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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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소련과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지원으로 무장한 북한의 정예 사단들이 38도 선을 넘어 남한으로 들어가면서 한국전쟁의 고통이 시작되었고, 나는 그로부터 두 달 반 정도 뒤에 뉴어크 시내에 있는 작은 대학 로버트 트리트에 입학했다. (중략) 나는 우리 집안에서 처음으로 고등교육을 받게 된 사람이었다.-13쪽

아니 어쩌면 아버지의 걱정은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었는지도 모른다.-14쪽

어쩌면 나에 대한 아버지의 걱정은 당신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중략)
이유가 무엇이든, 어떤 이유들이 겹친 것이든.(중략)
고등학교 시절 나는 신중하고 책임감 있고 부지런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범생으로, 가장 착한 여자애들하고만 외출하고 토론에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학교 야구팀에서 만능 내야수로 활약하면서 우리 동네와 학교가 정한 사춘기의 규범 내에서 매우 행복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질문들에 화가 나기도 했다. 오랫동안 그렇게 친밀했던 아버지가 가게 안에서, 바로 자기 옆에서 자란 것이나 다름없는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행동했기 때문이다.-15~16쪽

부모의 눈 밑에서 품행이 단정한 젊은이로 성숙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쁘겠느냐는 말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분 좋게 해주었다.(중략)
"칼로 네 손만 자르지 마라. 그럼 다 잘되게 돼 있어." -16쪽

나는 그 일이 싫었다. 역겨워서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것이 내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 기쁜 마음으로 배운 것이었다.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17쪽

그것이 하고 싶지 않았지만 하는 일, 게다가 잘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19쪽

실제로 아버지는 미쳤다. 소중한 외아들이 성인이 되어가는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삶의 위험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걱정 때문에 미쳐버렸다. 어린 소년이 성장하고, 키가 크고, 부모보다 찬란하게 빛난다는 것, 그때는 아이를 거두어둘 수 없으며 아이를 세상에 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바람에 겁게 질려 미쳐버렸다.(중략)
나는 아버지의 무지와 비합리성과 직면했을 때 좌절감에 사로잡혀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20쪽

저는 밑바닥 생활에는 관심이 없어요. 엄마, 나는 중요한 일들에 관심이 있다고요.-22쪽

이제는 나를 당구장에서 찾아서가 아니라 거기서 찾지 못해 화를 내고 있었다.(중략)
도서관에서는 사기 당구를 친다는 이유로 큐를 맞아 머리통이 깨지지도 않고, 오늘 저녁 여섯시부터 내가 한 대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한 장을 읽는 과제를 한다는 이유로 칼에 찔리지도 않기 때문이다.(중략)
"인생이 그래서 그래. 발을 아주조금만 잘못 디뎌도 비극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으니까."-23쪽

도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어느 날 갑자기 에디가 집에서 세 시간이나 떨어진 스크랜턴의 당구장에 있게 된 걸까? 그것도 내 차를 가지고!(중략)
"세상은 자네 아들을 데려가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입맛을 다시고 있단 말이야."
-25쪽

"아주 작은 일. 아주 사소한 일이 정말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지요. 아버지가 그걸 증명하시네요!"-26쪽

나는 대학에 있는 것만으로도 전율을 느꼈다.-27쪽

나는 어른, 교양 있고, 성숙하고, 독립적인 어른이 되려고 노력했다.(중략)
아버지는 내가 젊은 성인의 가장 작은 특권을 시험적으로 사용해본 것을 벌하려고 나를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서도 나의 공부에 전념하는 태도, 대학생으로서 누리는 독특한 가족 내 지위는 더없이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29쪽

이것이 위험하지는 않다 해도 좀 이상한 갈망이라고 여겼지만, 열여덟 살인 나에게는 완벽하게 말이 되는 것이었다.-30쪽

마치 전에는 운이 좋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종에 속한 존재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31쪽

"이봐, 유대인(Jew)! 여기!"하고 부르는 소리가 여러 번 들린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말이 그냥 "이봐, 너(you)! 여기!"였다고 믿기로 하고, 계속 열심히 내 할 일을 했다.-39쪽

나머지 우리에게는 아무리 쫓으려 해도 달아나지 않고 머리 위에서 윙윙대는 파리나 모기처럼 굴욕이 따라다녔다.-48쪽

한평생에 걸쳐 있는 자잘한 것들을 계속 주물럭거리려고? 인생의 매 순간을 그 자디잔 구성 요소까지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중략)
사람마다 다른 사람의 내세와는 다른, 지울 수 없는 지문 같은 내세를 갖게 되는 것일까?(중략)
살아 있는 동안에만 삶에 묶여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사라진 뒤에도 계속 그 삶에 붙어 있게 된다. 사실 죽음이 끝없는 무가 아니라 영원히 자기 자신에 관해 숙고하는 기억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았다 한들 죽음이 덜 무서웠을까?-64~65쪽

여기서 망각되는 것은 기억이 아니다. 시간이다.(중략)
내가 어기에 있는지, 내가 뭐 하는 존재인지, 내가 이런 상태로 얼마나 오래 있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지속되는 것 같다.-65쪽

어떤 신이 심판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이 늘 행동을 집요하게 심판하기 때문이다.-66쪽

그런 깊은 수수께끼에 다른 설명은 있을 수가 없었다.-68쪽

내가 걸레라서가 아니라 그냥 너한테 그렇게 해주고 싶었어. 너한테 그걸 주고 싶었어. 내가 너한테 그걸 주고 싶었다는 게 이해가 안 가?-76쪽

그것들하고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내 무능력 때문에. 심지어 자살도 제대로 못해 그런 식으로도 내 존재를 정당화할 수 없다니. 자책이 내 중간 이름이나 다름없어.(중략)
너는 방금 어른이 된게 아니야. 아마 어렸을 때부터 평생 어른이었을 거야.(중략)
너는소르본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모파르나스의 다락방에서 살고 있어야 해. 우리 둘 다 그래야 해. 안녕. 아름답디 아름다운 남자여!-80~81쪽

나는 엘윈이 올리비아를 씨발년이라고 부르기 전에는 내가 그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미처 깨닫지 못했다.-83쪽

이제야 막 깨닫게 되는 것들.-85쪽

그런 아이를 사랑하게 되는 어리석음을 사랑하게 되었다.-86쪽

어느 쪽이든 내가 분명히 아는 것은 그 계기가 흉터라는 것이었다.-87쪽

'내가 보기에 진정으로 심오하게 인간적인 사람이라면 영원한 벌은 믿지 않을 것 같다.' (중략)
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자유로운 인간에게는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113쪽

또 버트런드 러셀 같은 부도덕한 자가 내뱉은 합리주의적 신성모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면에, 그 쉽게 속아 넘어가는 면에 감탄할 필요는 없지만 말일세.-115쪽

그게 자네가 자네의 모든 곤경에 대처하는 방법이니까.-119쪽

어디를 가든 늘 너를 미치게 만드는 뭔가가 있을 거야.-122쪽

하지만 그 아가씨가 자란 환경에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게 있을지도 몰라. 그런 건 절대 알 수가 없어. 각자의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의 진실은 절대 알 수가 없어. 애가 빗나가면 먼저 그 가족을 봐야해.-182쪽

너한테는 양심도 있고 동정심도 있고 착한 마음도 있지. 그러니 말해봐라, 이 아가씨 문제에서 너에게 요구도리 수도 있는 일을 하는 방법을 알고 있니? 다른 사람의 약한 곳은 강한 곳과 똑같이 너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한 사람들이라고 해를 주지 못하는 건 아니야. 그 사람들의 약점이 바로 그 사람들의 힘이 될 수도 있어. 그렇게 불안정한 사람은 너한테 위험해. 마키, 덫이야."-184쪽

너는 그러지마. 너는 네 감정보다 큰 사람이 되어야 해.너한테 이런 요구를 하는 건 내가 아니야.인생이 요구하는 거야.안 그러면 너는 네 감정에 쓸려가버릴 거야. 바다로 쓸려나가 두 번다시 눈에 띄지 않을 거야. 감정은 인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어. 감정은 가장 무시무시한 속임수를 쓸 수 있거든.-184~185쪽

그래, 이러기만 했다면 또 저러기만 했다면, 모두 함께 모여 오랫동안 살고, 모든 일이 잘 풀렸을 텐데. 그의 아버지만, 플러서만, 엘윈만, 코드웰만, 올리비아만! 코틀러만--그가 우월한 코틀러와 사귀지만 않았다면! 코틀러가 그와 사귀지만 않았다면! 코틀러가 지글러에게 돈을 주고 채플에 대신 들어가게 하지만 않았다면! 그가 직접 채플에 가기만 했다면! 만일 그가 채플에 마흔 번 나가 마흔 번 출석표를 제출만 했다면 그는 지금 살아서 변호사 일에서 막 은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어린아이처럼 말도 안 되는 -237쪽

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알랑거리는 찬송가를 들을 수가 없었다! 그들의 신성한 교회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기도, 그 눈을 감고 하는 기도--썩어빠진 원시적인 미신! 하늘에 계신 우리의 어리석음! 종교의 치욕, 그 모든 미성숙과 무지아 수치! 아무것도 아닌 것을 둘러싼 광적인 경건함! 코드웰이 그에게 그래야만 한다고 했을 때, 코드웰이 그를 다시 사무실로 불러 마티 지글러에게 돈을 주고 대신 채플에 가게 한 것에 대해 렌츠 학장에게 반성문을 제출하고, 그런 뒤에 훈련의 방식이자 속죄의 방법으로 마흔 번이 아니라 총 여든 번 채플에 참석해야만, 다시 말해서 대학에 다니는 동안 거의 수요일마다 채플에 가야만 퇴학을 안 시키겠다고 했을 때, 마커스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다름 아닌 메스너답게, 다름 아닌 버트런드 러셀의 제자답게, 주먹으로 학생과장의 책상을 내리치면서 두번째로 이렇게 내뱉는 것 외에 달리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좆까, 씨발."-238쪽

그래, 멋지고 오래되고 도전적인 미국의 "좆까, 씨발". 그것으로 정육점집 아들은 끝이었다. 그는 스무 살 생일을 석 달 남기고 죽었다. 마커스 메스너(1932~1952)는 그의 대학 동기 가운데 불운하게도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유일한 학생이었다.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27일에 휴전 협정 조인으로 끝이 났다. 채플을-238쪽

견디고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있었다면마커스는 그로부터 열한 달 뒤 와인스버그 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을 것이다. 나아가 졸업생 대표로 고별사를 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그랬다면 그의 교육받지 못한 아버지가 그동안 그에게 그렇게 열심히 가르치려 했던 것은 나중에 배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매우 평범하고 우연적인, 심지어 희극적인 선택이 끔찍하고 불가해한 경로를 거쳐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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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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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 박사에게 가야 했다. 왜 내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아빠가 죽었다면 누구든 무거운 부츠를 신고 사는 것이 당연하고, 부츠가 무겁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도움이 필요한데 말이다. -2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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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9-02 0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 스맛폰으로 댓글쓰기 가능해요. 카톡 못하는것이 아쉬울뿐ㅋ.즐겁게 잘 다니고 있어용^*^

순오기 2011-09-02 16:44   좋아요 0 | URL
나비니 서재에만 댓글 달았네~ 본인 서재에는
...그리고 말이 없었다.^^

라로 2011-09-04 23:02   좋아요 0 | URL
부비부비~~~~~.
계속 부비부비~~~~~.
즐겁게 잘 다니고 계실거란 걸 잘 알고 있어요~~~~.^^
내일 오는 거죠!!!!!ㅠㅠㅠㅠㅠㅠㅠㅠ
빨리 와서 세실의 즐거운 여행기 올려주세요~~~~.^^

오늘 휴대폰 대리점 갔다가 갤럭시 화이트 만지작 거리다 왔다는,,^^;;
겨울쯤 나올거란 아이폰 5 기둘리고 있어요~~~.ㅋ

세실 2011-09-09 02:18   좋아요 0 | URL
맞아. 유럽가서 열받았던게 네덜란드에서 와이파이가 안뜨는거 있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애플꺼만 가능하다는.....흑. 나두 아이폰 살껄 그랬어....
그럼 겨울까지 우린 카카오톡도 못하는 거예요? 훌쩍.
 
단 한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은 150일간의 세계일주
세스 스티븐슨 지음, 윤미나 옮김 / 달 / 2011년 2월
절판


오손 웰스가 영화 <위대한 앰버슨 가>에서 말했듯,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남는 시간은 더 줄어든다."이제 삶은 휙휙 지나간다.-5쪽

또다시 편안함과 쳇바퀴 같은 틀이 가질처럼 일상을 뒤덮었다.-11쪽

어느 모로 보나 나쁠 게 없었다. 마음고생 하는 일도 없고 절실히 원하는 것도 없었다. 건강도 괜찮았다. 무아지경에 바지게 해주는 전자제품에 시들해지면, 갖가지 취할 거리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나는 또다시 인생에 뭔가 빠진 것 같다는 성가신 느낌에 시달리기 시작했다.-11쪽

제트 여객기를 타는 것은 여행이 아니다. 그건 그냥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순간이동하는 것이다.
(중략)
차근차근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아니라 훌쩍 뛰어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조금 힘겹더라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즐거움, 비참함, 행운, 재앙으로 가득 찬 진정한 모함을 만나게 된다.-19쪽

우리는 길 위에서 여행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짜 맞추어 나가기로 했다.-21쪽

레베카와 친구 사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속옷을 그리 자주 빨 필요가 없을 것이다.-22쪽

그밖에도 처리해야 할 자질구레한 일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때로는 현실과의 연결을 완전히 끊기가 불가능해 보였다.-23쪽

나는 크루즈 여객선의 아첨 뚝뚝 흐르는 접대보다 이런 무뚝뚝한 효율성을 더 선호한다.-33쪽

해묵은 바다의 침묵에 비하면, 모든 것이 갑자기 사소해 보였다.-41쪽

모든 문화권에서 가장 소외된 소수계층에게 뒤집어씌우는 뻔한 누명이었다.-65쪽

유럽의 열차는 먹고사는 문제를 훨씬 더 솜씨 좋게 다룬다.-68쪽

대부분의 여행자는 의식하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기 때문에 혹은 불편한 걸 못 참는 습성 때문에, 비행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한다.-71쪽

말하자면 레베카와 나는 역사의 재현자인 동시에 개척자다. 우리는 과거 사람들이 했던 그대로 여행을 할 뿐 아니라, 미래에 언젠가 사람들이 하게 될지도 모르는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73쪽

다른 사람에게는 이 무슨 지루하고 하찮은 일화냐 싶을지 모르지만, 내게는 굉장히 흐믓한 성과였다. 나를 유럽인으로 착각한 거니까! 위장은 성공적이었다. 나는 국가 정체성이란 족쇄를 끌러내고, 익명의 보편적인 여행자가 되어 길을 걷는다.-74쪽

헬싱키에 대한 내 첫 인상은 고급 안경점을 위한 TV광고 같은 도시라는 것이다.-91쪽

러시아는 세상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곳이다. 광대한 땅덩어리, 서사적인 테마, 풍부한 문화유산, 조잡한 소비재마저도.-97쪽

쪼그리고 앉는 변기 주변에 온갖 더러운 물질이 다양한 방식으로 튀어 있었다.(잠깐 쪼그리며 앉는 변기라니? 여기 유럽 맞습니까?) 소변기 절반은 깨져 있고, 몇군데에는 드라이버와 렌치가 들어 있었다.마치 수리공이 화장실을 깔끔하게 만들려고 애쓰다가, 그 모든 노력이 헛됨을 깨닫고 좌절해서 그냥 나가버린 것 같았다.-99~100쪽

우리는 그냥 갈까 싶기도 했지만, 이제는 미술관에 들어가는 것보다도 이 다다이즘적인 단막극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가 더 궁금해서 오기로 버텼다. -104쪽

잠시 후 내가 요구한 것을 정확히 받는 단순한 절차에서, 이루말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107쪽

러시아 사람들의 자제력에 어떤 고결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러시아 사람들의 천성적인 진지함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본주의를 받아들였지만, 그것의 가장 저속한 요소에는 굴복하지 않았다.-118쪽

쥘 베른! 문체 죽이지! 문장이 다 명사로 끝나잖아!-120쪽

중요한 건 여행 중에도 삶은 계속 된다는 거다. 때로는 당연히 지루해 진다.-120쪽

마치 나라 전체가, 존재하는 것 자체를 지겨워하는 듯 보였다. 아무도 행복한 것 같지않은데 누구도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하지 않는다.-128쪽

체호프는 글쓰기에 관한 자신의 야망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당신 인생이 얼마나 끔찍하고 따분한지 좀 보라구!' 요점은 간단하다. 사람들은 자시 모습을 제대로 보기 시작하면 좀 더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129쪽

절반밖에 못 알아듣는 유쾌한 대화를 한 시간쯤 이어가는 동안, 참여자들의 선의와 의욕에도 불구하고 정서적인 소통의 3분의 2는 언어 속에서 길을 잃었다.-133쪽

장기 여행이 멋진 이유는 일시적인 우정과 정처없는 자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순간순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일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행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여행 자체가 쳇바퀴가 될 수 있다. 어느 순간이 되면, 더 이상 인생을 풍요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대신에 거기서 벗어나려 할 가능성이 크다.-215쪽

모든 기본적인 육상(해상) 교통수단 중에서 버스는 가장 덜 낭만적이다. 배와 기차는뭔가 고전적인 매력이 있다. 자동차는 사용 인구가 많고 열정적인 숭배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반면 버스 여행에 대한 랩소디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243쪽

예로부터 버스를 타는 건 예측 불가능한 모험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대개 기차나 비행기보다 많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저렴한 요금 대신, 형편없이 낮은 삶의 질을 감수하는 것이다.-244쪽

그러나 장담하는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나친 안락함에 분개할 수도 있다.-313쪽

크루즈 여객선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일 뿐이다.교통수단이 아니다.-318쪽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요즘 여행에 대해 생각할 때는 순전히 목적지에 대해서만 생각한다.-331쪽

지금 내 주머니에 들어 있는 묵직한 열쇠는 마치 닻처럼 느껴진다.-3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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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마더 - 예일대 교수 에이미 추아의 엘리트 교육법
에이미 추아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절판


하지만 그런 것이 내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제드의 어머니였으니까. 중국인에게 부모란 타협할 여지가 없는 대상이다. 부모는 그저 부모이며, 자식은 부모에게 모든 것을(별로 가진 것이 없다고 해도) 빚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를 위해서는 무엇이든(그것이 자신의 삶을 파괴한다고 해도) 해야 한다.-120쪽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잘하기를기대하는 것이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제가 원하는 걸 그냥 시키면 활낼 필요도 없고요.-127쪽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 줘야겠어.-142쪽

개는 다른 개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헤엄이 그렇다. 우리는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하면서 박수만 치면 된다. 딸들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것은 태만이나 다름없다.
나는 모든 상황을 꿰고 있어야 했다.-145쪽

음을 틀려서 내 시간을 낭비하지 마. 네 수준에서 변명은 통하지 않아. 음을 제대로 연주하는 건 네 몫이야. 그것만 지킨다면 레슨 시간에 다른 것들도 배울 수 있을 거야.-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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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03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이들이 넷인데요.
각기 개성이 뚜렷합니다.
부모가 가르쳐서 부모의 뜻대로 되는 아이라면 대략 별로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결국 하는 것인데, 그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옆에서 부모가 도와줄 수는 있겠지요.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보고 따라합니다. 하하


라로 2011-09-04 22:54   좋아요 0 | URL
우와~~~. 자녀분이 넷이군요!!
전 셋이에요~~~.^^
"부모가 가르쳐서 부모의 뜻대로 되는 아이라면 대략 별로"라는 말씀에 크게 웃었어요.^^
에이미 추아의 이 책은 한사님께서 몇 마디로 말씀하신 것을 결국 그녀가 깨닫게 되어 간다는 내용이에요.^^
예일대 교수인 그녀도 자녀 교육에선 시행착오가 많더군요.
언급하신 것-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부모가 아이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가르침이에요.
저도 요즘 아이를 옆에서 지켜만 보고 스스로 하도록 하게 하려고 해요.
결국 아이 인생이니까요.
하지만 쉽지가 않네요.^^;;

아이가 부모 행동을 보고 따라한다는 말씀 다시 간직해 봅니다.
 
데메테르 Pink Lemonade(핑크 레모네이드) - 남녀공용 30ml
데메테르
평점 :
단종


저가라서 좋은데 순수자연에서 추출된 원료들을 사용하고 있다니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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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8-13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에 두고 쓰니 더 좋아요~~~
우울할때 한방울씩 톡톡 뿌려주면 제 몸과 차에서도 상큼한 향기가 나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언니 땡큐~~~

라로 2011-08-16 22:30   좋아요 0 | URL
착한 세실님~~~.
별로 좋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 댓글을 달아주시니
담 생일엔 더 좋은거 줄꼐용~~~.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