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폴리탄이 되기 위해서는, 즉 개방된 태도로 관용과 호기심을 갖고 우리 모두가 이 세상에 공존한다는 사실을 믿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은 세계를 어떻게 보고 느끼는지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 여러 과정들이 거대한 맥락의 일부임을 의미한다.

(중략)

공감 능력은 유전적으로 물려받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이 주제에 대해서만큼은 인간 본성이라는 개념을 창문 밖으로 내다버리자. 공감 능력은 보통 어린 시절에 발달하고 대개 부모나 학교 교육에 의해 계발된다. 또 성장 경험에 의해 육성되거나 억압되기도 하며, 편견에 의해 제한될 수도 있다. -81~82쪽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사회가 거대한 소시오패스 양성 집단으로 기능하기 시작한 게 아닌가 무서울 정도다. 표정 없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회색인간이 문학 속에만 등장하는 메타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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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내 안에 있거나 상대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너 사이의 좁혀지기도 하고 넓혀지기도 하는 공간에 불안정하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그 조그맣고 불안정한 공간과 모든 것을 변화시키며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열정이 아니라 노력이고, 본능이 아니라 본능을 넘어선 태도입니다. 관계에 대한 모든 것은 배워야만 하고 갈고 닦아야만 하지요. 그건 사랑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56쪽

 

어딘가에 단단히 뿌리내렸거나, 밀착돼 있지 못하고 불안하게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것들은 사랑 말고도 많더라. 대부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간에 존재하고, 세심하게 살펴보고 다루지 않으면 언제 부서질지 몰라 마음졸여야 하는 것들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그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지만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가르쳐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이 글귀를 보면서 한다. 그곳에 사랑만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바싹 말라가는 사회만큼 메마른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려주는 뉴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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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그걸 마음에 담는 순간 개인적인 영역이 되는 것 같다. 다 같이 누워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는 가족도 각각 조금씩 다른 곳을 보는 것처럼. 큰 아들은 드문드문 떨어지는 유성우를 눈으로 쫓고, 엄마는 별자리를 새끼손가락으로 이어보고, 아빠는 숲과 하늘의 경계선을 눈으로 찍어뒀을 수도 있다. 막내는 나무 냄새만 기억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 지점이 조금씩 다르다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이가 쓴 소설을 읽고 연주를 듣고 사진을 보는 것 아닐까? 다른 사람이 느꼈을 무언가(아름다움이 아닐 수도 있지만)를 한 템포 늦게 보는 것뿐이다. -107쪽

 

아는 사람들과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도 내가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것,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고, 그러다보면 우리는 점점 좋은 것들을 많이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게 뭐 좋은 거냐고 타박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또 누군가는 그런 것도 있었구나,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될 것이므로, 속에만 담아두고 있는 것보다는 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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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이야기에서 출발해서 주제로 나아가야 한다. 스티븐 킹의 말이다.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거창한 이념보다 사소한 이야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믿음직스럽다.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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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근법 회화에서 소실점의 위치는 화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모든 관찰자들에게, 자신이 선택한 지점에 소실점을 맞춰야 한다고 우기는 태도는 지극히 권력적이다.
 
문제는 이처럼 권력이 은폐된 소실점을 사람들은 여전히 객관적이라고 믿고 있다 사실이다.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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