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데이빗 1~2 세트 + 북펀드 굿즈 (<데이빗> 노트 + 마스킹 테이프)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3월
평점 :
미출간




인생 책은 많아도 인생 웹툰은 처음이라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사람들이 인생 웹툰이라고 하는지 몹시 궁금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이 물음에서 탄생한 데이빗.

작은 몸으로 태어나 혼자서 어미젖도 물지 못한 데이빗은 농장주의 아들 생일선물이 된다.

돼지우리에서 생을 마감할뻔했던 데이빗은 이름도 얻고 조지와 함께 생활한다.

인간의 말을 하는 돼지.

오지의 농장에서 데이빗은 조지와 평온한 나날을 보내지만 점점 성인이 되어가는 조지는 이 적막한 고향이 지루하다.

조지는 데이빗을 설득해서 서커스단을 좇아 대도시로 나간다.





자신의 정체성을 알지만 한순간도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데이빗.

자신이 사람들 앞에서 서면 그들도 그를 동등하게 대접하도록 만들겠다는 조지의 약속이 있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데이빗을 옹호하는 편과 그렇지 않은 편으로 갈라지고 정치인들은 선거전에 데이빗을 이용하려 한다.

 

 

인간은.

인간종은.

자신들이 잘 알지 못하는 '다른 종'을 만나게 되면 일단 배척하고 본다.

아무런 데이터가 없는 색다른 종은 인간에게 두려움과 공포감을 주기 때문이다.

데이빗이 그런 존재였다.

하물며 데이빗을 옹호하던 단체의 리더 캐서린조차도 그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긴 누구라서 데이빗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정말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까?

데이빗은 사람이어야 할까?

인간의 언어를 말할 수 있다고 해도 동물은 동물일 뿐일까?

그렇다면 인간을 정의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데이빗은

동물의 세계에서 인간종에게 이주해온 이민자다.

 

인생은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는 것.

그 책임을 온전히 짊어질 수 있어야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거야.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는 거지 네 책임이 아니야.

그러니까 조지.

너는 너의 몫만 짊어지면 돼.

 

 

처음엔 모두 데이빗에게 열광했다.

하지만 데이빗이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아는 순간 사람들은 분열된다.

 

처음엔 이민자들은 환영받는다.

'우리'의 필요에 의해 그들이 오기를 바랐으니까.

하지만 탄탄하게 자리 잡아가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편협해진다.

저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저들이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저들이 저들의 문화를 이곳에 가져오는 게 싫다.

그들과 우리가 섞이는 게 싫다.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

데이빗이 실존한다면 나 역시 데이빗을 인간으로 생각할지 동물로 생각할지에 대해 확실한 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 3부작의 첫 번째 이야기 데이빗은 내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해줬다.

뭔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느낌이다.

마지막 데이빗의 선택이 그래서 가슴 아프다.

 

다르다.

이것은 공포스럽고, 편협해져야 하는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공포와 차별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다르다.

이것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배워야 할 시기가 온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가 갑자기 삶의 옆구리를 '콕' 찌르는 느낌이었다.

 

때때로 윌라는 다른 누군가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며 반평생을 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반평생보다 더 많은 날을 그렇게 보낸 것 같았다. 처음엔 데릭이, 다음은 피터가 앞만 보고 돌진하는 동안 윌라는 뒤에서 그들이 벌려 놓은 걸 치우고 사과하고 설명하며 세월을 보냈다.

 

오랜만에 앤 타일러의 글을 읽었다.

아직까지 활동 중이라는 사실에 약간 놀라면서.

 

욱하는 성격의 엄마가 자기 성질에 못 이겨 집을 나간 날

그날을 그린 이야기는 윌라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그 시절이 향후 윌라의 삶에 어떤 지침을 주었는지를 보여준다.

정 반대의 부모 밑에서 아빠가 아닌 엄마 때문에 조마조마한 어린 시절을 보낸 윌라는 아빠의 성격을 물려받은 듯하다.

 

대학생이 된 윌라는 언어학자가 되려는 꿈을 접고 데릭과 결혼한다.

그리고 션과 이언을 낳고 안락한 생활을 하지만 욱하는 데릭의 성격으로 자동차 사고를 당해 혼자가 된다.

 

피터와 재혼한 윌라의 삶은 평온해 보이지만 아무런 쓰임새 없는 인생처럼 느껴진다.

그런 차에 션의 여자친구였던 드니즈가 총을 맞는 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드니즈의 딸 셰릴을 돌봐달라는 이웃의 전화를 받는다.

션은 이미 드니즈를 떠났고, 셰릴과는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생각에 윌라는 집을 떠난다.

 

잔잔한 이야기 안에서 세상사의 깊은 맛을 보았다.

 

3번의 시간이 훌쩍 지나고

윌라의 모습은 세월을 닮아간다.

윌라의 아버지와 윌라의 모습에서 언뜻 스토너의 모습을 본다.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늘 자기를 한곳에 놓아두는 삶.

하지만 윌라는 생의 끝자락에서 오롯하게 자신의 삶을 택한다.

 

아니면 지금까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걸 시도해 볼 수도 있다. 가능성에는 한계가 없는 법이니까.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던 사람은 자신이 내어주던 사람들에게서는 아무런 위안을 받지 못한다.

받기만 한 사람은 주는 법을 모르니까.

하지만.

삶은 늘 음지와 양지의 양면을 동전처럼 가지고 다닌다.

윌라가 자신의 가족에게 받지 못했던 위안과 필요는 셰릴을 돌보면서 그 주변의 이웃들에게서 받게 된다.

가진 게 적지만 서로를 돕고, 서로의 안부를 챙기는 사람들 곁에서 윌라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아직도 '필요한 인생'이라는 걸 깨닫는다.

 

나이가 들면 모든 삶에서 뒷전으로 쳐지게 마련이다.

젊은 사람들의 삶을 따라가지 못하면 그들은 '염두' 에 없는 삶이 된다.

 

가족의 평온은

언제나 누군가의 침묵과 희생과 이해 위에서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 그 침묵과 희생과 이해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강제된다.

 

윌라가 자신의 길을 갔다면 동생 일레인과의 사이가 그렇게 멀어지지 않았을까?

어쩜 윌라는 아버지의 길을, 일레인은 어머니의 길을 가는 건지도 모른다.

윌라와 일레인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반반 들어 있고,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본인의 자유의지다.

션과 이언이 데릭과 윌라를 닮은 것처럼.

 

윌라의 인생을 읽어가면서 내 인생의 마지막 장을 그려본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여자의 삶이란 어찌 이리도 닮은 것인지...

 

적어도

인생의 후반부는 온전히 내 의지로 살 수 있음을 깨우쳐준 윌라의 선택이 후련함을 남겨준다.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어디가 나의 길인 건지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답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 봤으면 좋겠다.

 

어떤 선택도 강요하지 않고

이랬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물음표도 없지만

결국 인생은 벌어지는 그대로의 상황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걸 배웠다.

그 벌어지는 모든 일에 대한 모든 선택은 결국 나의 것이기 때문에.

선택엔 언제나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니까.

 

앤 타일러.

노년의 작가에게 배우는 인생의 한 수.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있는 것이 바로 나의 행복이라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행자
울리히 알렉산더 보슈비츠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식으로 계속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이제 여행자다.

끝없이 계속 움직이는 여행자.

나는 이미 이주했어.

독일 철도로 이주한 거지.

난 지금 독일에 있는 게 아니야.

 

 

세계 1차 대전 참전 용사이자 사업가인 오토 질버만.

그는 유대인이자 독일인이다.

아리아인의 특징을 가진 그는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겉으로는 유대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2차 대전의 기운이 점점 다가오는 와중에 나치의 유대인 탄압이 시작되고 있었다.

질버만이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모든 통로가 차단된 이후였다.

 

프랑스에 있는 아들에게 허가증을 구해달라 요구하는 한 편 살고 있는 집을 핀들러에게 팔려고 하지만

시류에 편승한 핀들러는 헐값에 질버만의 집을 사려 한다.

그 와중에 나치당 청년들이 질버만의 집에 들이닥치고 핀들러와 부인이 그들을 맞이하는 사이 질버만은 도망친다.

그리고 끝도 없는 그의 여행이 시작된다.

 

"참 우습네요 우리는 서로 불쌍하다고 하며 상대방이 자기보다 상황이 나쁘다고 믿으려 하니 말입니다. 그게 마치 위로라도 되는 듯이."

 

 

어디에서도 머물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된 질버만은 기차를 갈아타면서 나치를 피해 다닌다.

시시각각 조여오는 상황 속에서 친구와 처남의 외면까지 받으며 질버만은 분노했다, 절망하고, 희망을 찾다가 실의에 빠진다.

 

질버만을 따라가는 내 심정도 기차와 함께 덜컹거렸다.

그의 절망과 분노와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와서 마음이 착잡했다.

 

이 책의 저자인 보슈비츠 역시 독일계 유대인이었다. 그래서인지 질버만이 느끼는 감정들이 굉장히 현실감 있게 전개된다.

몇 시간 눈도 제대로 못 붙이고 식사도 못하고 쫓기는 질버만은 점점 광분한 상태로 나아가고

벨기에로 극적인 탈출을 감행했으나 벨기에 경찰에게 붙잡혀 도로 독일 국경으로 넘겨진다.

여러 가지 상황들이 질버만의 절박함을 그려내고

그가 가진 전 재산을 잃어버리는 상황에서는 절망감과 허탈감이 나에게도 전해져왔다.

게다가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가 신고를 하는 장면에서는 조마조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3만 마르크가 든 서류 가방을 잃어버렸어요. 고소하려고 여기 온 겁니다."

 

"내 권리 전체를 빼앗은 사람들에게 도난신고를 하려는 게 아마 유대인 농담인지도 모르지요. 당신이 도둑은 찾지 않고, 도둑맞은 사람에게 뻔뻔한 말을 하는 게 독일 현실입니다."

 

 

도망도 못 가고

자살도 못하고

경찰의 손을 빌리려고 했던 질버만은 착한(?) 경찰 덕에 풀려난다.

이제 꼼짝없이 돈도 못 가진 채로 기차로 돌아가야 하는 질버만.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질버만.

유대인이지만 다른 유대인 때문에 자신이 고통받는다고 생각하게 된 질버만.

 

이 이야기는 독일어권에서 독일 역사의 어두운 면을 당대에 알린 초기 문학적 증거로 가치가 있다.

질버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당시 유대인들의 절박함과 독일 사회의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모든 독일인이 유대인을 박해한 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고, 유대인을 경멸하는 질버만조차도 급박한 상황에서는 자신이 경멸하는 유대인 방식을 들이밀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질버만은 심란한 눈길로 카페를 둘러봤다. 나와 당신들이 다른 게 뭔가. 우리는 정말 무서울 만큼 닮지 않았나.

 

 

이야기의 끝에서도 저 문장이 자꾸 되뇌어진다.

나와 당신들이 다른 게 뭔가.

우리는 정말 무서울 만큼 닮지 않았나.

나치가 남긴 상흔은 세대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학은 끊임없이 그것을 되새길 테니..

 

보슈비츠의 바람처럼 이 이야기는 바로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

80년이나 묻혀있다가 이제야 세상에 나온 <<여행자>>.

은둔하고 있던 여행자는 이제야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내려 땅을 디뎠다.

보슈비츠는 가고 없지만 그가 남긴 그 시대의 감정은 이제야 여행을 시작했다.

보슈비츠가 남긴 여행자의 여정이 그이 바람대로 날개를 달고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펄럭이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둘기 속의 고양이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수경 엮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주 후 메도우뱅크가 겪게 될 엄청난 문제의 전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혼란, 무질서, 살인 등 메도우뱅크를 지배할 어떤 사건들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라마트의 왕족은 비상시에 사용하기 위해 보석을 지니고 다닌다.

알리 유스프 왕자는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인 라마트에서 탈출 작전을 감행하기 전 자신의 비행사이자 친구인 밥 롤린슨에게 자신의 보석을 맡긴다.

밥은 잠시 휴가차 라마트에 와 있던 누나에게 그 보석을 맡기려고 찾아가지만 누나는 외출 중이었고 혁명은 시시각각 다가올 조짐으로 마음이 급한 그는 보석을 처리하기 위해 고심을 한다.

그리고 몇 달 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던 밥과 알리 유스프 왕자가 탄 비행기가 추락한 채 발견되고 암암리에 알고 있던 알리 왕자의 보석을 찾기 위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 곳에서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보석은 찾는 자가 임자였던 것이다.

 

메도우뱅크는 사립 여자 학교로서 세워진지는 얼마 되지 않지만 좋은 가문의 여학생들이 다니는 곳으로 점점 입지를 굳혀가는 학교이다.

그곳에 밥 롤린슨의 조카 제니퍼가 입학하고 유스프 왕자의 약혼녀 샤이스타 공주가 입학한다.

그리고 새로 온 선생님과 젊은 정원사가 채용된다.

부산하게 시작하는 학기의 첫날

학생들과 학부모를 맞이하던 교장 불스트로드 선생은 학부형이 한 말 중에서 뭔가 중요한 부분을 놓쳤다는 의심이 들지만 너무 바쁜 나머지 무시해버린다.

그리고 새로 지은 스포츠 파빌리언에서 새로 온 체육교사가 총에 맞아 죽는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비둘기 속의 고양이처럼 말이에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우리 모두는 비둘기인데 그 속에 고양이가 하나 있었던 거죠.

하지만 우린 고양이를 못 본 거죠.

 

 

선생들과 학생들은 뭔가 이상한 느낌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이 무언지는 모르는 상황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첫 번째 사건을 해결하기도 전에 연달에 2명의 선생이 목숨을 잃는다.

게다가 샤이스타 공주는 자신을 누가 납치할 거 같다는 얘기를 하고 그것을 무시했던 교장과 경찰 앞에서 보란 듯이 사라지고 만다.

가장 탄탄할 때 학교를 물려주고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교장 불스트로드.

불스트로드와 함께 학교를 설립하고 키워왔으나 차기 교장직에서 제외된 채드윅 선생.

요즘 보기 드문 젊은 정원사로 학교의 이곳저곳에 관심이 많은 아담.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애쓰지만 갈피를 못 잡는 켈시 경감.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 있는 밥의 조카 제니퍼와 그녀의 절친 줄리아.

 

모든 사람은 뭔가를 알고 있기 마련입니다.

스스로 안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일지라도요.

왕족의 보석이라는 비밀스럽고도 신비한 요소가 감쪽같이 사라진 사건.

임자 없는 보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각국의 스파이들.

세 건의 살인과 한 건의 납치.

그리고 거의 마지막에야 등장하는 에르퀼 푸아로!

 

이 이야기엔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가 등장한다.

마지막에 쨘~ 등장해서 사건을 깔끔하게 정리해서 해결하는 푸아로의 솜씨를 발견할 수 있는 비둘기 속의 고양이.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고양이 찾기가 어려워진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이야기들은 예상치 못한 반전을 지니고 있다.

모든 등장인물의 배경과 인과관계를 읽어가도 사소한 트릭 하나 때문에 범인에서 제외하게 되는데

그렇게 맞이하게 되는 반전이 독자의 마음을 훔치는 크리스티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늘 인상적인 캐릭터가 있는데 이 비둘기 속의 고양이에서는 불스트로드 교장이 바로 그런 캐릭터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고정된 시선을 갖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진정한 교육자라는 생각이 든다.

전통을 지키지만 현실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전 추리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뛰고 나는 현재의 추리 소설 보다 은근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은근한 매력 때문에 고전 추리 소설을 포기하지 못하는가 보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뼈 때리는 반전은 독자들로 하여금 읽고 나서 한참 뒤에도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 긴 시간 동안 그녀의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거 같다.

 

비둘기 속의 고양이는

혁명, 암살, 살인, 납치, 스파이 그리고 보석.

거기에 양념처럼 곁들여진 인간의 욕망과 신념 등이 잘 버무려진 '맛' 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김리하 지음 / SISO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고 작은 인생의 고비들이 내 삶을 휘청거리게 만들었고 그때마다 나는 온갖 변명을 둘러댔다.

 

요즘 마음 앓이 중인데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심드렁하게 느껴지는 중이다.

자연히 독서도 그렇고 생활 모든 것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하고 지내고 멍 때리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사실 리뷰도 안 써지고 책도 진도가 안 나가서 모든 관계(?)를 중단하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숨어지내고 있는 시간이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시간을 보냈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그런 시간들에 쉬엄쉬엄 길어 올린 마음들이 담겼다.

남의 소소한 일상에서 길어진 마음 다독임을 읽으며 나를 다독이는 시간을 갖는다.

 

 

가끔 책을 읽다 보면 우연하게 내 상황에 알맞은 책들이 저절로 내게 오는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런다.

나도 모르겠는 나의 마음.

자꾸 미워지는 나 자신.

자꾸 하게 되는 후회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

그저 무기력하고, 그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인데 이 책에 담긴 글들이 내 마음을 읽는 거 같았다.

 

 

물욕이 사라진 마음인데도 문구류 앞에서만은 그 마음이 무너지는 모습.

내가 아는 것을 상대방도 당연히 알 거라 생각하는 지식의 저주.

혼자 독서하다가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기쁨.

무심하게 흘려보낸 일상들에서 문득문득 깨닫게 되는 삶의 의미들.

이 책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내 안에서 꺼내 쓰는 수밖에 없다. 틀리든 맞든 내가 아는 바를 있는 그대로 기술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나에게 맞는 내 답안지를 작성하다가 그 안에서 갈팡질팡, 우물쭈물하는 모든 순간이 실은 나에게 가장 알맞은 답안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인생이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모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그렇다면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또 다른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뭐 좀 알만한 이 나이에 걸맞게 살아가자고 마음먹어본다.

인생의 답은 내 안 깊은 곳에 있는데 자꾸 다른 곳에서 답을 찾으려 하니 답답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 글을 읽는 시간 동안 찾아왔다.

다들 서로 다른 사람들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비슷한 것들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공유하며 살아가게 된다.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이날은 내가 잊고 있었던 나 자신을 잠깐 찾아낸 날이 아닐까 싶다.

세상사에 가려져 저 아래 깊이 묻어 두었던 나.

이제 그 자아가 스멀스멀 아지랑이처럼 꽃 피고 싶어서 나를 침잠시키는 거 아닐까?

 

 

좋은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깨닫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이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내게는 답답한 마음 한켠이 조금 덜어내지는 그런 글들이었다.

 

 

봄날.

마음이 맥없이 쳐져 있었는데

나보다 앞서 걷는 이의 글이 다독다독거려준다.

이제 마음에 아지랑이를 피우고 꽃처럼 기지개를 켜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