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차피 이런 하찮은 글은 읽지 않을 당신들께

 

왜 완전 반대하는 홍준표를 냅두고, 차별하지 않겠다고까지 말해준 고오마운 문재인한테 와서 지랄이냐고? 그 답은 누구보다 당신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왜 비판의 수준을 넘어 비난에까지 이른 홍준표와 자유한국당은 놔두고 정의당과 심상정에게 와서 배신이니 뭐니 반협박을 했나. 

 

차별 안한다는데 왜 발광이냐고? 과연 당신들이 그 말을 지킬 수 있을까?

 

당신들은 아마 이럴 것이다. 만약 문재인이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지금의 스탠스를 계속 유지하다, 성 소수자와 성 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이들의 표가 심상정쪽으로 이탈하고, 그 사이 어찌된 일인지 안철수든 홍준표든 단일화가 되어 오차범위 내에서 거세게 맞붙는다면 당신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 게이새끼들 더러운 성욕 때문에 졌다 / 질 뻔했다.

 

당신들은 또 이럴 것이다. 만약 문재인이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지금의 스탠스를 고쳐, 성 소수자와 성 소수자의 권리를 지지하는 이들의 표를 지켜냈지만, 특정 기독교 세력을 비롯해 성 소수자의 권리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표가 이탈하고, 그 사이 어찌된 일인지 안철수든 홍준표든 단일화가 되어 오차범위 내에서 거세게 맞붙는다면 당신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저 게이새끼들 편들어 주다가 표 다 잃어서 졌다 / 질 뻔했다.

 

차별에는 반대한다고 해 놓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면 차별에는 반대한다는 당신들의 '말'이 무슨 의미가 있나.

 

 

2. 역시 읽지 않겠지만, 자신이 무엇을 반대하고 있는지 모르는 또다른 당신들께

 

인권을 외쳤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사실 인권이 아니다. 인생이다. 당신들이 반대하는 것은 성 소수자들의 인권이 아니라 인생이다. 돈 좋지. 직업이나 명예 물론 좋고. 그러나 사랑과 섹스, 그리고 결혼(결혼을 통해 생겨나는 가족)은 한 사람의 인생의 거의 대부분이다. 그들이 죄없이 빼앗겼거나,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애초에 가지지 않아야 했던 모든 것이다. 이런 거대한 덩어리를 태어남과 동시에 당연하게 인정받고 부여받아 마치 산소처럼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반대할 권리"라는 얼토당토 않은 권리를 보장하라며 다른 이의 인생을 반대한다. 

 

당신들의 눈에 더럽게 보인다고 그들이 더러운 것이 아니다. 내 눈에 당신들이 더러워 보인다고 당신들이 더러운 것이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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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이에 대한 생각을 명품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아

 

멋진 말은 앵무새를 낳는다. 내 입에서 나오는 나쁜 말은 그대로 내 민얼굴이지만, 멋진 말은 대체로 두터운 화장, 액세서리, 명품으로 동작한다. 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여주고 싶은 나를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속인다. 이런 올바른 말을 하는 나는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며 스스로 눈을 가린다. 자기만족이 자기기만으로 작용하는 지점을 자기 눈으로 캐치하는 것은 한없이 불가능에 가깝다. 며칠 전에 읽은『일상적인 것들의 철학』에서 예를 하나 가져와야지.

 

안철수는 '다르다'는 말을 쓸 자리에 '틀리다'는 말을 쓴다. '틀리다'는 말을 쓸 자리에도 '틀리다'는 말을 쓴다. 누군가 다르다의 자리에 틀리다를 쓰고, 누군가는 그것을 지적하는 상황을 우리는 종종 맞닥뜨린다. 저런 말실수 안에는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무의식이 숨어 있는 거라고, 프로이트를 거칠게 가져다 붙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경상도 사투리는(내가 읽은 책의 저자는 '남부 방언'이라고 표현했다) 다르다를 '틀리다'로 쓴다. 어른들이 그렇게 말하고, 나도 서울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랬다. '다르다'와 '틀리다'가 모두 '틀리다'였다. 말言과 말馬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컨텍스트를 통해 '틀리다'와 '틀리다'를 구분한다. 물론 요즘은 경상도에서도 그 두 단어를 구분해 쓰는 사람이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 표준어 규정에 따르면 다르다와 틀리다가 다르고, 다르다를 틀리다로 쓰는 것이 틀린 것임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표준어 사용자가 아닌 사람들의 언어 사용을 표준어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안될 일이다. 사투리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이것은 "오빠야라니, 오빠야는 부산 대구를 포함한 경상도 지방에서 오빠를 이르는 사투리야. '오빠'라고 쓰도록 해." 하는 식의 빙신같은 발언보다도 훨씬 더 후진데, 그 이유는 '다름'은 '틀림'이 아니라는 말을 통해 '다름'을 '틀림'으로 정의하는 역설을 온몸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일상적인 것들의 철학』의 저자는 외형적으로 유사한 말들이, 언어의 영역과 도덕의 영역에 동시에 펼쳐질 떄, 사람들이 언어와 도덕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나는 이런 무관심을 비난하고 싶다.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영역에서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라는 말은 거부할 수 없는 기본 전제가 된다. 무엇을 다른 것에 넣고, 무엇을 틀린 것에 넣느냐의 차이가 실질적인 문제를 야기하지만, 어쨌든 논의에 참여하는 이들은 저 대전제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저 말은 강력한 동시에 훌륭한 말이 되며, 고민없이 받아들이는 말이 된다. 끊임없이 입에 올려 나 자신의 훌륭함을 증거하는 말이 된다. 그 과정에서 자기기만이 싹틀 수 있다. 반복적으로 되뇌어진 추상적인 말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사려깊은 생각과 공감을 막는 역할을 한다. 뚜껑에 "소수자 문제"라고 써 있는 검은 상자 안에는 각종 소수자들이 이 사회를 살아가며 겪는 구체적이고 실제적 고통들이 잔뜩 들어 있는데, 자기기만에 취한 이들은 "다름은 존중받아야 하지, 난 소수자들의 인권에 찬성해. 옛날부터 내가 주욱 하는 말이 그 말이잖아. 다름은 틀린 게 아니라고." 라며 다시 한번 스스로의 훌륭함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그 상자를 열어보는 일을 시원하게 스킵한다. 결국 그들의 추상적인 공감은, 그들 자신을 더 인간으로 만드는 만큼, 소수자들을 더 인간으로 대접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2. 따뜻한 말 한마디

 

어제 문이 홍과 군대 내 동성애에 대한 반대 입장을 함께하는 가운데, 실수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군대 내'라는 용어를 빼고 동성애에 반대하냐고 되물은 홍의 질문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문이 진심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지 같은 것은 궁금하지도 않았다. 표를 위해서는 찬성해도 반대라고 할 수 있고, 반대해도 찬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들의 입말 자체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모든 종류의 소수자와 관련한 지금까지의 진보는 대부분 당사자들의 투쟁과 연대, 그리고 소수자들에 마음을 열어가는 비소수자들의 인식을 통해 뚜벅뚜벅 성취되었지, 특정 정치인이 나타나 한 방에 와장창 판을 뒤엎어 주었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 순간 TV를 보고 있던 많은 소수자들은 한숨을 내쉬었겠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170분의 토론 가운데 딱 1분만 주어지는 찬스 발언을 사용한 심상정 후보의 입에서 "성 정체성은 그야말로 정체성일 뿐, 찬성이나 반대의 대상이 아니다"는 정말 원론적이면서 당연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리고 1분간의 발언이 끝나고, 실시간 검색에 심상정을 때려 넣었다. 눈물.,눈물이 난다, 왜 내가 울고 있지,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온통 눈물의 이야기였다. 왜, 왜 우리는 저런 말 한마디에 눈물을 흘릴만큼 이해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하나-하는 생각에 울음이 멈추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살면서 단 한번도 성적 지향성 때문에 괴로움을 겪은 일이 없는 내가 말 한마디에 눈물을 흘릴만큼, 어떤 종류의 소수자들은 지금도 힘들고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3. 홍준표는 천재다

 

개그 천재. 심지어 나날이 발전한다. 정치인으로 쓰기에는 그 재능이 아깝다.

 

제일 재미있는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문-홍의 "이보세요" 씬이었다.

문이 "이보세요" 했다.

홍이 "어디서 그렇게 버릇없이 말합니까."했다.

문이 홍보다 만으로 2살 형이다.

 

"어르신이면 보수"라는 생각에 맞서는 방법이 "보수면 어르신" 이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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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4-26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든 나쁘든, 홍준표는 정치적 셈법의, 일종의 기술자로서 매우 뛰어나죠. 그가 써내는 쉬운 프레임 전략은 혀를 내두를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뭐냐... 안찍박.. 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된다는 프레임은.. 이야, 홍준표니까 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진짜 뛰어난 네거티브 전략이요, 프레임이비다. 실제로 이 전략이 먹혔다는 기사도 어디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P.S 뭐... 뭐니뭐니해도 토론의 여왕은 우리 심블리님이시죠.. ㅎㅎ

syo 2017-04-26 10:42   좋아요 0 | URL
홍준표 화이팅입니다.

어제는 안도 곧잘 하더라구요. 준비를 얼마나 했는지, 질문도 단도직입적으로 하지 않고 배경깔고, 자기 의사 깔고, 질문하더라구요. 처음부터 어제 같은 방식으로 일관해서 네 번의 토론을 거쳤다면 최소한 유승민한테 가 있는 지지율 일부는 어렵잖게 당겨왔겠다 싶었습니다.

2017-04-26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4-26 1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7-04-2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syo 님의 의문점에 대한 의견글 남겼습니다.

답변 글이 좀 늦었습니다. (제 가치관부터 설명을 해야 할까?,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하고 의문이 있을 때 재답변을 할까? 고민을 했습니다.)

2017-04-26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4-2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가 강조하는 병역의 의무는 성 소수자들을 힘들게 만듭니다. 우리나라에는 동성애자의 대체복무제가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병역의 의무와 성주체성 장애 사이에서 고민하는 성 소수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군 복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그들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차가워집니다.

syo 2017-04-26 12:19   좋아요 0 | URL
공감합니다. 지인 중에 입대를 앞두고 말씀하신 문제로 진지하게 자살을 고민했던 분이 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냥 군이니까 무작정 안돼, 이럴거면 아예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애당초 동성애가 군 전력을 손실시킨다는 말을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마립간 2017-04-2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준표는 트럼프 Donald Trump를 모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syo 2017-04-26 12:07   좋아요 0 | URL
그걸로 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웃깁니다. 여러모로 웃기는 사람이군요.

마립간 2017-04-26 13:43   좋아요 0 | URL
제 의견은 홍준표 후보가 (트럼프처럼) 대통령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홍준표 개인적인 ‘정치적 입지‘만 놓고 본다면 되었다(,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봅니다.
 

1. 정치 워리어가 밤 늦도록 토론을 보는 이유

 

이번에는 안 보리라 그렇게 다짐했건만, 아, 결국 마법처럼 나를 TV 앞에 끌어다 앉힌 이 맵고 짠 말요리들아.... 대선 토론은 몸에 나쁘다. 따가운 말은 앉아도 따갑고 나쁜 말은 서도 나쁘다. 그렇지만 그게 다 저 매서운 입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막장 드라마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어쨌든 소비되기 때문이다. MSG에 식재료를 첨가한 듯한 역설적인 음식이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먹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들이 맵고 짜고 따갑고 나쁜 말로 말야구를 하는 것은 그것이 먹히기 떄문이다. 너도 나도 그 누구보다도 나도 모두가 정치평론으로 한가락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막말잔치를 욕하면서도, 달리 보면 오히려 욕할 수 있기 때문에 즐긴다. 

 

강한 이를 욕하는 놀이는 생각보다 중독성이 강하고, 스스로의 지식과 품격, 권위를 드러낼 수 있는 용인된 통로로 기능하면서 종종 자존감에 물뽕을 놓는다. 누구나 처음부터 정치에 미쳐있는 것은 아니다.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멱살잡이를 하는 사람들도 태어날 때부터 정치 콜로세움의 검투사는 아니었다. 처음에는 "야, 이건 아니지 않냐? 이게 아니라 저거지."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처음에는 자유나 평등과 같은 부인하기 어려운 가치를 부정하는 이들을 공격했을 것이고, 듣는 이의 동의를 즉각 획득했을 수 있다. 그리고 맛을 알았을 것이다. 태어나 처음 초콜릿을 입에 넣어 본 아이들처럼. 발언과 동의의 반복되는 다선 속에서 성장해 왔을 것이다. 사실은 그 성장은 절반이 편향이라는 것을 모르거나 모른 체 하면서. 그리하여 마침내 같은 방식으로 자가 육성된 검투사를 콜로세움에서 맞닥뜨렸을 때, 그 만남은 승과 패가 곧 자신의 전 인생에 대한 긍정과 부정으로 치환되는 일도양단의 싸움판이 된다. 

 

그러니까 또 어떻게 보면, 정치 위리어에게 정치인들의 토론은 피트니스 센터나 태릉선수촌 같은 것이 된다. 언젠가 찾아올 대결의 날을 위해 부단히 몸을 만드는. 막장이건 끝장이건 결국 볼 밖에. 아, 찌질한 걸 알아도 벗어나질 못하겠는 이 정치 워리어질의 맛.

 

 

2. 정책은 따로, 좀, 꼭, 듣고 싶습니다.

 

나도 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고 싶다. 그러나 내 생각에 대선토론회가 말싸움과 과오논쟁을 완전 배제한 정책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고, 그다지 이상적이지도 않다. 여전히 나는 후보간 토론을 통해 우리는 주로 정책이 아닌 다른 것을 검증해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논객들의 토론과 대선후보들의 토론은 그 목적 자체가 다르다. 논객들은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토론하고, 후보들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토론한다. 후보들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토론하지 않는다. 정책이 궁금하면 국민들은 정책자료집을 공부해야 한다. 한 사람에게 20분씩 밖에 주어지지 않는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공약을 알기 쉽게 쏙쏙 설명해주기를 바라며 정책자료는 거들떠도 안보는 것은 전형적인 공부 못하는 학생의 공부법이다.  

 

설사 미리 정책자료를 다 숙지한 다음 TV 앞에 앉았다 한들, 예를 들면 내가 문재인의 공약 중 특정 부분에 품고 있는 의문을 유승민이 문재인에게 그대로 물어 줄 거라는 확신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가.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의중을 듣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 국민들의 진짜 바람이었다면, 국민은 최소한 후보간 토론회가 아니라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나 질의응답을 요구했어야 한다. 솔직히 인정하자. 우리 대부분은 그냥 검투가 보고 싶었을 뿐이다. 스포츠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싸움에 대한 인류의 오래된 욕망의 한 변형물로서.

 

 

3. 내 패를 안 보이는 안보 

 

유는 언제나 잘하지만, 어제는 좀 본인답지 않았다. 본인도 실제로 국정원이 북한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북한에 물어보는 것 말고 무슨 방법이 있겠냐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대의 반응을 알기 위해 상대방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 말고는 다른 수단이 없는 정보조직이라면 문을 닫아야지. 유의 3분과 문의 2분이 쓸데 없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홍, 유, 심은 사드 배치에 대해 말을 바꿨다며 문과 안을 공격하지만, 나는 그 중 심의 입장 말고는 논리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이야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입장이니, 애초에 반대했다가 찬성이나 유보쪽으로 슬그머니 옮겨간 문과 안을 꾸짖는 것에 일관성이 있다. 그러나 홍과 유는 국방을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으면, 문과 안의 사드 찬성 또는 유보 입장을 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배치하지 말자고 한다며 비난하다가, 이제 배치할 수도 있다고 하니 배치하지 말자고 "했"다며 비난하는 것은 재밌다. 실제로는 사드 배치보다 사드 배치에 대한 문과 안의 입장 배치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는데.

 

주적 이야기는 논할 가치도 없다. 나는 오히려 유와 홍, 안의 안보관이 의심된다. 우리의 안보를 위해 우리는 외교적 군사적으로 최대한 많은 카드를 보유해야 한다. 지피지기는 백전불태이므로, 상대의 '지피'를 최대한 막아야 한다. 싸움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상대방에게 영상편지를 띄운다. 나는 너에게 레프트를 날릴 것이다. 라이트는 없다. 내 인생 오직 레프트 외길 인생. 이 전략은 실제로 나의 레프트를 대비해 오른쪽 옆구리를 키운 적에게 라이트를 꽂는 방식으로 쓰이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다. 진짜 안보는 전쟁이든 외교든 결국 이기는 싸움을 해야 얻어지는 것인데, 왜 자꾸 스스로 패를 까지 못해 안달일까.  

 

그리고 홍은 매주 개콘에 나왔으면 좋겠다...... 난 개콘 안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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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4-20 13: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재인 지지자들이 걱정을 하던데 오히려 저는 이번 토론은 문재인에게 유리한 점으로 작용하리라 생각됩니다. 개인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서 토론은 누가 더 토론을 잘했으냐가 아니라 누가 그 토론으로 득표를 더 얻는냐에 방점이 찍히는데, 제가 보기엔 홍준표가 이번 토론으로 보수층으로부터 많은 득표를 얻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홍준표가 표를 가져간다는 것은 결국 안철수 표에서 빼앗는다는 것을 의미하니 문재인으로서는 손해볼 것이 하나도 없고...

다구리 형태로 이어진 한 사람에게 집중된 공격은 관람자들이 보기에 오히려 약자 보호 심리가 작용해서 문재인에게 결속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심상정 후보는 토론을 가장 잘한 후보인데 토론은 잘했으나 역설적으로 가장 많은 표를 빼앗긴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심후보 지지자 성향 중에는 문재인에 대한 호감도.. 그러니까 심과 문은 진보라는 동질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 텐데
심 후보가 집중적으로 문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심후보 지지자 상당수가 문재인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과는


심후보 지지율 떨어지고(문재인이 가져가서..)
홍후보 지지율 올라가고
안후보 지지율 떨어지고(홍후보가 가져가서..)


결론은 표 계산으로 보면.... 문재인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라 생각됩니다...

syo 2017-04-20 13:56   좋아요 2 | URL
정의당은 이번에도 또 한번 크게 휘청하겠네요. 전 워낙 심빠 정의당빠라 아무 생각도 안하고 보고 있었는데, 후폭풍이 만만치 않네요. 이런 사건 하나로 원내 유일한 진보정당이 휘청휘청 하는 이 나라 진보의 얄팍한 지반이 정말 슬픕니다....

다락방 2017-04-24 08:29   좋아요 2 | URL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거 댓글 다 syo 님이 다신 줄 알았어요. 내심, 혼자 글도 쓰시고 댓글도 달고 거기에 답글도 달았구나...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곰발님 댓글이었네요? 같은 퍼스나콘 이라 제가 크게 헷갈렸습니다. (본문과 상관없는 댓글 되겠습니다)

cyrus 2017-04-20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론 질문은 좋았지만, 토론이 점점 진행될수록 중구난방이 되더군요. 홍준표의 개그, 아무 말이나 툭 던지고 보는 식의 토론 진행에 젊은 사람들은 그냥 웃고 넘겼겠지만, 여전히 보수 정치인을 믿는 중장년층들의 눈에는 홍준표가 문재인, 안철수를 제대로 공격했다고 생각(착각)할 겁니다. 그 점에서 저도 곰발님의 생각과 비슷합니다. 홍준표 지지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요.

syo 2017-04-20 13:58   좋아요 1 | URL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어쨌든 곰발님 말씀대로 홍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은 결론적으로 나쁜 일은 아니니 땡큐입니다. 사실 전 요즘 홍을 제일 응원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17-04-24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 님 어제 토론도 봤어요? 저는 봤어요. 시작부터 심상정 후보가 ‘강간모의자를 대선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아준 거 너무 좋았고요, 물어뜯기에 그치려던 토론을 ‘정책을 살펴보자‘고 한 것도 너무 좋았어요. 뭔가 막 조마조마한 마음이 되어가지고 봤지요. 그에 비해 다른 후보들의 토론은 많이 별로였어요. -_-

syo 2017-04-24 19:25   좋아요 0 | URL
저도 그 부분에서 바로 핸드폰 들어서 실시간 검색에 심상정 때려넣었어요. SNS에 어떤 반응오나 보려구요. 솔직히 프로필 사진도 이런 제가 해봐야 객관성 없는 이야기겠지만, 어제는 그나마 심상정 말고는 살릴 데가 한군데도 없었던 것 같아요.

강간 모의자를 대선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에 다른 후보들도 동의하는 것 같았지만, 유승민이나 안철수는 좀 치졸해 보였어요. 이 이슈를 이용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유승민은 일단 홍준표 쓰레기- 그래놓고 문재인은 이 건에 대해 왜 아무 말이 없냐며 문재인 때리기에 써먹었고, 안철수는 홍준표 쓰레기- 해놓고서는 홍준표랑 토론은 계속 이어갔어요. 홍준표 표를 빼와야 되니까 공격을 안 할 수가 없는거죠. 홍준표 얼굴은 안 보고 할거라며 카메라 응시하는데-_-....저게 무슨 쇼인가 싶더라구요.

징가 2017-04-26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 워리어인 님같은 분이 계셔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syo 2017-04-26 09:54   좋아요 1 | URL
ㅎㅎㅎ 이렇게까지 말씀해주실 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관심이 있고 승질도 드러워서 이러는 거지요. 감사합니다.

징가 2017-04-26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치에 무관심한 것보다 드러운 승질(?)의 워리어가 더 낫지않을까요?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워리어의 드러운 승질의 힘 아닐까 싶네요 ㅋㅋ

syo 2017-04-26 10:00   좋아요 2 | URL
말씀에 적극 공감하면서 앞으로 더욱 큰 관심과 더욱 드러운 승질을 배양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ㅋㅋ
 


1. 시궁창의 뚜껑이 열린다


정치인으로서 승승장구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람들이 모자란 건지 뭔지,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보면 상대방이 찬 똥볼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것을 의외로 빈번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정치판인거라, 내가 뭘 잘 하면 좋지만 그렇다고 또 내가 뭘 잘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잘한 일은 정치인의 입신출세에 있어서 그냥 양념 같은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정치판은 1년 365일 중 364일 정도는 그냥 시궁창이다. 


아들과 조폭이 맞붙었다. 아들을 지지하는 이들은 아들이 그럴 리 없고 조폭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고, 조폭을 지지하는 자들은 조폭은 실수지만 아들은 고의가 아니냐고 맞받는다. 조폭은 아들을 향해 적폐를 청산하자는 네가 바로 적폐라고 꼬집고, 아들은 조폭을 향해 너의 새정치는 과연 5공 시절에는 새로웠다고 놀려 먹는다. 


신나고 익숙한 대한민국이다.




2. 니들 제발 정책 대결 좀 하라는 말을 하기 전에,


우리 한 번 정책 대결을 해보자고 말하는 자들이 실제로 정책 대결 한 번을 하지를 않는게 꼴성사납지만. 사실 유권자들의 사정이라고 딱히 더 나은 것도 아니다. 니들 제발 정책 대결 좀 해라, 보고 있는 우리 생각은 안 하냐고 타박하는 국민 대다수는 사실 정책을 내 놓아도 잘 모른다. 그냥 내가 관심 있는, 나의 이해득실에 직접 연관이 있는 정책만 모호하게 알고 있을 뿐이다. 


심상정이 20-25세 청년들에게 1000만원씩 배당하겠다는 정책을 냈다는 기사가 나오면, 무슨 돈으로 그거 할 거냐는 댓글이 베댓이 된다. 분명히 상속세 5조 4천을 그대로 1000만으로 나눠서 54만명의 청년에게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안 읽는다. 읽었다면 어쨌든 정부 총 예산에서 5조 4천억을 줄여야 한다는 것인데 어느 부분을 줄일 건지를 물어봤겠지. 도통 안 읽는다. 


"돈 준다 = 포퓰리즘" 이라는 등식이 자동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인간들은 보수의 심장을 가졌거나, 텅 빈 머리를 가졌으리라고 믿는다. 그냥 포퓰리즘이라는 있어 보이는 단어를 댓글창에 한 번 써보고 싶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소득재분배와 가처분소득 증대를 통한 시장활성화 같은 말은 빨갱이 잡소리라고 생각한다. 웃긴 건, 그런 사람들도 "낙수효과는 거짓말"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나간 것은 또 아는지라, 또 그 말은 입에 올린다. 도대체 낙수효과도 아니고 분수효과도 아니라면 어쩌자는 말일까?




3. 정책으로 평가 하자는 당신의 정책을 평가하자면,


정책을 보고 대통령을 뽑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 없다. 대선 전에 제시했던 공약을 당선이 되고 나서도 그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순간 호구 잡힌다. 대통령이 공약을 엎어도 비난 말고는 딱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게다가 정부 밖에서 만든 공약은 정부라는 플랫폼 안으로 들어가 정책이 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변동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람을 보고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성격이나 언동은 물론, 50년이 넘게 살아온 그 사람의 인생행로, 정치판에서 그 긴 세월에 걸쳐 제시해 온 가치들을 보고 대통령을 골라야 한다. 말은 바뀔지 몰라도, 안철수가 말했듯, 50넘은 사람은 바뀌지 않는 것이니까. 정책은, 그 정책이 그가 이제껏 추구해 온 것에 얼마나 부합되는지를 비교하여, 자신이 이룩하고자 하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얼마나 뚝심있게 걸어갈 것인가를 계량하는데 쓰는 것으로 족하다. 이를테면, 박정희의 딸로 태어나 박정희의 딸로 살다가 박정희의 이름에 올라타 정치인이 되어 박정희의 정치를 계승하려는 어떤 정치인이 대선후보로 나와 경제민주화를 정책이라고 내놓았을 때, 그 정책 자체의 합당함을 논할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마침내 박정희가 되기 위해 택도 없는 거짓말을 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저 정책을 보니 알겠다-고 판단해야 한다.


그랬는데, 지난 대선, 정책을 보고 박근혜에 투표한게 나라서 부끄럽다. 그리고 그 정책들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 청와대엔 주인이 없다.




4.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는 말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마라


문재인이 세월호 추모곡에 내래이션을 한다.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일까? 그간 세월호에 대한 문재인의 태도에 비추어보면, 충분히 선의라고 평가할 수 있지 않나? 여기서 문재인이 세월호 추모곡을 발표한다고 해서 "그간 세월호에 관련해 문재인의 태도가 미진해서 지지하지 않았지만, 노래까지 하는 걸 보니 이제는 지지할 수 있겠다."라며 지지측으로 돌아서는 사람이 생긴다고 보는 것일까?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알고리즘은 조금 다르다. 세월호는 정치와 무관하게 우리에게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건을 덮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유가족들을 억압하려는 시도가 발생한 순간 이미 정치가 되었다. 세월호는 정치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말은 절반만 옳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모두 정치다. 그래서 나는 문재인이 세월호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가 문재인을 이용하고 있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본다. 세월호를 둘러싼 정치는 이제야 시작되었고, 나야말로 세월호를 짊어지고 공론장에 들어가 마지막까지 투철하게 정치를 할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저 노래라면, 나는 그것이 올바른 정치라고 생각한다.




5. 안철수 정부의 여성정책을 짐작하며


김미경 교수가 고(故) 이순덕 할머니 장례식장에 찾아간 것을 나는 안철수의 정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으로서 김미경 교수의 의지였을 수 있고, 또 안철수 대신 찾아간 것이라 한들, 위안부 문제에 관한 안철수의 기존 태도로 비추어 보면, 정치적 의도 없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 자리에 같이 온 일행 중 한 명이 "안철수 대표 부인으로, 서울대 의대 교수인 김미경 교수님이세요."라고 소개를 한 순간, 안철수는 원격으로 정치적 행동을 하고 말았다. 표를 얻어보려 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식이다.


오늘 네이버 기사에 잠시 떴다가 남성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의 댓글 뭇매를 맞은 기사 중에, 문재인과 안철수의 출사표에 여성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는 주제의 기사가 있었다. 여성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여성차별이냐며, 꼴페미는 패야된다며, 남성 이야기는 했냐는 식으로 반응하는 병신같은 댓글들은 차치하고, 유력 주자들이 주장하는 여성정책이 구색 갖추기가 아니냐는 그 기사의 논조는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대통령이 남성이라면, 그 정권의 여성정책은 대통령의 성평등에 대한 인식 자체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수많은 정책가들이 심층적인 분석을 마쳐 내 놓은 여성정책이라도, 남자 대통령이 "아, 뭐 그렇게까지? 여자들은 그런 것까지도 차별로 본단 말야?" 하는 순간 엎어진다. 그리고 대통령의 성 인식은 그와 몇 십년을 살아온 영부인의 성 인식을 통해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내가 김미경이었고 나를 소개할, 또는 소개받을 필요가 있고, 굳이 저 허접한 소개 멘트를 써야만 했다면, "안녕하세요. 김미경입니다. 서울대 의대 교수입니다. 대선 후보 안철수의 부인입니다." 순을 선택했을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국제정치나 전쟁범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성에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은 고통은 전쟁피해자로서의 고통이기도 하지만 여성으로서의 고통임이 그 본질이다. 그런 자리에 내가 안철수의 부인으로서 표를 얻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위로를 위해 찾아간 것이라면, 그리고 내가 여성이라면, 나는 나를 소개하는 데 무척 신경을 썼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추측하게 되었다. 안철수 정부의 여성정책은, 김미경을 안철수 후보의 부인이고, 서울대 의대 교수이고, 김미경이고, 로 네이밍하는 지점에 말뚝이 박혀 있는 작은 원 같은 정책이 될 수 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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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4-07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이십니다아 ~
쇼 님을 국회로 !

syo 2017-04-07 11:35   좋아요 0 | URL
국회는 넣어두시고~ 술집으로!

또 봄. 2017-04-07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한 번 뵙고 싶군요. ^^

syo 2017-04-07 12:06   좋아요 0 | URL
^^그저 키보드 위에서만 춤을 추는 입진보일 뿐인걸요.
 

 

1. 문재인을 사랑했었던 게지

 

이번에는 누가 해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믿었었는데, 막상 안철수의 기세가 거세지면서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한 걸 보니, 문재인을 사랑했던 게지. 물론 표는 심상정으로 갔겠지만 마음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을 기다렸던 게지. 딱히 사랑할 이유도 기다릴 이유도 없는데, 그저 많은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미움 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현재 이 나라 정치계에서 가장 거대한 정치인이 괜히 인간적으로는 약자로 보여서, 곁에 사람이 저렇게 많아도 어쩐지 외로울 거 같아서, 그래서 사랑하고 기다렸나 보다.

 

사랑과는 별개로 저 사람 참 정치 못한다 싶은 것이, 자기에게 덮어지는 수없이 많은 프레임 중 뭐 하나도 털어내지를 못한다. 철수하는 이미지라니까 철수를 안한다고 안철수, 연약한 이미지라니까 안철수가 아니라 강철수, 이번에는 심지어 목소리까지 바꿔내는 저 거대한 권력의지와 맞상대해야 할 사람이, 이미 자기의 손에 주어진 정치적 혈통이나, 강성 지지층의 두께에 기대어 대세를 논하고 더 뻗어나가려 하지를 않는다. 확장성 프레임에 제일 단단하게 걸려든 것은 어쩌면 문재인 자신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빨갱이 문재인만은 막아야 된다고 믿는 수많은 보수 유권자의 오해를 풀기 위해 문재인은 뭔가를 하지 않는다. 이명박근혜 정부보다 참여 정부가 더 안정적인 남북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 암만 사실이라 한들, 그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고 미움이 풀어질까. 대선후보중 누구의 안보관이 가장 믿음직하냐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했다고 본인의 안보관이 인정받았다며 자랑하는 모습은 정말 기도 차지 않았다. 본인의 지지율보다 낮은 득표를 해 놓고서는. 그건 문재인의 안보관이 1등 안보관이라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 문재인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안보만큼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알면서. 결국 문재인은 빨갱이고, 대통령이 되면 김정은을 먼저 찾아 뫼시고, 자기가 숨겨놓은 금괴를 북한 핵 미사일 만들라고 제공할 것이며, 여차하면 나라도 김정은에게 들어바칠 것이라는 페이크 뉴스가 영남의 보수 노인들의 스마트폰을 돌고돌아 우리 엄마 카톡까지 두드릴 동안, 문재인은 특별히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한다 한들 쉽게 돌아설 어르신들이 아니기로서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 못한다는 프레임을 털지 못할 것이었으면, 말 잘한다고 좋은 대통령이 아니라는 역프레임이라도 걸었어야지. 진심은 말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초코파이 CF마냥 진부한 프레임이라도 던졌어야지. 

 

아믈 문제도 그렇다. 내가 문재인이고, 결백하고, 결백의 증거가 있다면, 이미 검증이 끝이 났든 아니든 다시 한번, 그리고 재빨리 이 문제를 털고 갔을 것이다. 이미 검증이 끝난 사항-사실 제대로 검증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을 다시 한 번 검증하자고 드는 것이 정치공세라는 말 자체는 정론이지만, 정론 찾는 동안 표는 물 새듯 새어나간다. 아들 문제가 사실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만약 내가 문재인이고, 내가 결백하지 않다면 나도 지금 문재인이 하고 있는 대응방식을 선택했을 것 같다. 결국 일천한 나의 관점으로 보면 멍청하거나 나빴거나 최소한 둘 중 하나인 듯한데, 이 선택지는 작년 11월 쯤 그 당시 대통령을 놓고 과연 어느 쪽일까 심각하게 고민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바, 너무 마음이 아프다..... 

 

 

2. 그나저나 읽은 책 두권

 

#0003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170404]

#0004 질문하는 책들 [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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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4-05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맘은 심상정인데, 표는 아직 갈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ㅠㅠ 그놈의 사표가 뭔지요. ㅠ

syo 2017-04-05 22:12   좋아요 2 | URL
사표죠ㅠ 진보˝진영˝정당 말고 진보정당의 대통령 후보에 투표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사표가 되지는 않는 그런 나라가 되기만 해도 전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정권 교체와 전혀 무관한 당의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은 또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문재인이나 안철수에게 주는 표와는 다르게, 내 한표는 심상정의 가치에 던지는 표가 아니라 심상정이 추구하는 가치에 던지는 표임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으니까요.

북다이제스터 2017-04-05 22:03   좋아요 2 | URL
저와 같은 맘이세요. 이번 선거에 심상정 대표가 두자리 수가 나와 변화, 아니 변혁을 바라는 국민이 이렇개 많다는 걸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비록 대통령이 되지 못해도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7-04-05 2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표 심리 때문에 억지로 민주당 후보에게 한 표 던져서 이번 만큼은 넉넉하니 심상정에게 투표한다가 원칙이었는데, 시발.. 오늘 안철수 기세 등등한 모습이 하루 종일 싱숭생숭합니다... 이 시간이면 자야 할 시간인데 .. 안 자고 있습니다..

syo 2017-04-05 22:00   좋아요 1 | URL
문재인이, 혹은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더 영리했어도 이렇게까지 되었을까요. 이렇게 정치를 못하는데 어떻게 패권을 만든다는 건지..... 진보쪽으로 한 걸음 더 나가는 것이 왜 이렇게나 어려운걸까요.

cyrus 2017-04-06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대선 이후 몇 년동안 잠잠했던 안철수가 다시 급부상할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어요.

syo 2017-04-06 11:26   좋아요 0 | URL
모든 대선국면이 안철수가 예언한대로 맞아들어가는 걸 보면 소오름이지요.....

2017-04-06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7-04-06 11:30   좋아요 0 | URL
전 안철수는 잘 몰라서 특별히 호불호는 없지만, 사실상 이번 대선도 이념 대결 비슷하게 가는 것 같아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