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삼 년 전에 로저 워터스의 미국 투어, 뉴욕 공연을 덜컥 예매해 버렸다. 코로나 때문에 두 어 번 연기되었다가 이번 여름에 드디어 투어가 시작되었고, 겸사 겸사해서 생전 처음 미국이라는 나라에 가 보게 되었다.
8/28:
저녁에 뉴욕에 도착했다. 숙소는 브룩클린에 잡았다.
8/29:
아침에 브룩클린에서 맨하탄으로 넘어가서 인디언 뮤지엄에 갔다. 거기서 <운디드 니에 나를 묻어주오>를 샀다.
점심에 파이낸셜 관련 가이드 투어를 했다.
저녁에 뭘 했을까? - 적어 놓지 않아서 기억이 안난다:<
8/30:
아침에 모던 뮤지엄에 갔다.
점심 즈음부터는 센트럴 파크에서 놀았다.
저녁에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로저 워터스의 공연을 보았다.
8/31:
어제 너무 무리했었기 때문에 쉬엄 쉬엄 가기로 했다.
아침에 록펠러 센터에 갔었는데 별 감흥이 없었다.
뉴욕 공공 도서관 열람실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영국에서 가져간 책들을 읽었다. 그러다가 옆에 붙어 있는 브리언트 공원에서 책도 읽고 수다도 떨면서 느슨한 하루를 보냈다.
9/1:
아침에 할렘 가이드 투어를 했다. 많은 것을 배웠다. 혹 뉴욕 여행 가시는 분들이 있으면 추천할 만한 일정이다.
오후 4시 10분 뉴욕 메츠와 엘에이 다저스의 경기가 있어서 시티 필드에 가서 관람했다. 평일 낮 경기임에도 90 퍼센트 정도 좌석이 가득 찼다. 다저스 선발 투수가 커쇼였지만 경기는 메츠의 역전승으로 끝났다.
9/2:
아침에 휘트니 뮤지엄에 갔다. 아내가 호퍼의 팬이다.
점심 즈음에 하이 라인을 따라 걸었다. 폐쇄된 기차길을 정원처럼 꾸며놓은 고가 도로(인도)이다.
오후엔 주로 뉴욕대 근방에서 놀았다. 어떤 흑인 아저씨가 길거리에 책을 쌓아놓고 파는 데서 이러 저러한 책을 샀고, 미국의 유일한 대형 서점이라는 스트랜드에서 메를로-퐁티의 책과 스피노자에 대한 책을 샀고, 주변 일본 식당에서 라면을 먹었다.
9/3:
아침에 그리니치 빌리지 가이드 투어를 했다. 그저 그랬다.
점심 이후에는 주로 워싱턴 스퀘어 가든에서 놀았다. 사람들 공연하는 것을 들으며 책을 읽었다.
저녁에 블루 노트라는 재즈 바에서 공연을 보았다. 낮에 보았던 길거리 뮤지션들과 프로페셔널들 사이의 차이란!
9/4:
아침에 유대인 관련 뮤지엄에 갔다. 마스크를 써야 해서 근처 차이나 타운을 헤매며 마스크를 사갔는데, 관람은 가이드 투어 형식으로만 진행된다 하고, 등등으로 나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들이 좀 있어서 관람을 않기로 하고 그냥 나왔다.
빈 시간을 메우려 구겐하임 뮤지엄에 갔다. 세실리아라는 페루 아티스트와 칸딘스키의 작품이 나선형 회랑을 따라 전시되어 있었는데, 특히 전자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 아다시피, 어떤 미지의 문화권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열쇠를 제공해 주는 사람들을 우리는 예술가라고 부른다.
밤거리를 헤매다가 어떤 중고 서점에서 <2014: The Best American Short Stories>라는 책을 샀다. 당대적 고민에 대한 미국의 사정을 듣고 싶었다고나 할까?(즉, 소설의 종말에 대한?) 윈도우 전시대에 휴버트 셀비의 <브룩클린으로 가는 출구>가 전시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책을 샀어야 했다. 그렇게 전시되어 있는 책들은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고 아예 살 생각을 안한 것이 아쉽다.
9/5:
마지막 날. 비행기 시간이 저녁 8:10이기 때문에 시간이 꽤 있다.
오전에 스트랜드 서점에 갔다. 그 동안 미국 여행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과 관련된 주제의 책을 사고자 했다. 휴버트 셀비의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출구>를 찾았으나 없었다. 대신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을 샀다. 랭스턴 휴즈의 책 등등을 샀다.
나머지 시간은 브리언트 공원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