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이기호 지음, 박선경 그림 / 마음산책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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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보다 짧은 글을 꽁트라고 하지 않나? 어쨌든 40편의 짧은 글의 배경이나 스토리가 다 다른 것을 보면 이기호 작가가 참 성실한 작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가 나도 성실한 자세로 읽었다. 재밌고 슬프고 허황된 이야기들이 각각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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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1-18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실한 작가 ㅋㅋㅋ

6년 전에 만난 책인데 1도
기억이 나질 않네요.

라로 2022-11-18 17:5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왜요?
안 성실하다고 소문난 작가인가요??^^;;

6년 전에 읽으신 책!!! 두둥~~
사실 이 책 매냐님 때문에 산 것 같은디유?? 갸우뚱 ㅎㅎ

책읽는나무 2022-11-18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어떤 단편에서 열받은 부분이 있어서 옆에 있었음 작가님 꼬집어 줬을 거라고 쓴 기억이 있네요ㅜㅜ
그 복날이었나?? 어머님이었는지? 아내였는지? 여자들은 땀 흘려가며 일 하고, 작가님은 일 안하고 앉아서 얻어만 먹었다는 그런 비슷한 내용의 글만 기억나네요.
그때 이기호 작가님께 쎄하니 돌아섰던 기억이 납니다ㅋㅋㅋ
작가님 소설은 재밌어서 안 읽은 소설은 언젠간 찾아 읽을 의향은 있습니다만^^;;;

라로 2022-11-19 03:39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책이 첨이에요. 교회오빠… 그거는 사놓고 아직이고요. 일단 꽁트로 만나보려고.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운 분이군요!!!ㅎㅎㅎㅎ
그런 사람이라면 쎄하게 돌아서야죠!!! 근데 그런 글 읽으면 그런 남자와 안 살아서 넘 좋으시죠!!
글을 잘 쓰는 것 같고 아이디어도 다양한 것 같아요. 저 책 읽으면서 나도 해볼까? 싶은 충동도 생기더라고요. 😅😅😅
 

언젠가 독일 바이마르 일름 강변의 초원에서 그런 큰 별이 뜬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처음 간 바이마르가 그때 얼마나 인상적이었던지, 나중에 내가 쓴 편지를 받은 사람들이 《바이마르에서 온 편지》라는 책까지 묶어 낼 정도로 나는 기나긴 편지들을 썼었다.

나는 늘 나쁜 짓 하듯이, 도둑질 하듯이 내 일을 했다. 공부는 더욱 그랬다. 할 일 없는 체하다가 온 식구가 잠들고 나서야 다시 일어나서 내 일을 했다. 문을 가만히 여는 소리에 잠든 줄 알았던 남편이 깨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남편은 한 번 깨면 다시 잠을 못 자는 사람이었고 그가 낮에 하는 일은 중했다. 더구나 공부하는 여자와 살고 싶어 하는 남자는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바깥에서도 나의 공부는 자주 화근이어서 어떤 때는 나도 내가 싫었다.

그러면서 살았는데 세상에 낯선 사람으로부터, 그것도 큰 학자로부터 ? 큰 학자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 이런 큰 격려를 받는 수도 세상에는 있었다. 나는 당시 마흔아홉이었는데, 지구가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도는 것 같았다. 그리 오래 찾던 선생님을, 학문의 스승을 이제야 만난 것이었다.

젊었을 때, 온 세상이 캄캄해서 앉은뱅이처럼 앉아만 있었을 때는 누가 새끼손가락 하나만 잡아주면 일어설 것만 같았다. 그런데 세상은 때로 절벽 끝을 붙잡고 매달려 있는 사람의 손을 짓밟듯이 가혹했다. 어쩌면 세상의 정말 중요한 일들은 바로 외로움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그런 이치를 젊었을 때는 몰랐다.

"너는 왜 누구의 턱을 치면서 동시에 반창고를 붙여주니? 아가리를 칠 때는 아가리만 치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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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나는 테드 토크TED Talk강연을 준비했다. 카드나 슬라이드, 프롬프터의 도움이 전혀 없이 18분 동안 쉬지 않고 말을 해야만 했다. 말하자면 6페이지짜리 독백을 외워서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전혀 연습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기까지 해야만 했다.(마치 ‘이제 막 일어난 것’처럼 보이기 위해 3시간 동안 거울 앞에서 머리를 다듬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몇 주 동안 하루에 몇 시간씩 성실하게 연습을 했다. 차 안에서, 목욕을 하면서, 거울 앞에서, 개 앞에서, 그리고 반복해서 똑같은 이야기를 들어줄 의향이 있는 친구와 가족 앞에서 계속 연습을 했다. 단어 하나 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청중 앞에 서서 강연을 하는 동안 나는 적어도 세 번 이상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원고 전체를 내 손바닥처럼 훤히 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안전한 환경에서만 연습을 했었다. 한 번도 압박을 느끼는 환경에서 연습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내가 강연을 망친다고 내 개가 트위터에서 나를 조롱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말이 막혔던 순간들을 의미 있는 침묵으로 위장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청중들이 눈치채지 못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나는 그 침묵의 순간들을 뼈저리게 의식했다.

세상은 우리가 편안하게 집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도 위험한 곳이 되어버렸다.

누군가가 내게 도와달라며 지르는 고통에 찬 비명은 우리의 심장 또한 공포로 가득 차게 만들고,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무게가 성인 체중과 비슷할 뿐 얼굴도 생명력도 없는 마네킹만을 상대로 훈련을 하면(물론 테크닉과 힘을 기르는 데는 유용할지 모르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돌봐야 하는 실제 상황에 대비할 수 없다. 그런 훈련으로는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배울 수도 없다.

훈련을 할 기회는 매우 중요하다. 실제 작업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활동에 시간 낭비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자신의 결정이 퍼즐의 다른 부분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이해할 수 있다.

정신적, 혹은 심리적 기술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다르면 필요한 기술도 달라진다. 실제로는 겪을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를 사용해서 상황 인식, 의사 결정, 의사소통, 회복 탄력성, 리더십 기술 등을 갈고닦아봐야 별 소용이 없다.

내가 간과한 것은 맥락이었다. 자신이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과 같은 조건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 바다에서 수영해야 할 사람은 바다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 면접 혹은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사람은 적어도 조금이라도 자신을 긴장하게 만드는 사람들(또는 적어도 개보다는 가혹한 비평을 해줄 사람들) 앞에서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긴급 상황에 대응하는 이들은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며 일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날아오는 콘비프 샌드위치의 위협은 그런 압박감을 재현할 수 없다.

스트레스는 의사 결정 능력을 감소시켜 긴급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을 방해할 뿐 아니라, 우리 감정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노, 짜증 등의 감정이 일어나 의사소통이 더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명확한 의사소통이 없으면 팀원들은 지휘관이 머릿속에서 맞춰나가고 있는 퍼즐 그림, 시각, 의도 등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에게는 상대방도 부정적인 태도로 반응하기 쉽다. 그러면서 공황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팀원 사이의 관계가 무너지고, 팀원들은 지휘관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이제 그는 더이상 효과적인 리더가 아니다.

스트레스에 완전히 압도된 나머지 그는 부츠를 신자마자 안절부절못하면서 공황 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는 팀원들에게 자신의 지시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몰라서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이 말을 쏘아붙이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 처신 때문에 사건 현장에서 그는 잘해야 바보, 최악의 경우에는 깡패라는 평판을 얻었다.

그는 출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래서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따라서 출동하는 것을 더욱 싫어하게 된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실제를 방불케 하는 압박 속에서 연습하고 준비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과거에는 지휘관과 소방관들모두 실제 상황에서 얻는 경험을 통해 그들에게 필요한 지식의 대부분을 습득해왔다.

현재 일하는 지휘관들은 선배들이 현장에서 얻을 수 있었던 경험의 절반밖에 얻지 못한다. 그러나 불길의 세기는 절반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훈련을 두 배로 열심히 해야 한다.

가상 현실은 몰입감이 상당하지만, 완전히 시뮬레이션이 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훈련 방법 중 가장 현실성이 떨어졌다.

연구팀이 아무리 노력해도 실제 사고에서 경험하게 되는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라이브 번live burn’이라고 알려진 훈련법이었다. 완벽했다. 나는 햄프셔 소방 구조대의 허락을 받고 각 폐건물마다 우리가 개발한 서로 다른 시나리오의 상황을 장치하고 불을 질렀다. 전부 다.

지휘관들은 자신이 내린 결정의 결과를 더 자주 예측하면서 점검했고, 그 정확도도 더 높았다.

연구팀은 훈련이 벌어지는 동안 사용한 단어들을 분석하고, 훈련이 끝난 다음 행한 면담을 통해 그들이 머릿속에서 맞춘 퍼즐 그림이 ‘지금, 여기’에 한정된 것인지, 앞일을 예측하면서 맞춰나간 것인지 확인하면서 상황 인식력을 측정했다. 나는 그들이 각 전략의 결과를 예측했는지, 혹은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예측했는지에 대한 증거를 포착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가 훈련하는 방법에 관해 처음으로 증거에 기반을 두고 제대로 관찰한 결과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감정적으로 힘든 실제 상황을 충분히 접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경험이 지휘관들을 단련시켜 가혹한 현장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데 얼마나 필수적인 요소인지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휘관 훈련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 실제 상황에서 관찰되는 것과 유사한 의사 결정 과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우리 두뇌가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훈련 시뮬레이션이 소방 구조 대원들이 경험을 쌓도록 돕는 일반적인 전략의 일부분을 담당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긴급 구조 대원이라면 누구나 이 최첨단 기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고, 비영리 재단인 ‘하이드라 재단Hydra Foundation’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막고 자기 말을 하는 성향인가? 대립을 피하기 위해 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동의를 해버리는 성향인가? 이런 훈련을 수행한 사람은 실제 상황에서 스스로의 성향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반응과 기여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나도 전략 담당 지휘관 훈련을 받을 때 이 시스템을 사용했고, 큰 효과를 거뒀다. 이 훈련법을 통해 어려운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방법, 자부심 강한 인물들에게 의문을 제기하는 방법, 크게 다른 시각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 등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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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유일한 취미는 광화문 대형 서점에 나가 오랫동안 책을 훑어보는 일이었다네. 아르바이트를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대형 서점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소설책과 시집과 희곡 책을 읽어나갔다네. 사고 싶은 책들은 많았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용돈기입장의 숫자들을 떠올렸다네. 4월이 가고 5월이 가도록 그녀는 단 한 권의 책도 사지 못한 채 외롭고 쓸쓸하게 숫자들의 목에 긴 줄을 매달아 터덜터덜 기숙사까지 걸어오곤 했다네.

그러던 6월의 어느 날, 그녀는 신간 코너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네.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괜스레 그녀의 마음은 활랑거렸다네.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책이었다네. 표지가 눈에 띄는 것도 내용이 새로운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계속 그 책에 마음이 갔다네. 아무도 찾지 않아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네. 어쩐지 그 책과 자신이 같은 처지인 것만 같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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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세상 모든 것을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기세여서, 나는 늘 아들 앞에서 조마조마했다. 그 마음을 한껏 덜 내색하는 것이 부모로서 가장 어려웠다.

요리 잘하는 사람이야 어디서든 환영받지 않겠는가.

집 안에서 이탈리아어 교본이 눈에 뜨일 때쯤에는 이제부터 아주 요리로 나가나 보다 싶긴 했다. 라틴어 기반이 있으니 이탈리아어쯤은 쉽게 배울 테지. 거기도 사람들이 밥 먹고 사는 곳이니 칼, 도마 들면 살겠지 하고 편하게 생각했다.

좋은 요리를 하고 싶은데 경영하는 주인은 수익을 내야 하고, 수익을 많이 내려 할수록 요리 재료가 나빠질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당연히 음식이 좋아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또한 좋은 요리를 먹는 사람이 다 알아주는 것도 아닐 것이다. 아들은 그때 아주 좋은 프랑스 식당에서 일하고 있었는데도 그런 말이 나왔다.

요리도 예술과 똑같구나. 정말 좋은 것을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과 시장의 논리는 그 어디서든 충돌하는구나.

오히려 예술 쪽이 요리처럼 즉석에서 사람을 기쁘게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잔을 더 못 사서가 아니고 와인 잔을 다양하게 갖추어놓으면 식당이 럭셔리해서 못쓴다는 것이었다.

평생 허공에다 글을 써온 나와는 비할 바 없이 세상에 유익하게, 거기 화덕 앞에, 아들은 서 있는 것 같다.

차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치 어려운 삶을 사셨던 내 어머니도 더는 견디기 어려워 그 단정하고 고우신 분이 몸 던지려고 물가에 앉으신 적이 있고, 그때 누군가가 그렇게 살려내셨다. 그래서 나도 세상에 있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을 그 은인을 찾아낼 길은 없지만, 그이에게 모든 삶의 축복이 내리기를 비는 내 마음이 어떻게든 전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이가 내 아버지를 구해준 것은 내가 조금씩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라도 갚아야 할 큰 은혜이고, 그러는 것이 어떻게든 나의 감사가 조금이나마 그이에게 전해질 길이라고 믿어본다.

차를 한 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도 꾹 참곤 했다. 차 한 잔을 끓여 먹자면 지하실에 있는 부엌에 다녀와야 했는데, 부엌까지 도합 열네 번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해야 했다. 그 중 문 둘은 온몸으로 밀어야 할 만큼 무거웠다. 그게 버거워서, 한밤중의 어둑한 지하실이 으스스 해서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샤워를 할 엄두는 더더욱 안 났다. 그렇다 해도 아주 안 내려갈 수는 없으니 욕실에 다녀오느라고 타월 한 장을 들고 혹은 찻잔 하나를 들고, 그렇게 열네 차례 문을 지나노라면, 그 인적 없고 괴괴한 건물 어디선가 금방 광인 니체의 부르짖는 소리가 울려 올 것만 같았다.

아이들이 다 컸지만 지금도 아이들 생각을 하면 미안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이들은 정말이지 저 혼자들 큰 것 같다. 제아무리 잠을 줄여도 내 아이들을 위해 낼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적었다. 직업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되고는 그 일이 중해서 내 가족, 내 자신은 언제나 맨 마지막이었다.

더 어려운 아이들이 세상에 많은 걸 알기야 하지만, 그래도 남모르게 가엾게 컸고 너무도 일찍 철이 들어버린 내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아주 가시는 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이제는 조금 덜하지만 젊은 날에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에 많이 치였다.

사람들에 다치는 양상은 달라도 이유는 대개 한 가지였다. 무언가를 할 때는 성심껏 열심히 하는데, 바로 그것이 문제가 되었다. 나쁜 경우에는 ‘무슨 야심이 있기에 저러나, 무섭다’라는 유추가 있었고, 보통의 경우에는 뭔가 개선을 하기보다는 세상이 지금 있는 그대로 조용한 편을 더 좋아했다. 더구나 가까운 데서 시끄러운 것은 다들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벽들에 부딪쳤을 때 무슨 수가 있겠는가. 그럴 때도 대개는 몸이 아팠다. 별 수 있겠는가. 가끔씩은 많이 아팠다.

"저는 어머니께서 어려운 일도 맡은 일이라면 건강도 잊고 열심히 하시는 것을 여러 번 보았지요.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바로 어머니 마음속의 시, 바로 좋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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