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중학교때부터 아침을 먹지 않았던 것 같다.
대학 때 마음을 굳게 먹고 꼬박꼬박 아침을 해 먹고 다니다가, 두 달만에 걷어치웠다.
매일매일 먹을 밥과 반찬을 준비한다는게, 못할 짓이었다, 나한테는.
이후로 직장 다니면서 아침을 먹은 적은 거의 없다.
정 배가 고프면 출근길에 빵, 토스트, 김밥 같은 걸 사 먹었다.
올 여름에는 토마토를 사다놓고 아침에 갈아 마셨다.
그렇게 먹기 시작했더니 아침에 무언가를 먹지 않으면 허전하고 허기가 진다.
빵을 사다 놓기도 하고, 가끔 백화점에서 떡이나 주먹밥 같은 것도 사다 먹는다.
그러다가, 이매지님 서재에서 발견한 것이 더블피의 단호박 스프 요리법이다.
요기 http://www.aladin.co.kr/blog/mypaper/767020
장보러 갔다가, 어디 한번 해 보자 싶어 단호박을 사왔다.
시키는대로 단호박이랑 우유랑 부어 전자렌지에 돌리고 소금 약간 넣은 뒤 블렌더로 갈아주었더니, 에라, 진짜 스프가 되네?
이렇게 신기할 수가!
물론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만든 것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제법 고소하니 맛있다.
한두번 해 먹은 뒤에는 응용 단계로 들어섰다.
감자스프와 두부스프.
감자는 전자렌지에 돌리는 것만으로는 익지 않아서, 물에 삶는다.
그리고 데운 우유를 넣고 블렌더로 갈아준다.
이때 양파를 좀 넣으면 달짝지근한 맛이 나서 더 좋다.
두부는 4분도 필요없고, 전자렌지에 1분 정도만 돌리면 된다.
감자 삶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아침에 먹기에는 바쁘다.
아침엔 주로 단호박, 가끔 두부를 먹는다.
빵이나 스크램블 에그를 곁들이면 든든한 아침 식사가 된다.
아침에 쉽게 먹으려고 단호박을 미리 다듬어 놓기까지 하게 되었다.
문제는, 호박을 다듬기가 영 만만치 않다는 것.
이 놈의 껍질이 어찌나 단단한지, 쪼개고 껍질 벗겨내는게 장난이 아니다.
겨우 두 주먹 크기만한 (일부러 작은 걸 골라온다) 호박 하나 다듬는데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팔도 아프다. 흑흑.
하지만, 아침을 먹기 위해서라면, 그쯤은 해야겠지.
다듬어 놓은 것보다 버리는 양이 더 많은 것 같다.
호박 쉽게 다듬는 법, 뭐 없나.
칼을 좋은 걸로 사야할까.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