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안 하고 보기 시작했다가 뒤통수 맞은 책. 한번 읽어 볼 만 하다!

 

인지과학 및 컴퓨터과학의 중심지이자 미 국방부와 공동으로 각종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곳으로 유명한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인지과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경력의 저자가 옴 진리교 사건 이후, 전직 간부를 비롯한 신도들의 세뇌를 풀기 위해 자신의 학문을 이용하기로 한다.

 

사이비 종교집단에서 신도들을 조종하기 위해 만든 세뇌의 덫을 깨부수기 위해 첨단 심리 연구 결과를 이용하고, 자신에게서 論戰術(Debating)을 배웠던 제자(?)가 세운 논리 체계를 자신만만하게 설파하던 전직 간부를 보기좋게 논파하는 등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펼쳐진다. 논픽션의 힘.

 

세가지 점에서 추가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 준다.

 

1. 현대 사이비 종교(cult)의 문제와 그 해결 방안.

 

2. 각종 목적을 위해 인간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집단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인지 심리학 연구.

 

3. 논리적 사고능력과 설득수단으로서의 논전술의 습득과 국내 보급.

 

 

겉다리로, 책에서 다루는 세뇌 및 사이비 종교라는 주제에 한국이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먼저, 세뇌가 처음 미국에 알려지고 주목을 끌게 된 계기가 바로 6.25 동란 때문이었다고. 당시 중국 공산당이 억류하고 있던 미군 포로들을 공산당으로 전향시키기 위해 사용한 기술이 바로 세뇌. 이 때 비로소 미국 국방부는 진정한 심리전(PSYCOP)에 눈을 뜨게 되었다. 한편 미국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안겨준 베트남전쟁 후 귀향한 포로들의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프로이트 파의 정신분석학적 치료요법이 별 재미를 못 보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어 각광을 받은 것이 밀튼 파의 심리요법이었다. 

 

밀튼 파 심리요법을 사용하여 탈세뇌화 작업을 처음 시도한 종교단체 중의 하나가 바로 문선명의 통일교. 이 곳은 신도를 세뇌시키지 않고 논리적인 교리체계만으로 복종시키기 때문에 그 교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논리적 체계를 무너뜨리기만 하면 된다고.  

 

 

밀튼 에릭슨에 대해 더 읽어볼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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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논쟁거리들에 대해 경제학적인 시선으로 접근한 책들은 [괴짜경제학]이라는 책을 전후로 해서 제법 나돌기 시작했던 기억이다.

 

 

 

 

 

 

 

 

 

 

 

 

 

 

 

 

 

기존의 시각에서 간과되었던(혹은 은폐되었던) 사안들의 경제적인 면을 들추어내는 것이 신선하기도 하고, 뜻밖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였기에 상당한 호응을 얻었고 말이다. 더구나 경제가 제일이라는 세태에서, 정치적인 올바름이니 윤리니 사회정의니 하는 소리보다는 '닥치고 경제!'라는 심리도 은연중에 독자들의 마음 속에 깔렸을 테고 말이다. ('경제'가 제일이라고 해서, '경제학'적인 시각이 제일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괴짜경제학]의 부제, '껄렁한 경제학자 한 놈이 모든 것 속에 꼬불쳐진 속살을 뒤벼낸다'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등등으로 나아간 듯한 제목을 단 본서, 역시 비슷한 시각에서 제반 사회 현상들(거의 모든 것!)을 해석한다.

 

 

 

 

 

 

 

 

 

 

 

 

 

 

헌데 ... 편견으로 가득 찬 책을 쓰고 싶었노라는 저자의 담대한 포부에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가, (책날개까지 따로 만들어서 딱, 찍어놨는데 기대를 아니 할 수 있겠는가?) 사회적인 문제, 정치적인 이슈에 대한 장들은 조금 기대에 못 미치는 면이 있다. 이런저런 분석과 설명은 잘 들었는데, 결론으로 뭔가 화끈한 것이 나와줘야 할 것 같은데 두리뭉술하게 어느새 끝나 있는 곳들이 많다. 당신의 편견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뭔가 할 말을 아끼고 있는 것 같은데, 재화를 주고 단행본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이 정도로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저자가 유명 블로거라고 하는데, 출판사의 저자 소개글에서 이런 사실을 뒤늦게 접하고 블로그를 조금 뒤적여 보니 회사에 근무하는 입장에서 너무 내지르기 힘들었다고 하시는데 ... 그렇다면 익명의 블로거, 휘브리스(Hubris)로 남아서 책을 내셨으면 어땠을까. 어쨌든 제목을 비롯한 포장은 내용에 비해 조금 '오만'하다.) 

 

뒷부분에서는 인생 설계, 자기 계발 쪽의 주제들을 역시나 경제적으로 접근하는데, 10대 후반 즈음에 이런 충고를 접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싶은... 상당히 공감이 가는 내용들이 많다. 역시나 대단히 도발적이고 충격적이지는 않고. 어쨌든 일독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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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 트레이더 김동조의 까칠한 세상 읽기
김동조 지음 / 북돋움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경제학적인 시각으로 세상 바라보기.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확 뜨기에는 2% 부족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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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이라는 서물이 워낙 동양 지혜의 정수 쯤으로 자리매김하다 보니,

고래로 유가, 도가, 심지어 불가에서까지 한다 하는 천재들은 한 번쯤 건드려 봤던 것이 주역의 해석사가 되겠다. 

이런 전통은 요즘에도 이어져서 소위 재야의 동양학자, 점술가 등등까지 달라붙어서, 이름이 조금 알려졌다 싶으면 관련서를 한 권씩 내다 보니

가짓수는 번잡하게 많되 정작 독자들이 읽을만한,

꼭 읽어야 할 서적들이 파묻히는 경향이 있다.

 

그야말로 나쁜 책이 좋은 책을 쫓아내는 격.

 

여기 알라딘에도 보니 추천서랍시고 제일 위에 올려놓은 책들 꼬락서니가 ...

 

 

 

자, 이번에는 주역 필독서 한 번 챙겨보자.

 

  

 

먼저 ... 개론서라고나 할까? 두어 권 훑어주는 것도 좋겠다.

 

주역에 나오는 익숙치 않은 개념들을 잡는데 약간의 도움을 줄 것이다.

 

 

 

 

 

 

 

 

 

 

 

 

 

 

 

 

[역학원리강화]는 1950년대에 나왔으니, 거의 '고전'의 반열에 드는 책으로, 주역의 기초, 하도낙서의 원리 등에 대해 문답식으로 재미있게 풀이하였다.

[우주변화의 원리]를 위한 서론 격이라고 할까 ...

 

이에 비해 [역의 원리]는 요즘 시각으로 잘 풀이한 개론서.

 

이런 개론서 류에서 잘못 빠지면 하도 낙서, 선천 후천, 음양오행, 사주명리, 정역 등등으로 나가게 되니 ... 주의(?)를 요망한다. ^^

 

 

주백곤이나 남회근 선생의 저작들 같은 좀더 학술적인 주역 사상 입문서로 중심을 잡아주도록 하자.

 

 

 

 

 

 

 

 

 

 

 

 

 

 

 

 

 

 

 

개론서를 맛보았으면, 본격적인 탐구로 들어가자.

 

주역에 있어서, 교과서와도 같은 책이 두 권 있다. 표준이지.

 

먼저, [주역왕한주(周易王韓注)].

 

 

 

 

 

 

 

 

 

 

 

 

 

 

 

 

위나라 때의 요절한 천재소년 왕필(王弼)의 작품이다.

천재다운 시건방짐으로 ... 주역의 역경 부분에 대한 해설이라 볼 수 있는 역전에는 따로 주석을 달지 않으셨다. 역전 지은 놈들이랑은 같은 급이라, 이거지.

해서, 역전 부분에는 한강백(韓康伯)이라는 분께서 주석을 달아서,

합하여 이름하니 [주역왕한주].

 

이 판본은 당나라 때 [십삼경주소(十三經注疏)]라는 유교경전 정리작업에

공영달 아저씨의 주소가 덧붙여져서 [주역정의(周易正義)]라는 이름으로 들어가서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요즘은 다행히도 전문 연구가에 의한 번역본이 있다.

 

1998년도에 처음 나왔는데, 두 번인가의 개정을 거쳤다.

번역본은 보지 않아서 번역에 대한 왈가왈부는 생략.

 

 

천 년 가까이 표준적인 판본으로 자리매김한 [주역왕한주]의 아성에 도전한 책이

바로 주자의 [주역본의]. 번역자는 [주자어류] 등에 나온 관련 내용까지 꼼꼼히 훑어서 실어주었다. 참고로, 주자의 주역 입문서인 [역학계몽]도 두 종이 번역되어 있다.

 

 

 

 

 

 

 

 

 

이 책 역시, 정이천의 [역전], 흔히 [이천역전(伊川易傳)]과 함께 편집되어 [주역전의대전(周易傳義大全)]이라는 이름으로 역시나 조선시대에 들어와 권위 있는 교과서 역할을 도맡은 [사서오경대전(四書五經大全)]에 포함되었던 판본. 따라서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가장 많이 본 판본이 되겠다.

 

 

 

 

 

 

 

 

가장 먼저 추억의 퍼런 표지로 나왔던 현토완역 주역전의는 좀더 산뜻하고 진중한 옷을 입고 나왔고, 가장 최근에 나온 경학연구원판까지 해서 삼파전이 형성되고 있다.

 

조선 경학사의 최고봉, 다산 선생의 [주역사전]도 번역되어 나왔다.

 

 

 

 

 

 

 

 

 

 

 

 

 

 

 

 

19세기의 갑골문, 20세기의 마왕퇴한묘백서, 곽점초간 등의 고고학적 성과로, 경학에 있어서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런 최근의 연구성과들은 기존 통행본들의 애매모호한 부분들을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밝혀주고 있다. 오해에 오해를 거듭하며 구구절절, 중언부언했던 것이 역학사의 한 단면일진데, 잡설을 쏙 빼고 담백하게 읽어보자. [고형의 주역] 및 그 한국어판 번역자인 김상섭 선생의 저서들이 대표적이다.   

 

 

 

 

 

 

 

 

 

 

 

 

 

 

 

 

 

그 외 개성적인 시각으로 주역을 풀이한 책들.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는 책 한 권.

 

 

 

 

 

 

 

 

 

참고로, [최고의 고전 번역] 주역 부분 비평자 곽신환 교수의 코멘트 :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주역 번역서는 적지 않다. 1990년대 이후 출간된 것만 대충 추려봐도 서정기 역, 김석진 역, 박병대 역, 김상섭 역, 양학형 역, 김인환 역, 임채우 역, 이기동 역, 백은기 역, 서대원 역, 성백효 역, 김흥호 역 등이 있다. 이들은 주역을 번역했지만 제목이 반드시 ‘주역’이라 돼있진 않다. 관심을 끌려고 부제가 주제를 덮어버린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들 번역서 중엔 번역서라 보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주역이라는 경전이 갖는 특징때문이다. 우선 판본의 문제가 있고, 해석의 갈래 문제가 있다. 현재 통용되는 주역은 經 부분과 이른바 10翼이라 불리는 傳 부분이 붙어있다. 경 부분은 64개의 괘와 이 괘에 붙어있는 판단의 말로 구성돼있다. 10익은 그동안 공자의 저작, 또는 적어도 공자 문하생들이 스승의 철학을 바탕으로 저작한 것을 통설로 여긴다. 翼, 곧 날개라는 이름이 상징하듯 주역은 이 열개의 날개를 얻음으로 인해 그 공간적 확대와 시간의 시련을 견디어내는 보편성과 탄력성을 획득한 것도 사실이다. 한대 이래로 10익으로 經을 해석하는 것과 10익을 나눠 해당 경문아래 붙여둬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의 표준으로 삼아온 전통이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 대한 반발도 결코 약하지 않다. 우선 ‘周易本義’라는 저술을 통해 기존의 주역 이해에 강력하게 도전한 주희도 경과 전을 분리해 주역 해석에 傳에 의한 선입견을 배제하려했다. 조선조 유학자들의 주역 이해에는 주희의 관점이 상당히 반영돼있다.


위의 번역들은 경만을 번역한 것, 경과 전 모두 번역한 것, 그리고 특정인의 주석을 번역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또 ‘주역전의대전’처럼 주석을 합쳐 놓은 것에 대한 번역도 있다. 그런데 경 또는 경과 전을 함께 번역한 경우엔 대부분 역자의 해석이 장황하게 붙어있다. 특정 역학자의 주석을 곁들여 번역한 경우는 번역 자체에만 충실하려 했다.  


또 번역자들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주역 번역은 대학전공자보다는 江湖에 숨은 고수가 이름을 드러낸 경우가 많다. 長短이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건 강호의 제현들에게서 발견되는 문제는 공자가 말한 ‘생각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思而不學則殆)’는 폐단, 즉 주관적 사유와 개인적 체험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객관성의 결여나 비뚤어진 통찰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주역번역엔 여러 고전연구가들과 한학자들도 상당수 합류하고 있다. 여기에다 역술가들까지 합치면 어지러울 정도다. 이율곡은 “무릇 역은 만사의 근본으로 善惡과 邪正이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역을 배우다가 잘못돼 그 큰 뜻을 잃고 사특한 이론에로 들어간 경우도 있다”라고 해 주역 공부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따라서 주역번역에 있어서 얼마나 원전에 충실하며 쉽게 읽히느냐의 문제만을 다루긴 어렵다. 전혀 방향이 다른 주해서가 많다는 것과 해석의 갈래가 심하다는 것, 여전히 의미가 모호한 글자와 구절들이 많다는 것 등이 그 이유다. 예컨대 건괘의 괘사이며 주역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구절인 元·亨·利·貞을 원, 형, 이, 정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원형, 이정으로 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권위적인 학자들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데 어느 하나만 고집하긴 어려운 현실이다. 왜냐하면 양갈래 길이 너무나 길고 찬란하게 전개되고 있기에 한쪽만 취하고 나머지를 버리는 것이 모험에 가까우며, 또 이후 이뤄진 길이 아깝기 때문이다. 역자들 대부분이 여기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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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 2015-05-13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주역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으로서 어떻게 입문을 해야할지 헤매다가 이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도움 받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비로자나 2015-05-13 13:12   좋아요 1 | URL
음 ... 다시 읽어보니 너무 이런저런 책이 많이 나열되어 있군요.
개인적으로는 김상섭 선생의 번역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

표맥(漂麥) 2016-03-15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괜찮은, 개념있는 정보글이군요...감탄^^

에륙 2024-09-14 1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글에서 내공이 느껴지네요…
 

Zen in der Kunst des Bogenschiessens 

 

von  Eugen Herrigel

 

 

 

 

 

 

 

 

 

 

 

 

 

 

 

 

 

선불교와 궁도 양쪽에 걸친 유명한 책인데, 한참 절판이다가 출판사가 바뀌면서 표지도 바꾸고 제목도 바꿔서 새로 나왔다.

 

제일 왼쪽의 초판도 나쁘지 않았는데, 굳이 표지를 바꿨어야 했나 싶었는데...

새 출판사에서는 독특한 표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아 왜 책등을 사진으로 찍어놓고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책표지였다니.

뭔가 바우하우스 느낌이 나지 않는가?

 

그나저나 새 제목에 사람들이 익숙해지려나...

 

 

 

 

 

 

젊은 시절 신비주의 전통에 경도된 적이 있던 독일 신칸트학파 철학교수가,

일본 東北帝國大學에 부임해 와서 활쏘기를 배워가며 선의 정신에 도달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몸의 모든 행위(와 무위)를 연마하는 기예와,

그 수련을 통한 깨달음의 경지를 현대적 개념으로 서술했다.

이성적인 관점에서의 이해와 궁리의 시도가 포기되자 비로소 스스로를 드러내는 '그것'.

 

좋은 책이다!

 

(번역에 있어서는 글쎄, 일본의 한자 개념어를 독일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어로 옮기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번역 과정에서 일본어 번역본을 좀더 참조하는 것이 좋았을 듯)

 

 

 

 

 

 

 

아래는 본문 중 일부. 띄어쓰기는 임의로 다시 하였다. 

 

3. 올바른 호흡법

맨 처음의 시도에서 이미 나는 중간 강도의 연습용 활을 당기기 위해서도

안간힘을 , 다시 말해 온몸의 힘을 다 쏟아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이 목표에 고집스럽게 집착하면서 연습을 계속했다.

선생은 주의 깊게 나의 노력을 지켜보고,

조용히 나의 어색한 자세를 교정했으며,

열심히 한다고 칭찬했고, 너무 힘을 쓴다고 나무랐지만,

내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위대한 명인은 동시에 위대한 스승입니다.

우리에게 이 두 가지가 한데 속한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만약 수업을 호흡법에서 시작했다면,

아마도 호흡에 결정적인 것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은 먼저 스스로의 거듭된 시도를 통해서 좌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 후에야 비로소 던져주는 구명 튜브를 움켜쥘 준비가 되었던 것입니다."

 

 

5. 연습 또 연습

정신은 아무런 특정한 장소에 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곳에 현존한다.

또한 정신은 이것 또는 저것과 관계하지만 그에 얽매이지 않으며,

동시에 근원적인 운동성을 결코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에 현존한다.

 

마치 연못을 채우고 있으나 언제라도 흘러나올 준비가 되어 있는 물과도 같이,

정신은 자유롭기 때문에 매 수난 고갈되지 않는 힘을 발휘하고,

또 비어 있기 때문에 만물에 스스로를 개방한다.

이 상태가 진정 근원적인 상태로서, 이는 텅 빈 원으로 상징되는 바,

텅 빈 원은 그러나 그 속에 있는 자에게는 모종의 의미로서 다가온다.

 

모든 구속에서 벗어난 궁사는 어떠한 숨겨진 의도에 교란되지 않고,

오로지 정신의 현존의 충만 속에서 기예를 수련해야 한다.

그러나 그가 자기 자신을 잊고 창조적인 과정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기예를 수련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자신 속에 침잠한 자가 본능적으로 뛰어들 수는 없는 상황에

대면하고 있음을 깨닫는다면, 

먼저 그 상황을 의식으로 가져가야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이전에 벗어던졌던 저 모든 관계로 다시 들어서야 할 것이다.

 

그는 잠에서 깨어나 그날의 일정을 살펴보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겠지만,

깨달음을 얻어 근원적인 상태에 살면서

거기에 몸을 맡기고 있는 사람에게 비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행위 과정의 각 마디가 신의 섭리를 통해서

비로소 그의 손에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8. 어둠 속의 표적

나는 대답했다.

"도대체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가장 단순 명로한 것조차 혼란스럽게 느껴지는군요.

 

제가 활을 당기는 것인지,

아니면 활이 저를 최대의 긴장으로 당기는 것인지.

 

제가 목표를 명중시키는지,

아니면 목표가 저를 맞추는 것인지.

 

'그것'은 육신의 눈으로 보면 정신적이고,

정신의 눈으로 보면 육체적인지,

또는 둘 다인지.

그도 아니면 둘 중 아무 것도 아닌지.

 

활, 화살, 목표, 그리고 저 자신,

이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어서 더 이상 분리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분리하려는 욕구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활을 잡고 쏘는 순간 모든 것이 너무도 맑고 명료하며,

그저 우습게 느껴지기..."

 

 때 나의 말을 끊으며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방금

마침내

활시위가

당신의 한가운데를

꿰뚫고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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