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동생에게 그런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다.
모처럼 같이 쉬는 어제, 영화라도 볼까 했더니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희귀동물 전시회를 보고 싶단다.
(실은 내가 보고 싶다고 한 <메종 드 히미코>가 싫어서였는지도 모른다. -_-)
2006 동물아카데미
<해피! 메리! 쫑!>이라는 제목의 코믹 동물극 공연, 체험학습, 희귀동물 대 탐험전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전시의 입장료는 자그마치 성인 15,000원, 소인 13,000원이다.
그럼 이게 그 값을 했냐하면,
일단 코믹 동물극이라는 건 아예 보지를 않았으니 재미있는지 어떤지 모르겠고,
희귀동물 대 탐험전이라고 이름붙은 본 전시는 300여종 1000여마리에 이른다고 했는데,
막상 둘러보면 그다지 볼 게 많은 편은 아니다.
각종 뱀, 도마뱀, 거북, 개구리, 앵무새, 물고기 등등...
뱀들은 거의 대부분 똬리를 튼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만도 하다.
유리 상자 안의 바닥에는 나뭇조각들을 얇게 덮어 놨고,
모조 풀과 나뭇가지 등등을 대충 뿌려놨고,
고무대야에 더러운 물이 담겨 있다.
상자의 윗부분에는 형광등이 하나씩 매달려 있고,
유리에 '두드리지 마세요'라고 적혀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드려댄다.
그런 환경에서 뱀들이라고 움직이고 싶을까.
원숭이, 너구리 등도 마찬가지.
상자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고개도 들지 않는다.
앵무새들은 나무 위에 올라앉으라고 나무토막을 들여놓긴 했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나무토막이 죄다 옆으로 쓰러져있고, 먹이통과 물통도 비어 있다.
어떤 녀석은 배가 고픈지 먹이통을 열심히 쪼아대더라.
<체험학습>이란 게 대체 뭔가 했더니,
전시장 곳곳에 뱀, 거북, 토끼, 페렛 등등을 올려놓고 아이들에게 한번씩 만져보게 하는거다.
그게 체험학습이란다. 참 나.
그래도 아이들은 제법 좋아하는 것 같긴 했지만,
심지어 동생도 신나했지만,
이런 전시를 꼭 해야하는가 싶었다.
희귀종, 멸종 위기종이라는 그 동물들은 대체 뭔 죄람.
그런 좋지 않은 환경에서 몇 주일이나 고생을 해야 하다니.
그러다 죽지 않을까 오히려 걱정이다.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동물을 보여주고 싶겠지만,
꼭 이런 방법이어야 할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에휴.
전시장에선, 사진에서처럼 쌩쌩해보이는 놈들이 거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