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의 갈림길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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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이름인 마이클 코넬리는 여러 유명한 시리즈를 펴냈다. 형사, 변호사, 기자의 시선에서 사건을 쫓는 이야기를 전개 시키는데 모든 시리즈가 다 스릴감 있고 재미있다. 그중에서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가 제일 권 수도 많고 유명하고 그 뒤를 이어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은 별 접점이 없이 단독으로 시리즈를 이어갔는데 어느 날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책을 펴내더니 이제는 한 팀이 되어서 나온다. 


이 둘은 잇는 강력한 줄은 배다른 형제라는 것이다. 방법은 다르지만 정의를 쫓는 마음이 비슷한 것을 보면 반쪽의 피라도 나눈 형제긴 형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슈가 더 나이 많은 형인데 이제 해리 보슈 시리즈는 나올 것 같지 않다. 보슈가 나이도 들었지만 암에 걸려서 경찰에서 은퇴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변호사인 동생 할러의 공식적인 조사관이다. 하루 종일 일하기 보단 파트 타임에 가깝긴 해도 경찰이 아니라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한다. 앞으로는 둘이 함께 일하는 시리즈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인 할러는 초기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그냥 전형적인 미국 변호사였는데 점점 정의에 눈을 뜨더니 억울한 옥살이를 하던 사람들을 재심을 통해 구해주면서 진정한 사법 정의에 쾌감을 느끼게 된다. 물론 일반적인 변호 할동도 하지만 정황상 무죄 가능성이 높은데 유죄로 판명된 사람들을 위해 '나만의 무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초아' 사건을 통해서 살인 누명을 쓰고 무기 징역으로 평생을 옥에서 썩어야 했던 의뢰인을 무죄로 만든 이후로 전국에서 수 많은 요청이 밀려왔다. 그 많은 변론 요청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작업을 형인 보슈가 맡게 된다. 오랜 기간 형사로 재직하면서 수 많은 범죄자를 봐온 전직 베테랑 형사에게 그 일은 딱 적당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사건이 '루신더 샌즈' 사건이다. 그녀는 남편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5년째 수감중이다. 남편은 경찰이었는데 여러가지 갈등을 빚던 어느 날 두 사람은 크게 싸우게 되고 샌즈가 집에 들어가고 얼마 뒤 총소리가 나면서 남편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당시 경찰을 샌즈를 혐의자로 체포하는데 문제는 자세한 수사를 하기도 전에 샌즈의 변호사가 형량 거래를 통해 살인을 인정하라고 한 것이다. 당시의 상황상 어쩔 수 없이 인정했던 샌즈는 5년을 옥살이를 하고 이제 몇 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할러에게 요청을 한다. 샌즈에게는 아이가 한 명 있었는데 아이가 사는 곳의 환경이 너무나 안 좋아서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아이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자신이 무죄임을 다시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 많은 요청 중에서 이 사건을 맡게 된 것은 보슈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살인 사건 조사 중에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재심이란 것은 정말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기각당하고 아주 극소수만 받아들여지는데 할러와 보슈는 그 어려운 일을 하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경험 많은 보슈가 사건에서 먼가를 발견하고 조금씩 조사를 시작하면서 이 사건이 진짜 무죄임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진범이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 이상 경찰에서 조사한 것들을 부정하기란 어렵다. 정말 많은 증거와 논리를 찾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을 하나 하나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 보슈의 성실함과 함께 변론에 번뜩이는 재주가 있는 할러의 모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은 미국 사법 제도를 잘 드러내고 있어서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모습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 나라도 검찰의 안 좋은 모습으로 욕을 하지만 미국이라고 해서 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보다 더 많은 강력 범죄가 발생하는 미국이니 그 중에 어리석거나 부패한 검사가 왜 없겠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검사의 모습을 보면 역시라는 생각도 들고. 논리적으로 그럴 수 밖에 없는데도 자신들의 오류는 없다고 여기는 것이 참 화가 난다. 어떻게 보면 그런 막강한 자의식으로 무장한 사법 기관을 상대로 무죄를 이끌어내는 할러의 변론이 참 멋지다.


책은 보슈의 조사를 바탕으로 할러의 법정에서의 변론이 주를 이루는 내용이다. 판사를 상대로 검사와의 치열한 논거 대결이 짜릿한 스릴감을 느끼게 한다. 책을 보면 검찰의 논리도 보통 사람들이 느끼기에 넘어갈 정도로 잘 짜여져 있다. 그러면서도 치사하고 비열한 방법도 쓰는 것 보면 어처구니 없기도 했다. 물론 이것을 우리의 주인공이 다 박살을 내지만.


마이클 코넬리의 책은 빠르게 전개하는 내용이 아니다. 호흡이 길고 촘촘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고 박진감 있다. 자료가 하나씩 수집되고 이것을 바탕으로 논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아주 재미있다. 법정에서의 할러의 말솜씨는 군계일학이다. 이 사건은 할러만이 만들어낼 수 있겠다 싶었다. 


모든 추리 스릴러 소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이 책도 쭉 찬찬히 읽어야 100%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논리를 구축해가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아서 띄엄띄엄 읽으면 앞에 부분을 잊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증거들이 다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번에 읽어야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마이클 코넬리는 모든 작품에서 등장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잘 그린다. 단순한 사람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런 면 저런 면 보여주면서 실제적인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주역인 할러와 보슈는 물론이고 조역으로 등장하는 인물들도 잘 그리고 있어서 더 개연성 있게 느껴진다. 몇몇 인상적인 인물들은 나중에 새로운 시리즈로 나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조슈의 동료였던 '르네 발라드'를 주인공으로 한 책도 있다.


더운 여름이 지나고 책 읽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법정 스릴러를 느낄 수 있는 최정상급 소설이다. 책 읽고 넷플릭스에 드라마화 된 것을 보면 더 좋겠다. 장르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어야 할 바로 그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책이다. 후회 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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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몬스터 1~2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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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이라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끈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의 신작이 나왔다. 이 작가는 늘 인간 내면의 여러 모습과 사회 현실을 정밀하게 조합해서 현실성 있는 작품을 잘 만드는데 이번 책은 그 능력이 아주 원숙하게 드러난 것 같다. 감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있었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주제를 풀어가는 방법이나 각 등장 인물의 복합적인 모습 그리고 소소한 반전 등이 잘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책이었다.


이 책은 독일의 소도시 '타우누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배경으로 '폰 보덴슈타인' 과 '피아 산더'라는 두 형사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타우누스와 그 인근에서 벌어지기에 타우누스 시리즈라고 한다. 책은 각각 단독의 사건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형사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생이 누적된다. 그래서 시리즈 1편부터 읽으면 그들의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만 어차피 사건 해결이 중심이라서 각각 따로 읽어도 큰 상관은 없다.


추운 12월의 어느 날에 리시라는 한 소녀가 목이 졸린 채 발견된다. 보덴슈타인과 피아를 중심으로 한 호프하임 경찰서의 강력11반은 바로 수사에 착수한다. 일단 피해자의 몸에 남아 있는 유전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 특정 인물이 떠오른다. 바로 난민 출신의 '파바드 나흐무디'였다. 그는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리시와는 아는 사이였다. 그래서 당연하게 그를 찾아봤지만 사건 이후 종적이 묘연하다. 결국 파바드의 신원이 언론에 공개가 되고 그는 살인자가 된다. 아직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난민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에 사건의 본질과 관련 없이 사회는 들끓는다.


한편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한다. 한 남자가 숲에서 도망치다가 차에 치여 사망하는데 사건 자체가 이상하다. 남자가 맨발로 도망친 것도 이상한데 몸에서 여러 수상한 모습을 발견한다. 단순한 교통 사고가 아니라 살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사건을 수사하면 수사할 수록 배후에 뭔가 거대한 것이 있음이 밝혀지고 더 복잡해진다. 이 하나의 사건에서 과거의 사건들의 연결 고리가 발견이 되고 사건은 점점 규모가 커진다. 그리고 리시 사건과도 연결이 되면서 엄청난 회오리가 되어 나타난다.


책은 그야말로 휘몰아치듯 전개가 된다. 처음에 한 소녀의 죽음은 많은 단순한 살인 사건 중의 하나라고 여겼지만 점점 파고 들수록 복잡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게다가 큰 단서도 없는데 여론은 난리를 치고 수사 팀원들의 피로도 높아진다. 하지만 결국 끈기 있게 단서들을 모으고 그것을 조합하고 그리고 오랜 수사 경험에서 오는 통찰력으로 사건의 실마리를 잡아간다. 책은 그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수사를 따라가는 그 자체로 스릴감과 재미를 느끼게 한다.


사건의 배경인 독일은 유럽에서 이민자와 난민이 많은 국가에 속한다. 70년대 우리나라 광부와 간호사가 일하러 간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부족한 일손을 외국 노동자의 수입을 통해서 해결했고 지금은 수 백 만의 외국 출신 이민자가 있다. 거기에 각종 내전과 관련한 난민들도 많다. 이민자나 난민이 규모가 작을 때는 통제가 되었지만 그 수가 엄청난 상태에서는 통제가 쉽지 않다. 독일은 지금 이들의 각종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전반적인 반이민, 반난민 정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극우파들이 계속해서 선동하고 있어서 사회 분열의 씨앗이 되고 있다. 책은 그런 사회상을 잘 반영해서 하나의 배경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사법 불신이 우리 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건의 중심은 '사적 제재'에 관한 것인데 그것은 결국 사법 체제에 대한 실망과 분노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다. 범죄에 대해서 적절한 벌을 내려야 하는데 그것이 안되고 있는 것에 대한 극단적인 행동이 사적 제재다. 우리 나라도 악질의 범죄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유로 감형이 되고 또 전관 변호사를 써서 풀려나고 하는 일이 제법 있다. 돈이 없으면 작은 범죄에도 감옥 살이 하는 것이다. 옛날 한 범인이 말했던 '무전유죄 유전무죄' 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은 그만큼 사법 불신이 강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 책 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사적 제재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열광한다. 죄를 지었으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이 공평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행위를 옹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적 제재가 퍼지면 사회는 망한다. 그것은 오히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더 잘 할 수 있다. 게다가 악질 범죄자만 제재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무고한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가 있다. 책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혐의가 없는데도 죽을 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법에 의한 형벌이 아닌 사적인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다. 정의가 부족한 사법 행위에 실망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사적 제제를 바라면 안된다. 내가 그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분 나쁘다고 죽는다면 얼마나 억울할까. 책은 이런 사적 제재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잘 읽었다. 이 작가의 타우누스 시리즈는 늘 실망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정말 감탄하면서 읽었다. 글쓰기 이력이 오래되면서 작품의 수준도 높아지는 것 같다. 시리즈 중에서 몰입도가 제일 좋았다. 주인공 뿐만 아니라 11반 동료 형사들의 모습도 입체적으로 잘 그려졌다. 사건만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인물들의 개인적인 모습도 잘 묘사하면서 현실속에 있는 경찰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좋았다. 시리즈가 이어질 수록 여러 인물들의 서사가 쌓이면서 더 감정이입이 되고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내가 아는 사람처럼 말이다.


책은 한번에 훅 읽는 것이 좋다. 등장 인물이 낯선 독일 이름이어서 좀 헷갈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건을 이끌어가는 과정이 좀 복잡해서 중간 중간 읽으면 내용 따라가는데 힘들다. 날 잡고 쭉 읽어야 이 책의 맛을 잘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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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자일스의 나환자 캐드펠 수사 시리즈 5
엘리스 피터스 지음, 이창남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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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면서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현대의 추리 스릴러 소설에 비해 캐드펠 시리즈는 크게 자극적인 면이 없다. 시대적 배경이 중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은이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순한 살인 사건이 아니라 나름의 사연이 있다. 그 사연을 쫓아가다 보면 사람이 보인다. 그리고 사람 이야기이기 때문에 좀 더 마음에 와 닿고 중세라는 오래 전의 배경이긴 해도 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번에도 역시 무대는 수도원 근처다. 수도원 근처 세인트 자일스 병원의 나환자촌에 한 무리의 결혼 행렬이 지나간다. 그런데 일반적인 결혼이 아니라 남작인 늙은 남자와 젊은 처자와의 결혼이다. 행렬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있지만 입밖에 내지 못하는데 캐드펠 수사는 뭔가 느낌이 안 좋다. 이들은 수도원에서 결혼식을 할 예정이었는데 문제가 생긴다. 바로 늙은 새 신랑이 살해당한 것이다. 신랑은 밖에 혼자 나갔었는데 누군가 인위적으로 설치한 줄에 걸려서 목이 졸린 것이다. 수도원과 관련된 인물이 살해당해서 난리가 난다. 당연하게도 캐드펠이 나서게 된다.


사실 이 사건은 뭔가 좀 이상한 점이 있는데 젊은 처자와 정이 깊어 보이는 한 젊은 남자가 그대로 따라온 것이다. 그는 이 결혼이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당연하게 그가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한편 결혼할 처자는 큰 유산을 상속 받는 상속녀인데 그녀의 숙부와 숙모가 이 결혼을 추진한다. 요즘말로 '가스라이팅'을 당한 듯이 순종적이다. 이 결혼에 대해서 나름 부정적인 반응도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운명이려니 따르게 된다.


한편 꼼짝 없이 범인으로 몰린 젊은 남자는 이리 저리 도망치다가 나환자촌의 라자루스 노인의 도움으로 나환자로 분장해서 지낸다. 아무리 사람들이 이 잡듯이 뒤져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은 나환자 무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나병은 옮는다고 믿어서 근처에 얼씬도 안 하던 시기다. 그러니 무사히 숨어있을 수 있었다.


이제 캐드펠은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피해자인 남작에 대해서 조사를 하는데 뜻밖의 사실들을 알게 된다. 이 사실들이 새로운 실마리가 되어서 하나씩 하나씩 결론을 향해 간다. 그리고 예상했듯 드러나는 여러 반전들. 겉으로 봐서 완전 악인 같았는데 속을 보니 다르게 보이고 사람의 욕심으로 결국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리즈의 미덕은 나오는 등장 인물들이 대부분 입체적이라는 것이다. 그냥 전형적인 악인, 선인 이렇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못돼 먹었으면서도 선한 면이 있고 결국에는 선하지만 영악한 면도 있고 우리의 인간 본연의 모습을 다각도에서 잘 그리고 있어서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고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 옛날이던 지금이던 사람 사이의 사랑은 참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1편부터 느낀 거지만 주요 인물로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가 대부분 나오는데 그들이 하나 같이 착하고 영리하며 빼어난 외모를 가지고 있다. 산전 수전 다 겪은 캐드펠 수사 입장에서는 젊은이들이 다 이뻐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다음편에도 다 미모가 괜찮은 젊은 인물들이 등장하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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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축일 캐드펠 수사 시리즈 4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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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그냥 추리 미스터리가 아니라 '역사'미스터리물이다. 실제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어서 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느낌이 드는데 사건이 일어나는 주된 장소는 주인공이 살고 있는 성 베드로 수도원 근처이고 시대적인 배경은 스티븐 왕과 모후 왕후간의 내전이 일어나고 있던 잉글랜드다. 수도원은 슈루즈베리라는 곳에 있는데 웨일스 지방과 가까와서 웨일스말을 할 줄 아는 주인공 캐드펠이 자주 등장 할 수 있는 구조였다.


비록 스티븐 왕의 승리로 끝나긴 했지만 전쟁의 상흔은 아직 아물지 않았고 황폐해진 건물과 땅을 복구하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돈이 필요한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성 베드로 축일장이 열리게 된다. 축일장이 열리는 동안 시내에서는 간단한 음료를 제외한 영업이 중지되고 축일장에서만 영업이 허용된다. 축일장에는 여러 지역의 많은 상인들이 자신들의 물품을 갖고 와서 판매를 하는데 여기에 통행세가 부과되는데 그것은 모두 수도원의 차지다. 이것은 나라에서 정한 규칙이라서 불만이 있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당시 내전 이후 복구비가 부족해진 상태에서 시장과 상인회 대표는 수도원을 찾아와서 수익금의 1%만 복구비로 내 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한번 정해진 규칙이고 이것을 변경할 권한은 나한테 없다고 수도원장이 거절한다. 이때 수도원장은 1권에 나왔던 헤리버트가 아니라 외부에서 온 라둘푸스였다. 아마 부수도원장이었던 로버트가 수도원장이었어도 거절했을 것 같다. 축일장의 수익은 수도원에 큰 도움을 주는 재정이었고 한번 원칙이 훼손되면 나중에 어떤 명목으로든 다시 등장할 수 있기에 수도원장 입장에서 쉽게 승락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제는 이 조치에 불만을 품은 시장의 아들을 비롯한 젊은 무리들의 행동이었다. 이들이 과격한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불씨를 만들어낸 것은 맞다. 이 젊은이들이 축일장에 참여한 상인들에게 마찬가지로 1%를 기부할 것은 요청한 것이다. 사실 상인들 입장에서는 이들의 이야기 자체를 들어줄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아들인 필립 코비저와 상인의 한 사람인 토머스가 충돌하고 이일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된다. 싸움에 휘말린 마을 청년들은 다 잡혀가는데 필립은 여기에서 빠진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싶은 차에 토머스가 시신으로 발견된다. 제 1의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필립. 하지만 그의 알리바이가 어느 정도 성립이 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 듯 한다. 토머스와 함께 온 그의 상속녀인 에마는 슬픈듯 하지만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 듯 하면서 묘한 행동도 한다.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 캐드펠이 알아채면서 사건은 이상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치열한 상황이 펼쳐지고 경험 많고 예리한 캐드펠 조차 생각치도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책은 내전이라는 당시 시대적 배경과 관련해서 전개가 된다. 그 배경이 하나의 동기가 되면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것이다. 하기야 사회적인 이동이나 사건이 크지 않던 그 시대에 내전이라는 배경은 여러가지 관련된 사건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소재일 것이다. 이번 책도 여전히 생각치 못한 반전이 있었고 이렇게 유연하면서 촘촘한 구조를 만드는 것은 역시 작가의 역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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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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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캐드펠은 겉으로 보기에 수도원의 평범한 수사다. 허브밭에서 각종 식물을 기르며 여러 약제를 만드는 그는 사실은 젊을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아 왔다. 십자군 전쟁에 참여해서 많은 죽음도 봐 왔고 이제 나이 들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수도원에서 신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은 그런 경험을 통해 이루어졌기에 그의 지난 삶이 헛된 것 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성과의 사람도 물론 있었고 결혼까지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는 혈기 왕성한 나이였고 전쟁에 참여하느라 어떤 약속도 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그렇게 헤어지고 죽을 때까지 못 볼 줄 알았었는데 인생이란 것은 꼭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만나게 하는 것 같다.


지난 책에서 내전의 상황이었던 당시 슈르즈베리는 스티븐 왕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평화를 되찾는 듯 했다. 그런데 중립을 지켰던 헤리버트 수도원장에 대해서 스티븐 왕이 괘씸하게 여겼는지 런던에서 종교 회의에 참석하라고 한다. 그러면서 수도원장으로써의 직무가 정지된다. 나중에 다시 복귀할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부수도원장인 로버트가 수도원의 임시 책임자가 된다. 로버트 부수도원장은 권위주의적인 인물로 1권에서 성녀의 유물을 갖고 오려는 것에도 가장 중심되는 주장을 한 사람이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계율을 중시하고 자신의 위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차기 수도원장에 가장 가깝게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제 수도원은 부수도원장의 책임하에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한 수도원을 찾아온 한 영주가 있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적절한 의식주를 제공 받는 대신에 전 재산을 기탁하고 노후를 보내겠다고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독살을 당한 채 발견된다. 그것도 부수도원장이 보낸 음식을 먹고서. 게다가 범행에 쓰인 독은 캐드펠 수사가 만든 맹독성 약물이었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수도사의 두건' 이라는 이름의 독이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미망인이 캐드펠도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오래 전에 미래를 약속한 여성. 그러다가 전쟁을 나간 캐드펠 때문에 서로 이어지진 못한 사이. 이제 캐드펠은 자신의 약물을 이용해 사람을 죽인 범인을 찾아야 함과 동시에 과거의 연인을 마주치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그리고 그 사실이 밝혀지면서 캐드펠의 행동 반경에 제약이 가해진다. 범인이 피해자의 의붓 아들로 몰아가는 분위기에서 진범을 찾아야 하는 캐드펠의 고군분투가 눈에 띄는 이야기였다.


중세 시대 수도원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법률적인 이야기가 살인 사건과 함께 흥미로왔고 마지막에서 로버트 부수도원장이 입이 딱 벌어지게 하는 장면이 있는데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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