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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게임 ㅣ 작가의 발견 1
아토다 다카시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최근 일본의 문학 그중에서도 이른바 장르 소설들이 많이 소개가 되고 있다.
순수문학에 비해서 낮게 평가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장르 문학이 많은 독자와 함께
문학성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관련 저작도 많고 당연히 그 수준도 높은 작품들이 많다.
그런데 좀더 다양하고 색다른걸 원하는 우리 독자들의 취향에 이런 일본 작품들이 딱 들어맞아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sf소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행복한 책읽기에서, 최근의 장르 문학에서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높은 문학성을 담고 있는 작가를 소개하는 시리즈를 펴내기 시작했는데 그 첫번째 책으로 아토다 다카시의
단편집을 펴냈다.
사실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어도 이름은 대충 들어본거 같은데 이 작가는 잘 들어보지
못한 작가였다. 그런데 이 아토다 다카시라는 작가는 일본에서는 꽤 이름있는 중진 작가라 한다.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순수문학까지 장르를 넘나들면서 좋은 작품을 많이 쓴 작가라고 하는데 이 책은 그 작품중에서 추리, 호러, 미스테리한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사실 명성이 있다고 해서 우리 독자들의 입맛에 맞을진 알수 없는건데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우려를 깨끗히 씻어내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전체가 15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단편이 주는 압축감이나 단단한 짜임새 그리고 빠른 전개 등이 잘 녹아있는 수작들이다.
공포스런 내용이 이어지는가 하다가도 묘한 웃음을 짓게 하는 블랙 유머가 등장하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는 반전이 있는 등 작가의 상상력과 문장의 힘을 느낄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이 책의 여러 작품들을 관통하는 것은 일상속에서 느끼는 악의다.
우리에게도 흔히 볼수 있는, 현실에서도 일어나는 것들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악의들을 이 책에서는 잘 포착하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악한 감정, 즉 미워하거나 혐오감 더 나아가서 살인하고 싶은 충동 등이 현실적으로 잘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인 '사망진단서'를 보면 서로 미워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그 악감정도 흔히 생각할수 있는것이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달가와하지 않는 모습도 요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일상적인 소재이지만 평범한 수필같이 안 보이고 기괴하면서도 섬뜻하고 공포감도 느끼게 하는건 분명 지은이의 실력일 것이다.
사실 귀신보다 더 무서운게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괴물이 나오거나 기괴한 환경에서 오는 공포보다는 일상속에서 천연덕스럽게 벌어지는 일들이 더 공포스럽고 살떨리는 일이다.
15편의 작품들 모두가 사랑스런 글들이지만 '사망진단서'와 표제작인 '시소게임' 그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를 제일 재미있게 봤다.
'사망진단서'는 초반의 일반적인 평범한 풍경에서 후반의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시소게임'은 은근히 오싹하게 하는 공포스러움이 기억에 남고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는 호러스러우면서도 흥미있는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알찬 내용과 비교해서 번역도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오타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분량이 많은데 제본도 튼튼하게 잘 된거 같아서 좋다.
그러나 겉표지의 디자인은 그리 강렬하지 않고 밋밋한 감이 없잔아 있어서 좋은 책 내용에 비해선 약하거 같다.
그래도 뭐 상관있으랴. 내용만 좋으면 될것을. 다만 겉만 보고 이 책의 진가를 못알아 볼까 걱정될뿐이다.
무엇보다 제일 맘에 드는 것은 분량에 비해서 책값이 참 착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진수성찬을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출판사가 독자와의 피드백에 충실한 곳이라 앞으로 나올 이 시리즈에 대해서도 기대가 된다.
아무튼 이 책은 호러과 미스터리, 블랙 유머, 심리 소설등 여러 면들을 다채롭게 맛볼 수 있는 아주 영양가 높은 고단백, 저칼로리의 고급스런 소설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