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에코 아저씨. 이런 글도 쓰시나. 재미있고 깜찍하긴 하지만 딱히 '에코' 라고 말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대신 에우제니오 카르미의 그림이 허전함을 달래준다. 그의 그림에서 딱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엄마. 이런 엄마, 이상하잖아.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모르겠는데, 나로서는 이해 불가.

 언니에게 인형을 빼앗겨 정말 정말 화가 난 소피는 불같이 소리를 지르다가 집을 나가서 몇 시간 놀다 들어온다. 화는 다 풀렸고, 저녁 먹을 준비를 하던 가족들이 반갑게 소피를 맞아준다.

우리나라 엄마 아빠의 상황에 비춰 몇 가지 궁금한 점.

첫째, 아이가 화내다가 집을 나가서 몇 시간 째 안 보이는데, 엄마 아빠는 걱정도 안되나? 맘편히 집에서 밥 하고 웃고 있을 수 있나?

둘째, 아이가 언니에게 양보하기 싫어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면 엄마가 좋게 타이르는게 아니라 야단치지 않나?

셋째, 아이들은 소피처럼 좀 지나면 그냥 화가 풀리나?

아이를 길러보지 않고서야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음. 하여간 소피의 표정은 무진장 귀엽다.

 

 70년대 생인 나로서도 알 수 없는 옛날 산골짝 마을의 이야기. "세상과 나를 찾아가는 당당한 10대" 라고, 10대를 위한 시리즈를 만든 모양인데, 요즘 10대들이 이런 내용의 책을 좋아할까, 이 책 팔릴까, 염려스럽다. 뭐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긴 하다만.

 송지연이라는 화가의 그림들이 아주 좋다. 종이 조각을 잘라 붙여서 만들어낸 산, 꽃, 불, 바람 등의 이미지는 정겨우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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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9-04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인 엄마 아녀요, 지구인 엄마여요. ㅎㅎ
글구, 전 그냥 서점서 봤어요.
서점서 보구 괜찮으면 사려고 했는데, 안 사기로 결정.
아, 이런 말 하면 안되는 건가. -_-

sudan 2005-09-0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큭. 저 엄마 무지하게 마음에 들어요.(웃다가 뒤집어짐)
서재 이미지도.(볼수록 재미있음)

urblue 2005-09-0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취향 특이한 수단님. -_-

sudan 2005-09-0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익. 제 취향의 글을 적으시는 분이 그런 말씀을. -_-
이런 엄마, 이상하잖아 → 압권이었어요.

urblue 2005-09-0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취향이었나요? ㅎㅎㅎ

로드무비 2005-09-05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과 블루님의 대화를 엿보노라면 아주 즐겁습니다.
수단님, 저도 님 취향에 약간 포함되죠오?^^

질문에 대한 답.
첫째 둘째 질문은 '그럴 수 없다!'
세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
아이들은 단순해서 금방 풀어져요.
눈꼬리에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웃으면서 엄마에게 안긴다니까요.
마이 도러 경우는 그래요.^^

2005-09-05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9-05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5-09-05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오늘 다른서재에서 urblue님 글씨를 보고야 말았어요.
재미있는 글씨체의 소유자이셨더군요. 씨익.

urblue 2005-09-0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이에요, 으악!
재미있는 글씨라뇨.
워낙 악필이라 손에 펜 잡는 것조차도 싫어한다구요. -_-;

sudan 2005-09-05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나. 글씨 때문에 그 페이퍼에 추천 눌렀는데.(웃음 꾹)

urblue 2005-09-0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지마요! 흥!
 

 <Why is Sex Fun?>이라는 재밌는 제목을 두고 <섹스의 진화>라니.

여타 포유류는 물론 영장류 내에서도 특이한 성생활을 즐기는 동물, 사람의 성적 특성이 어떻게 진화되어 현재에 이르렀지를 말한다.

여자보다는 남자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더 재미있다. 예를 들면, 남자도 여자와 동일하게 유선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수유가 가능하단다. 남성 수유의 잠재적 이익(남성의 이익)은 어마어마하고, 오늘날의 인간만큼 남성 수유를 현실화하는데 적합한 종이 없으니 이제야말로 남성 수유를 실현할 때라고 한다. 일단 아기를 낳기는 여성이 낳아도 남성이 수유를 함께 할 수 있다면 진짜 멋질 것 같다!

"남자들이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하는 질문이 인류학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내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이유를 캐거나 남성의 음경이 실질적 기능 보다는 남성성의 신호 기능을 더 많이 하는게 아닐까 하는 진화론적 물음도 제법 타당해보인다.

<총, 균, 쇠>보다 훨씬 가벼우니(내용도 분량도)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키득키득. 궁금한 건, 이건 가끔 페이퍼를 보면서도 생각했던 건데, 과연 저자가 의도적으로 유머를 구사한 건지, 그냥 쓴 건데 그런 효과를 내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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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09-03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의 수유라니 정말 굉장하겠어요. 누군가 제발 진짜 방법을 알아내서 실현이 되었으면.... 그럼 이 세상에 전쟁도 좀 적어지지 않을까? ^^

비로그인 2005-09-03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수유의 잠재적 이익이라... 뭔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그럼 그렇지, 뭔가 실질적 이득이나 있어야 수유라는 것을 하기나 하겠지'란 생각도 드네요. 그나저나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말은 ... 프로락틴이 젖분비 외에 남성의 정낭발육과 관련이 있는 호르몬인데... 그럼 수유할 때마다 발기가 강화...? 된다는 것인지... 그게 잠재적 이익이라고 하던가요? 아, 왜 이렇게 빈정거리게 되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하여튼 모유수유는 고된 작업입니다. 여성에게도 물론이고 남성에게는 더더욱...

비로그인 2005-09-03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인데, 댓글이 그래서 미안혀요.... 저는 사이렌이 둘이나 달려서 늘 질주하는 엠뷸런스처럼 대기상태니, 이렇게 잠깐 들어와 빈정거린 글을 남기면 기분이 혹시 오래 나빠질까봐, 또 댓글을...잘 지내세요, 블루님.

마냐 2005-09-0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진짜 재밌는 제목을 뭣땀시!! 암튼, 진짜 재밌을거 같슴다. 오호호. 남성의 수유는 진짜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군여. 바람돌이님 말마따나, 세계평화에도 유용할 것 같슴다.

urblue 2005-09-03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일단 쉽게 읽힙니다. 뭐 진화론을 쭈욱 설명하는 부분이야 다 따라잡지 못한다고 해도 그냥 사례 중심으로 읽어도 괜찮구요. 가끔 키득키득하게 만들기도 하구요. 저 시리즈 중 다른 것도 사려고 해요.

처음과끝님, 수유에 관해서야 저로서는 할 말이 없네요. 아직 제가 경험해 본 일이 아니라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 알지도 못하고, 뭐 남자나 다를 바가 없지요.
에, 프로락틴이라든가 이런 건 잘 모르겠구요 -_-;, 저자가 말하는 잠재적 이익이란 건 보통은 여성만이 가지게 된다는 아이와의 친밀한 관계라든가 하는 그런 겁니다.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양육에 더 몰두할 수 밖에 없도록 프로그램되었는데, 그런 진화 과정을 거스를 수 있는 건 인간밖에 없다, 수유는 할 만한 일이다, 뭐 이런거죠.
시간 되시면 직접 읽어보시고 한 말씀 해 주시기를! ^^

바람돌이님,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에서 마태우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남자가 임신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애 낳는게 힘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수유도 마찬가지구요. ^^

urblue 2005-09-0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 다녀가셨네요. ^^
아마 저 제목을 제대로 번역해서 말 만들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그래서 쉬운 제목으로 바꾼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ㅎㅎ

sudan 2005-09-03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의 모유 수유는 좀.

클리오 2005-09-0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는 여자가 낳고 남자가 모유('부유'가 되는건가요? ^^) 수유를 할 수 있게 된다면, 남녀간의 육아책임 비중이 조금은 바뀔 것 같습니다. 혹시 그렇다면 이제는 정말로, 모유보다 더 좋은 분유가 나올까요? ^^

urblue 2005-09-03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그럴수도 있겠군요. 혹시라도 그러면 여자들이 캠페인이라도 벌여야죠, 아무리 그래봐야 '부유(?)'가 몸에 좋습니다, 부유를 먹입시다, 라고. ㅋㅋ

수단님, 왜요? 전 좋을 것 같은데. ^^
 

 오늘 아침부터 조금 전까지 뚝딱 읽었다. 230여 페이지, 많지 않은 분량의 이 책은 그러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 위기의 내용을 진단하는 장하준, 정승일 두 교수의 의견은 상당 부분 놀랍다. 장하준 교수의 경우, 지난해 읽은 <사다리 걷어차기>로도 이미 파악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성장론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정승일 교수의 입장도 별 차이가 없다. 두 사람이 얘기하는 내용은 걸린 이름만 틀릴 뿐 동일하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박정희식 개발 독재와 재벌 구조는 경제 성장을 이루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 보호주의, 재벌을 통한 과감한 투자가 아니었다면 기술이 일천한 한국과 같은 나라가 60년대로부터 현재의 경제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충분하지 않다. 한국은 이제 소득 수준 1만불 밖에 되지 않으므로, 일본 수준의 3~4만불에 이를 때까지는 성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경제의 위기를 진단하고 개혁을 논하는 진보/ 개혁세력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진보/ 개혁 세력은 무조건 박정희에 반대하느라 시장 우선의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그러한 신자유주의/자유주의의 논리로는 경제 성장도 분배도 이룰 수 없다. 박정희식 개발 독재와 재벌 구조에서 비민주적인 내용은 틀림없이 잘못된 것이지만, 비자유주의적인 요소를 구별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은 스웨덴이나 핀란드 식의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거칠게 요약되어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성장 우선론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독재와 재벌, 주주 자본주의, 국가와 노조의 역할, 한국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 등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fact)을 파악하는데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이들 대담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경제/사회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 대타협'을 전제로 여러 세력들이 의견을 나누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의 정책 개발자들은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고 토론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뉴스를 볼 때 과학 관련 기사는 거의 읽지 않는다. 읽어봐야 무슨 말인지 모르니까. 간혹 읽는대도 그저 눈으로만 훑을 뿐 기사의 내용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내 의견을 말하는 일도 절대 없다. 그냥 그렇군 넘어간다.

 저자는 언론매체에 실린 과학 관련 기사들을 뽑아놓고 그 기사들이 어떻게 이루어져서 유통되는지 조목조목 따져들어간다. 배아 줄기 세포니 블랙홀이니 하는 진짜 '과학'스러운 문제들부터 편도선, 암 등의 건강 관련 문제들까지, 각종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신문 기사들이 어떤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독자에게 강요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과학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노력해야하고, 그걸 보는 독자들도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말씀.

저자의 지적 중 한가지. 흔히 뉴스에서 볼 수 있는 기사들 중 하나가, 어떤 어떤 연구가 되어 미래에는 수퍼 농산물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는 내용인데 그런 기사를 숱하게 들으면서도 그게 유전자변형농산물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나만 그렇지는 않았겠지, 설마─ -_-

 

 제목만으론 안봤다고 생각했는데, 몇 페이지 넘기다가 몇 년 전에 이미 본 것임을 확인. 그럼 그렇지,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내가 안 보고 넘어갔을 리가 있어, 라는 어이없는 생각 따위나 했다.

 후배가 꾸준히 밀고 있는 작품이라는데, 상사라나 동료라나, 마이너 취향이라고 하더란다. 이런 작품을 마이너라고 한다면 도대체 메이저 취향이란건 뭐냐, 라고 혼자 볼멘 소리.

 

 

 

 

 

여태 이런 만화도 안 보고 뭐한거냐. 폐쇄자를 보며 했던 어이없는 생각, 여기서 취소.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세세한 내용을 전부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내용의 여백이랄까, 그저 짐작으로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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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오 2005-08-29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이렇게 다 좋은 책만 읽으시다니요.... 저도 꼬옥 빨리 도전해보렵니다... ^^

sudan 2005-08-2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쇄자를 마이너 취향이라하는건 동성애코드 때문이겠죠.
박희정의 만화는 스타일리쉬한 그림체때문인지 그닥 정이 안 붙는데, 저 호텔아프리카만은 예외에요. '내용의 여백' 딱 그거네요, 정말.
그리고, 유전자변형농산물로 말씀드리자면, 그 설마가 맞는거 같은데요? -_-; 수퍼 농산물 하면 다들 그걸 떠올리지 않나... 으음.

날개 2005-08-2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그렇죠, 폐쇄자를 안 봤을리가 있나요....^^
근데, 호텔 아프리카는 여태까지 안보고 뭐하셨어요? ㅋㅋ

아영엄마 2005-08-29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가 그립네요.. 날개님, 저는 아직 못봤는데...^^*

2005-08-30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瑚璉 2005-08-3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은 저는 저 위의 '과학은 열광이 아니라~'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았어요. 언젠가 저 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봐야 할텐데...

urblue 2005-08-30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戶庭無塵님, 전 에에, 그랬어? 이러면서 읽느라고 사실 다른 생각도 못했습니다. 저자가 과학 기사를 똑바로 봐야 한다고 말했는데, 저는 그런 사람의 책을 과학 기사 보듯 보고 만 것이지요. ^^;;

아영엄마님, 호텔 아프리카 아주 좋았습니다. 얼른 보셔요. ^^

날개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호텔 아프리카도 안 보고 대체 뭘 했을까요? 우웅.

수단님, 진짜로 저만 그랬을까요? 으흑.

클리오님, 좋은 책은 클리오님이 다 읽으시면서 그러십니다. ㅎㅎ

2005-08-30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숨은아이 2005-08-30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폐쇄자, 읽고 참 좋아했던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요. 다시 봐야겄다...  ̄∇ ̄; 그나저나 저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저자들, 쌀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urblue 2005-08-30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쌀 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현재와 같은 시장 개방에 반대 입장이랍니다. 장하준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에서도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보호주의를 채택해야 한다고 했지요. 한국은 지금 이거저거 다 개방하는 시장 우선 논리를 따를 때가 아니고 오히려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 사회에서 발명품이 수용되는데 미치는 요인들 中 

 

타이핑된 문서라면 거의 다 그렇듯이 이 책도 역시 QWERTY 자판─윗줄 왼쪽의 여섯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으로 타이핑한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같은 자판 배열은 1873년에 역공학(逆工學)의 산물로 태어났다. 즉 온갖 수단을 다 발휘하여 타이핑 속도를 최대한 늦추도록 고안된 것이다. 이를테면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들을 자판의 각 줄에 두루 흩어 놓았고 주로 왼쪽으로 몰아 놓았다(이렇게 되면 오른손잡이들이 서투른 왼손을 쓸 수밖에 없음). 이렇게 일견 비생산적인 듯한 자판을 설계한 이유는, 1873년 당시의 타자기는 인접한 글자들을 연달아 빠르게 치면 글쇠들이 엉켜버렸으므로 제조업자들이 타자수들의 타이핑 속도를 늦춰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타자기가 개선되어 이 엉키는 문제가 해결되었다.

 

1932년에 능률적으로 다시 배열된 자판을 시험해 본 결과 타이핑 속도는 두 배나 빨라지고 타이핑에 드는 힘은 95%나 감소되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QWERTY 자판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뒤였다. 그 동안 QWERTY 자판을 사용하던 수억의 타자수, 타자 교사, 타자기와 컴퓨터 제조업자 및 판매원 등의 기득권 때문에 그로부터 6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자판의 능률을 추구하는 움직임들은 계속 좌절당하고 있는 것이다.

 

QWERTY 자판에 대한 이야기는 우스꽝스러울지도 모르지만, 비슷한 경우이면서도 경제적으로 훨씬 더 심각한 결과가 빚어지는 일도 많았다. 가령 트랜지스터는 원래 미국에서 발명되고 특허까지 받았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일본과의 국제 수지가 피해를 입을 정도로 트랜지스터화된 전자 소비자 제품의 세계 시장을 일본이 장악하고 있을까? 왜냐하면 그 당시 미국의 전자 소비자 제품 업계는 한창 진공관 모델을 양산하고 있었으므로 자기들이 만든 제품과 경쟁하게 되는 것을 꺼렸고 그때 소니사가 웨스턴 일렉트릭사로부터 트랜지스터의 제조 허가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미국과 독일의 도시들이 도로의 조명을 전기로 바꾼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왜 영국의 도시들은 1920년대까지 가스를 사용하고 있었을까? 왜냐하면 영국의 각 시 당국이 가스 조명에 이미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그것과 경쟁하는 전기 조명 회사들을 규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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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08-25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꺼운 탓도 있지만 몇달째 아직 완독을 못한 책이에요. 재미도 있는데 왜 후딱 못읽는건지 나 참. -_-;;

urblue 2005-08-25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토요일부터 잡고 있는데 이제 400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내일까지는 끝내야지! 마음먹고 있어요. 과연 -_- 이긴 하지만.

sudan 2005-08-2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오래전부터 보관함에 있던 책인데.
전 그냥 여기에 올라오는 거 읽은걸로 읽은 셈 칠거에요.

urblue 2005-08-25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셈 치기엔 좀 짧지 않나요? ㅎㅎ

플레져 2005-08-25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핑에서 보고는...블루님 앤 이름인 줄 알았네요.
총, 균, 쇠! =3 =3

urblue 2005-08-2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플레져니임~ 앤한테 말해줄게요.

panda78 2005-08-25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 놓고는 겉장만 보고 있는 책이에요. 언제쯤 손에 들고 읽을런지.. 한번 밀리면 수습이 안 된다니까요. ^^;;;

sudan 2005-08-2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좀 더 올려주시라~ 이 말씀이죠.

바람돌이 2005-08-25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가는 책이긴 한데 아직 엄두가 안나서리.... 님의 리뷰 마저보고요. 근데 저 책장에 있는 책들이 저를 원망하는 눈길로 쳐다보네요. ^^

urblue 2005-08-2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님, 저도 꽤 오래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어요. 워낙 두께가 있어서 읽는데 꼬박 1주일 걸렸네요. 님은 책을 빨리 읽으시니까 일단 손에 잡기만 하시면 금방일텐데요. 빨리 꺼내셔요. ^^

수단님, 바람돌이님, 저 문학적 인간이라 이런 거 리뷰 못 쓴다구요~ 흑.

sudan 2005-08-26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 문학적인거 인정. 제가 바라는 건 독서일기나 밑줄긋기 정도에요.
 

휴가라고 집에 가서 한 일이라곤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먹다 지치고 자다 지치면 책 보고.

 

  놀라운 SF랄까. 소설에 등장하는 물리학이나 수학의 원리 같은 것들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읽다보면 그 원리들과 연관하여 소설이 제기하는 문제 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이 책 자체가 커다란 화두라고 했던데, 동의한다.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방식의 변화. 거기다 재미까지. 굉장하다,라고 생각했다. 조만간 다시 읽을 계획.

 

 

  보네거트에 대해선 판단 유보. 특별한 재미는 느끼지 못했다. 전쟁도, 트랄파마도어인들의 시간에 대한 개념도, 파괴가 불가피한 것이니 좋은 시간에 집중하라는 그들의 충고도 별 감흥을 주지 않는다. 너무 늦게 읽은건지. <고양이 요람>이나 <타이탄의 미녀>를 읽어볼까.

 

 

  가져간 두 권을 다 읽고 사촌 동생의 책장에서 뽑아왔다. 책이라고는 전혀 읽지도 않는 앤데 웬일로 이런 책을 봤나 했더니 레포트용이었단다. 그럼 그렇지.

  한때 꽤나 주목을 받았던 책답게 재미있다. 베르메르의 그림 속 인물들과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에 대한 작가의 상상이 그럴 듯하다. 공기의 울림에서, 코끝에 스미는 익숙한 향기에서 느껴지는 17세기식 사랑, 과묵한 예술가의 이기적인 사랑의 방식, 아내의 질투가 실감나게 살아난다.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한 영화도 봐야겠다.

 

  어느 성의 영주와 떠돌이 악사에 얽힌 다양한 사랑 이야기.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치곤 좀 평범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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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8-2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네 권 다 제 보관함 속에 있는 책들이네요.^^

2005-08-21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5-08-21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귀고리소녀 영화도 꼭 보셔요^^

urblue 2005-08-2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요시나가 후미는 어제 만화방에서 봤어요. ^^

실비님, 넵, 그러지요. ^^

sudan 2005-08-21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드디어 테드창의 팬이 되셨군요. 굉장하죠?
보네것은 [갈라파고스]로 시작했는데, 특규의 장광설과 농담에 질려하다가 마지막에 확 감동해버렸던 기억이 있죠. 만약 저랑 같은 경험을 하신다면, 보네것의 팬이 될 수 있을거에요. [타이탄의 미녀] 추천.
그런데, 전 요시나가 후미는 영 별로던데.

Phantomlady 2005-08-2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보관함에 담습니다 ^^
'진주 귀고리 소녀' 영화는 책보다 좀 별로죠..

urblue 2005-08-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nowdrop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정말 멋집니다. 꼭 보세요. 영화야 원작 소설보다 나은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 그러려니 하죠 뭐. ^^

sudan님, 테드 창은 지나치게 적게 쓰는게 문제가 되겠어요. 기다리다 목 빠지는거 아닌지. 보네것은 한번 더 시도해 보죠.
왜요, 요시나가 후미도 나름 귀엽던데. ^^

瑚璉 2005-08-22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네컷은 영 아니었지만 요시나가 후미는 팬입니다요. 그리고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정말 훌륭하지요.

urblue 2005-08-22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취향이 다 다르죠? ^^
저도 서양골동양과자점이랑 사랑해야 하는 딸들이랑 아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