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어디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가요? 나는 되물었다. 네? 어떤 장소여도 좋고, 어떤 시간이어도 좋아요. 어떤 사람도 좋고요. 선뜻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글쎄요・・・・・・ 그러자 아감이 말했다. 잘 생각해봐요 그리고 그곳에 가요. 몸은 여기에서 귀를 뚫고 있지만, 영혼은 어디든 갈 수 있으니까요. 지금 따위는 까맣게잊을 수 있는 어디론가로요.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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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문화적이고 문학적이 된다는 것이 진보와 해방을 의미했지만 점점 자본과 체제를 구성하는 중요한 행위자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안타까운 것은 ‘문화의 덫‘에 걸린 인간은 분노나 슬픔에 둔감해진다는 거예요. 분노하고 슬퍼할라치면, 문화라는 바셀린 연고가 자본과 기술 문명에 얻어맞고 찢긴 상처에 살포시 내려옵니다. - P117

자본주의 체제의 많은 작가가 그렇듯이 빌 헤일리·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가 ‘먹튀‘였다고 저는 의심하고 있는 거예요. 이들은 어디든 침투해서 꿀을 빨죠. 그러나 무너진 세계에 대해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아요. - P118

하지만 인간의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자립의 환상은 더욱 붙잡아볼 만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를 거치고도 무너지지 않은 존재론적 한계와 처음부터 부딪혀볼 생각도 않고 체념적으로 수용된 한계는 결코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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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조세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도 듣지 못한 살다 겨우 친구집에서 였나 뉴스를 보다 알았다. 향년 80세이시니 아버지보다 사신 분이었다. 선생님이라고만 생각해 그가 아버지보다 연배가 높으신 줄은 몰랐다. 아버지가 돌아가셔 한동안 세상 소식을 차단하고 있다 서점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 사왔다. 집에 있는 알고 찾아봤지만 책장에서 찾을 없어 누군가에게 줬나 싶어 다시 샀다. 이번에 책도 읽고 나면 친구가 일하는 사무실에 생각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얘기인 것도 잊고 그의 소설 처음 장을 읽다 내용을 기억해내고 나니 읽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읽고 있다.

 

피로 쓰라는 말이 뭔지 알게 해주는 소설이다.

 

많이 울었다.

 

--


조세희 선생님을 어느 현장에서도 만날 있었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그가 소설을 배반하지 않는 생을 살고 가셨음에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다시금 품게 되었다. 예전에 용산 참사 집회 당시 집회에 자주 나갔는데 그때 잠깐 뵀던 것도 같고, 아니면 뉴스로 봤던 것도 같은데 선생님은 계속 다른 현장에도 계셨다고 한다.

 

영수의 자살로 이야기는 마감된다. 다층적인 시선들을 넣었다.

 

가장 최근에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떠올렸다. 재벌집과 가난한 아들의 삶을 동시에 보여주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살았던 생이 모두 꿈이며 윤현우 대리가 사건의 공모자임을 고백하며 이야기가 끝나는 것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반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드라마의 끝이 좋았다. 실은 모두 윤현우와 비슷한 인생을 살기에 사람들은 드라마에서나마 진도준으로 남아있는 것을 꿈꾼다는 친구의 말에도 공감했지만, 부조리한 현실을 해결하는 키는 재벌, 혹은 이로 상징되는 돈과 권력일 수밖에 없다는 어떤 영웅주의로 드라마가 결말을 맺지 않고 현실 속에서 자기 참회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좋았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역시 다양한 계층, 은강그룹의 아들이나 술사의 아들을 함께 등장시키며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계를 그린다. 그들이 최선을 다해 이해하려고 하는 세계, 그러나 결국 영수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당함으로써 종결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가난이라는 현실, 마음과 습관을 세습하는 현실

여전히 우리는 가난 속을 서성인다. 내가 해결할 없는 가난. 이미 사회적으로 직조된 뜨개질 실의 같은 삶,

어떤 꿈을 꾸어야 할까.

 

한국 소설 권을 읽겠다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으라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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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9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2 22: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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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지킬 것을 가져야 돼."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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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내, 형."
내가 말했었다.
"이건 힘으로 할 일이 아니다."
형이 말했다.
"그럼 뭐야? 용기야?" - P106

싸움은 먼제나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이 부딪쳐 일어나는 거야. 우리가 어느 쪽인가생각해봐." - P106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할아버지들은 그들 시대의 성격을 가졌다. 나의 몸은 아버지보다도 작게 느껴졌다. 나는 작은 어릿광대로 눈을 감을 것이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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