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아이들은 다 알고 있듯이, 계절의 북소리는 마음속에서 울려 퍼져야 한다.

중요한 모든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것이 몸에 밴 니나는 가장 옅은 색깔의 아이스크림에서 시작하여 점점 더 짙은 색깔의 아이스크림으로 옮아가며 한 번에 한 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알아요, 알아요." 니나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모두 그 말도 내게 해줘요." "음, 모두가 어떤 말을 해줄 땐, 그게 사실이기 때문에 그러는 경우가 많단다."

"모두가 어떤 말을 해줄 땐 그들이 모두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니나가 똑 부러지게 말했다.

"그렇지만 왜 모두의 얘기를 들어야 해요?모두가 『오디세이』를 썼나요?모두가 『아이네이스』를 썼나요?" 니나는 고개를 저으며 명확히 결론지었다. "모두와 극소수의 차이는 숫자의 차이일 뿐이에요."

수 세기 동안 샴페인은 결혼을 시작하고 배를 진수할 때 사용되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그것은 샴페인이 본질적으로 축하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샴페인이 결심을 북돋우는 데 효과가 크기 때문에 그 같은 위험한 일을 시작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네 지평을 넓힌다는 것은,"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교육이 세계적인 감각, 세계에 대한 경이감, 그리고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한 감각을 너에게 제공할 거라는 뜻이야."

"습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늘거나 아니면 활력이 주는 탓에 우리는 갑자기 몇몇 익숙한 사람들과만 사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단다. 그래서 나는 인생의 지금 단계에서 너처럼 멋진 새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을 굉장한 행운으로 여겨."

결국 그는 벌을 받은 아이가 곰 인형을 끌고 타박타박 계단을 올라가듯이 버림받은 희망을 뒤에 끌고서 터벅터벅 돌아가는 것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백작은 고개를 저으면서 경험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되새겨보았다.

"라트비아 스튜에는 무크자니 와인보다 더 나은 선택은 없을 걸세."

예상했듯이 스튜는 연말인 이 시기에 딱 어울리는 음식이었다. 양파는 달착지근하게 푹 삶고 돼지고기는 천천히 오래 삶았으며 살구는 간단히 끓인 스튜였다. 세 가지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달콤하고 향긋한 맛을 내는 그 요리는 왠지 모르게 눈 쌓인 선술집의 안락함과 집시가 치는 탬버린의 찰랑거리는 소리를 동시에 생각나게 했다.

어린 백작의 자제심은 이른 나이에 조숙하게 군인 정신을 흠모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가정의 규율을 융통성 없이 고수하려는 마음에서 생겨난 것도 아니었다. 열 살 무렵에 이미 백작은 융통성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교육자, 관리인, 순경 등의 집단이 보여주는 것과 같은) 획일주의를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다. 백작의 성향은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백작이 닫힌 응접실 문을 열어보는 일 없이 지나다니는 절제력을 익혔다고 한다면, 그것은 경험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크리스마스의 기쁨과 황홀함을 보장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경험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하나의 선물이 아이로 하여금 집을 떠날 필요도 없이 끝없는 모험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바로 크리스마스의 마법인 거야.

젊은 공작은 모스크바에서 80킬로미터쯤 떨어진 투치코보에서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한다. 억울해하거나 분개하거나 향수에 젖는 일이 거의 없이 자신의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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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는 기사도 시대 이래로 상류사회를 재배해온 꽃에 관한 관례에 능했다. 사과의 뜻으로 보내야 할 꽃도 알았고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 어떤 꽃을 보내야 하는지도 알았다.

경솔하게 주제넘은 말을 했을 때 보내는 꽃에 대해서도, 문 앞에서 젊은 숙녀를 보고는 부주의하게 추어올려 자기 애인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때 보내는 꽃에 대해서도 알았다.

야로슬라프는 손님의 목에 둘렀던 하얀 망토를 벗겨서 허공에서 툭툭 털었다. 이어 신발 뒷굽을 딸깍 맞부딪치며 정중히 서서 훌륭히 끝낸 일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

오랫동안 백작은 신사란 불신감을 가지고 거울을 보아야 한다고 믿어왔다. 거울은 자기 발견의 도구이기보다는 자기기만의 도구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곳은 모든 부류의 러시아인들이 와서 커피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우연히 친구를 만나고, 뜻하지 않게 논쟁에 끼어들고, 일없이 시간을 때우는 곳이었다. 거대한 유리 천장 아래에 자리 잡고 혼자서 식사하는 사람이 의자에서 일어나는 일 없이 그대로 앉아 마음껏 감탄하고 분개하고 의심하고 웃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편이며, 크바스*는 약간 적게 넣었고, 딜**은 딱 적당하게 넣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여름을 알리는 음식이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떠올리게 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키는 음식이었다.
(* 러시아의 전통 청량음료.
** 허브의 일종. 시베리아에는 ‘모든 수프에 딜을 넣어라’라는 말이 있다.)

거의 모든 인간 행위가 적절한 프랑스어로 표현되기만 하면 아주 그럴듯하게 들린단 말이야…….

"예절은 사탕 같은 게 아니란다, 니나. 너한테 가장 잘 맞는 것들을 고를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리고 반쯤 먹고 남은 것을 다시 상자 속에 집어넣을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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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9-21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시작해야 하는데 ... 캐스팅 소식에 만세, 부르곤 다시 까먹었어요.

라로 2022-09-21 13:19   좋아요 0 | URL
캐스팅 중에 니나 역은 누구일까 궁금해요. 얼른 같이 시작해요, 저도 다른 책들 동시다발적으로 읽고 있냐고 진도가 그리 많이 나가지는 않았어요.^^
 

검붉은 벽으로 꾸며진 보야르스키*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우아한 장식과 가장 세련된 종업원, 그리고 가장 섬세한 주방장을 자랑했다.(* 보야르스키는 ‘귀족의’라는 뜻이다.)

모든 시기는 나름대로 미덕이 있다. 혼란의 시대라 할지라도…….

인간은 자신의 환경을 지배해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그 환경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한편으로 백작은 평생을 연금 상태로 지내야 하는 형을 선고받은 사람이 이 목표를 이루려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지 궁리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몽테뉴는 슬픔이 가장 잘 공유되는 감정이라는 것을 확증해준 황금시대의 여러 저명한 권위자들의 사례를 인용했다.

"당신과 함께한다는 건 이런 겁니까?" 백작이 몽테뉴에게 따져 물었다. "한 걸음 나아갔다 두 걸음 뒷걸음질해야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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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목적지도 없이 차를 몰고 다니는 게 생태학적으로 건전하지 못한 일이란 걸 알기에 죄책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잿빛 하늘을 배경으로 앙상하게 서 있는 나무들, 길가를 선회하는 황조롱이, 들판에서 꽥꽥 울어대는 굳센 뇌조 무리를 발견한다면 내 마음속에 미묘하지만 거대하고 간절한 전율이 일어나리라는 것도 잘 안다. 마치 은신처로부터 날아오르는 찌르레기 몇 마리를 보았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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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계획은 단순했다. 우선 조트의 자존감을 공격하자. 여자들은 너무나 쉽게 자존감을 잃어버리니까.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교육받은 것도 아니고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자격만 없는 게 아니라 많은 논문도, 동료 연구자도, 재정 지원도, 수상 경력도 없었다. 그럼에도 엘리자베스는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히 알았다. 자신에게는 대단한 것을 이룰 가능성이 있었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의 98퍼센트는 처음부터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고.

아무 말 없이 조심스럽게 예방 조치를 취하다 보면 평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얼마나 기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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