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일즈의 전쟁 -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1 ㅣ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2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아 재미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딱 든 생각이다.
소설의 종류와 관계없이 이런책만 읽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히 든 책이었다.
대체 무슨 책이길래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나?
이 책은 어떤 한 사람의 모험담을 그린 활극이다. 그런데 그 시대적인 배경이 미래고 우주이다.
이쯤에서 하품 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엥 sf 잖아? 하고 말이다.
맞다. sf다. 과학소설이다.
물론 과학소설중에서 하품 나오기 딱 좋은 책들, 있다. 문학적인 가치와는 관련없이 책속에 나오는
무수한 과학적인 이론과 용어들때문에 정작 내용자체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과학소설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건 이른바 '본격소설'에서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잘쓰여진 본격소설과 잘 안쓰여진 본격소설이 있는것처럼 과학소설도 잘쓰고 못쓰고의 차이일뿐이다.
미래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대중의 지지를 획득할수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때
이 책 마일즈의 전쟁은 그 모범정답이라고 할수도 있을것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미래 세계를 그리면서도 현재에서 그려지는것처럼 익숙하게 글을
전개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모험,스릴러,추리 등의 요소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책에 몰입하게 하는 글 솜씨가
여간 아니다.
특별히 과학소설 장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독자를 책에서 손 놓지 못하게 할 정도다.
이 책은 마일즈라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 연작소설이다.
시리즈물이라는 뜻이다. 마일즈가 주인공인 소설로써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단다.
그 첫번째 시작이 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어떻게 보면 성장소설이라고도 볼수가 있을것이다. 소년이었을때부터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되는 여러가지 일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좀더 친밀감이 들게 하는게 주인공인 마일즈의 처해진 상황때문이었다.
흔히 보이는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라 지금으로 치면 장애인의 몸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일즈는 태아기일때 독가스테러와 관련된 사건으로 뼈가 잘 부러지고 몸이 보통사람처럼 건강한 상태가 아닌 채로 성장하게 된다.
여러가지 치료와 보조기구에도 불구하고 20살이 가까와지도록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상태에도 불구하고 사관생도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노력을 했으나 아깝게 탈락하게 되는 와중에 어머니 대신으로 외할머니를 뵈러 가게 된다.
어릴때부터의 친구인 엘레나의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주겠다는 소박한 꿈을 실현하기도 전에 예기치않은 전쟁을 겪게 되면서 목숨이 위태한 투쟁을 벌이게 된다.
그러면서 아직 어렸던 마일즈지만 점차 성장하게 되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바램이었던 '군인' 마일즈의 모습으로 성숙해간다는것이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이 책의 장르가 스페이스 오페라 우리말로는 우주활극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꺼도 없이 그냥 멋진 모험극이라고 생각하는것이 편할것이다. 단지 배경만 우주일뿐이고 말이다.
사실 전쟁이 배경이긴 하지만 끔찍하고 피냄새나는 그런 본격 전쟁 소설은 아니다. 인간이 중심에 있고 전쟁은 그 인간을 표현해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러 역경을 뚫고 헤쳐나가는 마일즈의 모험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책을 한번 잡으면 바로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분명 과학소설일진데 추리소설 같기도 하고 톰소여의 모험같은 모험담도 담겨있으며,
음모의 냄새도 나면서 한 소년이 성장하는 성장소설의 성격도 들어있다.
한마디로 잘차려진 한정식이라고나 할까.
그렇지만 어느 한편에 치우침이 없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와 함께 돋보이는것은 주인공인 마일즈를 통해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다.
이미 장애인인 마일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것에서부터 작가의 스타일을 짐작할수있을꺼 같은데 다른 등장인물들의 묘사를 봐도 참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장대한 스케일의 우주서사극이지만 섬세하고 세밀한 표현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잘 조화되는 완성도 높은 소설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이 책은 지은이는 군대와는 전혀 관련없는 여성작가라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군대와 전쟁에 대해서 농밀한 묘사를 했는지 참 놀라울뿐이다. 여성작가 특유의 세세하고 정밀한 서술도 이 책을 더욱더 돋보이게 하는거 같았다.
뭐 이 시리즈가 주는 뜻이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겠는가.
제일 중요한건,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다. 영화 스타워즈를 볼때 그 속에 품은 어떤 상징이나 뜻을 생각하면서 보는가. 그냥 재미있으니깐 일단 보는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도 마찬가지다. 그냥 일단 보시라. 재미있다는 표현에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것이다.
그속에 품은 뜻들은 그냥 다 보고 나서 편한 시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이런책은 그냥 복잡하게 생각하는거 없이 그냥 봐줘야 하는책이다.
그렇다고 대중적인 재미만은 있는 책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철학책을 읽는것이 아닌 소설을 읽는것이기에 재미를 강조했을뿐 작품성또한 뛰어나다. 문무를 겸비한 책이라고나 할까.
과학소설이라고 넘어가기엔 너무나 아까운 책이니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펴낸 행복한 책읽기 출판사는 과학소설을 전문으로 펴내는 출판사이다.
그래서 기획도 참신하고 재미와 문학성을 함께 갖춘 과학소설을 펴내기로 유명하다. 출판사를 믿고 읽어도 될것이다.
책 자체는 장정도 튼튼하고 활자상태도 좋다. 번역도 과학소설 전문가가 번역해서 괜찮고 오자탈자도 별로 눈에 보이지 않게 잘 만들었다.
마일즈가 주인공인 마일즈 시리즈는 현재 17권인가 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계속 쓰여지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한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그전에 2권이 언제 나오나 하는 조급함이 생긴다. 더욱더 성장해가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마일즈의 모험담이 기다려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