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독일의 한 학생이 트위터에 단 '두 문장'을 올렸다. 그런데 이 문장들은 곧바로 독일을 뜨겁게 달군 것에 이어 세계적으로도 교육 논쟁을 확산시켰다. 독일 쾰른의 한 김나지움에 재학 중인 이 소녀가 게재한 글은 독일어로 단 22자에 불과했다.

 

"나는 곧 18세가 된다 .하지만 세금, 집세, 보험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시를 분석하는 데는 능하다. 그것도 4개국 언어(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학교에서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산 지식을 배울 수 없다는 여학생의 하소연은 5일간 무려 1만 5,000여회에 걸쳐 리트윗되며 쓰나미 같은 반응을 일으켰고, 소녀는 '트위터 스타'가 되었다. -87쪽 

 

 

잊을 만 하면, 지속적으로 학교라는 공간이 답답하고 싫다고 토로하는 아이 때문에 주기적으로 학교에 대한 고민을 싸안고 사는 부모 중 일인인지라 이렇게 공교육에 비판적인 글을 읽게 되면 토하고 싶은 기분이 된다. 맞다. 지금의 아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공부를 해내느라 초주검 상태로들 지낸다. 어른이 되면 별반 필요도 없어지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공부를 하느라 인성교육도 사회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예절교육도 제대로 못 받는 상태로 자라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모두가 교육에 대해 비판한다. 그러나 현실안주적인 사람들과, 지금의 교육에 기대어 밥벌이를 하는, 꽤 많은 사람들의 반대와, 때로는 반대를 넘어서는 그 무엇을 감수하면서 이 썩은 나무를 자를 수 있는 용자가 있을까... 있을수가 없지. 나오라고 해서도 안 되고. 그럼 대안이 뭘까? 다들 대안은 없다고 하는데 왜 없을까? 이기심 때문에 없어지는 거 아닐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사람은 시스템을 걷어차고 나와서 각자도생하는 거고. 나도 스스로 살 길을 찾아주는 부모 대열에 합류할 필요가 있지 않나 계속 고민하고 있다. 어른들은 뜯어말리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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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 국제 세금 전략에 관해 정신없이 설명해준 후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난 예전부터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꿈이었는데."

 

그러고는 크게 장난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이 딜레마의 답은 그가 세금 전략가를 그만두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전향하면 해결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흥미로운 방법이 있다. 그가 전혀 다른 두 분야에 끌리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서 질문으로 잇는다면 둘 사이의 중간 영역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 주변의 예술가들만 봐도 현재 하고 있는 일 외에 다른 관심사가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눠보면 "사실은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라는 말이 나온다. 놀랍도록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며 '예술가'라는 직업에 헌신해온 사람들조차 가장 관심있는 일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116-117쪽

 

누구나 곁눈질을 하면서 살아간다. 원하는 일을 하고 있어도 또다른 꿈이 생길수도 있다. 겉으로 드러난 관심사 밑에 흐르는 진짜 이상이 뭔지, 흐릿한 점잇기를 하다보면 알지 못했던 형체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쩐지 되게 충격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것 같은 이 느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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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는 구동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옥상에서는 뭐든 다 멋지게 보였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모든 풍경에 이야기가 있어 보인다. 골목과 골목 사이에 사는 사람들은 이야기에 둔감하지만 풍경을 조망하고 연결하면, 이야기가 된다. -377쪽

 

금 당장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 내게 닥친 일들이 현재의 나에게는 세상 제일 큰 일이지만 거리감만 살짝 둬도 별 것 아닌 일이라는 거지... 내일만 되어도 오늘 이게 별 일 아니었다고, 흔하게 닥치는 일이었다고 생각할 거라는 걸 안다.

그래도 감기는 싫어어어어어

눈물이 자꾸 고이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코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훌쩍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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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범죄물을 읽는다. 이해할 수 없는 악의의 정체가 궁금해서, 불가능해 보이는 범죄가 이루어지고 또 그것을 해결하는 천재적인 두뇌플레이를 보고 싶어서, 그 안에서는 언제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서사 안에서 안전한 쾌락을 느끼고 싶어서. 하지만 '내가 파는 장르'가 무엇을 소비하는지 알고는 있어야 한다. -116쪽

 

매사 일의 도덕적 가치를 따지면서 생활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내가 주어가 되는 모든 동사를 한 번쯤 적어보고, 거기에 따라붙어 있는 윤리성에 대해 한번쯤 고개를 기울여 주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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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새롭게 발견되며 여태까지 보이지 않았던 존재가 갑자기 부상하는 경우가 있다. '스토커'라든가 '니트족' 따위의 말을 발견함으로써 어떤 사람들이 갑자기 분류되고 눈에 띄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옛날 일본인은 성서 안의 '사랑'이라는 말에 의해 '사랑하다'라는 감정을 발견했다. 혹은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앞으로 언젠가, 아직 말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감정을 스스로의 내면에서 발견해내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66쪽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사전을 갖고 있다. 무엇이든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이름을 붙여서 분류할 필요가 있으니까. 다만 타인이 특정한 개념에 대해서 나와 같은 정의를 내리고 있을 것이라고는 속단하지 말자.그 섣부른 판단에서 빚어지는 감정적 참사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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