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성적인 밤 + 북펀드 굿즈 (엽서 세트 3종)
파스칼 키냐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난다 / 2024년 5월
평점 :
미출간


멋진 그림들에 곁들인 키냐르의 단상이 단조로운 일상을 흔들어 놓을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암살주식회사
잭 런던 지음, 한원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관건은 이 조직이 조직의 창조자인 나보다 더 우세할 것인가?가 되겠군. 조직이 창조자를 죽일 것인가, 아니면 창조자가 그보다 한 수 앞서나갈 것인가?"


잭 런던의 <암살 주식회사>는 그 시대가 아니었다면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무명작가에게 70달러를 주고 사들인 14개의 이야기 개요 중 하나를 끝까지 완성시키지 못하고 떠난 잭 런던.

그 이유는 이 소설의 결말을 논리적으로 끝내지 못할 거 같았기 때문이란다.

도대체 뭔 소설이기에 논리적으로 끝나야 할까? 싶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잭 런던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나 역시도 이 논리에  빠져서 과연 끝이 어떻게 맺어질지 이렇게 끝나도 문제, 저렇게 끝나도 문제라는 모순된 생각에 빠져버렸다.



자신들을 암살자가 아닌 처형자로 생각하는 암살 조직이 있다.

백만장자 사회주의자인 홀은 그 암살 조직을 찾아가 의뢰를 한다.

이반 드라고밀로프를 암살해달라고.


드라고밀로프는 바로 암살 조직의 수장이었다.

그리고 홀이 사랑하는 여자 그루냐의 삼촌이자 아버지였다.


초반의 이 어이없을 정도로 황당한 상황은 애교였다.

그 뒤에 이어지는 암살단들의 활약은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철저하게 의뢰받은 사람들을 검사하고 사회에 해가 되는 자들만 처단하는 처형자들.

그들 어디에서도 암살자라는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저명한 학자이거나 사회적으로 덕망 있는 신사들로 보일 뿐.


드라고밀로프는 스스로 자기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조직에 내리고 자기를 암살해달라 의뢰한 홀에게 사무장직을 맡긴 채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게다가 자신의 조카이자 딸인 그루냐의 안위까지 홀에게 떠맡긴다.

조직이 1년 안에 자신을 죽이지 못하면 위약금을 물어주고 조직을 해산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것은 실로 드라고밀로프가 스스로 쌓아 올린 하나의 세상을 파괴할 것인지 생존시킬 것인지에 대한 싸움이다.

그가 혼자서 원칙에 따라 일구어 놓은 암살 조직은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평범한 삶을 영위하면서 위험한 일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있자면 묘하게도 그들에게 동화되고 만다.




과연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사상을 해체할 순 없네. 신념도 마찬가지."

잘못된 이유로 잘못됐던 적은 결단코 없었어. 잘못된 가운데서도 공의가 존재했기 때문이지.

<암살 주식회사>의 21세기 버전이 나온다면 어떻게 전개될까?

이들처럼 서로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일에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을까?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광기에 사라 잡힐 수 있을까?

이 21세기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일 거 같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나 보다.


이들의 젠틀함과 우직함이 21세기 독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비결이 되었다.

<암살 주식회사>를 읽으며 해피엔딩을 꿈꾸는 나를 본다.

암살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낭만적으로 들리다니..


잭 런던이라는 이름으로 쓰인 글들을 모두 읽어 보고 싶어진다.


그들이 모여 휴전을 하고 식사를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잊히질 않는다.

그곳에서 몹쓸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그들의 행동이 낯설면서도 매력적이다.

웃픈 암살 조직 단원들의 모습이 뇌리에 짙게 남는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마인더스 오브 힘
콜린 후버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는 조용했지만 부끄러워하는 타입의 조용함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보다는 강렬하게 조용했다. 폭풍이 몰래 다가와서 천둥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기 전의 그 조용함처럼.


교통사고를 낸 후 남친을 버려두고 혼자 도망쳐 그를 죽게 한 죄로 5년간 복역을 한 케나.


옥중에서 딸을 낳았지만 남자친구 스코티의 부모가 딸의 양육권을 가져가버렸다.

출소 후에 스코티의 고향으로 온 케나는 딸 디엠의 모습을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곳에 그녀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사장님 인생이 엄청나게 복잡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바를 운영하고 있는 렛저는 5년 전 형제 같은 친구 스코티를 잃었다.


미식축구 선수였던 그는 스코티의 딸 디엠을 딸처럼 여기며 남겨진 스코티의 부모님과 디엠과 가족처럼 지낸다.

그로 인해 파혼까지 단행한 그 앞에 케나가 나타난다.


누구인지도 모른 채 서로 호감을 가졌던 두 사람

그러나 상대가 누군지 안 이후 그들은 거리를 둔다.

케나를 원망하는 사람들 틈에서 홀로 케나에 대한 '이해'를 시작하는 렛지.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정확하게 맞는 말만 하는 로만~~~ 





원망과 증오, 분노와 애증의 관계들이 얽히고설키는 그런 드라마를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이해> 가득한 이야기였다.

제목처럼.



누군가를 배신하지 않고 이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은 없다.


이 이야기의 상황을 보면 충분히 지저분(?) 하게 전개될 수 있었지만 역시 <베러티>의 작가답게 깔끔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읽는 내내 눈물을 쏟게 만든다.


콜린 후버 작가가 로맨스에 탁월하다더니 정말 그런 거 같다.

끈적이지 않게 눈물 쏙~ 빼는 작가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한 거 같다.


나는 사랑에는 가장 필요한 게 '이해'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랑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사랑이 아니라 '이해'다.

이해를 한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케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스코티를 만나기 전까지..

6개월의 그 짧은 시간을 끝으로 세상 모두는 케나를 살인자로 생각했다.


그런 그녀에게 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올까?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분노를 참 경건하게 이야기한 소설이다.

참 성숙한 사람들만 모아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그 어떤 캐릭터도 미숙한 사람이 없다.

성숙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고통 앞에서도 선함을 잊지 않는 거 같다.


말이 통하고

진심이 통하고

상처를 끌어안을 줄 아는 마음들이 모인 곳이 바로 <리마인더스 오브 힘>인 거 같다.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케나의 이 외침이 가슴을 파고든다.

모두에게 있는 진실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그걸 알려주는 거 같다.



케나의 플레이리스트에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담겨 있어 마치 케나가 어딘가에 살아있는 존재 같다.

이 모든 일은 스코티가 천국에서 꾸민 일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웬 비둘기?" 소리가 절로 날 테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책은 다 읽어버린 걸 후회하게 만드는 책이야.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다 읽고 난 내 심정이 딱! 그렇다.

정말 시작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그 순간까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범인을 잡았다 싶으면 또 다른 용의자가 나타나고, 그가 범인이구나 안심하면 또 다른 용의자가 나타난다.

도대체 누가? 왜? 어째서? 무슨 상황에 그런 일을 저지른 걸까??

연속적으로 터지는 진실들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이야기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진실'이라는 게 정말 있기는 있는 걸까?


20세기 후반을 빛낸 작가들 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었던 예순일곱의 해리 쿼버트는 하루아침에 어린 소녀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파렴치범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해리 쿼버트의 제자이자 그와 친구였던 마커스 골드먼은 스승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놀라 켈러건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작가로서 데뷔작이 초히트 치는 바람에 화려한 명성을 얻은 마커스 골드먼은 이후 차기작이 써지지 않는 백지 공포증을 마주하게 된다.

출판사와의 계약일은 점점 다가오고 급기야 출판사 대표는 그가 약속대로 차기작을 내놓지 않는다면 소송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런 찰나에 해리의 집 마당에서 33년간 실종되었던 놀라 켈러건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유력한 용의자게 된 해리 쿼버트는 위대한 작가에서 파렴치범으로 전락하고 만다.

마커스는 스승을 구하고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은 과거와 현재가 오락가락하고,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담기고, 추리, 스릴러, 로맨스, 살인, 납치, 비밀, 사회문제, 차별, 편견 등등 오만가지 이야기가 다 담겼다.

마치 양파를 까듯이 까도 까도 새로운 진실들이 자꾸 드러나는 바람에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이 모든 이야기의 진실을 왜곡되지 않게 차곡차곡 쌓아 올린 작가의 필력이 위대해 보이는 이야기다.



해리는 나를 위해 도처에 돌부리를 숨겨두었다. 그는 나를 진정한 나 자신과 처음으로 대면시켜준 스승이자 친구였다.

이 이야기는 매 장을 시작할 때마다 해리가 마커스에게 한 조언들로 시작한다.

그 조언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지침이 되는 조언들이다.

그렇게 조언을 들려준 해리 쿼버트는 과연 그럴만한 사람이었을까?



놀라는 평소에는 환하게 빛나는 밝은 아이였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엄마에게 지속적으로 매질을 당한 불쌍한 아이이기도 했다. 놀라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밝은 아이라고들 했지만 자살을 시도한 이력이 있었다.


열다섯 살의 금발 소녀 놀라 켈러건.

자기 나이의 두 배나 되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소녀.

사랑하는 남자가 작가로 성공하길 바라며 그를 위해 무엇이든 했던 소녀.

놀라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놀라'게 된다!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해리 쿼버트 사건을 소설로 쓰는 대가로 출판사 사장은 백만 달러를 주고 마커스와 새로운 계약을 한다.

마커스는 이 사건을 담당하는 페리 게할로우드 경사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고, 새록새록 드러나는 진실들을 캐며 범인을 찾는다.

마커스는 그의 두 번째 책을 완성하고 책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해리 쿼버트는 용의선상에서 배제된다.

그러나 그가 쓴 책에서 진실과 다른 허구가 드러나고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오는데...



마치 셔츠 갈아입듯 용의자가 바뀌면 어쩌자는 건가?


마지막까지 예상을 뒤엎는 범인의 실체에 경악을 금할 수 없고

오로라라는 작은 마을의 평화로움이 어떻게 이어진 건지 생각하게 만들고

사실을 보지 않고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믿어 버린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탓하게 되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금지된 사랑에 눈물짓고

악인이라 믿었던 사람과 진실한 사람이라 믿었던 사람의 반전에 놀라게 되고

안타까운 사건들로 얼룩진 인물관계도에 소름 돋고

정의를 밥 말아 먹는 정의로운 사람들에게 구역질이 나고

그 와중에도 다양한 사랑법을 맛볼 수 있어서 달콤 쌉싸름하고

양심 있는 자의 고통이 안쓰러우면서도 분노하게 되고

출판계의 협잡꾼을 알게 되어 범인보다 더 증오스러워하게 된다.


<헤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에서 놀라 켈러건을 죽인 범인 보다 더한 빌런은 바로 로이 바나스키!!

이 작자만 나오면 혈압이 상승한다. 사람이 '돈'에 초점을 맞추고 살면 어떤 인간이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수년 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읽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맛을 가진 이야기는 처음이다.

캐릭터 모두가 살아 있고, 그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복잡함을 느끼지 못했다.

하나의 이야기에서 이렇게 긴박하게 숨넘어가는 이야기를 오랜 세월의 먼지를 걷어내가며 차분하게 쌓아 올린 작가의 필력에 감탄을 멈출 수 없다.


조엘 디케르를 처음 만나는 작품으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 나오기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이제부터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도장 깨기를 해야겠다.



정말 멋진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들에게

책 읽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첫 책으로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추천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젖니를 뽑다
제시카 앤드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지, 아니면 나는 그냥 항상 나일 뿐인지가 궁금해진다.


<젖니를 뽑다>는 제목 때문에 읽어보고 싶었다.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인생에서 젖니를 뽑듯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나이가 많지 않으니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은 성공한 느낌이 들었다.

이십 대에 젖니를  뽑듯 과거의 기억들을 청산할 수 있었을까?

새롭게,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났을까?

어떤 이유로? 어떤 상황 때문에? 무슨 사연으로?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이 처음 보는 작가는 어떤 대답을 들려줄까?


사실 20대의 사랑 이야기는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그 감정까지 닿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걸 알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이미 책태기를 지나 더 이상 닿지 않는 이야기들에 대해 감정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젖니를 뽑다>는 시작부터 뭔가 내가 과거에 버리고 온 감정들을 툭툭 건드린다.

나도 그랬었지... 의 그 한때를 소환해 내는 재주가 있는 이야기였다.



나는 언제나 내가 부족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내 몸속에 저장해두고, 내 실패와 불안을 온 조직과 세포 속 깊숙이 넣어둔 채, 경련을 일으키며 불태우다가 마침내 툭툭 두드려서 다 털어내곤 했다.





불안했던 시절.

나 자신을 알지 못했던 시절.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나서기는 두려웠던 시절.

사랑에서도 나를 알아주길 바랐지만 또 그만큼 숨고 싶었던 시절.

내 욕망마저도 꾹꾹 눌러 담아야 했던 시절.

그 시절로의 회기는 수치심과 잠잠해진 불안증을 다시금 불러냈지만 화자인 '나'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치유되지 못하고 숨어있었던 습한 감정들이 드러나 햇볕에 말려지는 기분이었다.


이 두 사람의 사랑이 감정적인지 육체적인지 알 수 없다.

남자는 자신의 꿈을 위해 영국을 떠나 스페인으로 떠나고 혼자 남은 나는 장거리 연애가 계속 이어질지 불안해한다.

그러다 남자친구의 초대를 받고 스페인에 도착하지만 미세한 균열을 느낀다.


나는 좌절감에 흔들리고 있고, 당신이 내게 와서 머물라고 청한 후로 당신의 마음속에 가닿을 수 없는 곳이 있다는 데 화가 난다.



두 사람 모두 과거 부모가 남겨준 흔적으로 세상을 본다.

자신들의 미래조차 부모의 흔적으로 지워진다.

그게 무엇인지 알지만 들여다보기 두렵다.

그러나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들의 사랑이, 그들의 미래가 과거의 고치 안에서 영글어 가고 있다.

그들이 화려한 나비의 날갯짓을 할 날이 곧 올 거라 믿고 싶게...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을 정말 통제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우리는 그저 상황에 끌려다니기만 하는 걸까?" 우리가 일어나고 있는 일을 통제할 수 있다고 너무나도 간절히 믿고 싶지만, 내 평생은 통제력과의 싸움이었고, 내가 주체성을 가지기를 원하지 않는 세상에서 주체성을 확고히 주장하기 위한 시도였다.

서로의 사랑을 갈망하면서 서로가 떠날까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서로에게 자신 없어지는 사람들.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것이 깨어질까 두려운 사람들.

같이 있지만 나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불안한 사람들이 읽어 봤으면 좋겠다.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아 꽃처럼 피워내는 필력을 가졌다.

20대에서 멀어진 나이에도 문장들 앞에서 살 떨리는 느낌을 받았다.

글들이 마치 살아서 내 감정 속으로 직진하는 느낌이다.


잊었던 감정들을 들춰내는 <젖니를 뽑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 주는 단어, 내가 붙잡고 매달릴 수 있는 명칭이 필요했다.


나는 아직도 나를 설명하는 단어와 매달릴 수 있는 명칭을 찾고 있다.

나이는 먹었어도 마음은 그대로라는 어른들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음을 또 확인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하기를..

사랑에 확신 같은 건 없다는 걸

사랑은 늘 확인하고, 확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 이름은 다 알지만 정작 주인공 이름은 모르겠는 <젖니를 뽑다>


그녀가

그가

다시 태어나는 선택을 했으리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