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여자, 돈, 행복의 삼각관계
리즈 펄 지음, 부희령 옮김 / 여름언덕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봐선 대체 무슨 말을 할려는 책인지 모르는 책이다. 제목이 그리 눈길을 끄는건 아니지만 내용도
그런건 아니다.

어느 여성이 있었다. 그녀 스스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서 꽤 좋은 직장에서 괜찮은 액수의 돈을 벌면서 살다가 어느날 결혼을 하게 되었다. 가정 주부로서의 삶을 사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이혼을 당한다.
한푼도 없는 빈털털이 상태로.

미국의 어느 여성이 쓴 실화인데 사실 뭐 특별날꺼도 없다. 바로 우리네 삶에서도 흔히 볼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권신장이 좀더 되어있는 미국에서도 우리나라랑 별반 다를께 없다는것이 좀 이채로울뿐.

이 책은 그런 경험을 겪은 한 여성이, 비슷한 처지의 여성 수백명의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다.
한마디로 여성도 경제를 알아야 한다는것이다.

음...당연한거 아닌가? 그럼 남자만 알아야 하나? 남자인 나로선 그냥 쉽게 생각할수 있는 문제일수도 있다.

그러나 왜 여성이 경제를 알아야 한다고 외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일단 교육에서부터 여성은 경제와는 어느정도 차단되는 모습을 보인다.
경제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경제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사회적인 진출이 많아야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일이 일어나는거 아닐까.
그저 조신하게 커서 좋은곳에 시집 잘 가는것으로 여성의 미래가 정해져있다면 그것이 바로 문제일것이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하다고는 해도 아직 그건 소수에 불과할 따름일것이다.

직장에서의 월급의 차별이나 임신이나 출산을 했을때의 차별, 승진의 차별, 그리고 오래 근무할수 없는것도
하나의 차별이고 그런것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여성이 과연 얼마나 경제에 관심을 가질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상태에서 여성이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일은 또 많이 일어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이혼이라는 상태를 전제하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꼭 이혼이 아니라도 미혼모의 경우나, 갑자기 남편이 돌아갔을경우도 있을수 있을것이다.
어느것이나 여성이 경제를 알아야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인 진출이 남성에 비해 막혀있는 상태에서 그게 과연 쉬운 일인가.

이 책은 어떤 상태에서도 여성이 경제에 대해서 알고 돈을 벌라고 하고 있다.
스스로 돈을 버는 상태가 되어야 좀더 자유스러워지고 주체가 살아난다는 뜻일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동시에 돈 버는것에 대해서 관심을 끊게 된다. 더불어 경제 자체에 대해서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돈을 벌지 못한다고 해도 경제를 남편에게만 맡겨놓을 일인가?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일 경제에 대한 관심을 놓친 말아야 할것이다.

미국 사람이 쓴거고 미국의 상황이라서 우리나라에는 큰 관련이 없을것이라고 여겼는데 의외로 여성의 입장에서 참고할만한 내용이었다. 딱딱한 내용일꺼란 생각과는 달리 내용도 술술 잘 읽혔다.

다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밑바탕으로 쓴것이 아니라서 현실감이 좀 부족하고 '이혼'이라는 상황을 전제로 한것이라서 상황 설정이 좀 보편적이지 못한 면이 있다. 경제를 알라고 하지만 방법에 대해서 쓰여진것도 아니라서 실용성면에서도 그리 좋은 점수를 줄수있진 않다.

하지만 여성이 왜 경제에 대해서 알아야하고 돈에 대한 자립을 해야하는가에 대해선 설득력있게 글을 쓰고 있으니 거기에 대한 자각을 할수있다면 이 책이 가치는 빛을 발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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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황진이
김탁환 지음, 백범영 그림 / 푸른역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티비방송에서 드라마로 요즘 인기를 끄는 것이 황진이다. 왜 새삼스럽게 황진이인지는 모르겠으나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제작중이라고 하니 가히 황진이 열풍이 일어나는거 같다.
그런데 황진이는 누구일까?
편하게 불러왔고 많이 아는듯 했지만 실제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시원하게 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황진이란 인물에 대해서 진득하게 알고 있는것이 아니라 몇가지 인상적인 에피소드만을 알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런 가운데 황진이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 나왔으니 이름하여 '나,황진이'란다. 
황진이 스스로를 소개하는 듯한 이 도발적인 제목으로 나온 책은 탁월한 이야기꾼인 '김탁환'의 역작이다.
책의 형식은 참 독특하다.
보통 소설 형식이 아니라 황진이 스스로가 다른 사람에게 구술하듯이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1인칭의 자전소설 형식인것이다.
그러나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이런 형식을 지은이는 섬세한 문장과 여러 시들, 그리고 내용을 압축해주는
수십점의 동양화 그림으로 황진이를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기생'으로서의 황진이의 모습은 여기서 보이지 않는다.
신분은 기생이었으되 실제로는 그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사람이었고 또한 당대의 거유였던 서경덕의 당당한
제자로 자리메김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황진이는 요즘으로 치면 아주 탁월한 '탈랜트'다.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얼굴과 빼어난 몸매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황진이를 규정하는것은 그녀를 오히려 욕보이는 것일 것이다.

그녀가 더 돋보이고 멋지게 보이는 것은 그 내면에 가진 마음씨와 여러 재능들이다.
노래는 물론이요 춤도 멋들어지게 추고 시에도 능하면서도 아무한테나 스스로를 보이지 않는 자존심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고 정을 주는 다정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녀의 진면목은 바로 그런점에서 외적인 것을 능가하는 것이다.

한편. 이책에서는 황진이를 당시 유명한 학자였던 서경덕의 큰 제자로 묘사하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도 동문 수학했던 '허태휘'의 부탁을 받고 글을 쓰는 것으로 한 것만 봐도 제자의 한 축을 인정받고 있음이 드러난다.

사실 황진이가 활동하던 시절은 조선의 사상적인 면에서 풍부한 인물들이 배출되었던 시기였다.
그녀의 스승인 서경덕을 비롯하여 우리가 잘아는 퇴계 이황, 그리고 경상도의 또다른 대학자였던 남명 조식 등의 학파들이 생겨나서 당대의 학문을 살찌웠던 시절이기도 하다.
16세기를 마감하는 대 사건이었던 임진왜란때문에 상대적으로 이 시기가 크게 조명받지 못하고 연구가 덜 되어 있는 차에 지은이는 황진이를 통해서 이 시대의 화려했던 문화를 부분적으로나마 살려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은 황진이의 그 '자유스러움'을 절절히 보여준다.
그녀의 그 뛰어난 재능과 외적인 아름다움도 현재를 관통하는 그녀의 그 자유로운 마음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그것도 여자의 몸으로, 가장 천하게 여겼던 기생의 신분으로 그녀가 행한 그 많은 일들은 요즘에서 생각해도 감히 따라하기 어려운 자유스러움을 보여준다.
그녀는 바로 시대를 벗어나서 그녀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는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실에 안주하고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에 비춰봤을때 그녀의 모습은 정말 멋지면서도 용감하다고 하지 않을수 없었다.

원래 이 소설은 처음에 출판되었을때 일반판과 더불어 주석판이 같이 나왔다.
주석판은 소설 창작 과정에 관련된 수백개의 주석과 작가의 의견, 참고 문헌등이 소설 본 내용보다도 더 많이 실려있어서 황진이를 좀더 입체적으로, 학문적으로 접근하게 해준다.

물론 주석판도 흥미가 있겠지만 편안히 황진이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들기엔 일반판이 더 적격이라고 할수있겠다. 지은이의 의견이 아닌 황진이의 이야기가 담담하지만 열의를 가진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품격을 높여주는것은 이 책을 위해서 따로 그린 그림이다.
1인칭에서 오는 단조로움과 상상의 결여를 방지하기 위해서 적절한 삽화를 넣었는데 그것이 더욱더 책의 격을 높이고 있다.
문체 자체도 산문과 시가 적당한 탬포로 이어지면서 곱고 단아한 느낌을 받았다. 여성이 서술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보였을수도 있지만 그만큼 지은이의 낱말 선택과 문장력이 돋보였다고도 할수 있을것이다.

아무튼 황진이의 삶을 새롭게 볼수 있었던 독특하고 신선한, 고품질의 소설 한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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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몇개 국가가 남아있긴 하지만 공산주의는 몰락한지가 오래 되었다. 지금 남아있는 공산주의도 어떻게 보면 정통 공산주의는 아니다. 이미 자본주의의 물결에서 벗어날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공산당이 득세하던 시절의 이야기라...냉전 시대도 아니고 이미 용도 폐기된 시절의 사상을 바탕으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쓴데다가 그냥 소설도 아닌 논픽션 자전 소설이라고 하니 요즘 처럼 감각적이고 빠르게 읽히는 소설에 비해서 재미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첫장을 펼치고 조금씩 읽어내려가면서 책은 읽어보지 않고서 예단을 하면 안된다는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언뜻보기에 공산주의시절에 살았던 이야기를 해놓은게 아닌가 하지만 사실 공산주의와는 별로 큰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자본주의와도 별 상관없이 그냥 어떤 한 사람의 아름다왔던 추억의 조각들을 펼쳐놓은 '소녀소설'인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크게 별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세련되고도 섬세하게, 그리고 당사자도 아닌 읽는 사람이 그리운 마음이 들게 잘 쓰여진 글이다. 내가 만일 여자였다면 저런 소녀 시절이 있었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니깐 말이다.

주인공은 요네하라 마리라는 일본인으로 1960년 한창 냉전중이던 시절이 배경이다.
일본은 자본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공산당이 합법적인 나라인데 주인공의 아버지가  체코의 공산당 이론 정보지의 편집위원으로 부임하게 되어서 프라하로 건너가 5년간 그 학교에 다니게 된다.

공산주의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긴 했어도 동양의 한 소녀가 서양의 환경에서 생활한다는것이 어떻게 보면 참 낯설기도 하고 어려운 점도 많았을것이다. 게다가 그때 간 나이가 10살이라는데 한창 감수성이 에민할 시기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오히려 그 어린 시절에 갔었던 것이 어떻게 보면 더 아름다왔던 시절이 아닌가 싶다.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 진실을 볼수 있었고 다시 만나기 힘든 좋은 친구들을 만났으니 어른이 되어서 가는거보다 나았을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다.
세명의 친구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나씩 풀어가면서 나중에 세월이 흐르고 냉정이 헤체되고 난뒤 옛 친구들을 찾아가는 형식이다.

그리스인 리차, 루마니아인 아냐, 유고슬라비아인 야스나. 공산주의라는 공통된 사상이 있었어도 각기 처해진 현실이 달랐고 나라와 인종이 달랐기에 그들 각각의 이야기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을것이다. 그들이 다녔던 학교..자신들의 그 안락함도 결국 자신들의 사상이 가장 추종하는 가난한 인민들의 피와 땀에서 비롯되었다는것을..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공산주의가 몰락했을때는 어떤 심정이었을까...하지만 이미 그들은 공산주의가 몰락할것이란것을 알고 있었을것이다. 갑자기 망한듯하지만 그 사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모순과 불안을 안고 있었으니깐.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그런 사상적인 것에 있는것이 아니다. 지은이와 3명의 귀여운 소녀들의 이야기...그들이 나누는 사랑과 우정이 중심인데 지은이 특유의 맛깔나는 문체로 재미나게 잘 읽혀졌다. 마치 옆에서 이야기해주듯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간간히 보이는 유모는 입가에 웃음을 띄게했다.
낯선 환경이지만 다시 경험하지 못할 일들을 겪은 지은이가 참 부럽다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소중한 추억이 되었던 소녀시절을 보내고 30년이 지나서 다시 친구들을 찾아가는 장면에선 혹시나 못볼까봐, 혹은 못보는 친구가 있을까봐 미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안정적인 일본과는 달리 동구권은 격동의 시대를 겪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우여곡절끝에 결국 만나게 되는 순간..뭐 이산가족 상봉하는건 아니지만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논픽션이라서 더욱더 현실감이 있게 다가오는 책이었는데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게 뭐였을까...
케케묵은 사상에 대한 것은 아닐테고...옛 우정이었을까? 특이했던 한 어린 시절의 이야기의 되새김질이었을까...
지나온 삶에 대한 기록이었을까...
여러가지로 해석될수 있겠지만, 나한테는  아름다웠던 좋은 시절의 추억을 책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함께 나눌수있게 되어서 나름 기분 좋았던 책이었다.

[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 도서로 받아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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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반올림 9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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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 도서로 받아서 쓴 서평입니다.]

책의 가치를 판단하는것은 물론 내용이긴 하지만 처음의 이미지를 결정하는것은 책표지인데 이 책은 첨에 봤을때 어린이용 책인줄 알았다.
그런데 내용을 읽고 보니 제목에 딱 어울리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며서 웃음이 나왔다.

제목이 '옷이 나를 입은 어느날' 이란다. 엥? 순간 잘못 읽었나싶었다.
내가 옷을 입는게 아니라 옷이 나를 입는다라...일단 재미있는 발상이다 싶었다.
아니 어쩌면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옷이란것이 몸을 보호하고 추위로부터 지켜주는 기본적인 의미에서 이젠 자신을 나타내는 큰 수단이 되버린 요즘같은 시대에 내가 옷을 선택하는게 아니라 옷에 '선택당'하고 있는것이다.
멋지고 세련된 옷은 전부 다 날씬한 체형에 맞춰서 나오니 입고 싶으면 거기에 맞게 몸을 '개조'해야하니
옷이 나를 입는다는 말이 틀린게 아닐것이다.

주체와 객체가 혼란스러워진 이 시기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질 또래 집단인 10대 여학생들의 옷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 이 책이다.
내용은 별다른것이 없고 나를 비롯해서 5명의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옷을 사러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가지 일들을 그린 것인데 비록 어린 세대라고 해도 보통의 어른들이 가질 생각들도 골고루 표현되는것이 현실감있게 느껴졌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나 어른들 모두 비슷한 경험에 싱긋하고 웃을것인것이 옷을 사기 위해 돈을 모을때 이런저런 거짓말로 용돈을 더 타내거나 문제집 살돈으로 옷사고 해본적이 있을것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바뀌어도 형식만 다를뿐 행동들은 유전되는거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비슷하다고 해서 내용이 다 같지는 않을것이다. 이책에서 묘사된 청소년이 10년전의 청소년과는 또다른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요즘 아이들의 실제적인 생각을 알수 있다는것이 이책이 돋보이게 한다.

옷을 사면서도 티격태격 다투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 실용적인 면을 중시하는 애가 있는가하면 옷에 자신을 맞추려는 애도 있고 여러 모습들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한편, 주인공인 나는 어느정도 자신만이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긴 하지만 주위에서 권유하는 옷에 마음이 흔들려서 사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은 꼭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지은이는 20대의 여성인데 아마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썼을것이다. 그래서인지 각 캐릭터가 살아있고 묘사가 생생하다.덕분에 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옷에 관심을 갖는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씁쓸한것이 있다면 옷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좋은 옷을 선망하는거 자체는 나쁘지 않은거지만 십만원이상 하는 옷들을 그냥 맘에 든다고 사버리는 것은 아직 어린 학생들의 경제적인 능력에 비해선 과한거 같다. 물론 이런 순진한 학생들을 상대로 돈을 벌려는 어른들의 행동이 나쁘지만 그만큼 경제관념이나 경제에 관한 공부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 이들이 친한 친구들인지 알았다.
그런데 이들은 가끔 만나서 옷 사는 '옷친구'였던 것이다. 원래 이런건 친한 친구들끼리 사러가는거 아니었던가? 주인공인 '나'가 보여주는 애매모호함이나 우유부담함이 다 그때문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정목적을 위해서만 만나고 더이상의 진전이 없는 그런 관계에서 삭막함을 느꼈다면 과도한 생각인지...

현재를 살아가는 10대 여학생들의 생각을 심각하지않게 밝게 재미나게 잘 그린 작품같다.
딸을 키우는 부모가 읽으면 세대간의 차이를 줄이는데 도움도 줄수 있고 대화도 더 편하게 될꺼 같다.
글도 쉽게 잘 쓰여졌고 분량도 많지 않아서 부담없이 읽을수 있다.

그러나 적은 분량에 비해서 책값이 너무 비싸다. 본문의 글자 크기도 커서 사실상 내용은 더 적은편인데 책값은 보통 소설책값과 비슷할 정도다.
청소년용 책인데도 책값을 이렇게 책정한것은 청소년들의 접근성을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책값을 분량에 따라서 정하는것은 아니지만 다른 보통 책들의 책값과 너무 차이가 난다. 어린이용이나 유아용책도 아닌 청소년용인데 말이다. 이점은 잘 생각해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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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뉴스를 어떻게 전해 드려야 할까요?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
한학수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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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난 겨울 온 나라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난리가 났던 사건. 아직도 생생하게 그때가 생각난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의 큰 자랑이었뿐 아니라 수많은 불치병 환자에게 하나의 등불이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게 됐던 그 사건.
많은 사람들이 믿고 싶지 않았었고 사실이 밝혀져도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 사건.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건이 바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사건이다.

그당시 나는 황박사의 그 존재만으로도 흐뭇하게 생각했었고 끝까지 믿어보고자 했던 많은 사람중에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무엇인가.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과 허탈감뿐이었다.
사실 아직도 왜 그가 그런 무모한 행동을 했는가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정도의 실력과 그 정도의 열의라면 좀더 천천히 가도 되지 않았을까. 세상에 비밀이 어디있다고 그렇게 끝까지
속일수 있다고 믿었던 것인가.
지금도 그런면에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가 의도적이었던 실수였던 국민을 속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상을 다 속였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사회전반에 걸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것도 사실이다.

사실 우리가 광복이후에 가난한 국가에서 오늘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무역 국가가 된것도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영웅을 얻지 못했다.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는 지도자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황박사의 등장은 그런 갈증을 해소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그는 예사 영웅이 아니었다. 유사 이래로 우리나라가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지만 다른 나라에, 인류 문명사에 큰 영향을 끼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황박사의 연구로 인해 세계 질병사에 큰 도움을 줄수있다고 하니 얼마나 대단했겠는가.

어찌보면 그런 국민적인 성원과 기대와 관심에서 불행의 씨앗이 잉태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엄청난 지지가 나중에는 결과물로 나와야한다는 강한 압박감에서 그런 조작을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어느 누구도 그런 행동을 하라고 떠민적이 없다는 측면에서 그것은 정당화될수 없을것이다.
무엇보다 한 개인의 연구가 아니라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간 국가적인 연구였는데 그것이 한갖 신기루로 변해버린 이 사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것일까.

어쩌면 이 사건은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게 쌓여있던 우리 나라의 여러 난맥상들이 한꺼번에 드러난 사건일지도 모른다.
제대로 검증도 안하는 시스템, 진실을 호도하는 언론들의 무책임한 행태, 잘난 사람에 대한 시기와 질투 등등 우리 사회가 문제점으로 인식하는 것들이 전부다 드러났다고도 볼수있다.

가장 큰 책임은 물론 황박사에게 있다. 물론 조작사건에 하나부터 열까지 그가 다 관여한건 아닐것이다.
그러나 줄기 세포 연구에 있어서 모든 것을 총괄하는 대표자로 그 책임을 피할수는 없다. 그 아래에 있는 연구원이 어떤 조작을 했던 과학자로서 철저한 검증을 했어야하는데 그런것을 하지 않았고 그 자신이 조작을 지시한건 명백한 잘못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줄 모른다고 처음에 하나씩 둘씩 조금씩 했던 잘못들이 나중에 쌓이고 쌓여서 겉잡을수 없는 커다란 사태로 몰고 간것이다.
그 사건 중에 그가 보여준 말바꾸기 등은 그동안에 보냈던 큰 신뢰감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것은 아직도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으니...

다음으로 가장 큰 책임은 언론이다.
사실 황박사 사건이 이렇게 커진데는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에 다름아니다.
언론의 사명이 진실을 파헤치는것인데 황박사의 처음 등장부터 사건이 터지기전까지 그 누구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이 없었던 것이 이 사건의 비극이다.
얼마든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또, 다른 과학자를 동원해서 사실들을 검증할 수 있었는데 그런걸 하지 않은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비겁한것은 결국 사실이 밝혀져서 그동안의 보도가 모두 오보로 판명이 났는데도 그것을 잘못했다고 하지 않는 언론의 태도다.
사실 멀쩡한 사실도 왜곡해서 보도하는 언론이 있는 현실에서 반성을 할것이라고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드러난 사실마져도 아직 못믿겠다는 투로 일관하는 모습에선 분노의 모습이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사태를 키운건 정부다.
국민의 막대한 세금이 줄기 세포 연구로 들어가고 있는 마당에 당연하게 그 결과를 검증하고 전반에 대해서 파악을 했어야 하는데 대통령에게까지 제대로된 정보가 올라가지 못했었다. 결국 국민의 피같은 돈 수십억이 어떻게 날아갔는가.
정부의 무능이 얼마나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가를 볼수 있었던 사건이기도 했다.

한편, 이미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았던 권력화되고 신화화된 황박사의 줄기 세포 연구의 진위를 가린다는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을것이다.
비록 윤리상의 논란은 있었다고 해도 줄기 세포가 수립된 사실 자체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을때 그것이 가짜라고 한다면 그 누가 믿겠는가.
게다가 우리 나라에는 잘 되는 사람에 대한 모함이나 시기 질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것도 사실이다.
잘하는 사람 어떡하던지 깎아 내릴려는 못된 심보를 가진 사람이 그런 거짓 제보를 했다고 생각할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난관을 뚫고 결국 진실을 찾기 위해 어려운 발걸음을 한 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은 최초로 줄기 세포 조작 사건을 보도했던 의 담당 피디가 그때의 일들을 책으로 남긴 기록이다.
처음의 제보에서부터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일들을 상세히 쓰고 있는데 마치 스릴러 소설을 읽는듯이 빠른 속도로 읽혀진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어제일처럼 선명하게 상상하게 만든다.

그러나 명심할것은 이책도 완전한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은이 또한 진실을 100% 알고 있지 않을수도 있고 취재 윤리 부분이나 여러가지 실수를 저지른것도 사실이다.
황박사를 지지하는 사람이나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나 비판적으로 봐야 할것이다.
곁가지가 아닌 이 사태를 관통하는 가장 큰 사실을 봐야할것이다.

서울대의 조사에 이어서 검찰의 강도높은 조사로 대부분 밝혀졌다고는 해도 이 사건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재판결과가 나오지 않은 탓도 있지만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황박사측과 또다른 사실이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언론의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혹시나 하는 국민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풀어줄 마지막 무언가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사태를 겪으면서 과연 우리나라가 얻은것이 무엇인지 잃은것이 무엇인지 냉정히 돌아보는 것도 필요할꺼 같다.
사건에서 불거진 연구실의 여러 불합리한 것들이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고 있다는 말도 있는거 보면 그 난리를 치르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나하는 안타까움도 생긴다.

여러가지 말들이 많다. 음모설부터 시작해서 온갖 그럴싸한 이론들이 판을 친다.
말을 들어보면 수긍가는 면도 있고 참고할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진실은 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줄기 세포는 조작되었고 황박사는 국민을 기만했다는 것. 다른 논란은 놔두고서라도 그 진실은 받아들여야 할것이다.
정말 알고 싶지는 않지만 꼭 받아들어야 할 그 진실을.

[리더스 가이드에서 이벤트 도서로 받아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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