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막 7장]이라는 한 권의 미국 유학기로 단숨에 90년대 중고생들의 로망이 되었던 홍정욱.

 

 

 

 

 

 

 

 

하지만 수구적 색채가 짙은 정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최근까지의 행보는 2000년대의 젊은이들에게 약간의 실망으로 다가왔을 터.

 

이제, 다시 발행인으로 돌아온(그는 정치인 이전에 신문사의 사주였다. 물론 그 이전에 처녀작으로 화려한 데뷔를 했던 필력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였고)

그가 내놓은 야심찬 기획,

 

올재 클래식스.

 

 

 

 

(지혜를 나누자, 세상을 바꾸자.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지혜를 나누기 위해 비영리 사단법인을 만들겠다.

 

 

예술과 문화 속에 담긴 교양을 널리 나누겠다.

 

 

소외계층과 청소년들을 위한 나눔에도 힘쓰겠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올재의 꿈"의 대강이다.

 

 

한때(지금 그분의 정치적 성향이나 소속이 여전한지는 알지 못하지만, 일단 별다른 흠결도 없으신 분이 불출마 선언까지 하셨으니, 한때라고 하자) 수구 정당에 몸담았던 전직 국회의원의 행보라기엔 너무나 아름다워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우리가 맨날 욕해대는 그쪽 '잔치'의 그분들 중에 어디 이런 고매한 이상을, 박애정신에 입각하여 펼치시는 분이 계셨던가 말이다.

 

(홍정욱 씨, 바로 이런 모습이 우리가 하바드 숨막히는뒷태숨마쿰라우데 졸업생에게 기대했던 거라구!)

 

더구나 삼성 같은 굴지의 재벌을 비롯한 각계의 지원과 재능기부를 받아 저명한 고전들을 권당 2,9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보급한다.... 2012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건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되지 싶다.

 

70년대에 유행했던 삼중당문고, 박영문고 등의 저명한 문고판의 명맥을 다시 부활시키는, 아니 당시 숱한 문고판들의 모태가 되었던 일본의 이와나미 문고, 영미권의 펭귄 문고에 버금가는 '지혜'의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1. 그러고 보니 내가 어린 시절 동네 서점에 들러서 처음 샀던 책이 문고판으로 나온 김동인의 소설 [운현궁의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박영문고의 책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비롯해서 몇 권 샀던 것으로 기억하고. 그때 좀더 미리 사놓을 걸...

2.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을 필두로 해서 얼마전부터 다시 불기 시작한 전집 열풍을 타고 한국에도 펭귄 문고가 소개되고 있는데, 대단한 파급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영문판의 아우라가 번역본이 되는 순간 사라져서일까.)

 

앞으로 시리즈가 하나하나 나올 때마다 이 땅의 문화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기를,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선구안을 심어주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자, 그럼 시리즈의 분석을 해보자.

 

 

먼저 한글 논어. 2012년 1월에 나온 첫번째 시리즈에서 이슈의 중심(혹은 사재기의 메인 타겟)이 되었던 책.

 

 

 

 

 

 

 

 

 

 

 

 

 

이을호 선생의 번역본은 한때 추억의 박영문고로 나왔었고, 가장 최근에는 벌써 십년이 훨씬 전인 2000년도에 이을호 전집에 포함되었던 판본이다.

 

 

 

 

 

 

 

 

 

 

교수신문에서 각종 고전 번역서들을 대상으로 선정한 [최고의 고전번역을 찾아서]에서 당당히 최고의 [논어] 번역서로 손꼽힌 책이었지만 절판된 70년대의 문고판이나 엄청난 분량의 전집을 독자들이 손에 넣기는 너무도 힘들었던 것. 역시나 하루인가 이틀만에 매진 사례를 일으키며 올재클래식스의 당당한 시작을 알렸다고 할까. (이거 어떻게 구해야 하지...)

 

 

 

"참된 인물은 사람이 서근서근하고,

되잖은 것들은 언제나 찌뿌드드하다."

 

요즘 나오는 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이런 찰진(!) 번역이 해방 직후의 조선땅에서 나왔다는 사태를 대체 어찌 해석해야 할까. 더구나 주자의 [논어집주]가 아닌 정약용의 [논어고금주]를 바탕으로 한 번역이라니. 이을호 선생의 번역은 조선 문명의 마지막 기운이 모인, 그야말로 '정화'가 아닐까.

 

 

 

 

 

 

 

 

(오래전에 전주대출판부에서 여유당전서 번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논어고금주]가 나왔긴 하지만, 입수하기는 매우 어려운 편에 속한다. 최근에 새로운 번역본도 나왔다.)

 

 

 

 

 

그에 비하면 플라톤의 [국가]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아직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인 삼성출판사 세계사상전집판을 가져왔다던지, 전공 학자의 권위있는 원전 번역본이 널리 보급되었다던지 하는 사정으로 인해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덩달아 매진된 것은 역시나 2,9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의 힘.

 

 

 

 

삼성출판사 세계사상전집에서 [국가]와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함께 나왔던 것을 1차와 2차로 분책해서 새로 낸 셈이다.  

 

 서광사에서 나온 박종현 교수의 번역본은 대표적인 원전번역. 물론 가격은 올재 클래식스의 열 배 가량이니, 일반적인 교양 독자라면 더 가벼운 선택을 해도 충분할 듯. 원전번역으로 읽으면 물론 더 좋고! 문고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펭귄 문고 및 최근에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옥스포드 문고판도 함께 감상해 보자.

   

 

 

 

 

 

 

 

 

 

 

 

 

 

그래, 책 좀 본다는 사람이면 집에 한두 권은 사서 꽂아두게 마련인 바로 이 삼성 세계사상전집 시리즈 말이다.

물론 조우현 선생이나 라종일 선생의 번역도 교양서로 읽기에는 무난한 번역이고, 더구나 [정치학] 같은 경우는 최근에 천병희 선생의 원전 번역이 나오기 전까지는 최선책이었지만, 뭔가 서양 고전 부분이 약간 기운다는 느낌이다.

 

 

 

 

 

 

 

 

 

아니, 생각해보면 이런 '느낌'의 실체는 이을호 선생 번역본이 너무 군계일학이어서일 것이다. 경학사(經學史)에 길이 남을 걸출한 대학자가 저술한 권위있는 주석본을 저본으로 삼은 아름다운 우리말 번역서가 어디 흔한가. 원본이야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이 고대 헬라스어가 아니라 당시로는 제2의 모국어나 마찬가지였을 한문이었으니 '원전 번역'은 당연한 선택이겠고(물론 당시에도 일본어 중역본은 판을 쳤지만).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올재 현상의 실체는 이을호의 재발견이다, 라고.

 

 

 

이제 갓 시리즈를 기획하고 시작하는 입장에서야 기존 번역본의 판권을 사서(혹은 기부받아서?) 펴낸다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겠고, 좋은 번역본이지만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들을 발굴하여 널리 보급한다는 지금의 일차적인 방향(이라기 보단 불가피한 선택?)도 너무 좋다. 요즘 같은 시절에 대체 어떤 인문 고전 번역서가 발간 이틀 만에 초판 4천부가 매진되느냔 말이다. 어떻게 수십년 전에 나왔던 책을, 수십년 전 가격에 버금가게 구할 수 있느냔 말이다.

 

자그마한 바램은... 앞으로는 정말 '최고 수준의 완역본'이라는 목표에 걸맞는 참신한 국내 초역본 등이 많아졌으면 한다(2,900원짜리 보급판에 거는 주문은 29,000원짜리 전문 학술서 못지 않네그랴!). 브리태니커 총서, 펭귄이나 이와나미 문고의 명성은 선구적인 편집자의 기획 아래 학술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권위있는 번역본들을 꾸준히 축적해온 데서 나온 것 아니겠는가. 뭐, 2,900원짜리 보급판 올재 클래식스의 수준이 높아지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통큰 기부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리고 1차분의 마지막으로 최치원의 고운집.

 

 

 

 

 

 

 

 

 

 

 

 

 

 

 

 

 

 

몇 권의 산문집, 시집 등이 산발적으로 나와 있었고, 최영성 선생의 두 권 짜리 전집이 나왔다가 현재는 구하기 어려운 상태... 이 정도라면 고운집, 상당한 가치가 있는 책인데?

사실 최치원 선생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원조 한류 아이돌... 이라고 하면 무리수일려나 ^^    

 

 

 

 

 

 

한국 고전들은 앞으로도 민문추, 지금의 한국고전번역원 자료를 활용할 것으로 보이고, 약간은 솔출판사의 나랏말쌈 총서와 비슷한 성격이 되지 않을까. 어쨌든 상당히 접하기 힘든 편에 속해왔던 민문추 자료들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높아질 듯 하다.

 

동양 고전 1, 서양 고전 2, 한국 고전 1 의 균형잡힌 구성. 좋은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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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12-07-15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홍정욱씨는 쑴마쿰라우데 아닌걸로 알고있는데요......수정 바랍니다.
답변은 이메일로 써주세요

비로자나 2012-07-1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 그랬나요? 그러고 보니 처음에는 숨마쿰 어쩌고 해서 시끌벅쩍하게 홍보하다가 나중에 그냥 쿰라우데 라더라, 뭐 이랬던 기억도 어렴풋이 나네요. 워낙 오래된 일이라 ^^ 제가 친히 그걸 다시 찾아볼 만큼 대단하신 분도 아니고, 졸업식때 우수상 받았냐 최우수상 받았냐 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고 ... 관련자료나 명백한 물증 등등은 관심 있으신 분들이 알아서 찾아보시는 걸로. 수정과 답변은 여기에 바로 달아드리는 것으로 갈음합니다.
 

논어.

 

동양 문명권에서, 문자로 남겨진 저작물 중에서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어왔고, 그 중의 많은 사람들은 수백, 수천, 심지어 수만번을, 외우다시피 했을 책이 아닐까. 

 

그런만큼 여러 학자들의 주석들이 남겨져 있고, 지금도 중량감 있는 전문서에서부터 가벼운 에세이까지, 관련서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논어의 경우 특히나, 이천오백여 년 전 중국 산동지방의 입말과 현대의 괴리에서 비롯된 구문상의 모호함으로 인해 해석상의 논란이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는데, 간혹은 본인이야말로 기존 학계의 오류를 광정하고 논어 해석의 새 지평을 열었노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저자가 있다.

 

이런 분들은 대개는 제도권에 속하지 않고 재야에 은둔한 이인달사이거나 학자 중에서도 관련 전공이 아닌 경우로, 고리타분한 학계의 관행을 한바탕 성토한 뒤, 따라서(?) 관련 전공자는 아니지만(혹은 아니기에) 그간 이 분야를 고고히 정진한 자신이야말로 논어를 제대로 이해하였노라는 레파토리를 읊어대는 분들이시다. 제목과 표지에서 뭔가 강력한 포스를 풍겨주시는 것은 필수. 때로는 죽이니 살리니 하는 살벌한 제목을 갖다 붙이시기도 하고.

 

그러면 또 이야깃거리만 찾아다니는 얄팍한 기자들은 이런 부류들은 꼭 빠지지 않고 기사화해주시고, 어리숙한 독자들은 대단한 신문에 기사로도 나오셨으니 뭔가 있나 보다 하고 사보고... (독자들의 인터넷 서평 문화가 발달하고 신문의 영향력이 줄어든 요즘에는 이런 일이 많이 줄었지만.)

 

 

 

사실 처음에 [새번역 논어]라는 책을 보았을 때, 이 책도 그런 재야파인가 싶어서 슬쩍 훑어보고는 서재 한 켠에 밀쳐 놨었다. 주석이 상세한 것도 아니고, 해석도 내세우는 것처럼 딱히 새로운 면도 없는 것 같고... 최근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되었는데, 별 거 없으려니 하고 무심히 펼쳐 보았다가 책장을 덮을 때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기존 해석과 자신의 해석을 대비시켜 보여주는 몇몇 단편의 해석이 상당히 참신한 면이 있었다. 계속 읽어나가니 그 참신함은 폭넓은 연구자료의 섭렵에 근거를 두고, 공자의 정신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한 격조있는 참신함이었다. 우리의 성현께서도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 말씀하신 바 있지만, 저자는 폭넓은 학식과 깊은 사색을 바탕으로 '罔'과 '殆'의 위험을 뛰어넘어 매우 독특한 색깔을 가지는 역작을 펴냈다. [논어의 발견]은 이런 옹골찬 논어 번역에 바탕을 둔 해설서이니만큼 어떤 논의가 펼쳐질지 기대된다(아직 안 읽어봤다).  

 

 

 

 

  

 

 

 

 

 

 

(양장본으로 구성된 번역서와 해설서가 버거울까 봐 휴대용도 나왔다) 

 

 

 

 

 

 

 

 

 

아쉬운 점은, 대부분의 번역서에서는 이런 심도있는 논의까지 다 커버하게 마련인데, 발간 당시 무명이었던(지금도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저자가 굳이 번역서 따로, 해설서 따로 펴냈어야 했나 하는 점이다. 사실 이 책은 참신한 번역에 비해 그에 대한 보충설명이 너무 소략하다. 친절하게도 [논어의 발견]의 해당 섹션을 찾아보라는 안내는 있지만, 어지간한 애독자층이 아니고서는 해설서까지 사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만약 독자들이 한 권의 번역서에서 참신한 번역과, 여기에 대한 심도있는 해설까지 함께 접할 수 있었다면 독서 시장의 판도는 또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1999년도에 초판, 이후 십년만인 2009년에 개정판이 발행되었다가 현재 출판사의 사정으로 구하기 힘든 처지가 된 책이니 아마 다음번에는 출판사를 갈아타서 나오지 싶은데, 이런 부분도 고려해 주시길.

 

(그간 절판되어 아쉬웠는데 드디서 새로 개정판이 나왔다.

[논어의 발견]에 이어 [공자의 발견]이라는 신간까지 ...

[논어의 발견]은 그대로 두고, 새로 신간을 내는 쪽으로 했나보다.)

 

 

 

 

 

 

 

 

 

 

 

 

 

 

 

 

 

아무튼,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통쾌한 번역서 이후 오랜만에 보는 "진취적"인 저작이었다.

(참, 저자는 우리가 흔히 좋은 뜻으로 쓰는 '進取'라는 논어에서 유래된 단어에 대해서도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다.)

 

 

 

 

 

 

 

 

 

 

 

 

 

미야자키 선생도 그렇고, 이수태 선생도 그렇고, 역시 비전공자의 시각이 더 참신해버리는 이 사태를 어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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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책 아나스타시아 6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한병석 옮김 / 한글샘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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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흥미를 더해가는 내용들. 후속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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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 아나스타시아 5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한병석 옮김 / 한글샘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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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한 재미있는 관점의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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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공간 아나스타시아 3
블라지미르 메그레 지음, 한병석 옮김 / 한글샘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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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마음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주제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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