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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평전 - 음악, 사랑, 자유에 바치다
이채훈 지음 / 혜다 / 2023년 8월
평점 :
서양 클래식 음악에 큰 관심이 없다고 해도 모차르트라는 이름은 들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어쩌면 들어 봤던 그 음악이 모차르트 곡인지도 모를 수도 있겠다. 이것은 그만큼 모차르트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많은 노래들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이 차용되는 경우가 많고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매체에서도 모차르트의 음악이 많이 나온다. 자주 들리니까 그를 알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차르트는 어떤 사람일까. 200년 전에 짧게 살다 간 그의 음악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영향을 끼치는 것은 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당연히 이 인물에 대해서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에 관한 전기나 평전은 그가 죽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수 없이 많이 나왔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저 그런 평범한 모차르트 평전이 아니라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세밀하게 오늘날에 되살려낸 역사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차르트를 더 가깝게 여기게 하는 책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다. 태어나서 몇 살 되지도 않았을 때 뛰어난 음악 재능을 나타낸 이후로 35년의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음악의 신이라고 불리는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다. 그가 쓴 곡은 양과 질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그렇게 많은 곡을 썼으면서도 대부분 상당히 고급스러운 수준이라서 다른 음악가들이 감히 범접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것이다. 천재라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예를 들 때 단골로 인용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니 그만큼 그의 재능이 대단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일테다.
모차르트가 대단하다는 것은 그가 어린 나이에 천재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다가 아니다. 작품성이 높은 곡을 쓴 작곡가들은 모차르트가 아니라 해도 여럿 있는데 그는 작품성에다가 대중성을 녹인 곳이 상당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당대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곡을 좋아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연주되었다. 게다가 시대가 흐른 지금도 대중적인 멜로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듣고 연주하고 여러 장르에 사용된다. 우리가 모차르트를 천재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시대가 흘러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작품을 하나도 아니고 많이 작곡했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은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났을 때부터 차근차근 그의 일생을 쫓아간다. 그의 음악성은 아마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을 것이다. 당시 잘츠부르크 궁정 악단에 일하던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는 곧 그의 아들이 음악에 대해서 천재성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모차르트가 그 재능을 어렸을 때부터 꽃 피웠던 것은 그의 아버지 덕이라고 할 수 있다. 레오폴트는 그의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직접 가르쳤다고 한다.
당시 음악 교육은 반복적인 기술 훈련 위주여서 여러 음악 이론을 배우고 작품을 쓰는 형식이었기에 어찌 보면 기계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 방법이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모차크트 같은 천재에게는 그 창의성을 더 펼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당시 학교 교육은 그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레오폴트는 대신 집에서 놀이를 통해서 음악을 익히게 했다고 한다. 체계적이면서도 아이의 창의성을 높이는 교육을 한 덕분에 훗날 그 유명한 아마데우스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놀이를 통해서 음악을 배우게 한다고 놀게만 한 것은 아니다. 혹독하게 악기 연습도 시키고 아직 어린 아이들을 장기간 연주 여행을 시켜서 아동 학대가 아니냐는 말도 듣는다. 그러나 그만큼 모차르트의 재능을 아는 사람도 없었고 그 재능을 발전시키게 한 사람도 없었다. 적절한 교육을 통해서 그의 능력이 제대로 발현되게 했다는 점에서 모차르트 아버지의 공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모차트르 삶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그이 삶을 지탱해주는 주요한 인물이 된다.
모차르트가 살던 시기에는 '천재'나 '신동' 이라는 개념이 없었다고 한다. 꼬마가 어려운 곡을 연주하는 것을 신기하게는 봤지만 그게 천재구나 하지는 않았다는 말이겠다. 대신 레오폴트는 아들의 재능을 '기적'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었고 잘츠부르크를 벗어나서 더 넓은 세계에 이 기적을 알리는 것을 하느님의 섭리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어린 시절 몇 년 동안 유럽의 여러 도시를 돌면서 연주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 첫 여행이 3주간의 뮌헨 여행이었고 거기에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물론 공짜 여행은 아니었고 연주를 통해서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그 여행을 통해서 많은 지역에 모차르트의 명성이 높아지게 되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을 처음 떠나기 전보다 더 많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흔히 모차르트를 태어날 때 음악의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나서 그 뒤에는 그냥 쉽게 재능을 꺼내기만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그가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그가 천재급의 재능을 갖고 태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 그 스스로 많은 노력을 했고 그것을 통해서 계속해서 조금씩 성장해갔다는 것이다.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사람이 노력도 열심히 하니 누가 따라 갈 수 있을까 싶다.
모차르트는 당대 음악계에서 명성을 날린 사람이긴 하지만 당시 음악가의 처우는 그리 좋지 못했다. 가정을 꾸리고 먹고 살기 위해서는 직장이 필요했는데 당시 가장 좋은 직장은 궁정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다. 당시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는 제국 시대였고 각 지역별로 궁정 악단이 있었는데 거기에 소속되어 음악 활동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여러 사건이 겹치면서 그가 궁정에 취직이 되는 일은 없었다. 특히 고향 잘츠부르크의 지배자인 콜로레도 대주교와 갈등이 심했다. 모차르트가 재능은 있지만 다루기 힘든 사람이라고 판단했을까. 아직 중세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대에 자유의 영혼을 가진 모차르트를 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 뒤 그는 빈에서 자유작곡가가 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자유를 마음껏 발휘해서 가장 유명한 음악가가 되었다.
책은 시대별로 모차르트에 있었던 일을 소상히 설명하면서 그가 만든 곡들에 대한 의미와 해석을 해준다. 각 음악들이 누구의 의뢰로 만들어졌는지 그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연주되고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잘 설명하고 있어서 그의 일대기 뿐만 아니라 그의 음악 내용도 함께 알 수 있게 한다. 특히 오페라는 각 막마다 의미와 내용을 상세하게 잘 설명하고 있어서 나중에 실제 음악을 들을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모차르트의 죽음은 참 안타깝다. '레퀴엠'의 작곡 의뢰를 받고 그것을 작곡하다가 죽은 것이 대략적으로 알려진 사실인데 왜 그가 죽었는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영향으로 그의 능력을 시기 질투한 살리에리의 독살이라는 말이 돌았지만 그 역시 실제 역사와는 다른 내용이다. 책에서는 그의 독살설과 관련된 4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그에 반박하는 반론도 같이 싣고 있다. 결론적으로는 자연사일 가능성이 높지만 정확히는 '모른다' 이다. 이 뛰어난 재능의 음악인이 10년만 더 살았어도 인류에게 더 풍성한 자산을 남겨 주었을텐데라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이런 저런 말들을 낳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어이없는 것은 당시 풍습으로는 매장된 시신은 6~8년이 지나면 무덤을 비우고 새로운 시신을 매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덤 앞에 묘비를 세울 수 있었지만 모차르트는 아무도 챙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가족도 그의 지인도 누구도 알 수 없게 되어 버렸고 이 위대한 음악가의 시신은 잃어버렸다. 실제로 모짜르트의 죽음과 시신 실종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여러 음모론이 있었고 타당성 있는 이야기도 있어 왔다. 최종 결론을 내지는 못하겠지만 당대에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이 음악의 신의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
책은 800여 쪽에 이르는 두꺼운 내용이다. 35년밖에 안 살았지만 그 뒤 수 백 년 동안 아니, 인류가 멸망할 때까지 이름을 남길 대음악인의 일생을 이야기 하려면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닐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천재적이고 위대하다고 여겼던 모차르트가 평범한 인간의 모습도 보이면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은이가 우리 나라 사람이라서 번역문이 아닌 우리말로 읽어서 술술 잘 읽힌다. 모차르트는 클래식의 대음악가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 유산이다. 모차르트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읽으면 그가 참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이었음을 잘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