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태양과 북반구가 이루는 각도로 인해 태양광이 나무에 도달하기까지 대기를 통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다. 그래서 햇살은 황금빛에 가까워지고 작은 단풍잎들은 마치 불꽃처럼 번쩍인다. 나는 한동안 이 빛과 색을 눈에 담고 있다가 황홀함을 느끼며 자리를 떠난다.

새매의 은밀함, 강철 같은 단호함과 불가해함, 울타리와 담을 넘어 나무 사이로 솟구쳐 날아오르는 습성 때문에 새매를 목격하는 것은 허공을 맴도는 황조롱이를 보는 것보다 더 강렬한 경험이다.

봄여름이면 공터에서는 야생화들이 폭발하듯 피어난다. 검은수레국화, 민들레, 체꽃, 야생당근, 잔디, 눈개승마, 민망초, 그리고 드물게는 꿀벌난초와 손바닥난초common spotted orchid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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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애, 노래도 사람도 아름답다.

한국은 앞으로 참 단단한 나라가 될 것 같다. 큰 나라보다 단단한 나라가 더 좋다.

오은이 『문학들』에 쓴 말. "위트 앤 시니컬은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말이다. 명사와 형용사는 성분이 달라 and로 연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이 공간의 사랑스러운 부분이다." 위트 앤 시니컬의 어법 문제가 이렇게 해결됐다.

말이란 늘 그런 것이다. 이런 것도 있어요라고 말하면 그것이 있게 된다.

틀린 말은 없다. 틀린 설명이 있을 뿐이다.

모든 공부가 다 잘만 하면 생각보다 강력하다.

아침을 못 먹고 기차를 타서 팟빵 하나와 커피를 샀다. 팟빵을 뜯어먹고 커피를 마시다가 이 맛없는 커피를 끝까지 마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너무 늦게 했다.

팟빵은 팥빵이라고 써야 하는구나. 맞춤법 너무 어렵다.

교활하면서 머리가 나쁘고, 사나우면서 비열한 인간, 이게 가장 끔찍한 인간일 것이다.

늙어서 좋은 점이라고 해야 하나. 젊었을 때 가진 물건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잃어버렸거나 도둑맞은 것이다. 늙어서 물건이 보이지 않으면 어디에 곱게 놓아둔 것이다.

시절이 풍랑 속에 들어 있으니 한 해가 가도 가는 것 같지 않고 새해가 와도 오는 것 같지 않다.

아무리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이라도 사람이 정직해져야 할 시간이 있다. 정직해야겠다고 결심하지 않을 수 없는 어떤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이 왔다고 느끼는 것을 구원이라고 한다. 사람이 사람이라면 그렇다.

곤드레밥이 맛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딱 한 번, 그것도 처음 먹었을 때였다. 영월 책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관장이 곤드레밥집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신기할 정도로 맛이 있었다. 그 추억 때문에 자주 곤드레밥을 먹어보았지만 그 맛을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2:58
남이 쓰던 변기에도 앉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지저분한 짓은 저리도 많이 했을까.

약은 인간은 약한 인간이다.

반기문에 대한 결론 : 하다못해 서구식으로 세련된 노신사라도 한 사람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실물을 보니 감정도 메마르고 논리도 부족한, 현실도 모르고 이상도 없는, 구시대의 생각에 쩔어빠진 노인 하나를 만나게 된다. 내가 反반기문에 올인하는 이유다.

플로베르가 『보바리 부인』을 쓸 때, 보바리 부인의 자살을 묘사하기 위해 스스로 비소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그는 비소를 자기 자신이 먹었다.

약은 개가 밤눈 어둡다는 말이 있지.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 〈Silence〉를 ‘사일런스’라고 쓰기로 한 모양이다. ‘사일런스’가 ‘침묵’보다 더 멋있는 말일까. ‘신의 침묵’ 같은 말은 한국어에서 벌써 철학적 종교적 용어가 된 말인데.

임경선 에세이 『자유로울 것』을 다 읽었다. 이 책의 미덕은 사실주의적 사고와 정직함이다. 평이한 말로 깊은 진실을 깨우치는 문체도 좋다.

‘매 맞는 사람이 여기 때려라 저기 때려라 한다’는 속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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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가르페에게 이 말을 들려주던 이치마쓰와 오마쓰는 이를 드러내고 자랑스러운 듯 웃었습니다. 그 표정에는 어딘지 모르게 학대받아온 자의 교활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람이 좋아서인지 익살꾼이어서인지, 뭔가 미워할 수 없는 그런 기분조차 들었습니다.

기도라는 것이 이 지상의 행복이나 요행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알고 있다 하더라고 저는 한낮의 이 무서운 침묵이 마을에서 빨리빨리 사라지기를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이 혹시 저나 가르페의 얼굴에 조금이라도 겁에 질린 표정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어떤 일에서나 늘 명랑하던 가르페까지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모키치를 바라본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음성에나 말투에 위협적인 데는 없었습니다만, 그런 만큼 이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부락민들도 알고 있었습니다.

애처롭게도 겁 많은 그는 남을 대신하는 역할이 자기에게 떠맡겨지자 완전히 정신을 잃고 눈물을 글썽이더니 마침내는 여러 사람들에게 욕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그 두 사람 뒤에서 기치지로는 주인에게 얻어맞은 개처럼 슬픈 눈으로 저희를 원망스럽게 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무엇 때문에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요? 저희들은 나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요."

하나님이 이러한 시련을 아무 뜻도 없이 내리셨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주께서 이루시는 일은 모두 선한 일이므로, 때가 되면 이 박해와 고난이 왜 저희의 운명에 주어지게 되었는지를 분명히 이해할 날이 올 테지요.

기치지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조금 더 다른 무서운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침묵입니다. 박해가 시작되고 오늘까지 20년, 여기 어두운 일본의 땅에 많은 신도들의 신음이 가득 차고 사제의 붉은 피가 흐르고 교회의 탑이 붕괴되어 가는데, 하나님은 자신에게 바쳐진 너무나도 참혹한 희생을 보면서도 아직 침묵하고 계십니다. 기치지로의 어리석은 원망에 그러한 물음이 깔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견딜 수 없었습니다.

하얗게 거품을 머금은 파도가 때때로 나무기둥을 넘어 해변까지 부딪쳐 밀려오고, 한 마리 새가 바다에 거의 닿을 듯이 살짝 스치며 멀리 날아갔습니다. 이것으로 모두 끝났습니다.

아아, 바다에는 비가 쉴 새 없이 계속 내립니다. 그리고 바다는 그들을 죽인 다음 더욱 무서우리만치 굳게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황폐한 땅에 단 하나, 작지만 경작할 수 있는 삽이나 괭이를 남기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혼자 남게 되었을 때, 의지와는 달리 몸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섭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입니다. 아무리 신앙을 가졌다 하더라도, 육체의 공포는 의지와 관계없이 엄습해 오는 것입니다. 가르페가 있을 때는 빵을 두 개로 나누듯이 공포도 서로 나누었습니다만, 앞으로는 혼자서 이 밤바다의 추위와 어둠을 모두 견뎌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공포의 떨림은 일본에 온 모든 선교사들이 느꼈던 것일까? 그들은 어땠을까?’라고 생각하자 왠지 겁에 질린 쥐처럼 작은 기치지로의 얼굴이 가슴에 안겨 왔습니다.

매우 오랫동안 부락 한가운데 서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때는 불안도 공포도 없었습니다. 그것보다도 이게 어찌 된 영문일까, 이게 어찌 된 영문일까 하는 소리가 감정과는 관계없이 머릿속에서 되풀이되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좋으니 그가 사람이라면 쫓아가고 싶다는 욕망과 그로 인해 일어날 위험이 한동안 마음을 괴롭혔지만 결국 유혹에 지고 말았습니다. 그리스도라도 이 유혹을 견뎌 낼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도 산에서 내려가 사람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타이르듯이 말했습니다.

오후에는 하늘이 약간 갰습니다. 하늘은 땅에 남아 있는 물웅덩이에 그 희고 작은 구름을 비추었습니다.

실제로 그 사람을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 화가들은 모든 인간의 기도나 꿈을 담아 그 얼굴을 좀더 아름답고 좀더 신성하게 나타냈습니다. 아마 그의 진실된 진짜 얼굴은 그 이상으로 성스러웠을 게 틀림없습니다.

이미 일어났던 일은 또 일어나리. 이미 행하여졌던 일은 또다시 행하여지리.

‘만일 하나님이 안 계시다면…….’
이것은 무서운 상상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안 계시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만약 그렇다면 나무기둥에 묶여 파도에 씻긴 모키치나 이치소우의 인생은 얼마나 익살스러운 연극인가. 많은 바다를 건너 2년의 세월을 보내며 이 나라에 다다른 선교사들은 또 얼마나 우스운 환영(幻影)을 계속 뒤쫓은 것인가. 그리고 지금, 사람의 그림자조차 없는 산속을 방황하고 있는 나 자신은 얼마나 우스운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박해의 시기에 사제는 순교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불이, 신앙의 불이 꺼지지 않게 계속 살아남아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는 않아. 가령 아내에게 배신당한 남편을 상상하면 알 수 있지. 그는 아직 아내를 계속 사랑하고 있어. 그러나 아내가 자신을 배반한 것 자체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야. 아내를 사랑하면서도 그 배신행위에 혐오를 느끼는 남편의 기분, 그것이 그리스도가 유다에게 가진 마음이었을 거야."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두 종류가 있습니다. 즉 강한 자와 약한 자, 성자와 평범한 인간, 영웅과 용렬한 자. 그래서 강한 자는 이와 같이 박해받는 시대에도 신앙 때문에 불에 태워지고 바다에 던져져도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약자는 이 기치지로처럼 산속을 방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너는 어느 쪽 인간이냐?’ 만약 사제라는 자존심이나 의무감이 없다면 저 또한 기치지로와 똑같이 성화를 밟았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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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는 역시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기분이고, 써서 남겨 둘 의무를 인정하기 때문에 쓰는 것입니다.

무엇이 그들에게 이 커다란 고통을 인내하게 했는지, 무엇이 그들에게 이 위대한 정열에 몸을 던지게 했는지 이제야 그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분들도 모두 이 우윳빛의 뿌연 구름과 동쪽으로 흘러가는 검은 구름을 바라보셨던 것입니다. 또 그들이 그때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것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항해하는 동안 조금이나마 쓸모 있기는커녕 방해만 되어 온 그가 저희와 똑같은 신앙을 지닌 인간이라니,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아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신앙은 결코 한 인간을 이와 같은 겁쟁이와 비겁한 자로 만들지 않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누구에게 아첨하는 듯한 웃음은 이 남자의 버릇입니다.

어쨌든 이 남자가 제 흥미를 끌고 있는 게 사실이고, 결국은 그의 비밀을 조금씩 알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주님은 언제라도 자신의 운명을 어떤 인간들에게나 맡기셨습니다. 그것은 그분이 인간을 사랑하신 까닭입니다. 그러나 저는 기치지로라는 한 인간마저 의심하고 있었습니다.

고해성사도 ‘콘피사웅’이라 하고, 천국은 ‘파라이주’ 지옥은 ‘인페르누’라고 말합니다. 다만 그들 이름을 기억하기 어렵고, 게다가 얼굴이 누구나 똑같아 보여서 난처합니다.

인간이란 묘한 것이어서, 타인은 어쨌든 간에 자기만은 어떤 위험에서도 모면될 수 있다고 마음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습기 찬 문을 살짝 밀어내자마자 잡목림에서 상쾌하게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노랫소리는 맑게 솟아오르는 샘물처럼 가슴을 시원하게 했습니다. 살아 있음이 이렇게 행복한 것인지를 지금까지는 깨닫지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저와 가르페는 움막 근처의 돌 위에 걸터앉아 옷을 벗었습니다. 실오라기 틈마다 허연 먼지처럼 이들이 가만히 숨어 있었습니다. 그 하나하나를 돌로 납작하게 눌러 죽일 때는 말할 수 없는 쾌감조차 느꼈습니다. 관리들은 신도를 죽일 때마다 이런 쾌감을 맛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스도는 아름다운 것이나 선한 것을 위해 죽은 것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것이나 선한 것을 위해 죽는 일은 쉽지만, 비참한 것이나 부패한 것들을 위해 죽는 일은 어렵다는 것을 저는 그날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시인할 것이요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저를 부인하리라."

성격 그 자체만으로는 참으로 선량합니다만, 선천적으로 겁 많은 이 남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용기라는 것을 가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의지의 박약함과 조그만 폭력에도 몸을 떠는 두려움을 고쳐 줄 수 있는 것은 당신이 마시고 있는 술이 아니라 다만 신앙의 힘이라고 저는 매우 엄하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분의 얼굴 모습이 성경 어디에도 쓰여 있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성경에 쓰여 있지 않기 때문에 저는, 그분의 얼굴을 제 상상력에 맡겨 어린 시절부터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그 얼굴을 마치 연인의 얼굴 모습을 미화하듯이 가슴속에 간직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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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혜순 시인 낭독회, 우는 사람 많았다. 『피어라 돼지』는 지난 구제역 파동 때 산 채로 땅에 묻힌 수만 마리 돼지에게 바친 시집, 『죽음의 자서전』은 이 땅의 억울한 죽음들을 위한 진혼곡. 나도 조금 울었다. 시인만 울지 않았다.

세상에는 자기와 다른 사람이 많고, 자기가 세상의 표준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도 성숙의 증표 가운데 하나다

해방 이후 내 세대 사람들에게, 문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책 다섯 권 : 『시학평전』 『광장』 『문학이란 무엇인가』(사르트르) 『달나라의 장난』 『이방인』

사람이 늙으면 MS가 뭔지 모를 수도 있고, 또 모르니까 질문도 할 수 있는 것이지. 너무들 하네.

교육부가 교과서에서, ‘대하여’는 ‘갈음하여’로, ‘외출’은 ‘나들이’로, ‘발코니’는 ‘난간’으로, ‘의미’는 ‘뜻’으로 순화한다는데, 편집증 환자들이 때만 되면 하나씩 나오곤 한다. 그런데 왜 ‘발코니’가 난간이냐?

알라딘에서 서명 검색할 때, 어떤 책은 제외하고 검색하는 방법 없나. 이를 테면 ‘천자문’ 검색할 때 『마법 천자문』은 빼놓고.

어떤 책의 첫 대목에 ‘겨울스럽다’란 말이 나와서 그런가보다 했더니 다음 페이지에는 ‘색감스럽다’는 말까지 나온다.(새삼스럽다의 오타 아니다. 사람이 신용을 잃으니 이런 주석까지 써야 하는구나.)

어제 백화점에서 고객님 고객님 하는데, 참고 듣기가 힘들었다. 고객이라는 말이 호칭이 될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운 일이다. 손님이라고 하면 안 되나.

상당히 많은 사람이 ‘고객’할 때의 ‘고’를 높을 고로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샤머니즘의 정치 아래서는 만인이 불행하다.

며칠 굶다 병원 가더니 드디어 미쳐버린 것 같다. 우리집 고양이 이야기다.

어느 트윗에 ‘저사람’이라는 말이 나와 ‘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읽었으나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천천히 읽어보니 ‘나’라는 뜻이다. 난해시가 내 전공이건만.

나이가 들어도 정신이 젊다는 것은 젊은 사람들을 넘본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글은 합니다체로 써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과문은.

영화 〈다가오는 것들〉에 루소의 텍스트가 좀 길게 인용된다. 좋은 세계에 대한 희망이 좋은 세계를 대신해줄 수도 있다는 내용. 영화는 말해주지 않는데 그 구절의 출처는 『누벨 엘로이즈』다.

누구의 어떤 사생활도 그 사생활 때문에 한 나라가 거대한 폐해를 입는다면 그 사생활은 벌써 사생활이 아니다.

나는 악랄한 세월을 염려했는데 오히려 멍청한 세월이 올 것 같다.

자신이 날 차단해놓고 왜 자기를 차단했느냐고 묻는 인간도 있구나.

공간에는 질이 있고 그 밀도가 있다. 한 공간에서 발음된 말을 질과 밀도가 다른 공간으로 옮기게 되면 당연히 왜곡이 일어난다. 말하는 사람은 제 말이 다른 공간으로 옮겨질 경우를 염려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옮기는 사람도 그만큼 조심해야 한다.

『현대시학』 편집위원 전원이 사퇴했다. 오랫동안 적자에 허덕이며 버티던 이 잡지가 폐간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안타깝고 안타깝다.

『현대시학』 사태가 당사자들 서로의 노력으로 수습 단계에 이르렀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시학』의 앞날에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나는 『현대시학』에 변역 연재하던 『말도로르의 노래』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현대시학』이 폐간은 피한 것 같다. 앞길이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그마나 다행으로 여긴다. 시 잡지의 질은 늘 경제적 뒷받침에 의해 결정되지만, 그 부족 부분을 채워온 것은 편집위원들의 능력이었다.

요즘 산꼭대기에 지어놓은 정자들이 가끔 있다. 보기에 흉하다. 옛날에는 어떤 권력자도 꼭대기에 정자를 지어 스카이라인을 깨뜨리진 않았다.

고등학교에서 우등생 전용 자리를 없앴다는 기사가 있다. 그럼 지금까지는 그런 게 있었다는 말인가.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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