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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
시로다이라 쿄 지음, 박춘상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거짓을 부정하는 거짓, 허구를 뒤엎는 허구의 향연 - 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 _ 스토리매니악
찌는 듯한 여름 날,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에, 무더위 속에서도 오싹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괴담'이다. 요즘에는 많이 덜하기는 한데, 예전에는 여름만 되면 납량특집이니 뭐니 해서 갖은 귀신이야기는 물론 정체 불명의 괴담까지 참 접하기가 쉬웠다. 꼭 미디어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어느 도시 어느 마을이나 이런 괴담 한 둘쯤은 돌아다니기 마련이다. 특히 어린 시절 친구의 입과 입을 통해 전해지는 으스스한 괴담은 그야말로 무더운 여름날의 절정이 아니었나 싶다.
괴담이란 것은 하나의 두드러진 특징을 갖고 있는데, 바로 누군가에게 전해질 때마다 생명력이 더해지고 이야기가 부풀어 오른다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형태로 부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정제되고 정제되어 정말 그럴 듯 하게 탄탄한 실체를 갖게 된다. 얼마나 괴담으로서의 생명력을 탄탄히 했으면 수십 년이 지나도 그 이야기가 전해지고, 심지어는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까지 되겠는가 말이다.
이처럼 괴담이란 참 흥미로운 존재다. 그런데, 여기 더 흥미로운 책이 있다. 흥미로운 괴담이라는 존재를 추리라는 재미난 형식에 묶어 독특한 이야기로 묶어 놓았다. 괴담, 추리, 그 각각도 흥미로운데 둘을 묶어 놓았고, 더 재미난 것은 추리라는 것이 제대로 된 추리가 아니라 살짝 비틀어 놓은 형태의 추리라는 점이다. 거기에, 캇파, 요괴, 요~물, 괴수, 괴인 등의 판타스틱한 설정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한 이야기로 탄생했다.
'이와나가 코토코'는 열일곱 살로 열한 살 때, 정체 모를 것(?)들에게 유괴를 당해, 그들의 '지혜의 신'이 되었다. 대신 한 쪽 발과 한 쪽 눈을 잃은 그녀는 요괴들을 대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무녀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러다 한 남자를 짝사랑 하게 되는데, 이 존재가 또 대단하다. 스물 두 살의 '사쿠라가와 쿠로', 그는 요괴 둘을 먹고 미래를 결정하는 능력과 불사의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오묘한 조합의 남녀가 '마쿠라자카 시'에 나타난 '강철인간 나나세'라는 귀신을 상대하게 되는 이야기가 대략적인 전개다.
폭주하는 강철인간 나나세는 그야말로 괴담의 실체다. 주술도 완력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의 소문을 먹고 커지고 사람들의 상상력을 양분 삼아 강해진다. 이 대책 없는 존재는 급기야 현직 경찰을 살해하게 되고, 이와나가는 결국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든다. 바로, 사람들에 의해 생명력을 사람들에 의해 부정하는 '합리적 거짓말'이다.
이야기의 전개가 해괴한 요괴에서 시작하여 이상한 존재의 출현으로 이어지고, 그 존재를 없애기 위해 요상한 추리를 통해 허구를 뒤엎는 허구를 퍼트리는, 그야말로 정신 없고 숨 쉴 틈 없는 전개다. 사람과 요괴, 진실과 허구, 상상과 현실이 복잡미묘하게 얽힌 이야기는 한 편으론 독특한 재미를, 한 쪽으론 어설픈 추리극을 느끼게 해준다.
일어난 사건을 추리해 가는 것이 아니라, 추리를 통해 사건을 재구성 해나가는 방식은 상당히 독특하다. 그래서, 허구추리라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거짓으로 진실을 만들고, 거짓으로 거짓을 부정하는 헷갈리는 재미를 선사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의 추리적 재미를 선사했는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야기가 독특한 것만은 분명하다. 독특한 세계관의 독특한 추리를 보는 재미도 있다. 그 이야기의 짜임과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몰입의 요소를 살짝 미뤄 놓는다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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