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티어의 3, 4쪽 되는 짧은 논문을 읽기 위해 플라톤의 테아이테투스를 읽고 있다. 이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이 또 있을까? 플라톤은 신이고 테아이테투스는 성경이다. 

2. 데카르트의 철학 저작집 두 권을 아마존에서 중고로 주문했는데 한 권은 이틀 만에 와버렸고 다른 한 권은 배송 중이란다. 내가 2 학기 동안 들을 강의 중 데카르트가 출몰하는 것이 심리 철학, 심리학의 철학, 근대 철학이다. 더하자면 형이상학에도 데카르트가 출몰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스피노자의 경우엔 더더욱이 그러하다. 스피노자의 어휘 사전이 데카르트니까. 데카르트는 읽어야 할 철학자다.

3. 내가 피하고자 한 강의들 중엔 미학, 정치 철학 이런 것들이 있다. 첫째, 내가 관심이 별로 없다. 둘째, 읽어야 할 책 목록이 길다. 셋째,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수 있는데,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미학에서라면, 나는 한국사람으로서 서양 사람들과 다른 접근 방법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그러한 것에 욕심을 내기에는 학기가 너무 짧다. 김용옥의 강의를 유튜브에서 몇 편 찾아 본 것은 혹시 몰라 일종의 속성 과외를 한 것이었다. 다행히 이번에 나온 시간표를 보니 피해갈 수 있을 것 같다! -이걸 다행이라고 말해도 되나?

4. 친구랑 이런 저런 이야기(사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모종삼의 우환 의식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옛날에 학교 다닐 때 모종삼의 책을 읽다가 중국 철학의 커다란 특질 중 하나가 우환 의식이라는 대목에서 무릎을  탁 치던 기억이 난다. 동시에 그 책을 탁 던져 버리던 기억도. 중국 철학(한국 철학, 동양 철학 등등)은 젊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철학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제 이 개념이 굉장히 강력한 설명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이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켜 보고 싶다. 한 5년 정도 후에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겠지 하고 혼자 생각하며 웃는다. 도중에 이 프로젝트를 까먹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그 아이디어의 발단이 사내 정치에 대한 친구와의 대화였다는 점을 잊지 않기 위해 여기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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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삼성의 미국 특허 소송에서 애플이 이긴 직후에 삼성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바베큐 파티를 한 적이 있었다. 소송 결과에 대한 우리 모두의 생각은 일치했다. 삼성이 그동안 잘 베껴서 애플과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삼성도 선도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때가 되었다...

아이폰 등장 후 노키아가 침몰해 버린 것과 비교해 보면 삼성이 빠르고 유연하게 시장에 대처하여 아이폰 등장 이전의 위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거의 경이적으로 보일 정도다. 이런 것이 삼성의 컨셉이고, 사실 이런 것이 한국의 컨셉이다. 그러나 삼성이 이런 컨셉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삼성의 이런 컨셉을 답습하는 누군가가 등장한다면? 물론 그 누군가는 중국의 기업들이고 곧 시장의 강자로 등장할 것이다.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애플 얘기를 잠시 해 보자. 사람들은 흔히 애플을 삼성이나 엘지 등에서 조달받은 부품들을, 중국의 공장을 이용해 예쁘게 디자인된 케이스에 담아 내놓는 디자인 회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애플이란 기업을 오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디자인 자체에 대한 오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디자인 총책임자 조나단 아이브는 "디자인은 어디서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에 "소재에서!" 라고 대답한다. 소재에서! 디자인은 머리 속의 착상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는 "타협불가능한 현실"(윌리엄 제임스의 말을 화이트헤드가 인용한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소재는 우리의 사고 바깥에 존재하는 물리적 현실이고 그것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공학이 필요하다. 이번 아이폰5의 케이스는 주로 알루미늄이라고 하는데, 알루미늄이라는 소재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 애플에서 수많은 연구를 하였을 것임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나는 지금 아이폰5의 알루미늄 케이스에 대단한 기술이 들어갔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런 걸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애플이 어떤 수준에서 사고를 시작하는지를 보자는 것이다. 휴대폰 케이스 디자인이라는 문제가 주어졌을 때, 적어도 애플의 디자인 총책임자가 말한 바에 따르면, 애플은 소재 공학에서부터 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이다. 내 말의 요점이 이것이다. 

기존의 제품들이 따라올 수 없는,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모바일 기기를 만들고자 했을 때 스티브 잡스는 어디에서부터 사고를 시작했을까? 작고 빠르고 자원의 낭비가 없으며 상위 층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을 유연하게 제공할 수 있는 잘 디자인된  운영체제와, 고성능에 저전력을 보장하는 모바일 프로세서. -이런 것이 공공연하지만,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사람들이 외면하고 마는 아이폰 성공의 비밀일 것이다. 정말 공짜는 없다.

그러나 나는 애플을 기준으로 삼성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애플과 같은 기업은 애플 하나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삼성은, 둔한 화면 조작감은 성능 좋은 프로세서와 램으로 보완하고, 질이 떨어지는 화면에 대한 불만은 대형 화면에 대한 시장 수요를 재빨리 수용하는 방식으로 우회하고, 외관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애플의 것을 빠르게 참조(혹은 복사)하고, 애플의 제품 출시 일정을 고려하여 적절한 타이밍에 자신의 제품을 출시하는 방식 등으로 애플과 정면 대결하는 것을 피하면서 경이적으로 잘 대처해 왔다. 

그런데 이제 삼성에게 문제는, 내 관점에서는 애플이 아니라 중국의 기업들이라는 것이다. 애플이 갖고 있는 원천 기술은 시장 2 등 그룹의 최강자 삼성조차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에 비해 삼성은 원천 기술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중국의 기업들에 빠르게 시장을 잠식당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생각되는 반면, 빠르고 유연하게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아 물량을 쏟아내는 데 있어 독보적인 삼성의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중국의 기업들과의 사이에서 변별력을 잃을 것 같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것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이라는 기업의 컨셉이 한국이라는 국가의 컨셉이기 때문이다.

리눅스라는 오픈 소스 운영체제가 있다. 이 운영체제에 접근하는 태도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이 운영체제를 서버 운영체제로 이용하는 것이다. 리눅스를 유닉스 수준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 운영체제에 여러 응용 프로그램을 얹고 패키징하여, 주로 데스크탑 운영체제로 이용하는 것이다. 일종의 윈도 대안 운영체제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 운영체제의 핵심 부분(커널, 사실 이 커널의 이름이 리눅스다)에 직접 접근하는 것이다. 앞서의 두 방법이 커널을 추상화된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이라 한다면 이 마지막 방법은 커널을 직접 그 자체로 이용하는 것이다. 직접 그 자체로 이용한다는 것은 결국 커널의 커스터마이징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커널을 서버 환경이나 모바일 환경 등에 맞게 가공하여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애플이 모바일 기기를 만들고자 결정하고 제일 먼저 한 일이 이것이다. 적당한 커널 제품을 찾아내고 그것을 요구에 맞게 가공하는 것. 각 접근 방법마다 고유한 기술이 있겠지만 우리가 원천 기술이라고 말하는 것은 커널 자체에 대한 직접 접근 방법을 의미한다. 

한국에서 리눅스에 접근하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 한국이라는 나라의 컨셉대로라면 주로 첫 번째, 두 번째 방법일 것으로 짐작된다(물론, 비유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한국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므로 적어도 두 번째 방법으로 리눅스가 이용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내가 생각하는 것은, 한국이 더 이상 첫 번째, 두 번째 수준에, 즉 제공된 추상을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라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한국은 각 응용에 추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은 국가의 컨셉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을 말할 때 예쁜 겉모양에 주목할 나이는 이제 지나갔다. 연필 선으로 매끄럽게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움직여 지지 않는, 고집불통의 구체적인 소재에 직접 대면하여야 할 나이가 된 것이다. 저 독불장군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리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애플이 모바일 칲에 관한 최고 수준의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관련 회사들을 사들이고 하여 자신이 원하는 칲을 만들기까지 5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이런 작업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고, 그렇게 정직하게 투여된 시간만이 애플을 애플이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에 이제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까? 많으면 5년, 10년? 어제 안철수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보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단 어떤 경우든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문재인보다는 안철수가 되기를 바란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문재인이 안철수보다 대통령직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단지 문재인 정부가 주도하는 정책이라는 이유에서 야당이 반대를 일삼게 될 가능성이 아주 많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2가 될까 두렵다. 안철수는 그런 문제에서 민주당의 문재인보다 훨씬 자유롭다. 안철수는 이념적 프레임에서 훨씬 자유롭다. 안철수는 기업가이자 교육자였고,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의 멘토였기 때문에, 자신이 젊은이들에게 제공하고자 염원했던 그런 생산적인 환경을 만들어 내는 데, 다시 말하면 한국의 컨셉을 바꾸는데 최고의 적임자라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안철수에게 이념적 박식함과 철저함을 요구하지 말자. 그것은 안철수 현상에 대한 심각한 오독이고, 스스로는 진보적이라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약간 나약한 수준의 꼴통에 불과한 기성 세대들의 고집일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제 학교에서 읽어야 할 도서 목록을 받았고 조금 전에 아마존에서 읽어 두어야 할 책 주문을 했다. 딴데 신경쓰지 말고 내 일에만 충실하기.)

추) 다시 읽어보니 한국(혹은 삼성)의 컨셉을 안철수의 혁신성과 연결시킨 부분이 너무 뜬금없어 보인다. 역시나 글은 쓰고 나서 잠시라도 묵혀 두어야 한다...-.- 컨셉이라는 것은 일종의 전략이고 전략에는 가치판단이 배제되는데 이를 어찌 안철수와 연결시킬 것인가? 사실 연결 고리는 무수히 많다. 현재의 한국의 컨셉을 적당한 피상성에 속도를 가미한 것이라 한다면, 이를 대체할 컨셉은 느리지만 심도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이런 컨셉은 사회 경제적 측면을 그대로 반영한다. 역으로 접근해 보자. 한국인이 영어를 잘 못하는 이유가 무얼까? 교사가, 가르치기 편하고 학생들을 평가하고 통제하기 쉬운 방식으로 영어를 가르치기 때문. 초등학교에서 일제고사를 치르는 이유는? 교사들을 통제하고 그렇게 하여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한국 사회에 패자 부활전이 드문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여 사람들을 통제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정부는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 적당한 실업은 청년들을 경쟁에 몰아넣어 딴 생각을 못하게 한다. 최저 임금을 올릴 필요가 있을까? 아니. 이유는 이미 말했다... 등등. 이렇게 기득권층은 국민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부를 안전하고 깔끔하게 보호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가 채택하게 되는 전략은 필연적으로 피상성에 속도를 더한 컨셉이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해 한국에는 야근이 많게 되어 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방식이고,  동시에 안철수가 개혁하고자 하는 대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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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2-09-2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좋은 글에 추천이 없다니!! 너무 잘 읽었습니다.

weekly 2012-09-21 00:0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어이쿠, 말씀 감사합니다. 글이 너무 엉망이어서 막 수정하려 들어온 참이었습니다....-.-^^

Aucklander 2012-09-21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weekly님의 대선에 관한 견해 잘 읽었습니다^^ 요새 대선에 관한 인터넷 기사들이 많이 올라와 자주 훑어보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보다 경험도 있고 정치신념도 있어 문후보가 되었으면 했는데 weekly님의 글을 읽고보니 안철수 후보가 되는 것이 현재 한국 정치적 흐름상 더 나을 수 있단 생각이 드네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야당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효과적인 정책 이행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문후보이건 안후보이건간에 두 후보 단일화후 한 사람에게 표 몰아주기로 박근혜잡기를 감행해야겠지요. 현재로선 두 후보가 협력하여 박근혜측에 대항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인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학업 시작하셨군요. 화이팅입니다!

weekly 2012-09-21 20:1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Aucklander님, 안녕하셨어요?^^ 아직 수업은 시작되지 않았고요, 요즘은 리딩 리스트에 있는 책들, 논문들을 차분히 읽고 있답니다. 방금 전까지 플라톤의 테아이테투스를 읽고 있었는데 그제 아마존에 주문한 데카르트 전집 중 한 권(중고)이 벌써 왔네요.^^ 슬슬 긴장이 되네요...

예... 문재인, 안철수 모두 권력에 마음이 있어 대선에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일화는 무리없이 잘 되겠지 하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다 안/문/박이 4:2:3인 구도에서 문재인이 안철수를 지지하며 후보 사퇴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되었으면 좋겠어요.

다들 공감하는 얘기겠지만 현재 한국에 가장 큰 위협은 출산률 저하이기 때문에 차기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다면 그 정권은 성공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 사회 경제적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할 거구요. 이렇게 하는 데는 당연히 재원이 필요할 거구요. 그 재원은 더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충당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결국 기득권층의 양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구요. 새나라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문재인은 노무현이 받았던 이상으로 기득권층의 비토를 받을 것 같구요. 이런 점에서 안철수는 기득권층이 좀 더 안심하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만한 인물일 것 같습니다. 안철수 자신이 엘리트 중의 엘리트 출신이기 때문이니까요.

암튼 한국의 정치 쪽은 이제 궤도에 잘 오른 것 같으니 저도 그만 관심 끊고 공부나 열심히 해야 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잘 안되네요...-.-) 저는 부재자 투표나 열심히 하면 되겠죠!^^

건강하시구요. 올 한 해 뜻 했던 바를 잘 마무리하는 분기가 되시기를 기원할께요~
 

어제 학교 등록을 끝내었다. 나는 이제 공식적으로 학생이 되었다. 다시 학생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여러 모로 힘들었다. 겨우 겨우 가까스로. 


아래에 학교 지원할 때 쓴 자기 소개서를 붙여 놓는다. 올 초 한국에 있을 때 쓴 것이고, 영국에서 반년 간 생활하면서 했던 사고들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이 블로그가 저 조잡하고 순진한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사실, 나의 자기 소개서는 이 블로그 글들의 연장이다. 그런 이유로 나의 자기 소개서를 여기 올리는 것이기도 하다. 


(나의 자기 소개서에서 어떤 논리적, 상황적 모순을 찾지는 말자. 나의 글은 각각의 사고들을 후일담식으로 엮어놓은 "이야기"에 불과하니까. 만약 거기에 어떤 진실이 담겨 있다면 그것은 그 사고들 각각이 그렇다는 의미에서만 그러할 것이다.)


이 자기 소개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란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첫째, 좋은 멘토를 얻으라는 것. 둘째, 겸손하라는 것, 다시 말하면 철학이나 삶, 가족, 어떤 비젼 일반에서부터 사고를 시작하지 말라는 것, 다시 말하면 자신의 행복에서부터 사고를 시작하라는 것, 다시 말하면 자신이 그것을 잘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하라는 것, 다른 여러 여건들은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라는 것, 그것만이 자신을 불행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으리라는 것. 아마 내가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면 나는 가슴 한켠에 회한을 안고 사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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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used to return to a moral presented by Richard Feynman again and again throughout my college time. In one of his famous anecdotes, he reported his discussion with philosophers as to what Whitehead meant by essential object in Process and Reality. He asked them whether a brick is an essential object as a preliminary question to find out whether theoretical constructs like the inside of the brick could be thought as essential objects. After observing that they could not answer his simple question, and got stuck in complete chaos, Feynman came to think it as one of typical instances that philosophers failed to get down to earth. I was impressed by his ability to look at the abstract conception from the concrete point of view, and regarded it as an example of the wisdoms, which I sometimes had failed to find in philosophy books.


At that time I was influenced by Marxism, and more interested in social improvement than in studying philosophy in academy. I was teaching Korean in a Worker's Night School in Seoul as a volunteer teacher. I admired my students for their earning livings through manual labour. I recognised my disposition, which may be best described by George Orwell's four great motives for writing in Why I Write; sheer egoism, aesthetic enthusiasm, historical impulse and political purpose. But I wanted to have what did not belong to me, and to fill my lack. All these made me decide to live as a factory worker after graduation. 


One of fascinating things about factory workers is that they deal with instruments, which makes it possible to solve almost every problem happening in the factory on the spot. They have embodied manuals reinforced with their experiences. But I have to admit that they cannot be Einstein or Cezanne, which requires the habit of thinking critically and viewing the world as it is without any prejudice even though it has proved to be very successful. I am not saying that I am a gifted man like them, but saying that I felt bored because my job did not leave enough room for intellectual challenges. I unpacked my old dusty paper boxes stacked in the corner of a small warehouse, and began to read philosophy books that I had studied back in college. 


Reading Computability and Logic I could understand the importance of the philosophical question. When Hilbert asked whether mathematics is decidable, believing that "there is no ignorabimus", he raised a philosophical question rather than mathematical one. Turing, Church and others' works explained in this book are the results of their interpretations of Hilbert's question. We could doubt whether their interpretations are correct, but we cannot doubt that their achievements are on their own rights, independently of Hilbert; we could ignore the original, or the proved-to-be-productive question. That has been the fate of philosophy. 


I reviewed Feynman's anecdote. He thought that electrons, the inside of the brick and etc. are theoretical constructs. It may be an insightful starting point. Then, what is theoretical construct? Which is more real among electrons or an apple? Feynman never answered these questions simply because he was not a philosopher. If he had tried to answer them he might have found himself in complete chaos, and could have understood that we could not be satisfied with innocent ignorance or quick wit, and that even when philosophy could not give definite answers, it would not stop forcing us to look at the world as it is, which is called philosophy, and which is essential, especially in sciences. I thought that it is the unique value of philosophy. 


I decided to study philosophy, and came over to the U.K. in summer in 2011. I started reading philosophy books systematically including Plato, Descartes, Russell and etc. When I read chapter 4 of Russell's The Philosophy of Logical Atomism I felt very confused, which led me to investigate the nature of Wittgenstein's criticism of Russell's multiple relation theory of judgment. To know what Wittgenstein's position was I needed to understand his judgment theory in Tractatus, and again to understand it I had to understand Tractatus. It seemed to be almost impossible project to me, but I succeeded in writing an essay on it. I know that it is just a sketch. I hope to develop it in the vibrant intellectual environment.


Philosophy seems problematic itself. This explains the reason that Feynman would wander around it, often laughing at philosophers. This explains the reason that I took a long path to it, often making myself believe that philosophy is barren. But philosophy is nothing but one of human activities like sciences, arts and etc; it creates something, and in the course of it we get pleasure. Philosophy may aim at the same level of target as sciences, but in many cases only to get as the same degree of satisfaction as artists do in front of their own works. I believe that I learned to accept these two aspects without confli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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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폰5가 나왔대서 애플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디자인 총책임자의 홍보 비디오를 봤다. 보고나서 내가 한 행동은 나의 아이폰4에서 범퍼를 벗겨내고 그걸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었다. 2년 전쯤 거제도의 용접 공장에서 일할 때 산 것이다. 공장 먼지 때문에 아이폰을 비닐 봉투에 넣어 갖고 다니던 기억이 난다. 안경 천으로 닦으면 어제 그제 산 것처럼 깨끗해 진다. 세련된 외관도 여전하다. 

2.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어쩌면 더 이상 압도적 강자가 아닐지도 모른다.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을 앞서는 기업이 있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애플이 한참 앞서간다는 느낌은 이제 사라졌다. 애플은 제품 라인이 무척 단순하고 수익의 상당 부분을 아이폰에서 얻는다. 그래서 치열해진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기 의식을 느낄 만도 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폰5를 보고 난 나의 느낌은, 애플은 시장 흐름에 별로 개의치 않고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애플은 대단히 대중적인 제품을 팔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매니아적인 고집을 갖고 있는 기업인 것 같다는 얘기다. 

3. 아이폰4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 아름다움에 완전히 반했었다. 외관 디자인, 화면, 조작감 등은 자연스럽고 완벽하여 더 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 사용해 보았을 때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아이폰이 너무 무겁고 미끌 미끌하여 공학적으로 매우 서툰 제품처럼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외관 디자인의 사용 느낌 수준이 선명하고 아름다운 화면이나 자연스러운 조작감 수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아이폰5 홍보 영상을 보니 애플의 디자인 총책임자가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이 바로 아이폰을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을 개선했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제품을 더 얇고 가볍게 만들고,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고, 새로운 제작 공정을 도입하였다는 것이다. 모두들 아이폰5에 어떤 혁신적인 기능이 들어갔을까 눈여겨 보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사실상 케이스 소재를 새로 하고 섬세한 공정을 도입하여 마감을 확실히 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이폰4의 디자인에서 불만족스러웠거나 아직 완벽하지 않았던 부분(접촉감, 무게, 두께, 통화 품질 등등)을 새로운 소재, 더 효율적인 부품 배치, 더 섬세한 공정의 도입 등을 통해 혁신했다는 얘기다. 혁신은 새롭고 놀라운 기능을 도입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혁신은 자연스러운 사용성을 증대하는 것일 테다.

4. 아이폰5의 외관 디자인을 보면서 난 애플이 삼성의 스마트폰 외관 디자인에 소송을 건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애플은 아이폰 출시 이래 아이폰의 정면 외관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귀퉁이가 둥근 직사각형에, 아랫 부분에 둥근 버튼이 있는 형태. 아이폰이 아이폰인 한 애플은 이러한 아이덴티티를 지켜나갈 것 같다. 코카콜라가 코카콜라인 한 허리가 잘록한 유리병의 아이덴티티를 지켜나가듯이 말이다. 시장에서 그 디자인은 이제 질린다고 아우성을 하든 말든...

5. 아이폰5의 홍보 영상에서 본, 아이폰의 금속 외관을 다이아몬드로 후처리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아이폰은 현대적인 대량 생산 체제를 통해 한 모델당 1, 2억 대가 생산되는, 가공할 물량의 제품이다. 그런 제품을 하나 하나 쇠로 깍고 다이아몬드로 다듬고 한다는 것이 충격이었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부재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저런 짓을 스티브 잡스가 했었어도 미친놈 소리를 들었을 것이니까. 확실히 애플은 괴짜 기업이다.

6. 얼마 전에 나는 조선 백자에 대한 글을 읽었다. “형태의 넉넉함과 그 형태의 군더더기 없음으로 쓰임새와 아름다움이 꼭 갖출 것만을 갖춘” 조선의 백자들은, 당시에는 그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실용적인 제품이었을 뿐이다. 지금 이 제품들에 높은 가격이 매겨지는 것은, 그 희소성에 더하여 어떤 심미적 가치가 인정받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심미적 가치를 지탱하는 요소들 중 하나가 공학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면, 백자는 시간이 지나도 변색되거나 귀퉁이가 떨어지지 말아야 하고 가전 제품은 시간이 지나도 모서리 아귀가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예술성과 실용성이 공학을 통해 행복하게 결합된 예 중 하나가 조선의 백자라면, 나는 애플이, 자신들의 제품을 그러한 범주에 넣기 위해 노력하는 공방과 같은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것이 애플이라는 기업의 컨셉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기업이 다 이런 컨셉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런 컨셉의 기업이나 사람이 적어도 한 둘은 있어야 할 것이다. 세상이 심심하지 않기 위해서. -이런 컨셉은 요즘 삼성이 인간주의니 감성이니 자연이니 하면서 밀고 있는(혹은 애플을 따라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오히려 삼성은 자신만의 길을 대범하게 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애플은, 어떤 면에서 봤을 때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라기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가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즉, 애플은 거의 언제나 정답이 아니다.

7. 나는 몇 년 전에 딱 한번 내소사에 가봤다. 그리고 그 단아한 아름다움에 내소사를 사랑하게 되었다. 내소사의 대웅전(이던가?)의 천정 나무 장식은 못을 쓰지 않고 나무 아귀를 맞춰 조립한 것이란다. 나는 스티브 잡스가 넥스트스텝이라는 최신 컴퓨터를 소개하면서 “이 제품에는 나사가 7개 밖에 쓰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유튜브에 있다). 궁극적으로 나사가 의미하는 것은 세월이 지나면 헐거워 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사의 수를 줄이는 것이 공정 일반의 관심사일 수는 있어도 전재산을 투자한 기업주의 관심사이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티브 잡스는 확실히 독보적이다. 그리고 이런 것이 앞서 말한 애플의 컨셉이다. 반전을 말하라면 아이폰의 외부에는 작은 나사 두 개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것. (내가 결국 아이폰5를 사지 않으리라는 것도 반전이 될까? 나는 아이폰4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으니까... 사실은 돈이 없어서이겠지만...)

8. 애플의 비밀은 아마도 애플이 하드웨어 회사라는 데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애플을 디자인 잘 하는 회사, 혹은 ios 등의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직접 앨런 케이를 인용해서 설명했듯이, 원하는 기능의 소프트웨어를 돌릴 수 있는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어 내는 데 있어 거의 독보적인 기업이다. 예를 들어 삼성은 기성의 칲에 구글에서 공급받은 기성의 운영체제를 올린다. 반면 애플은 기기의 컨셉에 맞춰 운영체제 뿐 아니라 씨피유 등의 부품도 직접 커스터마이징한다. 애플의 기기들만이 레티나라 불리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패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이유가 그렇고, 애플의 기기들만큼 화면 조작감이 빼어난 제품이 아직도 시장에 나오지 못한 이유가 그렇고, 애플의 기기들이 외관 디자인의 단일성을 위해 배터리를 내장형으로 함에도 탁월한 배터리 효율을 뽑아내어 쓸만한 배터리 시간을 보장해 주는 것이 그렇다. 대웅전의 천정 장식을 만들기 위해 삼성이 조각 나무와 조각나무를 못으로 연결한다면, 애플은 조각 나무에 요철을 만들고 그것들을 서로 끼워 맞춘다. 못을 쓰지 않고 나무 조각을 끼워 맞춰 조립하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은 현재 애플 밖에 없다. 애플의 방식은 실용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이년 사용하면 끝인 휴대폰의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알루미늄을 통짜로 절삭가공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는 또다시 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미학이란 궁극의 사용성이다. 예를 들면 못을 사용하지 않고 아귀를 끼워맞춰 조립한 천정 장식은 시간이 갈수록 하나의 통짜가 되어 더욱 튼튼해진다. 이런 것을 과장해서 "영원에서 바라 본 관점"(스피노자의 말)에서의 사용성이라 한다면 애플은 이런 것을 가장 잘 인식하고 있는 기업이다. 즉, 그러한 역사와 그러한 기술과 그러한 미적 감수성을 가진 기업이다. 애플 팬보이가 많은 까닭이 이런 것일 테다. 신제품 출시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까닭이 이런 것일 테다. -그리고 내게도, 스피노자나 파인만이나 비트겐쉬타인보다 더 많은 영감과 자극을 주는 것이 스티브 잡스와 그의 피조물이다.         


추가 혹은 정정) 아이폰5의 홍보 동영상을 다시 보니, 애플에서 제일 먼저 강조한 것은 마감의 완벽함 등이 아니라 화면이 커졌다는 거였다...-.- 내게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이 다이아몬드로 후처리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기억해 버린 것 같다. 정정. 

추2) 아이폰5의 홍보 동영상을 다시 보고 이 글을 읽어보니 두번째, 세번째 단락은 완전 엉터리다. 삭제하거나 다시 써야 하겠지만 그대로 놔 두기로 한다. 머리 속 기억과 인상만 갖고 짜깁기하여 글을 쓰면 이런 엉터리 글이 된다는, 아주 좋은 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추3)  "기술적인 부분에서 애플이 한참 앞서간다는 느낌은 이제 사라졌다"라는 문장도 수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리뷰들을 보니 애플은 기술적으로도 저만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뛰쳐 나가버린 듯 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5에 이전과 비슷한 용량의 배터리로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기능과 성능을 담아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지금 나오는 얘기로 봐서는 아이폰5에 애플이 자체 디자인한 프로세서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애플은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두 가지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운영체제, 그리고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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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폰4에 완전히 만족하여 애플사와 잡스에게 없던 관심, 호의마저 생긴 저로서는 마음에 쏙 드는 페이퍼네요.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weekly 2012-09-18 23:0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saint236 2012-09-19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무리 봐도 3GS만한 제품을 못봤습니다. 그립감은 아이폰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wweekly 2012-09-19 17:0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예 3GS가 디자인 면에서 최고라는 분들도 많이 계시더군요. 그립감은... 아마 아이폰4가 모든 스마트폰 중에서 최악이 아닐지...^^

마노아 2012-09-20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의감이 드는 글인 걸요. 제 스마트폰 약정이 다 끝나면(앞으로 1년하고도 10개월이 남았지만...;;;;) 아이폰을 써야겠다고 내내 생각했어요. 이 글을 보니 역시 아이폰을 써야겠어요. 약 2년 뒤에...^^

weekly 2012-09-20 21: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아이폰을 홍보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이렇든 저렇든 최고라고 인정받는 제품, 영감이 가득하다고 평가되는 작품, 훌륭하다고 인정받는 인물 등등은 직접 경험하여 보아야 우리의 안목도 높아질 것 같습니다.
 

박근혜가 계속 이슈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선팀으로써는 절대 피하고 싶은 상황이겠지만 후보 개개인에게 촛점이 맞춰지는 대선판에서 어찌 이를 피할 수 있으랴!

5.16은 일부 군인들이 지휘 통제를 벗어나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사건이다. 말 그대로 쿠데타다. 역사의 판단을 따질 필요 없이 박정희가 한강을 건널 때부터 그냥 쿠데타다. 유신 헌법은 헌법이 아니라 헌법의 파괴자다. 유신 헌법은 헌법 정신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이기 때문이다.(예를 들면, 박정희는, 32조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질서 유지나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 부분의 따옴표 부분을 삭제해 버렸다.)

박정희 정권에 향수를 느끼는 국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나 이 우호적인 감정에는 두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첫째, 당시는 청와대 뒷산에 북한 침투조가 출몰할 정도로 삭막한 시대였다. 둘째, 어짜피 지금은 박정희같은 독재 세력이 대한민국을 접수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러나 박근혜는 이 두 전제를 끊임없이 흔들고 있는 것 같다. 시대 상황상 박정희 정권이 끔찍한 괴물 모습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고 양해해 준다 하더라도, 판결난지 18시간만에 사형 집행을 해버린 정권의 폭거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는 도저히 없다. 그런데 박근혜는 그에마저 정당성을 부여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박근혜는 박정희 폭압 정권의 어둡고 위험한 이미지를 현대의 한국으로 갖고 들어 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박근혜는 위험한 사람이거나 위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섬찟함은 여당 지지 야당 지지를 떠나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느끼리라고 나는 믿는다. 나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류의 꼴통들(예를 들면 이인화)이 자신들이 얼마나 한국에서 비주류인가를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사람들은 대단히 기회주의적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그리고 매우 재빠르게 다른 말로 갈아탈 수 있을 것이다. 박정희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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