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부터 전화와 이메일과 엠에센을 넘나드는 동시다발적 대화에 기운이 쏙 빠져있는 중이다.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관공서는 여전히 불친절하고 어렵다.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관공서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몽땅 받아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왜 이건 되고 이건 안되냐, 왜 그걸 달라고 하냐,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냐,
쏟아지는 질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답이란, 규정이 그렇다,는 것 뿐.
게다가 속 터져가며 진행하고 있는 이 일이 자칫 이대로 끝나버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XX
토요일에 상견례가 있었다.
예단, 예복, 예물은 하나도 하지 않기로 애인과 합의를 보았고, 엄마에게도 그렇게 얘기했다.
우리끼리 알아서 할테니 상견례 자리에서 예단 얘기 꺼낼 필요 없다고 말해두었다.
그런데 엄마는 편치 않으셨던가 보다.
주위에서, 아무리 그래도 시부모님 한복 한벌 해 드리지 않을 수 있냐고,
그랬다가 나중에 한소리 듣거나 호되게 시집살이 시키면 어떻게 하냐고들 했던 모양이다.
예단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엄마가 먼저 말씀을 꺼내셨다.
애인의 어머니는 예단이 뭐 중요하냐, 애들끼리 잘 살면 그만이다, 라고 말을 얼버무리셨다.
애인 역시 미리 예단은 없다고 말씀드렸던 때문이겠지만, 좀 섭섭하신 것도 같다.
하지만 그냥 모른 척 할 생각이다.
애초에 김치냉장고를 사려고 냉장고를 가장 작은 사이즈(양문형 중에서)로 샀는데
살다 보니 별로 필요한 것 같지 않고 해서 그냥 있었다.
집에서 밥을 먹는데, 엄마가 어쩜 김치를 이렇게 맛이 없게 먹느냐고,
맛있게 담가서 보내주면 뭐하냐고 말씀하신다.
그거야 뭐...
사실 아무리 맛있는 김치라도 냉장고에 보관하면 그 맛이 오래 가지 않긴 한다.
엄마가 김치냉장고를 사 주시겠단다.
덩달아 집에 놀러 와 있던 동생네도 같이 사주기로 하셨다.
올케 입이 찢어졌다.
어제 잠들기 전에 <심부인의 요리사>를 조금 보았다.
웃기는 부인일세, 하며 킬킬거렸는데,
꿈에서 요리사가 되어 엄청나게 많은 만두를 빚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진짜 만두를 빚은 것처럼 어깨랑 허리가 결린다.
왜, 심부인이 아니라 요리사에 동화되는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