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

 

내 알라딘 서재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물론, 다들 아시다시피 [장미의 이름] 어딘가에서 따온 말이고.

 

움베르토 에코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 정도에서 소개된 영화 [장미의 이름]에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학창 시절에는, 에코 광팬이던 동학을 따라 드디어 소설 [장미의 이름]을 읽고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인가 하는 것도 사보고 했던(그 친구가 선물로 줬던가?) 기억이 난다. 알라딘 DB를 찾아보니 [창작노트]와 에코 선집으로 나온 [작가노트]만 나오는데, 90년대 초반에 저것 말고도 [주석서]인가 [깊이 읽기]인가 뭐 그런 제목의 아주 얇은 책자가 있었고, 내가 소장한(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중 희극편 마냥 서고 어딘가에 숨어있을) 책은 아마도 그것이지 싶다.

 

 

 

 

 

 

 

 

 

 

 

 

 

 

아, 에코 마니아였던 그 동학은 공부에는 그닥 소질이 없었던지 후에 서울에서 남쪽으로 가면 나오는 어느 산골짜기 대학의 미학과라는 생경한 이름의 학과에 진학했는데 ... 아마 에코의 영향도 없지않았을 것이다. (왜 언어학과에 진학하여 기호학을 전공하지 않았느냐, 뭐 이런 의문이 생길 법도 한데 ... 사실 난들 알겠는가. 문예창작과를 가서 에코처럼 멋들어진 소설을 쓰지 않았느냐, 공부를 좀더 잘해서 그래도 서울 도심에 더 가까운 명문 대학인 한국외대 이태리어학과라도 가서 에코의 전작을 원어로 감상하지 않았느냐, 뭐 이런 수준의 허접한 의문이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에코가 어느 인문학도의 학과 선택에 미친 영향이란 것은 미미하다고 봐야겠다.)

 

 

 

 

 

 

 

 

 

 

 

 

 

 

 

어쨌든 [장미의 이름], 그리고 [푸코의 추]([푸코의 진자]로 개명)는 당시 독서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지성파 소설들이었다.

 

여담이지만, [장미의 이름]도 그 특유의 난해함으로 인해 한때 오역 시비 등도 있었고 ... 심지어 책이 한 권 나오기도 했다는 ... 이런저런 오류들을 고치고 고쳐 아마도 3판까지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

 

(사실 1986년도에 열린책들의 이윤기 역본보다 조금 더 일찍 나왔던 우신사의 이동진 역본이 초역본인데 ... 그 이야기는 이번엔 생략하자. 1986년이면 우리나라가 베른 협약에 가입하기 전이어서, 해외 저자의 서적을 출판권을 획득하지 않고도 아무 출판사에서나 펴낼 수 있던 시기라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다.)

 

[푸코의 추]도 만만찮은 오탈자의 향연이 벌어졌던지라 ... 번역자에게 몇 건의 정정표를 보내드리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그런데 이후에 개정판인가에 지적했던 사항들이 반영이 안되서 급실망).

 

마침 찾아보니 ... 에코 책은 [바우돌리노] 영문판만 보인다.
어딘가에 해석학 어쩌구 하는 책도 있을텐데 ... 찾지를 못하겠네.
(지금 나오는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이 아니라 에코 라이브러리 판인디... 아울러, 에코의 드넓은 작품세계를 폭넓게 소개해준 열린책들에도 감사를.)

 

어쨌든, 에코의 저서를 하나 올리며 추모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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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재미있는 대학 학부 과정이다.

고전을 읽고 토론한다. 끝.

물론 이는 시카고 대학에서 주창한 Great Books Program 의 영향으로 이루어진 교육과정.
(reference: Great Books of the Western World, Britannica)

 

 

(아래는 대표적인 주창자인 모티머 아들러의 번역서들.

대개 "How to Read a Book"이라는 같은 책의 번역서다.

[개념어 해석]은 아마도 "Six Great Ideas"의 역서로 보이고,

[토론식 강의 기술은 "How to Speak, How to Listen"의 번역.)

 



 

 

 

 

 

 

 

 

 

 

 

 

 

 

 

 

 

 

 

 

 

 

 

 

 

 

 

 

1696년에 윌리엄 왕 학교로 처음 세워진 성 요한 대학 은 1937년부터 고전 읽기 과정으로 전환했다.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와 뉴멕시코 주 산타페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데, 후자는 동양 고전 과정도 운영한다고.

따로 과가 나뉘지 않고, 전교생이 4년간 고전어와 프랑스어를 배우고 고전들을 읽고 토론하고, 문리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

미국에 많이 있는 탄탄한 학부 과정 중심의 소규모 문리대(college of liberal arts)의 전범을 보여준다.

 

 



 

 

 

 

 

 

 

 

 

 

 

 

(이번에 이런 책이 나왔다고 해서 하는 블로그 포스팅이다.

20여 년 전에 무슨 유학기 하나가 나와서 베스트셀러가 되더니

너도나도 조기유학 열풍이 불어 약간의 부수적 사회문제가 생긴 바 있는데,

이런 바람직한 유학기라면 대환영이다.)

 

우리도 이런 대학 하나 만들자!

아니 사실 이런 취지 하에 비슷한 시늉들은 하고 있다.

(0. 굳이 따지자면 조선시대 성균관 뭐 이런 데도 ...^^)
1. 원래 동숭동 시절의 서울대는 문리대였다. 물론 전공별로 나뉘긴 했지만.
2. 90년대 중반에 본고사가 부활하면서 서울대 등등에서 필독 고전 목록을 제시하고 뭐 그랬는데, 사실 본고사 논술 대비용이라기보다는 학부 과정 필독서 정도의 성격이 짙었다. 아니나다를까, 몇년 뒤부터는 학부 교양수업에 고전읽기 강좌도 개설하고 그랬다.
3. 법학전문대학원이란 걸 만들면서, 기존의 법대 학부는 폐과를 해야 했는데, 대체로 자유전공학부라는 정체불명의 학부들을 만들었다. (저런 미국식 교양 학부보다는 옥스포드 PPE 정도를 꿈꾸며 만들었을 것이다.)
일부 대학은 없앨 법대도, 만들 법전원도 없으면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역시 아무 생각 없는 학생들을 일단 받고 보자는 생각으로 유사한 과정을 만들었고. 얼마 뒤 인기가 시들해지자 폐과 수순.

(4. 위키페디아 관련 항목을 보니, 언더우드 국제대학 이란 곳이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문리대학으로 소개-"It is the first and only liberal arts college in the country"-되고 있던데 ... 어떤 허언증 환자가 이거 썼냐.)

자유전공. 자유학예. LIBERAL ARTS.
여기가 원래 이런 거 하는 데구만.

선진국에서는 융합형 인재니 뭐니 하여 인문학이 재조명을 받는다지만, 인구론과 문송합니다가 당연시되는 우리로선 저런 대학의 모습은 너무 머나먼 이야긴가?

(아참, 6년 동안 고전어도 배우고 동양고전도 주구장창 읽고-토론 수업은 없다, 아쉽게도- 논어 맹자 정도는 기본으로 암송하고 하는 과정은 우리나라에도 있는거로 안다. 12간지에 맞춰서 12개 학교가 있다던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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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잡아끄는 제목,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더구나 저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의대 출신.

거기다가 아프리카에서 의료봉사를 하기도 하고,

아유르베다까지 배워왔다 하니

뭔가 열린 사고로 기성 의료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할 것만 같다!

 

더구나 출판사에서 원고를 거절당한 끝에

본인이 직접 출판사를 차려서 책을 펴내었다 하니,

대체 얼마나 논쟁적이고 위험한 내용이길래 그럴까!

 

.... 라고들 예상하고 책을 집어들텐데,

돈만 된다면야 이런 류의 책 펴내줄 출판사는 천지에 널렸을 텐데

기어코 거절당한 것은 아마도 원고의 수준이 아직 책으로 펴내기엔 설익어서가 아니었을까.

 

서양 의학에 대한 비판, 아주 환영하는 분야인데다 내부자 고발에 해당하니 어지간하면 내가 이런 얘기 안하는데  ...

중구난방으로 몇몇 에피소드들을 끄적이다가, 딱히 공감되지 않는 결론인지 뭔지 모를 마무리를 대충 하고는 끝이다. 어디서부터 지적을 해야할지를 모를 정도로 어안이 벙벙하다.

 

출판사에서 내 원고를 거절하면 음모론을 제기하기 전에

기본적인 글쓰기 연습부터 하자고요 ... 응?

그래요, 압니다. 의대 교육이란 것이 글 잘쓰고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하는 훈련과는 거리가 멀죠. 그저 전문적이고 협애한 지식만 암기하면 끝이죠.

괜찮아요. 이제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남들이 흔히 말하는 고전에서부터 소설, 뭐 이런 것도 좀 읽으시고

다른 글도 좀 써보고, 첨삭지도라도 좀 받고 하시고 나서 책을 좀 펴내주세요.

주변에 사람이 마땅찮으면 저라도 어떻게 해드릴테니. 연락하세요.

 

깊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반성을 녹록치 않은 필력으로 서술하는 영미권 의사/작가들에 비하려니 너무 부끄럽고, 그나마 양방 의사들 중에는 글 좀 쓴다는 (그리하여 어느 소설가가 통째로 가져가다시피 표절해가서 꽤나 권위 있는 문학상까지 받을 정도였더랬지) 박경철 정도만 되어도 좋겠는데.

(그러고 보니 사실상 문학상까지 받으며 등단한 거나 진배없는 작가분께 "글 좀 쓴다는" 운운하며 ... 그분과 동급의 수준을 요구하는 건 무리인가도 싶다. 박경철 작가에게 사과드린다. 무례를 용서하시라. 2005년 동인문학상은 당신이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책은 일단 표지 전시용으로 딱 좋아서 잘 보이는 곳에 놔뒀지만 ...

무려 세 권이나 더 펴내셨 ...

주위에 진실한 조언을 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니.

 

 

 

 

 

 

 

 

 

 

 

 

 

 

 

 

 

 

 

 

 

 

 

책도 좀 재미있게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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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몇몇 일제시대 시집들을 오리지날한 모습 그대로 다시 펴낸 출판사가 있다고 한다. 좋은 시도이다. 처음엔 이거, 장서가들한테는 꽤나 환영받겠지만 대중적인 호응이 있으려나 싶었는데 예상보다는 선방하는 듯.

 

 

 

 

 

 

 

 

 

 

 

 

 

 

 

원래의 초판본이라면 수십에서 수백만원까지 호가할 책들을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그 모습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는 것, 바람직하지 않은가.

이참에 이런 복각본의 발행, 가죽 장정본에 대한 관심, 고서 수집 등등

독서 행위를 더 풍요롭게 즐기는 문화가 더 발전했으면 싶다.

 

여담: 이 출판사 도서목록을 보자니, 일본, 영국, 프랑스 작가의 작품을 모두 한 사람이 번역했던데 ... 뭐 안될 건 없지만, 혹시 ... 사장님이신가?

어린 왕자 불어판 ... 조쿠나!

 

 

 

 

 

 

 

 

 

 

 

 

 

 

 

 

히 이 출판사랑 관련은 없지만,

응답하라 1988 열풍 속에 칼릴 지브란 시집도 오리지날 표지대로 재출간!

저거 집에 어딘가 있을텐데 ...

사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중간에 한번 바뀐 표지가 더 이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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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열린책들 페이스북에서 30주년 기념 포스팅들을 보게 되었다. 카잔차키스도 그 중 하나: 

열린책들 30주년 특별 기획전<열린책들의 역사, 30권의 책>#5. 그리스 인 조르바영웅으로 살고 싶었으나 너무 문학적이었던,종교인이 되고 싶었으나 너무 세속적이었던.오로지 글을 통해 영웅이 되고 성자...

Posted by 열린책들 on 2016년 1월 23일 토요일

 

 

 

여기에 대해 내 페이스북에 간략하게 소회를 적었다:

 

그래요, 열린책들에서 출간한 카잔차키스 전집이 세계 최초라니 경하할 일입니다. 전집 좋아하는 일본 출판계에도, 심지어 카잔차키스의 모국 헬라스에도 전집이 없단 말인데 ... 와우!

 

그런데 말입니다, 비록 열린책들 전집에 비하자면 선집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어쨌든 전집이라는 이름의 기획이 있었습니다. 이윤기, 안정효 등 이제는 전설이 된 번역가들이 참여했고요.

 

어라, 잠시만! 내 책꽂이에 있는 이쁘고 앙증맞은 책들도 그분들이 번역하신 거라고요? 예, 사실 도서목록을 비교해보면 이 분들의 작업이 그대로 열린책들 전집으로 옮겨 왔다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바로 고려원의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입니다. 열린책들에서 전집 기획을 할 때, 고려원판 전집의 존재를 몰랐다면 ... 에이 설마요. ㅎㅎ

 

그저 "낱권 형태로 출간된 적은 있지만"이라고 두루뭉술하니 뭉게고 넘어가기엔, 고려원 전집이 열린책들 전집에 미친 영향은 너무나 큽니다. 번역자들의 면면만 봐도, 고려원 전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확장판이 열린책들 전집이라 봐도 될 정도입니다. 혹시 고려원이 망하지 않았다면, 열린책들이 자랑하는 "전 세계 최초의 전집"은 고려원에서 완결되었을지도요. 동시에, 열린책들에서는 이 작가의 전집을 내겠다는 꿈도 꾸지 않았을지도요.

 

망한 출판사의 기획은 이렇게 송두리채 부정되고, 역사에서 그 흔적조차 지워져야 하는 것일까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열린책들 전집은 너무나 대단하고 훌륭합니다. 자칫하면 출판사가 망하면서 판권 문제 등이 복잡하게 꼬여 다시 못볼 수도 있었을 작품들을 계속 접할 수 있게 해주신 열린책들의 공로도 매우 큽니다.

 

이제 잊혀질 일만 남은 지난 세기의 대형 출판사에 대한 자그마한 배려, 먼저 전집을 꿈꾸고 기획했던 출판인들에 대한 예우가 함께한다면 더 멋진 전집이 되지 않을까요.

 

운운하는 글을 쓰고 나서, 과연 열린책들 페이스북 운영자가 뭘 잘 몰라서 저렇게 쓴 건지, 열린책들의 공식적인 입장이 저런 건지가 궁금해졌다.

 

 

 

 

 

 

 

 

 

 

 

 

전집의 책소개는 이러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사망 50주기를 기리는 최초의 한국어판 전집 30권

열린책들은 2008년 3월 30일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전 30권을 완간했다. 이번에 발간된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은 원고지 매수로 약 50,000매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무엇보다 그의 전 문학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1974년 박석기와 이인웅에 의해 『희랍인 조르바』가 한국 최초로 번역된 이래, 몇몇 작품 정도는 안정효, 이윤기 등의 번역으로 읽히기도 했으나 그나마 절판되어 더 이상 전해지지 않고 있었다. 카잔차키스 사망 50주기를 맞아 출간되는 열린책들의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그리스인 조르바』 외에도 데뷔작 「뱀과 백합」, 카잔차키스 문학의 사상적 토대가 된 「신을 구하는 자」 등 초기 작품을 비롯하여 완숙한 작가적 경력을 보여 주는 『최후의 유혹』 등 후기의 걸작, 그리스의 가장 위대한 현대시라고 일컬어지는 서사시 『오디세이아』, 희곡, 여행기에 이르기까지 그의 문학 전반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전집이라 할 수 있다.

 

   (중략)


도스또예프스끼, E. M. 포스터, 프로이트 전집에 이은 또 하나의 프로젝트!
1986년 러시아 문학을 소개하기 시작한 이래 세계 문학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국내에 소개해 온 문학 출판의 대표 브랜드 열린책들이 또 한 번 한국 독자들에게 마련한 선물 같은 문학 전집,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이 전집은 2000년 기획된 이래 9년여에 걸친 번역자와 편집자의 땀이 맺혀 있는 프로젝트다.
우선 그리스어 원전을 번역하느냐 영어판을 중역하느냐를 결정해야 했다. 국내 그리스어 번역가의 층이 두텁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도 있었지만, 그보다 영어판 작품의 상당수가 그 정확성과 신뢰도를 인정받은 카잔차키스의 전문가들에 의해 번역되었다는 점에 용기를 얻어 영어 판본의 중역을 선택할 수 있었다(영역자 가운데 『오디세이아』와 「신을 구하는 자」를 번역한 키먼 프라이어는 아예 6개월간 카잔차키스와 함께 작업했으며, 카잔차키스의 작품을 여럿 번역한 A. 덴 둘라르트와 테오도라 바실스, 피터 빈 역시 카잔차키스의 전문가로 명망이 높은 번역가들이다. 책의 말미에는 이들의 해설을 실어 카잔차키스의 심원한 문학세계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
다음으로는 영역되어 있는 작품 목록을 작성하여 여기저기에 낱권으로 흩어져 있는 책들을 모았다. 이 전집 목록은 영역되지 않은 짧은 희곡 몇 편을 제외한 카잔차키스 문학 전체를 망라하는 것이며, 추가로 카잔차키스의 아내 엘레니 카잔차키가 남편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엮은 『카잔차키스의 편지』를 더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작가로서의 카잔차키스와 인간으로서의 카잔차키스의 모습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번역자 선정에 있어서도 원작의 가치를 최대한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였다. 좋은 번역으로 정평이 나 있었음에도 『그리스인 조르바』를 제외하고는 모두 절판되어 빛을 보지 못했던 이윤기, 안정효 두 번역가의 원고 6종은 다시  한 번 검토를 거친 끝에 새로이 거듭났고, 나머지 15종 역시 국내 최정상의 번역가들의 손에서 카잔차키스의 숨결과 한국어의 맛을 동시에 살려낸 작품들로 태어났다. 이후 이 원고들은 5년에 걸친 꼼꼼한 원서 대조와 교정교열, 번역가와 편집자의 논의를 거쳐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역시, 전집을 내면서 출판사에서 가졌던 입장이 고려원 전집의 존재를 깨끗하게 부인하는 것이었으며, 그 의미를 "몇몇 작품 정도"로 격하시키는 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의 재구성, 이거 어디선가 묘하게 익숙한 장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엽게스리 마지막에 "진정한 전집" 운운하는 것 좀 봐라. 자기들이 "최초의 한국어판 전집"이고, 그전에는 몇몇 작품들만 대여섯 종 나왔다면서도 굳이 "진정한 전집"임을 강변하는 그 내면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러고 보니 요새 정치판에서는 권력자와 가까운 사람들을 친$이라 부르고, 진짜진짜 가까운 ... 진실로 진정하게 가까운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진$이라 부른다고 하던데 ...

 

햐 ... 그래도 건실한 문학 전문 출판사를 두고서 격 떨어지게 어디다가 빗대는 거니 내가 지금.

 

참고삼아, 고려원 전집에 수록된 작품들을 기록해 둔다. 고려원 전집 중에서 6종이 아니라 7종이 열린책들에서 새로 나왔음을 확인할 수 있겠다. 이윤기가 번역한 [돌의 정원]은 제외하고.

 

그리고 ... 워낙에 현대 그리스어 번역진이 적고, 고대 그리스어 전공자로는 조금 곤란하다는 문제(곤란하긴 해도 영어판으로 중역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가 있긴 하지만 ... 아, 아니다 ...

 

 

 

1. 영혼의 자서전 (안정효) : 무려 1979년에 초역본이 나왔으니, 이 전집에서 가장 오래된 번역이 되겠다.

 

 

 

 

 

 

 

 

 

 

 

 

 

 

 

 

2. 그리스인 조르바 (이윤기) : 1981년 초역.

 

 

 

 

 

 

 

 

 

 

 

 

 

 

 

 

3.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 최후의 유혹 (안정효) : 1982년 초역.

 

 

 

 

 

 

 

 

 

 

 

 

 

 

 

 

4. 예수 다시 십자가에 못박히다 (김성영) > 수난 (이창식) : 1982년 초역.

 

 

 

 

 

 

 

 

 

 

 

 

 

 

 

 

 

5. 미칼레스 대장 > 미할리스 대장 (이윤기) 

 

 

 

 

 

 

 

 

 

 

 

 

 

 

 

6. 성 프란시스 (김성영) > 성자 프란체스코 (김영신)

 

 

 

 

 

 

 

 

 

 

 

 

 

 

 

 

7. 돌의 정원 (이윤기) > (이종인)

 

 

 

 

 

 

 

 

 

 

 

 

 

 

8. 전쟁과 신부 (안정효)

 

 

 

 

 

 

 

 

 

 

 

 

 

 

9~11. 오뒷세이아 > 오디세이아 (안정효)

 

 

 

 

 

 

 

 

 

 

 

 

 

 

 

 

 

 

 

 

 

 

 

 

 

 

 

 

 

 

 

12. 미노스 궁전에서 (장홍) >크노소스 궁전 (박경서)

 

 

 

 

 

 

 

 

 

 

 

 

 

 

13~14. 인간 카잔차키스 > 카잔차키스의 편지 (안정효)

 

 

 

 

 

 

 

 

 

 

 

 

 

 

 

 

 

 

 

 

 

 

 

 

 

 

 

 

 

70년대 말부터 카잔차키스를 하나하나 펴낸 고려원도 참 어지간하구나 싶다.

아, 고려원에서 [오, 아름다운 크레타의 영혼](안정효 옮김, 북아뜨리에총서 4)이라는 제목으로 1987년에 나온 카잔차키스의 책이 확인되는데 ... 제목이 뭘로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아시는 분은 제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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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16-02-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로자나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니르바나 인사드립니다.

오래전 <고려원>에서 카잔차키스의 책들을 출판하였을 때
신간이 나올 때 마다 한권 한권 사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위에 소개해 주신 것 처럼 <열린책들>에서 카잔차키스전집을 펴 냈을 때
고려원판 책 하나 하나 비교해서 없던 책만 열린책들 판으로 채웠던 기억도 나구요.

고려원 출판사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쉬운 것은
오에 겐자부로 전집을 구입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부실한 제 기억으로 정확한 지 모르지만
아주 짧은 기간동안 오에 겐자부로 전집을 펴내어서
당시 책을 사들일 여력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고려원 출판사가 부도나는 것을 보았죠.
이후 땡처리로 판매되던 가판대 위에 있던 오에 겐자부로의 책들을
그저 유심하게 지켜보았던 기억도 납니다.

늦었지만, 2016년에도 비로자나님 몸과 맘 모두 편안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성취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럼,

비로자나 2016-02-13 09:45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니르바나~ 님.

오에 겐자부로 전집!
저도 기억나요. 1호선 대림역이던가 신도림역이던가 ...
플랫폼에 있던 자그마한 서점에서 쌓아놓고 팔았었죠.
(떨이로 팔았지만 돈보다도) 압도적인 규모 때문에 선뜻 살 엄두는 못내고 ...

웅진에서 일본문학선 열 몇 권짜리도 나왔었는데 ...
학교 도서관에서 한권씩 보던 기억이 나는군요.

지금처럼 일본 문학이 한국 독서계를 점령하기 직전,
신호탄과도 같았던 지난 세기말의 풍경이려나요.

붉은돼지 2016-03-08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 님과 비로자나 님의 문답이라...
어디선가 연꽃 향기도 그윽하게 폴폴폴 날리는 것 같습니다....ㅎㅎㅎㅎ

비로자나 2016-03-08 17:17   좋아요 1 | URL
수미산 어딘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붉은돼지 님께서 싸보야를 타시고 탈탈탈 하며 날아오시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