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자리에서 가족이 망연자실해하자 어머니가 불쑥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히나 인형을 장식할 수 있는 집에서 반드시 살게 될거야." 이 한마디에 모두 희망을 가졌습니다.
저도 무척 혼났습니다. 그렇게 혼난 적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습니다. 평소에는 과묵한 아버지의 속마음을 엿본 기분이었습니다. 자식을 죽게 내버려둘 수 없다는 강한마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집에 찾아온 해군 담당자를 보고 아버지는 화를내며 돌려보냈습니다."우리 집은 아들을 셋이나 군대에 보냈다. 곧 넷째도 간다. 그런데 다섯째까지 데려갈 셈이냐! 충분히 데려갈 만큼데려갔다!"
여하튼 아버지는 배 여행을 허락해주셨습니다. 그 여행은제게 큰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저 상선을 타고 유럽에 가는것이었지만, 저는 배를 타고 여름을 두 번이나 보내며 계속여행했습니다.
그것은 아버지가 기대하시는 ‘이제 너는 스스로 결정해도 좋을 나이다. 책임지고 그렇게 하라‘는 신뢰의 표현이었습니다. 저는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