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서 큰길로 나가면 도로에 지금 현재 물이 어느 정도 있는지 전광판에 보이게 해서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런데 그 전광판이 오늘 보니까 없어졌어요!! 이틀 동안 비가 많이 오긴 했나 봐요. 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사실 처음엔 거기에 쓰여있는 숫자를 보고 두려움을 품긴 했지만, 것도 매일 보니까 그런 경각심이 점차 줄어들어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게 되긴 했는데 어쨌든 비가 와서 한고비 넘겼어요.


그리고 비가 오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역시 비온 다음 날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죠!! 


구름이 꼭 토이스토리니 뭐 그런 애니메이션이나 동화 세상에 나올 법한 그런 구름 아닌가요? 사진을 꾹 눌러서 저 산과 경계인 부분의 작은 구름을 보세요. 오묘하지 않나요?? 


여긴 저희 옆 동네인데 하얀 구름 밑으로 먹구름이 보이는 굉장히 특이한 구름도 봤어요. 어찌 된 영문이지 모르지만, 요즘 저런 신기한 구름이 자주 보여서 햄볶아요. 이렇게 구름에 환장하는 절 보면 아직 철이 많이 안 들었나 싶기도 하고, 그게 좋은 거지 싶기도 하고,,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도 곧 바빠지게 될 테니까 이렇게 멈춰서 사진을 찍을 횟수도 점점 줄어들겠죠. 이렇게 할 수 있을 때 즐겨야죠, 많이 많이.ㅋㅋ



사계절 출판사에서 아주 이쁜 책이 나왔습니다.

저는 사계절 출판사를 좋아하는데 이유는 역시 사람 때문이에요.


네 사람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다른 시각으로 쓴 커피, 양말, 아침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커피, 양말, 아침 이야기를 궁리하게 된다. 빙 둘러앉아 소곤소곤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던 네 명의 작가가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옆으로 자리 하나를 내어주는 다정한 권유를 담은 책이다.


-알라딘 책소개




네 명의 작가가 같은 단어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쓴 글이라고 하네요. 제목처럼 다 일상적인 단어에요. 매일 우리가 만나는 단어들. 알라딘에서도 이런 프로젝트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딱 제 마음을 누군가 훔쳐본 것 같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알라딘에 이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글을 몇 번 올린 적이 있기 때문에 전혀 훔쳐본 건 아닌데, 제 나이가 되어 피아노를 배운 사람의 글인 것 같아요. 


"뭘 배우기엔 이제 너무 늦었어’라고 고개를 젓는 이들이라면, 일독을 권한다"는 소개 글이 있어요.

뭘 배우기에 늦은 나이라는 것은 없다고 믿습니다. 저희 병원에 ER에서만 50년 넘게 근무하시던 할머니 간호사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어요. 그 할머니가 돌아오신 곳은 저희 차지 널스 옆자리인데 저희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돌아오셨어요. 며칠 전, 저희에게 오시더니 "우리 시스템에 있는 ***가 뭐냐?"고 물어보시는 거에요. 왜냐하면 모르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요. 사실 우리도 늘 궁금했지만 사용하지 않으니까 누구 하나 물어 볼 생각을 안 했는데 이제 75살인 그 분이 여기저기 물어서 결국 저희에게 알려주셨어요. 그분의 행동을 통해서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저는 그 이후로 그 할머니 간호사가 참 멋진 분이라고 느끼게 되었고요. 늙었다고 가만히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묻고 알려고 하고 하는 모습이요. 어쨌든 이 책도 전자책으로 나오면 읽고 싶네요. 


저는 DNP 과정 중에 두 가지를 신청하려고 해요. 하나는 Adult/Gerontology Primary Care와 다른 하나는 Family Practice입니다. 중환자실에서 일하면서 노인들을 돌보는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이 생겼지만, 이제 노인이라는 나이의 기준이 변경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언젠가 여러 전문가들의 공통된 노력으로 언젠가 세계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왕이면 좀 빨리 바뀌면 좋겠어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저 역시 나이 들고 있기 때문에 미리 내게 닥칠 문제들을 고민하고, 배우고, 연구하고 하는 것이 미래에 나에게 투자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런데 요즘 나이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죠? 그만큼 사람들이 노후에 대한 관심이 늘고, well being을 추구하는 것이 한 이유가 되겠죠.


생각해 보니 뭐가 그리 급했는지 저는 40대에 50대에 대한 책을 읽었고, 이제 50이 되어서는 노인에 대한 책을 읽고, 그 연령대를 돌보는 전문 간호사가 되고 싶어 하고 있네요.^^;;

이 책은 그런 의미로 어떤 책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물론 제목은 좀 유치하지만요. 


뇌 인지기능의 오랜 보존을 위해, 혹은 건강과 장수를 위해 실천해야 하는 여러 매뉴얼이 있지만, 특히 저자는 ‘관계적 행복론’에 근거해 에이징의 해법을 풀어간다. 즉 현재 50살인 사람이 30년 후의 자신을 예측함에 있어 가장 큰 변화 인자로 꼽는 것은 콜레스테롤 레벨이나 자산의 수치가 아니라, 다름 아닌 현재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만족도였다. 그리고 이 판단은 주관적 행복론이 아니라 무려 84년간 이어진 대규모 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진 바이다.


-알라딘 책소개


오늘도 써야 하는 것은 안 쓰고 알라딘에 들어와서 기승전새책;;;; 내일 아침 6시 출근이라 이만 총총


Dan + Shay - Glad You Exist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2-11-10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서 이제는 돌봄의 미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가 된 것 같아요.
저도 몇몇 출판사 책들은 신간 나오면 눈여겨봅니다. 곧 바빠지신다니 라로님 힘내세요!

라로 2022-11-12 16: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한국도 이제는 가족의 형태(?)가 변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가족에게만 돌봄을 의지할 수는 없죠.
신간이 넘쳐나는데 다른 분들이 그중에 어떤 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가도 관찰하면 재밌는 것 같아요.
거리의나무님도 연말 지치지 않고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2-11-10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비가 온 다음에는 날이 참 멋집니다.

기승전새책 ㅋㅋㅋ

전 발자크 평전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발자크의 책들을 사대고 있답니다.

오늘은 <골짜기의 백합>과 절판된
<인생의 첫출발>을 땡겼습니다.

두고두고 읽겠습니다. 책 고만 사야지 -
(고진말)

라로 2022-11-12 16:52   좋아요 2 | URL
그죠!! 비가 깨끗하게 물청소를 해줘서 그럴까요?^^;;

전 발자크 읽으면서 딱 두 권 샀어요.^^;;
근데 매냐님이 늘 앞서가시니
좀 기다렸다가 매냐님이 좋다시는 책을
읽으려는 심보가,, 꽁으로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죠,,^^;;

저는 그렇다쳐도 매냐님이 책 고만 산다는 말은 진짜 고진말,,ㅋㅋㅋ
 

직접 아이를 구하러 갈 수영 실력이야 될 리 없는 나는 혼비백산해서, 다급히 사공을 찾아 배를 놓아 아이가 놀라지 않을 만큼은 간격을 두고 뒤따라가 달라고 부탁했다.

세상은 언제나 내가 두렵게 그 앞에 섰던 큰물 같았다. 두려우면서도 세차게 마음을 끌며 나를, 우리를 불렀다. 그러나 두려움을 이기며 내 스스로 헤쳐가야 하는 곳이자, 헤쳐갈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모질게 공부만 하는 작고 여린 딸이 안쓰럽고 헤어질 때는 서운하다. 그러나 든든하다. 그렇게 어렸을 적에도 제법 큰 강 하나를 건너보았는데, 마음만 먹으면 세상의 무슨 강을 이제 어떻게든 못 건너겠는가.

남을 배려하며 사회의 일원이 되는 첫 걸음을 가르쳐야 하는 곳이 유치원 아닐까.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줄 서는 법, 문 여닫는 법, 남을 위해 문을 잡고 기다려주는 법 같은 걸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세상에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정말 가르쳐야 할 것들이 있다. 우선 제 앞가림하는 것을 가르쳐야 하고, 아이들 마음속에 뜻이 자리 잡도록 기다려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뜻이 있으면 공부는 자기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에 금방 된다. 남이 공부를 가르칠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고, 마음속에 없는 뜻은 남이 절대로 불어넣어줄 수 없다. 이 세상에 발붙이고, 이 험한 세상을 제 힘으로 헤쳐나가게 하자면 남을 밀쳐내는 것이 아니라 배려하고 서로 도와야 하는 것임도 가르쳐야 한다.

자기가 아니면 그 일이 안 되어 세상 한 귀퉁이가 결정적으로 빌만큼
그 일을 꾸준하게 즐겁게 해내는 지혜는
스스로의 구원이고 또한 세상의 구원이다.

해야 할 일투성이인 세상에서는 눈만 돌리면 어디든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자기가 아니면 그 일이 안 되어 세상 한 귀퉁이가 결정적으로 빌만큼 그 일을 꾸준하게 즐겁게 해내는 지혜는 스스로의 구원이고 또한 세상의 구원이다.

일의 보람도 필요하거니와 다들 너무 힘들게 살아가니 남의 일도 조금 도와주는 순간이 있으면 그 또한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일로써 주변을 가꾸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터가 넓어진다.

세상은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들과 가련한 사람들로 갈라져 있는 것 같다.

남편은 또 무슨 수로 자기 일도 다 하고 밥도 다 짓는 만능인간이 되겠는가.

노동을 익숙한 것으로 만들고 거기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아 느낄 줄 아는 것, 그렇게 하도록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일이야말로 삶의 기본 중에서도 기본, 삶의 지혜 중에서도 지혜이다. 그 성취로 사람이 땅에 발붙이고, 그 보람으로 날아오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갖추어주어야 할 두 가지. 괴테가 요약했다. ‘뿌리와 날개’라고. 우리의 상황으로, 현실로 아주 낮추어 ? 사랑이야 기본에 두고 ? 의역해 본다. 노동과 격려일 것 같다. 노동이라고 한 마디로 요약할 수도 있겠다.

걸음걸이를 배울 때, 엎어지고 멍이 들어도 제 힘으로 다시 일어나야 하듯 세상만사를 그렇게 터득해 가기를 바랐다. 처음부터 그저 제 힘으로 걸어갈 때까지만 조금 보살펴준다는 생각이었다. 세상 무엇 하나 손 붙들어 도와준 일이 없다.

그런데 처음 독일에 공부하러 갔을 때, 그곳 사람들을 보며 놀랐었다. 내가 놀란 것은 그 유명한 독일인의 근검성 자체가 아니었다. 근검함이 어려운 시절을 살아남은 세대에 그치지 않고, 고생 모르고 자랐을 ‘잘사는 나라’의 젊은 세대의 몸에도 배여 있다는 것과 그런 근검함이 결코 구차하지 않고 참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벼룩시장에도 자주 갔었다. 물건이 싸기도 했지만, 어른도 꼬마도 쓰던 물건을 정갈스럽게 손질해서 내놓고 팔며, 말만 잘 하면 그냥 주기도 하는(발이 작은 나는 아이들 헌 구두를 많이 얻었다) 그 분위기 자체가 잔치 같았기 때문이다.

그사이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의식 변화의 당연한 귀결로 환경의식이 많이 높아졌다. 분리수거 등은 비교적 잘 되는 반면, 쌓이고 또 버리는 것이 그 이상으로 많아져버린 것 같다. 남들이 사는 물건 사고, 또는 남들 따라 사고 싶어 안달만 낼 뿐, 참으로 많은 물건들을 함부로 내버리는 시대 ? 저렇게 함부로 내다버리는 물건들처럼 사람마저도 가치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내버려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두렵다. 청승맞게도 자꾸, 황량한 땅에서 살아갈 아이들의 메마른 마음을 생각하게 된다.

조약돌이 반짝인다. 그 반짝임 속에서 여러 해 지나지 않아 내 눈에 어릴 눈물을 미리 생각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고모부들은 마치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말없이 텔레비전 뉴스만 바라보았습니다.

"선생은 어머님께 얼마 만에 한 번씩 찾아갔습니까? 딱 그 주기에 한 번씩 선생 어머님 마음에도 불이 켜졌겠지요. 여기도 이승과 똑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그러니까 그때부터가 맞았다. 기준 씨의 영혼이 삶의 바닥을 치고 일어나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하는 착각, 즉 자기 자식에 대한 이유 없는 확신과 신념 속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자들은 기분 좋게 대해 주지 않고 계속 거리를 유지하면 종종 가당치도 않게 군다니까요.

"아! 남자들은 그런 허세를 부리곤 해요. 남자들이란 세상에서 가장 허풍쟁이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잘난 줄 안다니까요. 아, 참! 그런데 수백 번도 더 생각했으면서도 당신한테 물어본다는 걸 이렇게 까먹어요. 혹시 남자들의 얼굴색 중 어떤 걸 좋아해요? 잘 태운 검은색, 아니면 뽀얀 색?"

"그래도 조금만 기다리면 두 남자와 마주칠 염려 없이 갈 수 있을 텐데요."
"정말로 난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 남자들에게 관심을 보여 주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런 관심이 남자들의 버릇을 망치거든요."
이렇게 말하는 마당에 캐서린은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따라서 소프 양이 자신의 자립성을 보여 주고 남성의 오만을 꺾어주겠다는 단호한 결심에 따라, 그들은 가능한 한 빠른 걸음으로 두 명의 젊은 남자를 따라잡기 위해 즉시 출발했다.

그는 중키의 건장한 젊은이였는데, 평범한 얼굴에 경박한 모습이었다. 마치 그는 단정한 복장을 하지 않으면 너무 잘생겨 보일까 봐 두려워하며, 정중해야 할 곳에서는 편하게 굴고, 편하게 굴어야 할 곳에서는 뻔뻔하게 굴지 않으면 신사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보다시피 쌍두마가 딸려 있고, 좌석과 트렁크, 칼꽂이, 흙받침대, 램프, 은테 장식하며 모든 게 구비되어 있어요. 쇠로 만들어진 부분은 새것이나 진배없어요. 아니 새것보다 더 나아요. 그런데 50기니를 달라더군요. 그 자리에서 돈을 던져줬고, 마차는 내 것이 되었죠."

그래서 밀섬 거리에서 그녀의 기분을 거슬렀던 두 젊은 남자 곁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그녀는 그들의 시선을 끌려고 하지 않았다. 단지 세 번 뒤돌아보았을 뿐이었다.

그는 여동생의 안부를 물으면서 둘 다 점점 더 못생겨진다고 한마디 했다.

캐서린이 좀 더 성숙했거나 허영심이 있었더라면, 그런 공격에 넘어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아직 어린 데다 소심한 면까지 있어서,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말과 무도회 파트너로 일찌감치 낙점된 것이 주는 매력에 홀랑 넘어가지 않을 만큼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우돌포』의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조하면서도 한껏 신경이 곤두서고 겁에 질리게 만드는 상상력의 사치를 맘껏 누렸다.

가는 도중에 떠오르는 온갖 이야기들을 서로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많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애정에 찬 미소와 꼭 쥔 손으로 말을 대신했다.

캐서린은 약간 실망했지만 반대하기에는 성격이 지나치게 좋았다.

사실 타인의 불미스러운 행동 때문에 자신이 비참해진 이런 상황이야말로 여주인공에게 전형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이런 상황 아래서도 꿋꿋한 모습이 그녀에게 품위를 부여해 주는 법이다.

틸니 양은 아름다운 몸매와 예쁜 얼굴, 호감 가는 얼굴색을 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눈에 띄는 가식도, 소프 양처럼 두드러지게 유행을 타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훨씬 더 우아했다. 그녀의 태도는 양식 있고 교양 있게 자란 표가 났다. 지나치게 수줍어하지도 부자연스럽게 대범한 척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젊고 매력적이었으며, 무도회장에서 주변으로부터 주목받으려고 안달하지 않았고, 과도한 기쁨을 과장하지도 않았으며, 사소한 일들이 일어날 때마다 한없이 초조하게 굴면서 짜증을 부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농담을 이해할 수 있는 집안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주장과 뻔뻔한 거짓말, 과도한 허영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집안에서 자라지도 않았다.

소프 씨가 정확한 통찰력을 발휘하는 데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태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때 본질을 더욱 모호하게 하는 데 오히려 능숙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제 남들의 높은 평가와 권위 있는 판단에 상당한 반발을 느끼는 정도에 이르게 되었으며, 그가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불신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운수가 나빴다고 통탄하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잃은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드라이브는 결코 재미있지 않았고 존 소프 씨는 정말 불쾌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보다 더 분명해졌다.

개인적인 자만심을 뽐내지 않고 소박하고 진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드문 장점이었다.

옷에 그처럼 신경 쓰는 것이 마땅한 일은 아닐 것이다. 옷은 어쩌다 눈에 띌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면 오히려 원래의 의도를 망치는 법이다.

옷이란 여성들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일 따름이다. 어떤 남자도 옷 때문에 어떤 여자를 더 많이 흠모한 적이 없으며, 어떤 여자도 옷 때문에 그 여자를 더 좋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남자들에게는 단정하고 유행에 맞는 옷이면 충분하고, 여자들에게는 초라하고 어울리지 않는 옷이 더욱 사람들의 주목을 끌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진지한 성찰들이 캐서린의 평정한 마음을 교란시키는 법은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에서 발견할 것이 책 말고 또 뭐가 있을까? 굿즈? 굿즈는 우연히 알게 되는 것이 아니면 관심이 없고, 커피까지 알라딘에서 주문해 마실 형편도 안 되니 구경하는 건 늘 책. 그래도 자꾸 자제하려는 마음이 앞서서 그런가? 대부분 눈으로 쓰윽 흩고 지나가는데 이런 책은 관심이 간다. 


제목이나 표지는 그닥 끌리지 않지만, 먹는 것은 늘 큰 화두이다.

더구나 어떤 것을 먹을지는 우리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더 건강해지고 싶은가? 더 맑은 정신을 갖고 싶은가? 더 선량한 마음을 갖고 싶은가? <진리의 발견>을 읽는데 마리아 미첼이 그랬다. 


명예에 마음이 흔들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별의 빛에 비하면 메달은 사소한 것이다." 훗날 미첼은 쓴다. "이 세상에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단 하나인데, 그것은 바로 선량함이다." - P55


설마 음식이 그 정도까지 영향을 미칠까?라는 생각을 갖고 계시는 분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시길 권한다. 자기가 먹는 음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면 일단 음식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음식에 대해서 알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인가? 그건 아니고 나는 알지는 못하지만, 환자들을 보면서 느껴졌다. 선천적인 건강은 말 그대로 선천적이지만, 후천적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고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소개 글 중 하나를 보다가 빵 터졌다. 

식사를 할 때마다 세계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이라는 것을 보고. ㅎㅎㅎ 이 글을 쓰면서도 웃고 있다. 나는 식사를 할 때마다 아무 생각이 없지만, 만약 생각을 한다면 식사를 할 때마다 나 자신을 구하고 싶다는 생각 뿐일 것 같다. 어쨌든 식사를 할 때마다 세계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구나 싶긴 하다.  


음식이 우리의 존재 자체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쨌든 앞으로는 내가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고찰이 우선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말은 사실 나에게 하는 말이다. 요즘 아이스크림 너무 많이 먹고 있는 나에게.


음식은 우리보다 앞서 존재하고 우리의 앞을 내다보며,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우리보다 오래 계속될 것이다.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가는 세계와 묶어주는 이 관계는

결국 인류의 가장 큰 희망이다.

―7장 <시간> 중에서


이 책의 원 제목은 How Food Can Save the World이다. 한국 제목과 너무 딴 판이다. 나는 영문 제목이 더 좋다. 어쨌든 음식이 세계를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지를 떠나서 먼저 음식이 나를 구원할 수 있기를. 


캐롤린 스틸은 왜 음식에 주목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함께 생각하고 행동해서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게 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음식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조상이 인간으로 진화하기 훨씬 이전부터 음식은 우리의 몸과 습성, 사회와 환경을 형성해왔다고 캐롤린 스틸은 이야기한다. 음식이 미치는 영향력은 워낙 광범위하고도 심원하기 때문에 그 실체를 제대로 바라보기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자신의 얼굴처럼 익숙하다고 볼 수 있다. 음식은 훌륭한 매개체이자 삶의 질료이며 가장 손쉬운 삶의 비유다. 이렇게 다양한 세계와 사상을 아우르는 포용력 때문에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삶을 변모시킬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알라딘 책소개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의 <사유 식탁>도 읽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의 영문판은 2019년에 나왔구나!! 

영문 표지가 훨 이쁘다.

함께 요리하는 거 좋아하는 딸아이 부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 책을 줘야지.

영문판 표지와 비교하니까 한국어판의 표지는 넘 지저분해 보이고 싸 보인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리의화가 2022-11-09 16: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대충 되는 대로 먹고 있는 저... 반성 좀 해야겠네요. 먹는 게 중요하다고 듣긴 하는데 귀찮다는 이유로 잘 챙겨먹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책만큼 먹는 것에도 진심을 다해야 할텐데ㅎㅎㅎ

라로 2022-11-09 16:45   좋아요 1 | URL
저도 반성하는 의미로 이 책을 생각했어요. 저는 요즘 환자들을 보면서도 아이스크림을 주로 먹;;; 음식에도 진심을 다해야 한다는 말씀 넘 좋아요!! 계속 노력하다 보면 그렇게 되겠죠??^^

바람돌이 2022-11-09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랭 드 보통의 책 한국어판 표지도 좀 아니고, 제목 번역도 좀 아닌듯요. 그냥 원제 그대로 가져오는 것도 괜찮았을듯 하네요. ^^ 식탁에서 세계를 구할 생각은 안하는데 먹는데 저는 진심이라서 먹는것이 인간 행복의 반 이상이라는 생각은 늘 합니다. 그래서 남편을 부리기 위해 항상 그의 입을 신경쓰는 사람이 접니다. ㅎㅎ 입만 신경써주면 나머지 모든 가사노동을 자동로봇처럼 수행하는 남편만들기요. ㅎㅎ

라로 2022-11-10 10:09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바람돌이님이 동의해 주시니 완전 신났음.ㅋㅋ) 원제 좋죠? 저 역시 먹는 것엔 진심인데 아이스크림에 대한 유혹과 케이크,,, 그 것들은 왜 거부할 수가 없기는 커녕, 쟁이고 먹는 것인지... 그런 비결이!!! 두둥~~~~. 남편의 입을 보살펴라!!! 이거 완전 신혼 주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팁 아닐까요??? 입만 신경써주면 나머지 모든 가사노동을 자동로봇처럼 수행하는 남편만들기!!!^^;;; 이거 많은 분들이 읽어야 하는디!!^^

psyche 2022-11-09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떻게 먹을 것인가>보다 원제가 더 좋네요. 어쩐지 <어떻게 먹을 것인가>라고 하면 지루할 거 같은 느낌이.....
저는 먹는데 진심이긴 하지만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을 먹지는 않는 거 같아요. ㅜㅜ

라로 2022-11-10 10:10   좋아요 0 | URL
그죠!! 제목과 표지가 5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좀 실망했어요,, 그래도 저 지은이의 사진은 믿음이 가 보이시긴 해요.^^;; 프님은 그래도 남편분이 손수 많은 음식을 하시잖아요!! 부러워요!!!

레삭매냐 2022-11-10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고불변의 진리이지요.

고저 먹을 게 쵝오다!
안 먹고 사는 사람은 없으니깐요.

이번에 광산에 갇히셨다가 생환
하신 분들도 커피믹스랑 물을
아껴 드셔서 돌아오실 수 있었
다고 하더라구요.

말씀해 주신 대로 책의 원제가
훨씬 더 와 닿네요.

라로 2022-11-10 10:12   좋아요 1 | URL
고저 먹을 것이 최고!!ㅎㅎㅎ

아! 정말 두려우셨겠어요!!
휴~~~ 그런 경험을 하신 분들은
앞으로 다른 인생을 사실 것 같아요.

두 책 모두 원제가 훨 낫죠!
번역이 가끔 깎아먹는 경우가 있어요..

얄라알라 2022-11-10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알라딘에 들어왔는데, 라로님의 이 글이 로그인 페이지에서 바로 보이네요^^ 무슨 기능인지는 모르지만 신기해요.


먹을 때마다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이들 ㅋㅋ빵 터지셨다는 라로님, 저도 마찬가지네요. 먹으면서 우선 저부터 생각하는데요^^

라로 2022-11-10 12:37   좋아요 0 | URL
방가방가 얄님!!!^^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신기한 것 같아요, 저는 안 보였거든요.^^
먹을 때마다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것 너무 피곤할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얌전히 저만 구하는 것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