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열쇠 - 역사에서 지워진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이야기
브라이언 무라레스쿠 지음, 박중서 옮김, 한동일 감수 / 흐름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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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고 색다른 책이다. 고대에 사용되었던 신비의 명약이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현대에 새롭게 발견이 되었는데 너무나 대단한 효험을 나타내는 약효라서 진짜라면 혁명에 버금간다는 이야기다.

일단 이 책은 주제 자체가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게 읽긴 하지만 어려운 부분이 많다. 기본적으로 과학의 영역이면서 종교의 영역이기도 하고 신화도 들어 있는 복합적인 내용이다.


지은이인 브라이언 무라레스쿠는 일단 무척 똑똑한 사람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언어의 천재쯤 되는 사람인데 라틴어,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 등 고대 언어에 정통한 사람인데 실로시빈 실험을 다룬 '신의 알약' 이라는 기사를 보고 흥미를 느끼게 된다. 이 실로시빈은 하나의 성분으로 마법 성분의 활성 성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성분은 일종의 강력한 환각제로 많은 질환에 유효한 치료 효과를 가진다고 한다. 이것을 실험하는 기사를 읽고 지은이는 수년동안 많은 자료를 읽고 비교 분석하고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통칭 마법 버섯이라고 부르는 일련의 버섯들은 환각버섯이나 미치광이버섯 등과 같은 200여종의 버섯인데 그 속에 들어있는 '실로비신'이라는 성분이 뇌에 작용하면 뇌와 관련한 여러 질환에 효과적이고 우울증이나 불안, 강박장애 등에도 긍정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성분은 중독 및 오남용이 가능성 때문에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마약인 셈이다. 너무나 효과가 좋기 때문에 대중적인 상품화가 안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성분이 최근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미 그리스 시대에 사용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서양 문명의 근간이 되는 그리스 로마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고대부터 이 성분이 들어간 맥주나 포도주가 전승이 되면서 사회와 종교에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 기독교 출발에 이 환각제를 통한 비의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성분의 임상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일생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것이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인데 문제는 의학적으로 유효한 효과가 나는 반면에 종교적으로 들어가면 성적인 '환희'와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나님을 느끼는 것과 같은 정도의 느낌을 느낀다고나 할까. 이 성분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기독교 태동기에 이어져서 기독교 발생에 역할을 했지만 이 자체는 오히려 종교를 위협하는 것이다.


교회나 사원, 모스크에서 평생을 보내도 경험하기 힏든 영적인 황홀경을 불과 몇 시간 안에 손쉽게 약물로 느끼게 된다면 종교가 필요 있겠는가. 종교의 의미는 그런 느낌을 얻기 위해서 만이 아니라 더 깊은 의미를 가지지만 분명 이 부분은 종교에 타격을 입힌다. 사람들은 직접적인 신비 경험을 느끼고 싶어하고 인내심이 깊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이 신비한 성분을 중심으로 고대의 전통적 행위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고대에서 어떻게 전승이 되어서 누가 이것을 사용했고 결국 종교적 황홀경이라는 것이 인공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문헌을 통해서 종합적이고 논리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고 주제의 논거도 설득력이 있긴 하지만 이것으로 종교의 무용론을 주장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종교는 영적 체험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많은 가치와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신비의 성분과 의식 등이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왔고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했다. 신화와 종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종교인이던 비종교인이던 읽어 볼 만 하다. 다만 내용이 쉽지는 않고 번역이 조금 어렵게 된 부분이 있어서 읽기에 시간이 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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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감 - 중국의 역사, 문화, 지리, 경제를 한눈에 읽다!
차이나헤럴드.정승익.강호욱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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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는 불행하게도 세계적인 강국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바다 건너 미국까지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상황이다. 우리는 아직 통일이 되지 않아서 북한과 긴장 속에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편들 수 없고 중립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상대를 아는 것이다. 상대를 잘 알아야 우리도 어떤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역사나 문화, 지리, 경제 등을 알아야 하는데 기존에 다른 분야의 책들은 많이 소개가 되었는데 중국의 지리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소개가 된 듯 하다.


특히 중국은 땅도 넓고 역사적인 배경도 다양한 나라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외적으로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고 있지만 수 많은 소수 민족이 있는 다민족 국가이다. 그리고 각 지역이 발달 정도나 역사적 배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로 특징을 알면 중국을 더 잘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중국의 여러 지역을 체계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적절하다.


중국은 각 지역이 우리 나라보다도 더 넓고 역사나 경제가 다 다르다. 중국이라고 지칭할 때 수도인 북경이랑 홍콩이랑은 같은 중국이라도 다른 것이다. 중국은 22개 성, 4개 직할시, 5개 소수 민족 자치구, 3개 특별행정구로 나눈다. '성'이라는 것은 가장 큰 행정 구역으로 우리로 치면 '도' 같은 개념이다. 물론 우리 나라 전체 면적과 인구 보다 더 큰 성도 여럿 있다. 그만큼 광할하기 때문에 각 지역별로 알아 보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34개 지역 전체를 조금씩 소개 하고 있는데 우선 우리와 가까운 동북 지방의 성부터 설명한다. 동북 지방은 옛 만주 지역에 있는 성인데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이 있다. 조선 시대와도 연결이 되지만 특히 일제 시대 우리 독립군의 근거지가 되었던 곳이다. 책은 일정한 형식으로 각 지역을 설명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개념에 이어서 행정구역, 역사, 지리 및 기후, 교육, 교통, 관광지, 대표 음식의 순으로 설명한다.


맨 처음 만나는 랴오닝성은 옛 고구려땅인 만주 요동 지역에 위치한 곳으로 선양이 성도(성의 행정 중심지) 고 인구는 약 4200만명이라고 한다. 여기는 만주의 본고장이라서 대부분 한족이 차지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만주족이 13%에 가깝게 차지한다. 우리와는 역사적으로 고대 국가가 성립된 지역이고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뤼순 감옥이 있는 곳이다. 선양은 청나라 시초의 고향이기 때문에 청나라때 건축된 궁이 있는데 선양 고궁이라고 한다. 베이징 자금성에 비해서는 작지만 주요 건물들이 온전하게 남아 있어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지정되어 있다.


각 지역은 똑같은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기에 관심 가는 지역부터 봐도 된다. 책에서는 유명한 소설 삼국지의 주요 인물의 고향도 소개하고 있어서 그것부터 봤는데 관우의 고향인 산시성과 조조의 고향인 안후이성이 기억에 남는다. 섬서성에는 중국 왕조 1300년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시안이 나온다. 옛 이름은 장안으로 장안이라는 이름은 보통 명사 비슷하게 되어서 한 나라의 수도나 나라 자체를 지칭하기도 하는데 그 만큼 오랫동안 수도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관광지로 아주 유명한 진시황릉이 있는데 우리가 아는 부분은 조금이고 아직도 많은 부분이 발굴 중이라니 정말 대단하다.


각 성에 이어서 소수 민족 자치구가 소개되는데 이중에서 '네이멍구 자치구' 가 흥미로왔다. 여기는 오늘날의 몽골과 같은 민족인데 거기는 외몽골이고 여기는 내몽골이다. 청나라 멸망 후 외몽골은 소련의 도움으로 독립했지만 내몽골은 독립을 하지 못하고 중국에 남게 되는 대신 자치구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르게 된다. 세계 4대 초원 중 하나 이며 몽골 제국을 세운 정복자 칭기스칸이 태어난 '후룬베이얼 대초원' 이 유명하다.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과 드넓은 초원의 경관이 대단해서 한번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직할시는 우리의 광역시에 해당하는 곳인데 중국 수도인 베이징과 중요 도시인 텐진, 상하이, 충칭에 설치되어 있다. 그 밖에 특별 행정구로  홍콩과, 마카오, 타이완을 소개하는데 홍콩과 마카오는 외국에 식민지로 있었다가 협정에 의해서 중국에 반환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대만이라고 부르는 타이완은 국공 내전에서 패한 국민당 정부가 타이완 섬에 가서 세운 나라인데 이 책에서는 중국의 정식 영토라고 할 특별 행정구에 소개하고 있지만 사실은 독립 국가다. 지은이가 중국과 밀접하게 교류하는 곳이라서 중국 영토에 넣었지만 엄연히 중국과 다른 나라이기에 따로 독립된 장에서 소개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책은 알차다. 아주 세세하게 소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 지역별로 지리와 문화, 역사, 경제, 관광 등을 알 수 있어서 좋다. 수 천년에 걸친 역사와 넓은 땅을 가진 나라이기에 아주 깊이 있게 알기는 힘들지만 이 정도만 해도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기본적인 뼈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 내용 중에서 더 관심이 있는 지역은 관련된 책을 보거나 정보를 찾아보면서 중국이라는 나라를 더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중국의 각 지역이 어떤가를 알 수 있게 하는 길잡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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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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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인이나 상품권 관련해서 사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런 사건들은 쉽게 많은 이익을 보게 한다는 걸로 사람들을 유혹해서 투자를 하게 하지만 결국 망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이익을 보장한다고 하는데 쉽게 돈을 벌려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걸려든다. 물론 이익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 그러나 수익보다 지출이 많으면 결국 망하게 마련. 일종의 폭탄 돌리기나 마찬가지인데 폭탄이 터지기 전에 발을 뺀 사람은 이익을 보겠지만 그 수는 미미하고 많은 사람들이 폭탄이 터질 때 같이 망하게 된다.


이 책은 세계 최대의 폰지 사기 사건을 배경으로 큰 비극 앞에서 일어나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을 날줄과 씨줄로 세밀하게 그리고 있는 서사시다. 폰지 사기 사건은 1970년대부터 30년 동안 새로운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사기극인데 우리 나라 돈으로 72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피해액이 발생했다. 이 사기극은 쉽게 말해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신규 투자가 일정 금액 이상 들어오지 않으면 기존 투자금도 날라가게 되는데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 사기가 무려 30년 동안 이어졌다는 것도 신기하다. 금융 관계법이나 소비자 보호가 엄격한 미국에서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 하고 있었을까. 2008년도의 금융 위기로 인해 이것이 들통이 났지 만일 그때 금융 위기가 없었다면 아직까지도 운영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책은 이 대사기극의 실제 주인공을 모델로 삼아서 조너선 알카이티스 라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조너선의 폰지 사기를 바탕으로 빈센트와 폴이라는 남매의 삶의 괴적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빈센트와 폴은 이복 남매다. 가까운 듯 가깝지 않은 사이인데 폴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폴은 대학교에서 재무를 전공하고 있었지만 음악을 좋아해서 작곡을 전공하고자 했지만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친다. 사실 폴은 약물 중독자다. 그래서 재활원에서 치료도 받고 했지만 유혹에 굴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사교 능력도 별로 없고 기숙사에서 혼자 외톨이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그가 용기를 내서 재즈 클럽에 갔는데 나중에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 도망을 치고 만다. 거기는 폴의 여동생인 빈센트가 있는 곳. 빈센트는 어떤 호텔의 바텐더로 일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소개로 이 호텔에서 청소 관리인으로 살면서 음악에 대한 끈을 이어가고자 한다.

그러다가 이 호텔의 소유주인 조너선이 빈센트와 만나게 되고 빈센트는 지긋지긋한 가난의 삶에서 해방하고자 조너선의 여인이 된다. 조너선과 함께 사는 대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카드를 갖고풍족한 삶을 살게 된다. 그러나 사기의 끝이 다가오고 그들에게는 파멸의 끝에 서게 된다.


폰지 사기라는 소재를 갖고 왔지만 그 사기극과 관련한 스릴러물은 아니다. 이런 큰 사건으로 인해서 비극에 이르게 된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특징적인 것은 등장 인물들 중 애정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초반에 등장하는 폴은 마약 중독자로써 슬쩍 짜증나는 인생을 살고 있었고 빈센트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재벌의 연인이 되는 손쉬운 길을 택한다. 조너선은 엄청난 부를 가지고 있지만 모래성 같은 삶에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등장 인물들에서 느끼는 것은 삶에 대한 '불안감' 이다. 쉽지 않은 삶에 대한 불안, 자신의 위치에서 추락하는 불안, 더 노력해도 얻을 것이 없는 불안 등 각 인물들의 굴곡된 삶에 대한 의지와 욕망등이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도 위안이 된다면 다들 침몰하는 와중에 폴은 어느 정도 자신의 길을 찾았다는 것.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하게 되는데 끝까지 갈 수 있을진 모르겠다.


지은이인 에밀리 세인트존 멘델은 전작인 '스테이션 일레븐'에서 세상의 종말을 특유의 몽환적이면서 깊이 있는 모습으로 잘 전개시켰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위태로운 삶을 정밀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책 내용이 직관적으로 팍 다가오는 편은 아니라서 영상으로 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스테이션 일레븐'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중이라고 한다. 이번 작품도 드라마로 보면 더 선명하게 주제 의식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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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삼국지 대모험 7 - 여포의 등장 설민석의 삼국지 대모험 7
단꿈아이 지음, 스튜디오 담 그림 / 단꿈아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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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초반의 최대 무장인 여포가 등장하는 내용이네요. 여포는 역적과 충신을 오락가락한 흥미로운 인물인데 책에서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게 잘 소개하고 있네요. 삼국지를 더 즐기게 하는 시리즈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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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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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아름답고 망가진 걸 좋아해요. 당신처럼. 나도 조금 망가졌고.'

-'칼' 674쪽-

책이 끝날 무렵에 나온 저 대사는 정말이지 이 책을 관통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우면서도 망가졌지만 정말 깊이 있는 이야기.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 나왔다. 정말 더 이상 나올 이야기가 없을 듯 한데도 또 나온다. 새로운 이야기도 있지만 그 속에서 기존의 이야기가 함께 스며있다. 그래도 중간에서 읽는다고 해도 읽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작품 하나 하나가 독립적인 완성도를 보인다. 작가 '요 네스뵈' 는 이제는 거장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주인공인 해리 홀레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강력반 형사다. 최악의 연쇄 살인 사건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유능한 인물.아 그런데 이 남자 참 인생 파란만장하다. 팔자가 기구하다고나 할까. 살인 사건을 많이 겪는 형사들에게 가정 생활이 어려운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흔한 일이긴 하지만 해리만한 삶을 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다른 경찰에 비해서 사건을 보는 뛰어난 눈을 가지긴 했지만 유독 생각치도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전작들에서 그는 끔찍하지만 단서 하나 없는 힘든 사건들을 해결한다. 그러나 그 과정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하고 자신이 범인으로 몰리기도 하고 몸이 다치기도 한다. 이 정도면 뭐 우리식으로 굿이라도 한 판 해야할 정도로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보통 사람들처럼 그도 세상을 외면하고 도피하고 술에 빠지고 그렇게 살다가도 끝내 또 돌아온다. 사건에는 냉철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랑이 넘치는 매력적인 사람이다보니 그를 사랑하는 여인들도 많다. 그러니 그 점은 그에게 힘이자 약점이다. 그래서 해리는 술을 끼고 사는데 이 때문에 그의 사건 해결 능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래봐야 결국 사건은 해리가 해결한다. 그러나 그의 상처입은 삶은 간신히 이어지고 있었다.

이런 배경을 가진 해리가 참 오랫만에 행복을 만끽한 것이 전작인 '목마름'에서 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한 하루 하루를 지내는 해리는 아마 속으로 불안했을 수도 있다. 나같은 놈이 이런 삶을 살아도 될까 하고. 그 물음에 작가는 해리에게 그런 삶을 오래 살면 안된다고 말하는 듯 하다. 이번 작품에서 어김없이 뭔가가 어긋나게 된다. 어쩌면 해리 시리즈를 읽어 온 독자들은 이런 사태가 올 줄 미리 예측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해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일로 쫓겨나서 또 술로 인생을 탕진한다. 그 일이 집에서 쫓겨날 일인가 생각도 들고 좀 더 지혜롭게 대처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으나 암튼 사랑에는 잼병인 해리는 어떻게 손을 써 볼려는 노력도 안하고 그냥 그렇게 산다. 그나마 다시 경찰에 복귀해서 사건을 마주하고 있으니 신경이 덜 쓰인달까. 그런데 이번에 그가 마주할 악당은 그가 오래전에 잡은 인물이다.

스베인 핀네. 이른바 '약혼자'라고 불렸던 성범죄자인데 최근에 출소했다. 그리고 그는 공공연하게 해리를 위협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해리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사실 해리가 잡은 범인은 한 두명도 아니고 수 없이 많고 그 중에 약혼자보다 더 험악한 사람들도 많다. 그 사람들이 다 복수를 하려고 했다면 해리는 진작에 세상에 없었을 수도 있을터. 핀네처럼 해리에게 어떤 해꼬지를 하려고 하는 범죄자는 잘 없다. 그 속에 어떤 곡절이 있을 것이다. 물론 핀네가 어떻게 나오던 우리의 해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오냐 잘 걸렸다 식이다. 언제든지 박살을 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해리에게는 겁나지 않을 일이 주위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일어나면 달라진다. 해리에게는 그것이 가장 두려운데 결국 일이 일어난다. 그가 사랑한 사람이 살해당한 것이다. 뭐 이 정도면 해리가 인생 포기해도 뭐라고 할 수가 없을 정도다. 팔자가 사나워도 유분수지 대체 가까운 사람을 얼마나 잃어야 이 지옥에서 벗어날까. 보통 사람 같으면 일상 생활을 못할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해리는 해리다. 정신 없는 와중에도 사건 해결을 위해서 전력을 쏟는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약혼자 핀네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일까. 공범일까. 아니 그보다 사건 해결 하고 나면 해리는 또 어디에 마음을 두고 살아야 할까. 정녕 이 경찰일을 끝내게 될까.

해리 홀레 시리즈는 결국 범죄 소설인만큼 사건 해결을 위한 해리의 집요한 추적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다. 사건은 드러나 있지만 단서는 부족하다. 그렇지만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누구도 생각치도 않았던 작은 조각들에서 해리는 단서를 찾고 그것을 하나 하나 이어서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점에서 그는 정말 탁월한 형사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그런 과정을 치밀하게 전개시키는데 여기서 이 책의 묘미가 드러난다. 주인공만 오롯이 그리는 것이 아니라 주위 인물들의 캐릭터도 섬세하게 구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위 인물들에게 하나씩 서사를 만들어줌으로써 이들도 그럴듯한 용의자가 되어서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한다. 한명씩 한명씩 씌여진 혐의가 드러나면서 반전에 반전이 이어진다. 그리고 최후에 남은 용의자는 생각도 못한 인물이다.

작가 '요 네스뵈'는 해리 홀리 시리즈를 비롯해서 여러 범죄 스릴러를 쓴 북유럽 최고의 작가인데 그 이름이 헛되지 않음을 늘 확인시켜준다. 이 작가의 특징은 책 분량이 방대하지만 어디 한 곳 허술한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분량이 많다보면 중간에 이야기가 늘어진다던지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이 없다.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서 한 장면 한 장면이 의미있게 그려지고 있기에 이 두꺼운 내용 중에 하나 버릴 곳이 없다. 그만큼 작가의 글쓰기 능력이 대단하다고 볼 수가 있다.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이번 책이 12번째 책인데 주인공인 해리도 성장하고 읽는 독자도 성장하는 것 같다.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진짜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다. 주인공의 쉽지 않은 인생을 보고 있자니 그만 해리를 행복하게 놔 줬으면 싶은 마음이 들때도 있는데 작가도 독자도 아직은 아니라고 할 것 같다. 이 정도면 노동착취급.

이어지는 시리즈긴 하지만 시리즈의 어느 편을 봐도 독립적인 완결성을 가지기에 읽는데 무리가 없다. 대충 주인공이 능력있는 형사고 인생이 고달프다 정도만 알아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렇게 아무 권이나 편하게 읽어도 될 만큼 작가가 완벽하게 구성을 잘 해서 흡입력있게 쓴다. 그러나 이 시리즈의 진짜 가치를 느끼려면 1편부터 봐야 한다. 젊은 해리 홀레의 모습부터 본다면 이 인물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고 그 때문에 여성들이 빠지게 되는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뭐 남자라도 해리 정도면 친구로 두고 싶을 정도. 책을 덮으면서 슬그머니 앞의 시리즈를 내어 놓았다. 이번 작품을 포함해서 12편밖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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