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버지를 사랑했어.’ 이것은 진실이었다. ‘난 지금 마땅히 슬퍼해야 해. 뭐든 감정을 느껴야 해.’
그러나 그가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는 ‘이것은 중요한 사실이다’라는 것뿐이었다.
다른 사실들과 똑같았다.

할렉의 말이 생각났다. "기분은 가축을 돌볼 때나 사랑을 할 때 필요한 겁니다. 싸움은 필요해서 하는 거예요. 기분이 어떻든 상관없어요!"

‘어쩌면 그 때문인지도 몰라.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걸 미루고 있는지도……. 나중에 시간이 생겼을 때로.’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이 슬픈 일이죠. 장소는 장소일 뿐입니다."

폴의 이러한 능력을 훈련시키는 데 그녀가 일조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폴의 능력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공작의 편안한 품이 그리워졌다. 눈시울이 뜨거웠다.

‘사랑의 시간이 있으면 슬픔의 시간 또한 있는 법.’

이 아이는 죽음의 한가운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생명이야. 내가 이 아이를 임신한 건 명령 때문이 아니라 나의 본능 때문이야.’

‘난 왜 아버지의 죽음이 슬프지 않은 거지?’
온몸의 세포가 애타게 슬픔을 분출하고 싶어 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런 일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터였다.

‘얻을 때가 있으면 잃을 때가 있는 법.’

‘지킬 때가 있으면 버릴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으면 증오할 때가 있다. 전쟁이 지나면 평화가 찾아온다.’

"난 부모라면 누구나 바라는 걸 바랐어. 그러니까 네가…… 더 뛰어나고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란 거지."

‘네가 만나는 것들을 제대로 인식할 준비를 하라’

‘저는 씨앗이에요.’
그는 이 순간 자신이 떨어진 땅이 얼마나 비옥한 곳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이 깨달음과 함께 끔찍한 목적이 그의 의식을 가득 채우며, 텅 비어 있는 그의 마음속에서 슬금슬금 움직였다. 슬픔 때문에 목이 메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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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래도 나 자신이 매정하고 못되었다는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언제나 떠나는 쪽이 잘못이게 마련이다. - P19

나는 남자들대부분은 자신이 떠나려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깨달았다. 결혼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에도 그들은 아내로 하여금 떠나게 만듦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이룬다. 아들들이 남편과 나의 관계대해 정말 걱정하게 된다면 분명 나보다는 남편에게 훨씬 더마음을 쏟을 것이다. 아이들은 지금까지 아버지에게서는 잘못된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남편은 책임감이 강하고 합리적이고 정직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차분하지 못하고 수다스럽고 흥분을 잘하며 툭하면 소리를 지르고 마는 사람이다. 정작 상황을 그렇게 만든 사람에게는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 P19

그때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뉴헤이븐, 맙소사,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수백 번 여길 지나치면서도 과거를 떠올려본 적이 없다. 뉴헤이븐은 바로 남편과 내가 처음 만난 곳이다. 예일 대학이만남의 시작이었다. 과거와 마주하고 정든 곳들을 찾아보고 싶다.
는 갑작스런 충동에 이끌린 나는 브레이크를 세차게 밟아 한 출구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 P20

새 학년이 시작되는 가을이면 늘 그렇듯 캠퍼스는 의지와 활력이 넘친다. 해맑은 얼굴들이 여기저기에 모여 나누는 활기찬 대화, 강의실로 향하는 경쾌한 발걸음들. 우리도 그랬었지, 생각하다가 갑자기 한 사건이 떠오른다. 우리의 관계가 깊어져갈 무렵그가 나를 떠난 적이 있다. 아마도 그때 그를 보내줬어야 했겠지만, 남편감을 찾고 있던 내게 그는 가장 그럴 듯한 후보자였다. 그래서 나는 나를 붙잡아줄 때까지 그를 쫓아다녔고, 얼마 뒤 그의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반지를 내 손가락에 약혼반지로 낄 수 있게 되었다. - P20

한편 나의 어머니는 마땅히 흡족해했는데, 그가 의사의 아들이므로 모든 것을 잘 갖추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화려한 저택과 해변 클럽하우스에 마음을 빼앗긴 내 어머니는 그의 부모들의과도한 음주 문제를 지나쳤는데, 결혼이라는 토양에 결코 가장 좋은 거름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겉모양새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 P21

코네티컷과 로드아일랜드의 주 경계선을 넘어서자 비로소 뉴잉글랜드에 왔다는 기분이 든다. 이제 여행이 두 시간 정도면 끝난다는 생각에 나는 들뜨기 시작하고 흥분감마저 느낀다. 고향(혹은고향 같은 곳으로 가는 것은 늘 놀라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케이프코드가 그런 곳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해마다여름을 보낸 그곳은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품어준다. - P21

정든 곳에서의 새 출발. 마음에 꼭 드는 말이다. 우리의 오두막집 싱크대에는 웬들 베리의 글귀가 붙어 있다. "자기가 있는 곳을모른다면 자기가 누군지도 알 수 없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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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2022-10-30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가 있는 곳을 모른다면 자기가 누군지도 알 수 없다˝!

˝모두가 나쁜 곳에서는 최악을 아는 것이 좋다˝ (제가 회고록 제목으로 쓰려고 하는 ;;;;;) 이 말과 같은 뜻의 말로 들려 옵니다!

라로 2022-10-31 04:10   좋아요 1 | URL
몰리님의 회고록 진행은 잘 되어 가시나요? 많이 기대됩니다! 회고록 나오면 사서 읽겠습니다!! 미리 예약 구매!!^^;;

2022-10-31 0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31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31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01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위험한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마음속 퍼즐 조각을 맞추면서 그런 위험에 대비했다. 모든 위협은 또 하나의 퍼즐 조각이었다. 끔찍한 상황을 예측하고, 그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지를 상상해서 그것을 피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만 했다. 누군가가 내게 다가올 때마다 나는 그 사람을 신뢰할지 말지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됐다.

나는 내가 파악한 그림에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때로는 이 성향이 소중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

나는 지금도 모든 것에 대해 너무 생각을 많이 하고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추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성향 때문에 나는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많이 하고 불안해한다.

우리는 모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항상 머릿속에서 퍼즐을 맞춘다. 그 퍼즐은 우리가 하는 모든 결정과 선택의 기초가 된다. 아주 핵심적인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 의심 없이 거기에 100퍼센트 의지하면 퍼즐은 최고의 효과를 내지 못한다.

자신이 직접 상황을 경험하면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가장 신뢰할 수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얻은 정보에도 의지한다. 그러나 그런 정보는 항상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거리 의사 결정자로서 나를 항상 걱정시키는 것은 그 이미지들의 신뢰도다. 보이는 이미지 모두를 퍼즐 맞추는 데 사용할 수는 없다. 그 영상을 언제 어디서 찍었는지도 알 수 없고, 업로드 되는 시간도 제각각이어서 몇 분 후 정도면 다행이고, 많은 경우 몇 시간, 며칠 후에 업로드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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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10-29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방금 세계는 지금이란 프로 봤는데 캘리포니아가 가뭄이 심한 가요? 카탈리나섬 소개하면서 극심한 가뭄이라고 해서.. 라로님이 방문하시는 곳이 카탈리나 섬이라 궁금해지네요!!!

라로 2022-10-30 11:47   좋아요 0 | URL
캘리포니아는 사막이니까 가뭄이 심하죠. 언제 제작된 프로인지 모르지만 한 3년 전엔 가뭄이 심해서 무척 걱정했던 게 생각나요. 그리고 올해는 여기도 가뭄이 심해서 얼마전까지 (비 오기 전에) 지금 물 저장량이 얼마 남았다는 광고판이 도로에 켜있었어요.ㅠㅠ 여긴 날씨가 좋으니까 얼음이 없잖아요, 그래서 유타나 네[바다 같은 사막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22-10-30 11:50   좋아요 0 | URL
최근 제작 다큐 였어요. 다큐 보니깐 그 섬에는 생수를 일반 시중 가격의 6배로 관광객들이 사 먹어야 한다고 해서.. 그 정도로 심각한가 했거든요!!!

라로 2022-10-30 12:13   좋아요 0 | URL
그건 과장이에요.ㅎㅎㅎ 생수는 그래도 안 비싼데 차에 넣는 기름이 비쌌어요!! 어쨌든 모든 것을 육지에서 가져와야 하니까 일반적으로 물가가 비싸긴 하지만 6배는 너무 심한 과장이네요. 세상에나.ㅠㅠ
 

내가 쓰러져도 아무도 나를 바로 세워줄 수 없는 시절을 보냈다. 끔찍한 생활이었지만 덕분에 무딘 사람으로 자라진 않았다. 언제나 뭔가 정상이 아닌 것은 없는지, 문제를 일으킬 만한 요소는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 생활화된 것이다. 나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는 큰 장점이다.

늘 그렇듯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퍼즐 조각들이 서로 잘 맞아 떨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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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나 조직을 사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사랑은 사랑의 시작과 동시에 눈을 멀게 만든다. 이성을 향한깊은 애정만 그런 것이 아니다. 회사를 사랑하기 때문에자신과 상관없는 인사 문제에 쓸데없이 간여하고, 그만둔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고, 남아 있는 동료를 귀찮게 만든다. - P28

회사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예컨대 구조조정의 광풍이 휘몰아쳐도 절망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조직에 매달려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피로‘를 미리 계산해두지 않는 것이야말로 잘못이다. - P28

욕심 부리지 않는다면 도망칠 길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과 같은 생활을 앞으로도 유지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달라지지 못하는 것이다. 인생의 기본은 소박한 의식주의 확보로 충분하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은 죽지만 않으면 사는 것쯤은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누군가에게 영혼을 팔지 않고 살아가는 것보다훌륭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 무엇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게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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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2022-10-30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에게 영혼을 팔지 않고 살아가는 것보다 훌륭한 일은 없다˝!

이 시대의 모두에게 주는 말이 아닌가 합니다! 밑줄 세 번 그어둡니다!

라로 2022-10-30 11:48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물리님 넘 오랜만이세요!! 잘 지내시죠???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