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행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 P66

괴로울 때는 ‘왜 그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 하고 과거의 자신을 질책하게 되지만, 그땐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삶의 다른 면을 돌보고 있었잖아요.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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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
조지 오웰 지음, 김병익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번째로 읽는 1984. 2013년에 읽었고 2023년에 다시 읽었다. 장정일 작가가 '1984' 세계에 대해 써놓은 (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가는군요) 읽다 1984 세계는 내부당원, 외부당원에게는 가혹하지만 노동자들에게는 다른 법칙이 적용된다는 내용을 봤으나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다.

 

오로지 소설을 읽은 뒤의 절망적인 기분만 남아있었다. 마지막 그가 대형을 사랑했다는 문장 속의 처절함 같은 말고 지워져버렸구나 싶어 다시 읽기로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 '1984' 다시 읽는 해인 셈이다.

 

진리성(예술), 평화성(전쟁), 애정성(법질서), 풍부성(경제)으로 이루어진 부처가 있는 1984년의 오세아니아. 세계는 3개의 국가로 나뉘어졌고 대부분 비슷한 시스템으로 굴러가고 있다. 권력을 위해 가난과 전쟁을 이용하는.(현대와 유사한) 구술기록기, 소설제작기 같은 시스템이 있어 글을 쓰지 않고 말로 해도 내용이 기록된다. 소설은 비슷한 패턴을 반복해 컴퓨터가 알아서 만들어낸다. 이를 보며 적당한 흥미를 느낄 있도록. 춘화나 포르노 역시 비슷한 이유로 국가적으로 제작된다. 언론은 언제라도 조작 가능하다.(지금 시대에서 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나 훨씬 극적으로.) 텔레스크린에서는 하염없이 충성과 증오를 주문하고 화면은 감시도 가능하도록 시스템되어 있다. 2분간증오 프로그램은 증오를 부추겨 마음을 거기 끌어모아놓도록 한다. 다른 에너지가 없도록. 어디나 대형의 사진이 보인다. 감시와 주입을 위해. 당원들에게 자유시장 거래는 불가능하다. 역시, 감시와 주입을 위해. 이중사고라는 이념으로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는 것들이 가득하고 기록은 끊임없이 과거를 수정해낸다. 기록되지 않은 모든 현실은 기억 속에 존재하나 이를 증명할 있는 또한 기억뿐이다. 기억은 나만의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현실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침묵뿐이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나온 문구다.)

이런 시대가 도래한 이유는 권력이 추구하는 것은 오로지 권력이라고 오브라이언은 이야기한다. 권력의 속성에 대한 가장 지독한 자백인 셈이다.

 

기록되지 않은 기억들이 얼마나 허약한지 그러나 얼마나 뿌리 깊은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윈스턴. 엄마에 대한 기억, 동생에 대한 희미한 기억을 안고 있는. 그러나 기억은 정말 진짜인지 확인할 없다. 어쩌면 꿈이거나 조작된 것일 수도 있다.

 

사랑은 권력을 물리칠 정도로 힘이 세기에 사랑을 금지한 세계에서 사랑을 해보지만 결국 사랑이란 또한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 위험 앞에서 죽음 앞에서 얼마나 허약했던가, 내가 속여온 자신의 민낯을 보여주며 밑바닥을 헤매게 하고 거울 너를 보라고 결국 네가 꿨던 모든 꿈은 그냥 꿈이라고, 네가 살아온 기억들 또한 그렇게 허약하다고, 믿음도 신념도 되지 못한다고 오브라이언으로 대표되는 1984 세계는 이야기한다. 권력만이 남아있다고. 기록은 권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윈스턴이 빌린 체스터 씨의 앞에서 노래를 부르던 여인도, 윈스턴에게 모습을 드러내보인 카페 밤나무의 혁명가들도 마치 짜여진 편의 연극 같은 모두를 미리 설정해놓은 것은 오브라이언일까. 줄리아와 처음으로 밀회한 장소를 와본 듯한 기억은…  누가 연극일까. 윈스턴이 원했던 걸까. 정말 윈스턴의 초콜릿에 대한 어릴 기억은 사실일까. 자기 자신에 대한 극도의 미움이 그를 여기로 내몬 걸까. 이미 정해진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방향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생으로. 이미 '그대 침대를 비춰주는 촛불이 오네, 그대 목을 댕겅 자를 도끼가 오네'라며 노래로 예고했음에도 기어이 거기로 가는 이유는.

 

 

얼핏 보면 전체주의 시대 같으나 노동자들은 이런 시스템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가난한 채로 살아가고 때로 흥분하고 금방 잊고 전쟁이 일어난다지만 일이 아니다가 공습이 닥치면 일이 된다.

 

소설이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이 아닌 이유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 속의 하급관리 윈스턴이 목도한 비밀의 꺼풀들, 꺼풀들을 벗겨내자 남은 것은 구멍이고 구멍에 무엇이라도 채워야겠기에 윈스턴은 대형을 채운다. 주입한 사랑이 정말 사랑이 때까지,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오브라이언으로 대표되는 그들은 확인하며, 그때쯤 사형이 선고된다. 아니면 자살하게 되는 것일까. 더는 남은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확인했으므로. 자신이라는 것은 아예 없다는 것을. 침묵밖에 남지 않은 상태.

 

사람을 극한으로 밀어넣으면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심리적으로. 사람이 극한으로 밀리면 일어나는 일들. 권력의, 위협의 끝부분에서 만나게 되는 것들.

 

그래서 많이 힘들다. 하지만 누군가 이야기해야 하기에, 조지 오웰은 이야기한다. 정치소설을 예술화하겠다는 조지 오웰의   그대로다.

 

윈스턴의 성은 스미스. 매트릭스의 스미스가 문득 떠올랐다. 속을 제거한 윈스턴, 윈스턴이라는 이름으로 꾸었던 모든 꿈이 산산조각 (아서 밀러의 시련이 생각난다. 그건 이름이니까요. 그런 대사를 읽고 적이 있다. 이름이 완전히 산산조각난 이후에도 살아남은) 매트릭스의 스미스가 스미스인 이유는 이때문이 아니었을까.

 

(자본주의의 미명 아래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직위로 불리는 우리들에게 사회가 바라는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개성도 없이, 자유도 없이, 그저 하나의 가치를 향해 뛰어라. 그러나 자유를 누릴 있을 정도의 부는 누릴 없도록 벽을 이미 세워둔 .)


그 혼자만 그러한 믿음을 갖고 있고 따라서 혼자이니까 미치광이다. 그러나 그의 미쳤다는 생각은 대단한 게 아니다. 무서운 것은 그렇게 생각하는 그 자신이 잘못 알고 있지 않았는가 회의하는 것이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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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은 하나의 세계요, 사멸한 동물이 살아 돌아다니는 과거의 주머니이다.  - P167

그들이 정말 이 방안에 있는 한 두 사람에겐 어떤 재난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느꼈다. 여기까지 오는 것이 어렵고 위험하지만 일단이 방에 들어오면 성역에 온 것 같다. 마치 윈스턴이 문진의 속을 들여다보며 그 유리 세계속으로 들어갈 수 있고 일단 그 안에 들어가면 시간은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그대로다. 때로는 둘이서 도망칠 공상도했다. 그들의 행운이 영원히 계속돼서 나머지 생애에도 지금처럼 뜻대로 돼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캐서린이 죽으면 묘안을 써서 둘이서 결혼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함께 자살을 할까. 아니 슬쩍 숨어서 신분을 바꾸고 노동자의 말투를 배워 공장에 취직해서 뒷골목에 몸을 감추고 살까. 그러나 이것은 모두 넌센스다. 그들 둘 다 이를 알고 있다. 현실적으로 도피할 수 없다. 실제로 가능한 단 하나의 방법인 자살마저 그들은 실행할 의사가 없었다. 하루하루에, 미래가 없는 현재 속에그냥 매달려 사는 것이 마치 공기가 있는 한 허파가 숨을 모아쉬듯,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인 것 같았다. - P169

당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요, 언제나 똑같을 것이다. 기껏 반항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남모르는 불복(服), 잘해야 몇 사람을죽이고 몇 가지를 부숴 보는 고립된 폭력행위뿐이라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 그녀는 윈스턴보다 훨씬 예민하고 당의 선전에 넘어가지 않는 편이다. 한번은 그가 우연히 유라시아와의 전쟁에 관해서 말을 꺼내자 그녀는 자신이 보기에 전쟁은 현재 없다고 잘라 말해서 놀라게 했다. - P170

그녀는 언제 좋아하고 언제 경멸해야 하는가를 알고 있으니 그것이면 된다는 것이다.  - P174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신이 정상적이다. 마치 한 알의 곡식이 소화되지 않고 새 몸뚱이를 거쳐 탈없이 그대로 나오듯, 뒤에 아무런 찌꺼기도 남기지 않으므로 그들이 무엇을 삼키든 목을넘어간 것은 그들에게 아무런 해로움도 줄 수 없는 것이다. - P174

지금 일어난 것은 몇 년 전에 시작된 준비의 결과일 뿐이다. 첫 단계는 남 모르는 무의식이었고 둘째 단계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는 생각을 말로 옮겼지만 이제는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는 애정성에서 일어날 것이다. 그는 그것을 각오했다. 결말은 시작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경악할 만한, 더 정확히 말해서 마치 죽음을 시식하는 듯한, 이제 다 살았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 P177

당이 행하는 무서운 일은 물질세계에 대한 인간의 힘을 모두 빼앗아가는 동시에 단순한 충동이나 감정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설득시키는 것이다. 일단 당의 손아귀에 들어가기만 하면 느낀다든가 못 느낀다는 것, 한다는 것과 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자 그대로 아무런 차이가 없게 된다. 그에게 일어난 일은 사라지고 그와 그의 행위도 다시 알 수 없게 된다. 그리하여 역사로부터 깨끗이 지양(止揚)되어 버린다. 그러나 두 세대 이전 사람에게는 역사를 변경시키려 들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은 그리 중요할 수 없었다. 그들은 사사로운 충성심으로 살았고 이를 회의하지도 않았다. 중요한 것은 개인적 관계였고 죽어 가는 사람에게 포옹하고 눈물 흘리고 위로를 하는 등 전혀 무익한 행동도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닐 수 있었다.  - P183

"자백을 말하는 게 아니야. 자백은 배신이 아니야. 자백을 하든 안하든 그건 관계없어. 감정이 문제지. 그놈들 때문에 내가 당신을사랑하지 않게 되면 그것이 정말 배신이야."
그녀는 되씹어 생각하더니 마침내 "그럴 수 없을 거예요" 라고 말했다. "그들이 할 수 없는 일이 한 가지 있어요. 당신이 무엇이든 결국 말하게끔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믿게는 할 수 없어요. 당신 속까지 지배할 수 없거든요."
"정말이야." 그는 약간 생기가 돌았다. "당신 말이 옳아. 사람 마음까지 지배할 수는 없지.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 보람있다고 믿는다는 자체가 별다른 소득은 없다 하더라도 그놈들을 패배시키는셈은 되는 거지."
- P185

어떻든 사실은 숨겨 둘 수 없다. 심문으로 알아낼 수도 있고 고문으로 족쳐낼 수도 있다. 그러나 목적이 살아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산다는 것이라 할 때 그런 것이 궁극적으로떤 차이가 있는가? 그놈들은 우리 감정을 바꿔놓을 수 없다. 그 대신 우리도 아무리 원해 봤자 그들의 감정을 바꿔 놓을 수 없다. 그들이 우리가 한 행동이며 말이며 사상을 빼놓지 않고 세세히 다 케낼 수 있다 하더라도 깊은 속마음은, 우리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신비로운 속마음은 그들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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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고 있는 것은 사람의 머리가 아니라 목구멍이다. 그에게서 나오는 건 단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 말은 아니다. 그저 오리 울음처럼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소음이다. - P64

그가 갖추지 못한 것은 절제와 무관심과 일종의 우매성이다.  - P65

열성만으로는 안 된다. 정통성이란 무의식적이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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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해, 혹은 과거를 향해, 사고가 자유롭고 인간의 개성이 서로 다를 수 있으며 고독하지 않을 시대를 향해, 진실이 존재하고 한번 이루어진 것은 없어질 수 없는 시대를 향해.
획일성의 시대로부터, 고독의 시대로부터, 대형의 시대로부터, 이중사고의 시대로부터 - 축복있으라!
"나는 이미 죽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체계화할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이고, 지금 그 최종 단계에 들어섰다고 생각되었다. 모든 행위의 결과는 그 행위 자체 속에 포함된다. - P36

그리하여 나날이 시간시간마다 과거는 현재의 것이 돼버린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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