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에서 심리 철학 개론서를 읽음. 개론서는 일종의 지도와 같다. 그러므로, 역설적이지만, 목적지가 섰을 때만 유용하다.   

앞으로 일요일에는 철학 공부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렇게 마음 먹고 보니 오늘까지 매듭지어 놓아야 할 부분은 계속 붙들고 있게 되더라. 방금 전에 해야 할 것을 다 했다. 이제 자도 되고 놀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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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중고로 주문한 심리 철학 교재가 왔다. 큰 판형, 작은 활자, 이단 편집의 논문 모음집이다. N이 학교 앞 서점에서 산 것보다 10 파운드 이상 싸게 샀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다. (강의가 절반 가까이 진행된 지금에야 책을 받긴 했다.)

도서관에서 종일 논문집을 읽었다. 저녁을 먹으러 잠깐 학생 카페에 간 것 빼고는 도서관에서 살았다. 맥긴의 논문에 비평을 달다가 중요한 통찰을 얻었다. 굉장히 큰 테마이기 때문에 내가 심리 철학에서 해 낼 수 있는 사고는 다 이 아이디어에 기반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몇 칠 전 박사전과정 학생을 만났을 때다.
그: 네 관심 주제가 뭐야?
R: 얘는 비트겐슈타인에 관심이 있어.
나: 스피노자도. 근데 오늘은 입 다물고 있을래. 저번에 알렉스 만났을 때 내가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못했잖아...-.-
그: 비트겐슈타인과 스피노자라... 전혀 다른 부류의 철학자들이네?
나: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Two jews!
그리고 우리는 웃었다. 

오늘 내가 얻은 아이디어는 스피노자와 비트겐슈타인의 교집합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처음부터 그 교집합에 주의를 두고 있긴 했다. 내가 이 아이디어를 얻은 것은 불과 몇 시간 전이다. 내일 해가 뜨면 어떨까? 적어도 하루는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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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이월달까지 4개의 에세이를 써야 한다. 그 첫번째 에세이를 쓰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데카르트의 이원론을 옹호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모른다. 오늘부터 데카르트를 꼼꼼하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점심 먹고 근처에 있는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제철이라 그런지 다람쥐들이 살이 잔뜩 올라 있다. 한 학생이 손 가득히 먹이를 담아 놓고 다람쥐 한 마리를 먹이고 있었다. 다른 다람쥐 한 마리가 그 학생의 손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맙소사, 먹이를 먹고 있던 다람쥐가 다가 오던 다람쥐를 펄쩍 뛰어 공격하는 것이었다. 도망가는 다람쥐, 그 뒤를 쫓는 다람쥐. 다람쥐에게 실망.

집에 가기 위해 학교를 나설 때 완전히 진이 빠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배가 고팠기 때문에 집에 오는 내내 베토벤의 9번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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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공부. 이틀 런던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책 한 권 값을 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포커스가 맞춰진 공부는 아니었음. 다음주부터는 일주일 내내 학교에 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다.

몽크의 "하우투 리드 비트"를 다 읽음. 재밌게 읽었으나 내 기준으로 보면 좋은 책은 아닌 것 같다. 요컨대, 철학자, 음악가, 미술가 등등, 즉 사상가를 다루는 책은 독자가 그 사상가들의 작품을 직접 경험하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몽크의 책이, 예컨대 "논고"를 직접 읽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별로. 즉, 몽크의 책은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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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많은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영어로 된 철학 강의들을 찾아 듣고(유튭 등등에 널려 있다), 읽어야 할 논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 영어, 공부해야 한다.

2. 얼마 전 장하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내가 들어본 영어 발음 중 -나의 것을 빼고- 최고로 엉망이었다. 반기문은 양반이다! 두 가지 모순된 감정을 느낀다. 첫째, 저렇게 발음이 엉망이지만 장하준이 당대의 최고급 경제학자 중 하나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즉,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 위안이 되는 얘기. 둘째, 장하준은 20 대 중후반에 영국에 넘어왔다고 한다. 아주 많이 늦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그의 영어 발음은 썩었고 나쁜 습관들로 가득 차 있다(장하준은 어두에 tha, tha 거리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는데 나같이 영어가 엄청 후진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장하준의 영어를 듣고 나서 나도 몇 칠 계속 다다 거리게 되더라... 감염 초기였는지 지금은 치유된 것 같다. 다시는 장하준이 영어로 말하는 걸 듣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난 개선 불능이겠군... 하는 생각에 침울해 졌다. 나의 잠정적인 결론은, 장하준은 이미 어느 정도 학적으로 완성된 상태에서 영국에 와서, 즉 그가 가진 탁월한 콘텐츠가 영어 발음의 사소한 문제 따위를 압도해서,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언제나 장하준의 말에 자신들의 귀를 적응시켜 주어서, 영어 발음의 사소한  문제가 그에게 진정한 문제로 떠오른 적은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것. 이 결론은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영어, 공부해야 한다. (그러면 나아질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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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5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weekly 2012-10-25 16:28   좋아요 0 | URL
아, 철학 전공이셨군요?^^ 저희는 주로 20, 30 페이지 짜리 논문들을 읽는데... 어렵지요. 지식 이론에 대한 논문들을 읽다가 막히면 '구체적인 어떤 대상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지식 자체에 대한 정의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철학적 고민"에 빠져 들기도 하고요. 물론, 사고를 피하기 위한 사고는 사고가 아니고, 그러므로 철학도 아니겠지만요... (럿셀이 후기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갖고 있던 의구심이 이런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스피노자는 영미권에서는 그닥 진지하게 다뤄지는 철학자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다니는 학교의 이번 학기 시간표에도 스피노자는 없습니다. 음... 역으로 깊게 다뤄 볼 여지도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런가? 하면서 혼자 미소짓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