 담긴 것으로 그분을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어지러운 세상에서 사람들보다 앞서서 횃불을 들고 서 계시는 모습으로

내겐 보였다.


인류의 기로에서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방향 키를 알려주는 분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으로 스며들기를 바란다.

우리는 미로를 벗어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인류는 이 고난을 이겨내고 전진할 수 있을 테니.

각자가 믿는 신과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믿음을 가져야 할 때인 거 같다.



*21세기북스로 부터 도서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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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 학살과 파괴, 새로운 질서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세계대전 2
A. J. P. 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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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에 비해서 2차 세계대전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는 우리가 그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유럽에선 히틀러와 나치가 극동에선 일본이 세상을 집어삼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1차 세계대전을 읽으면서 테일러의 글들이 치우침 없이 각 국가 간의 상황과 정치 상황들을 헤아려서 전쟁을 기술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이 어떻게 기술되어 있을지 기대하는 바가 컸다.





2차 세계대전 역시 테일러의 글은 거침없는 기술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유럽에 국한된 것이었다.

동양에서 벌어지는 전쟁까지 세세하게 기술할 정보는 부족했던 거 같다.

곁가지로서만 다룬 기술에 조금 맥이 빠진다.


아마도 같은 전쟁 피해국의 자손으로서 뭔가 제외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그리 느껴지는 거 같다.

유럽과 미국, 소련에 대한 세심한 살핌들처럼 테일러의 시각으로 동양에서 벌어졌던 제2차 세계대전을 읽을 수 있을 거라는 나의 기대가 컸던 거 같다.

돌이켜보건대 현존하던 세계 질서에 다소 만족하던 국가들과 그것을 변경하기 원하는 국가들 간의 다툼이 제2차 세계대전에 기본적인 양상을 부여했다.

1차 대전 이후의 유럽은 독일의 움직임을 잘 파악하지 못했고, 히틀러의 행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거 같다.

아마도 그들은 승리의 우월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그 틈새에서 히틀러는 세력을 모으고 다지고 있었다.

게다가 소련에 대한 푸대접 역시 전쟁의 불씨를 살리는 결과가 되었다.


첫 번째 전쟁 이후 유럽은 민주주의와 파시즘의 대립으로 골이 파이고 있었다.

파시즘의 또 다른 변형이 독일의 국가사회주의를 만들었고, 나치의 세력이 확장되는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었다.

히틀러와 나치는 그들에게 '깡패'일뿐이었다.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이라는 부제답게 많은 생생한 자료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우리가 이름만 들었던 사람들을 사진으로 만나 볼 수 있고, 당시의 전세를 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쟁은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

1차 대전을 마무리함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그것에서 제대로 배운 것은 없었던 거 같다.

2차 대전이 종전된 이후에도 전쟁의 마무리는 깔끔하지 않았다.


전승국들의 이익에 의해 전쟁의 책임을 져야 하는 자들의 징계가 달라졌다.

상대적으로 독일이 전후에 짊어져야 했던 전쟁의 책임을 일본은 거의 지지 않았다.

원폭의 피해로 인해 일본은 오히려 전쟁 피해국처럼 보였다.


전승국들 입장에서 동양에서 벌어졌던 전쟁은 대수롭지 않았던 거 같다.

그들의 이익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들만 제외하고는.

2차 세계대전을 겪어낸 사람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목적 면에서 정당화될 수 있고 그 목적들을 달성하는 데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쟁이 수반한 모든 학살과 파괴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은 훌륭한 전쟁이었다.

나치의 압제와 일본의 압제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었던 2차 세계대전은 성공을 거두었다는 테일러의 서술 앞에서 생각해 본다.

이 이유가 과연 옳은 것인지.

성공했다는 결론이 전쟁에 대한 평가에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수많은 피를 흘리고, 수많은 목숨이 부질없이 사라진 전쟁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다.

목적을 달성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도 A.J.P. 테일러 같은 사람이 있어서 우리의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다.

유럽의 시각에서 본 전쟁이 아니라

동양의 시각에서 본 제2차 세계대전을 제대로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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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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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만 삶의 마땅찮은 불상사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고, 어느 누구도 자기를 내쫓을 수 없는 그런 확실한 곳으로서, 온전하게 자기 혼자만의 소유로 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24호실을 처음 보았을 때 그는 그곳이 바로 그런 곳이 되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천진한 삶을 살았던 조나단 노엘.

어느 순간 어머니가 삶에서 사라지고, 또 어느 순간 아버지가 삶에서 사라졌다.

어린 여동생과 함께 탈출해서 먼 친척 아저씨에게 의탁하다 군에 들어간 노엘.

군에서 돌아왔지만 여동생은 결혼해서 보이지 않고 친척 아저씨의 소개로 얼굴도 모르는 여자랑 결혼한 지 4개월 만에 애 아빠가 된다.

하지만 그녀는 과일 장수와 눈이 맞아 떠났다.


그 누구도 그의 곁에 남지 않았다.

그가 원한 건 그저 인생의 평화였을 뿐인데...


자신의 모든 걸 정리해서 파리에 온 노엘에게 작은방 하나가 주어진다.

온전히 쉴 수 있는.

온전히 자신만의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곳.


그곳은 조나단에게 불안한 세상 속의 안전한 섬 같은 곳이었고, 확실한 안식처였으며, 도피처였다. 그곳은 그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애인, 정말 애인 같은 장소였다.

3.4미터의 길이와 2.2미터의 폭과 2.5미터의 높이로 이루어진 방.

그곳은 조나단의 밀실이자, 평화이자, 은신처였다.


그가 도망쳐서 쌓았던 방어기제는 20년 뒤 비둘기 한 마리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다.

보통과 똑같은 일과를 시작한 아침.

공동 화장실을 가기 위해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나선 그 순간에 복도에서 오롯이 그와 마주친 비둘기 한 마리.

엄습하는 공포가 조나단을 휘감아 담아 두었던 삶의 모든 절망과 고통과 슬픔을 끄집어 내던 순간이었다.


그 하루.

그가 흘린 땀과

그가 분출한 분노와

그가 표출해낸 것들은 20년간 꾹꾹 참아왔던 그의 고통과 슬픔이었다.


내일 자살해야지.

홀로 삭히고 삭혀서 어딘가로 보내 버렸던

그의 삶의 부재들이 남긴 찌꺼기들.

그때 아파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지 못하고 그저 꾹꾹 눌러 담아 두었던 삶의 부조리함이 비둘기의 눈을 통해 관통되었다.


그가 그날 본 것은 비둘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고통과 슬픔이었다.


도대체 사람들이 왜 안 오는 걸까? 왜 나를 구출해 내지 않지? 왜 이렇게 쥐 죽은 듯이 조용한 거야?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지? 다른 사람들이 없으면 나 혼자서는 절대로 살 수가 없단 말이야!

오랜 시간 혼자 감당해 오던 삶을 이제야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순간이다.

비둘기의 눈을 통해 관통당한 자신의 젊은 날은 절절하게 고독했고, 철저하게 방어적이었다.

평화와 안온함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그의 철벽성이었다.


세상과의 단절을 이루고 살았던 조나단 노엘의 어느 날 아침은

비둘기 한 마리가 모두 망쳐 놓았고, 그 비둘기 한 마리가 모두 되살려 놓았다.


자기 자신을 이루고 있던 보호막 밖으로 한발 내디딘 순간의 하루.

문이 열렸다. 그는 자유 속으로 걸어 나갔다.

완전히 비어버린 복도가 조나단의 앞길이길 바랐다.

그리고 그가 끌어안고 살았던 그의 과거이기를 바랐다.


책 중간쯤에서 조나단이 좀머 씨로 보였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조나단은 좀머 씨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조나단의 과거는 그날 하루

비둘기에 의해 온전히 비워졌으므로...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온전히 내 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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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 단편전집, 개정판 카프카 전집 1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주동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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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페이지 두께의 이 책은 단편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카프카에 의해 출판된 작품들

잡지와 신문에만 발표된 작품들

유고집에 수록된 단편들

이렇게 3부로 나뉜 수많은 단편들이 카프카의 매력을 발산시키고 있다.


난해하다는 의견들이 많은 카프카의 글들을 나름 즐겁게 읽었다.

카프카가 살고 있던 시대

그가 스치고 지나쳤던 사람들

그가 거닐던 거리

그가 보았던 상점

그가 느꼈던 느낌

그가 보았던 어떤 순간

그가 알았던 사람들의 어느 한순간

그가 모르지만 어느 시간 카프카의 눈에 띄었던 사람들의 한순간이 그의 단편들에 담겼다.


그때그때 지나치는 순간을 글로 잡아내어 묶어 두었던 카프카.

어떤 공식을 기대하지 않고 읽는다면 카프카의 "맛"과 "멋"을 알게 될 것이다.


변신은 오래전 읽었지만 느끼지 못했던 주인공의 비애를 어른이 되어 그것이 어떤 무게와 어떤 상실인지를 알아서인지 더 처연하게 느껴졌다.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고

내가 사라진 자리에는 또 다른 사람으로 채워지고

내가 가졌던 무게 또한 내가 짊어지지 않았어도 되었을 테고

스스로 누군가의 '짐'만 되지 않도록 살면 될 뿐이다.

가족을 위한 희생은 어쩜 덧없는 것이라는 걸 카프카는 일찍 깨달았나 보다.


변신은 어쩜 인간사의 끄트머리를 희화한 작품일지도 모른다.

병들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노년의 모습일지도 모르지...


단물 빨린 벌레는

잊혀지고, 거추장스럽고, 죽어도 기억되지 않는 존재로 사라졌다.

거듭 씁쓸하게 읽혔던 건 아마도 가치를 상실한 인간의 비애를 보았기 때문일 게다.

카프카는 글마저도 카프카카프카 하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았으나, 온전히 내맘대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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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선택한 남자 스토리콜렉터 6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한이 옮김 / 북로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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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의 남자 시리즈 3탄


죽음을 선택한 남자!!

그는 왜 그녀를 쏘았을까?
그는 왜 자신을 쏘았을까?
그는 왜? 이 모든 일을 FBI 빌딩 앞에서 벌였을까?

목격자이자 수사관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
그의 사진 같은 기억력도 그날의 사건을 수사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아무런 징조도 없었고
아무런 단서도 없는 이 사건
데커와 그의 동료들은 어떻게 돌파구를 찾게 될까?

전작의 주인공 마스의 등장이 오래가는 걸 보니 아마도 데커와 함께 아웃사이더 팀을 꾸리는 게 아닐까?
재미슨의 마음을 모르는 건지 모르는척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황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들이받혔던 일로, 그는 완벽한 기억과 공감각 능력을 지니게 되었지만, 사람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그건 그를 그 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마치 낯선 사람의 인격 같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일들이 그 자신의 인력으로 쌓여갔다.
하지만 이제 그 낯선 사람의 흔적이 데커였다.



난 지금 낯선 사람이야. 나 자신의 육체에 깃든 낯선 사람.




이번 편에선 데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의 설명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
그가 점차 적응해가는 단계임을 보여주는 거 같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건
그 어떤 것도 잊지 못한 다는 말이다.
사람이 망각의 동물인 건 괴롭고, 슬픈고 안 좋은 기억들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살아가는 하나의 방편이다.
하지만 데커에겐 망각이 없다.
모든 기억이 또렷하게 차곡차곡 쌓일 뿐.
그것이 어떤 것인지는 상상이상의 고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만 가질 뿐 우리는 알 수 없다.
게다가 그는 가장  끔찍한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해야 하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그것이 이 에어머스 데커라는 캐릭터를 잊을 수 없는 이유이다.


아무 연관성 없는 사람들의 연관성을 찾기 위한 탐문수사가 진행되고 데커는 의문의 공격을 받는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또 벌어지고 데커 일행은 중무장한 사람들에게 공격을 당해 위험에 빠진다

시리즈 중 제일 수사가 오리무중이고
시리즈 중 제일 위험한 고비를 넘기는 데커와 그의 친구들

사건도 사건이지만 이 시리즈에서 이 이야기엔 앞으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새로운 등장인물 하퍼 브라운이 마스와 엮이고
마스가 재등장하면서 데커의 터전을 마련해준 걸 보면 앞으로 전개될 시리즈의 방향을 위한 포석이 아닌가 싶다

좀처럼 연관성을 찾지 못했던 사건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시대에 고전적 방법으로 자신들의 신분을 숨긴 스파이들의 이야기가 소름 돋게 한다
중반이 지날 때까지 지지부진한 수사와 닿을 듯 닿지 않는 결정적 단서
그래서 도대체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로 갈지 몰라서 애가 탔다.
설마 흐지부지 끝나는 건 아니겠지?
그럼 발다치가 아니지!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더니
냉전시대의 스파이들이 잔존하는 이 시대
그들을 신경 쓰지 못했던 신기술의 허점

디지털이 지배하는 세계에 그와 맞설 수 있는 게 바로 아날로그의 힘이다.
기계적으로는 감지할 수 없는 오래된 고전적 수법.

돈이면 다 되는 시대에
그래도 애국자는 존재하는 법임을 알게 해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시리즈의 초석을 다져가는 모습을 보여준 죽음을 선택한 남자




명확하지 않은 적이 가장 무서운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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